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이랑 동거하지 마세요 1
(부제: 1일 n반함)
백스페이스 키를 연속해서 눌렀다. 짜증나. 글이 써지질 않는다. 새로 보내야 할 로맨스 소설을 마무리 짓던 차였다. 민윤기가 없으니 글을 쓸 수가 없다. 왜, 민윤기가 뭐라고 내 돈벌이까지 민윤기에게 달려 있는 건지. 언제고 무슨 상황이 닥쳐도 결국에는 민윤기가 갑이 되는 연애가 맘에 들지 않아 투정 좀 부릴 때면 민윤기는 그대로 말도 없이 짐을 싸 집을 나가 버리곤 한다. 나쁠 건 없다. 있는듯 없는듯 지내며 글만 쓰다 간간이 얼굴을 비추는 게 그의 일상이니 민윤기가 없는 집도 딱히 허전하진 않다. 그러나 딱 하나 문제는 그 없이는 절대로 나의 소설이 완성될 수 없다는 것.
내 인생 5분의 1은 민윤기의 차지였다. 과장이 아니고, 아예 그 사 년이 넘는 시간을 그가 통째로 점령해 버렸다. 대학에 오기 전까지 제대로 된 연애를 해 본 적이 없는 나는 연애를 글로 배워왔고, 텍스트 연애 기술을 내 정식적인 첫 연애에 써먹은 결과는 처참했다. CC는 죽어도 안 된다는 군대 간 사촌오빠의 말에 따라 다른 과의 남정네를 골라잡았었다, 그것도 한 살 연하를. 두 사람 모두 연애에는 젬병이었던 탓에 서로 삽질만 죽어라 해 댔었지. 그러나 끝은 오해가 쌓이고 쌓여 생겨 버린 산더미였다. 그와 아쉽게 끝을 내고 두 번째로 제대로 된 만남을 갖게 된 게 민윤기였다. 아, 모든 걸 걸고 맹세하는데 그때만큼은 민윤기가 잘생겨 보였었다. 세상 제일 가는 썅놈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니까.
민윤기와 함께하는 일상 속 아주 조금의 로맨스는 내가 쓰는 이야기의 소재가 되었고, 몇 번의 시도에도 소식이 없던 소설 공모전에서 민윤기와의 이야기를 담은 첫 소설으로 덜컥 입상을 해 버렸다. 역시 문제는 경험의 유무였던 건가. 예상치 못한 결과였더라도 기분은 좋았다. 한참 먼저 등단한 민윤기에게 무시 받고 치이는 삶이 고단하고 피로해졌을 즈음이었기 때문에.
[ 노트북 AM 9:45 ]
[ 잘 싸서 택배로 보내 AM 9:45 ]
민윤기 없이 꿀 빠는 생활에도 어느덧 익숙해져 있었다. 툭하면 짐을 싸 나가 버린 민윤기에게도 어느 정도는 적응이 되어 있었다. 소파 위에 누워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며 휴대폰을 들어 메세지를 확인하고는 다시 홀드 키를 눌렀다. 읽씹. 꿀잼. 민윤기에게서 연달아 날아오는 메세지는 확인하지 않았다. 그대로 텔레비전 화면을 보며 깔깔대다 눈이 감겨 잠이 들어 버렸다.
실눈을 떴다. 눈꺼풀이 무거웠다. 며칠 밤을 새다시피 한 결과였다. 베개에 대고 얼굴을 부비며 자세를 바꿔 눈을 감으려던 찰나, 몽롱한 정신 틈에 민윤기의 밝은색 머리통이 보였다. 술이 덜 깬 모양이라 생각하며 혀를 끌끌 차던 때 민윤기가 살짝 풀린 눈으로 내 앞으로 다가와 머리를 세차게 흔들더니 손에 들고 있던 담요를 내 몸 위로 덮어준다. 아직 잠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상태로 몸을 뒤척이니 민윤기의 손가락이 내 입술 위로 올라온다. 입술을 잡아서 늘리고 주물럭대는 정신 없는 손가락에 짜증이 나 감았던 눈을 애써 다시 살짝 떴다. 아랑곳않고 이번에는 엄지손가락으로 내 아랫입술을 꾹 누르는 민윤기의 팔을 잡아 밀쳤다. 입술을 삐죽거린 민윤기가 쪼그려 앉아 나와 눈높이를 맞춘다. 아주 작은 틈을 준 눈을 조금 더 크게 뜨고 불쾌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그를 마주 봤다. 밀려오는 잠에 다시 눈을 감으려 할 때쯤, 한참 말이 없던 민윤기가 그제야 입을 연다.
