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규총수]희생양 메커니즘 W.김성규 예쁘다 우리들은 더이상 열여덟 그 시절, 초여름의 햇빛이 부서지는 것처럼 빛나는 관계가 아니다. 지금의 우리는 매캐한 공기로 가득 차버린 창고에 갇힌 것 같이 엉망으로 더럽혀졌고 더이상 이 관계를 회복할 수도 벗어날 수도 없다. _우리는 어떤 존재를 희생시킴으로써 위기 상황을 극복해 가는 희생 제의의 과정이 필요할 때가 있다. 이는 위기에 빠진 집단의 내부적 폭력을 정화하는 기능을 한다. 내가 그 아이들에게 범해지는 날이 늘어갈수록 우리들의 관계는 더욱 엉켜가기만 했다.나의 존재는 그 아이들의 관계를 엉키게 만든 잘못된 실이었으며 나로 인해 망가져버린 이 관계를 나는 끊어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김성규가 죽어가던 모습은 겨울이었다.하얗던 피부는 혈색을 잃어 눈처럼 창백하였고 우리를 바라보는 시선은 한겨울의 찬 공기같았으며 김성규는 한없이 공허한 겨울이었다. 이제야 끊어진 우리의 관계는 우리를 다시 맑았던 과거의 여름으로 돌려놓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_희생양 메커니즘이 올바르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위기의 원인이 애초에 희생양에게 있었다고 여기며 자신들의 폭력을 정당화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성규는 초여름이었다. 언제나 밝고 따뜻하게 예쁜 모습만을 보여주던. 우리가 돌아갈 여름에는 김성규가 있어야 했기에 우린 더 이상 그 시절 그 여름으로 돌아갈 수가 없다. _희생양 메커니즘이 인류의 역사에서 오랜 세월 동안 반복되어 온 것은 희생양에 대한 두 가지 방향의 왜곡 작업이 행해져 사건의 본질적 양상을 은폐하기 때문이다. 첫 번째 왜곡 작업은 무고한 자에게 갈등의 책임, 그것도 집단 전체를 둘러싼 위기의 책임을 전가하는 방향으로 진행되며 두 번째 왜곡 작업은 집단적 폭력이 행해지고 난 뒤,희생물이 사회를 위기에서 구원하고 화해를 가져오는 존재로 신성화되는 역설적인 방향을 가지게 된다고 보았다. 이러한 왜곡 과정을 통해 희생양 메커니즘은 근원적인 폭력성을 성스러움으로 탈바꿈시키는 제의적 성격을 가지게 된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