[정준영X유승우X로이킴] 화염 - 5
손이 덜덜 떨렸다.
씨발, 왜 떨어. 내가 왜?
이제는 단순한 짜증이 아니었다. 속에서 계속해서 무엇인가가 타들어가, 주먹으로 가슴께를 퍽퍽 내리쳤다.
'유승우 정도는 돼야... 천재지.'
귓가에서 떠나질 않는 목소리.
어떻게 된거야. 당신이 승우를 어떻게 알아. 당신 뭐야. 당신이 뭘알아. 당신 누구야.
승우야, 어딨어.
쾅!
큰 소리를 내며 부실 문을 열어재꼈다.
평소와 같이 연습을 하던 부원들의 시선이 한번에 꽂혔다.
다들 꽤나 놀란 눈치로, 후배들은 조심스럽게 인사를 건넸고 친구녀석들은 작게 타박을 했으나 들리지 않았다.
시선을 빠르게 옮겼다.
숨이 가빴다.
승우가 없다.
"유승우 어딨어!!!"
공기가 식었다.
"......형?"
순간 뒤에서 들린 목소리에, 훽 돌아보자 거기엔 익숙한 인영이 있다.
".......승우야."
"형? 무슨 일 있어요..?"
왜 갑자기 소리를 그렇게..
나로선 처음으로 그의 말을 끊으며 물었다.
"너 어디 갔다 와."
내 표정이 굳어진 것을 눈치 챈 그가 조금 주눅 든 목소리로 답한다.
"아.. 그, 교실에서 지금 오는 길인데."
"왜이렇게 늦었어."
"종,종례가 늦게 끝나서..."
맥이 탁 풀렸다.
그렇지. 내가 무슨 생각을 한거야.
그 남자가 뭐. 승우가 뭐.
난 왜 불안해 한거야.
내가 바보같이 느껴졌다.
"다음부턴 안늦을게..."
당황한듯 고개를 푹 숙이고 기어드는 목소리를 내는 승우를 쳐다 봤다.
잘못했어..
네가 왜 사과를 해.
"아니, 아니.. 승우야."
맨날 제일 일찍 와서 악기 정리하는데, 없으니까 괜히 놀라서.. 걱정되서 그런거야.
뭐가 미안해, 응?
한숨을 쉬었다.
한심하다.
오히려 이젠 내가 당황하여 승우를 달랜다.
내가 왜 이러지. 자신이 낯설다.
어깨를 잡고 눈을 마주치며 살살 달래자 그제서야 조금 풀어진 듯 하다.
조금 느리긴 하지만 여느때와 같이, 자신의 자리로 가 기타를 꺼내들고 손을 푼다.
그리고 나 역시 평소처럼 그 옆자리에 앉아 그를 본다.
눈치가 보인다.
확실히 아까 조금 풀이 죽었는지, 내 쪽을 안본다.
가만가만 손을 움직이며 가느다란 기타줄만을 내려다본다.
나좀 봐.
"승우야."
"어, 어?"
저것 봐.
살짝 놀라며 고개를 드는게, 겁먹은 아이같다.
"이거 오늘 한번도 안풀렀어. 잘했지?"
아침에 매준 그대로의 모습인 목도리를 가리키며 아무렇지도 않은 척 웃었다.
"으응. 계속 하고 있어. 빌려줄게.."
어설프게 웃으며 대답하는 모습.
낯설다.
당연히 활짝 웃으며 뿌듯함이 섞인 목소리로 칭찬해줄 줄 알았다.
내 표정이 조금 딱딱해지는것 같아 괜시리 고개를 끄덕이는척 시선을 내렸다.
그런데,
기타 줄 위로 가지런히 올려져 있는 승우의 오른손이.... 약하게 떨리고 있었다.
"........."
내 시선을 눈치 챘는지, 그는 손을 얼른 들어 잠시 멍해 있다가 머리를 한번 멋쩍은 듯 긁고, 정말 어색한 움직임으로 연주를 시작했다.
아주 불편한 연주였다.
이상해.
이건.. 나 때문이 아니다.
부 활동에 늦어 혼나는 것 정도는 누구나 겪은 일이고, 혹 그렇다고 해서 이런 반응을 보일 승우가 아니다.
이상해.
이건... 정말 이상했다.
순간, 또다시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하며 오직 한 사람만이 남았다.
새하얀 배경에 정확히 반대되는, 검은 사람.
'유승우 정도는 돼야.... 천재지.'
타오르던 것이 멈췄다.
모든 사고를 동원해 봐도 알수없는 접점. 내가 바보인거야?
"승우야."
"응?"
천천히 연주를 이어가며 부드러운 목소리가 답했다.
잠시 공백을 뒀다.
다시한번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내가 이상한걸까?
승우야, 대답해봐.
오늘..
"새로 온 음악 교생을 만났어."
끼익.
손톱과 기타줄이 긁혀 소름돋는 소리가 났다.
연주가 멈췄다.
승우가 시선을 돌리지 않았으나, 충분히 표정이 보였다.
타오르던 것이, 식어버렸다.
"너를 알던데."
타오르던 것이.... 얼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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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리 기식빵식빵
♥♥♥♥♥♥
늦어서 지송;
댓글좀 달아줘봐요 왜 씬이 안나오는지 그렇게들 몰라. 가는게 있어야 오는게 있는게지..
시크한 이긴들 같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