“진짜 짜증나네.”
“…….”
“잘 때는 더럽게 예뻐.”
무표정을 하고 있던 민윤기의 얼굴이 순식간에 녹는다. 내가 자는 모습에 민윤기가 홀린다면, 나는 민윤기가 입동굴을 만들며 웃는 모습에 미친다. 아, 젠장. 이번에야말로 정말 헤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우리는 늘 그랬다. 지겹도록 싸우며 틱틱대고 서로의 화를 돋구고 등을 돌려 돌아서고 나서도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처음처럼 서로에게 반한다. 물론 오래는 못 가 다시 말로 치고박고 싸우는 게 사실이다.
거실 바닥에 앉아 캐리어를 열고 짐을 도로 푸는 민윤기를 지켜보다 말을 건넸다. 이렇게 한 번에 풀릴 거면 왜 그렇게 비장하게 짐 싸고 나간 건데? 민윤기가 잠시 고민하더니 그 입꼬리가 씰룩씰룩 올라간다. 그러더니 대답한다. 그냥, 화 많이 난 건 아니었는데 오랜만에 너 긁어 보고 싶어서.
당당한 태도로 말하는 답에 벙찐 얼굴로 민윤기를 바라보다 몸을 일으켜 그에게로 다가가 등짝을 세게 한 대 때렸다. 아, 스읍, 하고 그 치고는 요란스런 소리를 내며 엄살을 부리던 민윤기가 내 팔을 끌어 아빠다리를 하고 앉은 자신의 위로 앉힌다. 순식간의 일에 그대로 털썩 그의 위로 주저앉게 된 모양새에 벗어나려 몸부림을 쳤지만 그는 양팔로 내 몸을 꼭 감쌌다. 몸을 비틀다 정말 뜬금없게도 얼굴이 빨개졌다. 아, 자존심 상해. 우리가 몇 년을 만났는데 고작 이런 걸로 설레네.
“오랜만에, 어? 좀 연인 같게.”
“갑자기 왜 지랄인데.”
“간만에 여자친구처럼 좀 굴어 봐. 왜 눈만 뜨면 험해져.”
결국 힘을 빼고 그의 품에 그대로 안겼다. 물론 도끼눈을 뜬 채로. 부둥부둥, 우리 탄소, 소리내 말하며 날 신생아 취급하는 민윤기의 명치를 팔꿈치로 쳤다. 태연한 얼굴의 민윤기가 내 고개를 자신을 향하게 하더니 눈을 지그시 바라본다. 입술에 시선을 고정시키고는 눈빛으로 나를 재촉한다. 오 년을 한 집 사는 사이에 눈빛으로 못 전할 게 없다. 침을 꿀꺽 삼키고는 그의 볼을 잡아 재빨리 입을 가볍게 맞췄다. 입술을 떼고 그를 올려다보니 눈을 꿈뻑꿈뻑 뜨며 나를 내려다보다가 내 뒤통수를 꽉 잡고 입을 다시 맞춘다. 입술 사이를 가르고 들어오는 그에 인상을 쓰다가 그의 목에 팔을 감았다. 입 속을 휘젓는 느낌에 얼굴이 잔뜩 달아올랐다. 터질 것 같은 볼을 하고 입을 뗐다. 버드키스로 마무리를 맺고는 나를 카페트 위로 앉혀두고 일어서는 민윤기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봤다. 어깨가…… 넓네, 적당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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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울 독자님덜... 내 생각보다....... 이렇게 많았던 것.........? 세상...... 감격....... 단편을 더 돌리려다가 소재 마련의 한계를 느끼고 그냥 윤기 글로 프리패스 진입했슴다 쇼윈도부부랑은 분위기 자체가 확연히 다르기 때문에 문체도 크게는 아니더라도 약간은 다를 것 같아요! 제목은 급하게 지었슴다 제목 똥이내오 망할 것 같아... (feat. 홉펠레) 텀은 불규칙할 것으로 예상댑니다 어차피 1월 내내 독방에서 뛰어논 덕에 포인트 욕심은 없으니까여 자기만족인 것 이 말투 넘나 중독되는 것... 저 이 말투 오프라인에서도 씁니댜 도망가지 마세요 ^♥^ 암호닉은 그대로 옮겨 갑니다 정리해야 할 필요성을 느낄 때쯤에 정리할게요 글마다 정리하시는 작가님덜이 많은 것 같지만 인생은 마이웨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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