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브금은 없어요~
언제 서울 올라온거야?”
나는 벤치에 앉아 다리를 이리저리 흔들었다. 어색하기도 하고 꽤 좋지 않은 상황에서 맞닥드렸기에 비롯된 행동이었다. 어렸을 적에 나나 호석이나 둘 다 이렇게 될 줄은 몰랐었겠지.
“제작년쯤?그냥 공부하려고,부모님께서도 바라시고해서.”
“...”
호석은 웃는 얼굴이 굉장히 예쁜 아이였다. 집안에서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게 티가나는 아이였고 또한 모두를 행복하게 해주던 아이였다.
나는 그런 호석의 모습이 좋았고 조금씩 좋아하는 감정을 키워내었다. 예쁜 풍경을 볼 때나 맛있는 걸 먹을 때 호석의 웃는얼굴이 떠올랐다.
처음으로 누군가를 막연하게 보고싶다,같이있고 싶다라는 생각을 한 것이었다.
“예뻐졌다.”
“고마워.”
짧은 대화가 오갔다. 호석의 얼굴을 보자 마음속에서 간질거리던 마음이 여리게 아파왔다.
옛날에는 보기만해도 얼굴이 뜨거워지는 것 같았는데 그 간질거리던 것이 깃털이였다는 것을 안이후로는 결국은 과거의 추억으로 밖에 남겨둘 수없다는 것을 알았다.
내 맘속 간질이던 것이 나는 민들레씨라고 생각하며 키워나갔는데 뱉어보니 깃털이였다고,그냥 깃털뿐이었다는 것을.
[오늘 진짜 예뻐!진짜 예뻐]
[...]
예쁘다고 상기된 얼굴로 말하던 호석의 옛 얼굴이 오버랩되어 보였다.
그때는 그 간지러움을 참아내느라 대답조차 못했는데 너를 뱉어낸 지금은 예쁘다-라는 너의 말을 형식적으로 만들어버리는 대답도 할 수 있어.그게 지금의 나와 호석이었다.
“솔직히 우리 진짜 웃기다.나는 우유배달해서 그 넓은 서울바닥에서 널 찾아냈고,넌 거기 딱 있고.”
“신기하긴 하다. 근데 여기사는 사람들이랑 아는 사이야?”
“음...좀 많이?”
“그러면 김남준씨 없을 때 마다 여기서 돌봐주던거 너야?”
“아마 맞을걸,금요일마다 여기 오니까.다들 안면이 있기도 하고 아무래도 이상하게 안 받아들이니까 안심하고 맡기는거 같던데.”
호석은 눈을 휘었다.내가 끔뻑죽던 눈웃음인건 어떻게 알고 그렇게 짓는지 괜히 추억에 잠겨 옛날처럼 바보같이 따라 웃을 뻔했다.
“왜 웃어?"
“그냥...너무 변한 것 같아서”
“변했나?”
“응,근데 변해도 이상하지 않지. 1학년때 이후로 못 만난 거잖아.”
“넌 진짜 똑같아,애꿎은 내가 변한 것처럼 느껴지는 것 만큼이나.”
호석은 고개를 숙인채 쓰게 웃었다.함께 꿈을 꾸기로 약속했던 여자아이가 변해버렸고 자기는 자기대로 변함없는데 어떻게 같이 갈 수 있겠어.어떻게 돌아갈 수 있겠어.
***
“호석이가 저번에 니가 말한 첫사랑인가 하는 애냐?”
“네,뭐”
내가 생각해도 대답이 영시원치 않다.솔직히 말해서 처음에 그를 보았을때는 막연한 반가움과 그리움이 몰려왔었다.
그리고 그아이가 결국 나와 다를바없는 인생을 살고 있다는 것을 깨닫자 이기적이게도 부끄러웠다.
동경과 비슷했던 감정으로부터 시작된 어설픈 첫사랑이 내 생각과는 너무 다른,나와 같은 모습을 한 채 돌아왔다.감정은 물밀 듯이 나를 덮쳐오려 하는데 내 마음은 너무도 낡고 작아져서 결국 다 쏟아내버린다.
[보고싶었어.]
[나도.]
‘나도’라는 말과 함께 나의 그리움을 단순한 추억으로 끝맺어 버렸다.
“또 차였어?”
“아니거든요!”
“근데 왜 울상이야?”
민윤기씨는 가끔 아무런 곳에도 관심이 없는 것 같으면서도 섬세한 부분이 없지 않아 있단 말이지.민윤기씨는 ‘아님 말고’라며 고개를 기웃하며 먹던 아침밥을 먹었다.
다루는데 서투른 오른손으로 거의 끌어오다 싶이 아슬하게 반찬을 먹고 있다. 민윤기씨는 여기 오기전에 뭐 했다고 했더라?
갑작스레 거실전등이 붉은 빛으로 빛났다. 설마...설마죠?나는 김남준씨께 눈을 돌렸다. 김남준씨는 거의 울듯한 눈으로 고개를 숙였다.빨간 경보는...
“정희다,삐용삐용 태형이는 피난가야지!”
“지랄맞은,아침부터 이게 무슨 일이야.남준아 나 올라간다.”
아까부터 평소답지 않게 조용하던 전정국을 볼 때 눈치채고 자리를 피했어야 했는데 괜히 옛 생각에 빠져서는 날카롭게 신경을 세우지 못했다. 전정희씨 인격은 특히나 나한테 달라붙어 화장실을 같이 가자거나 하는 지랄 맞음을 보여주기에 더욱 조심해야 했다. 또한 하나도 궁금하지 않은 김남준씨와의 러브스토리를 만족할때까지 들어주어야했고 무엇보다 김남준씨와 간단한 안부라도 나누기라도 하면 너가 어떻게 그럴 수 있냐 아침드라마를 찍어야 했다.
다른 사람들도 야비하게 여기있는 사람들중 전정희가 나타나면 가장 괴로울 나와 김남준씨를 남겨두고 자기방으로 쏙 들어가버렸으니 김남준씨의 눈은 당혹스러움에 사정없이 흔들렸다. 내게 모든걸 맡긴다는 식으로 두어번 어깨를 토닥이던게 어떤 결과를 불러일으켜질지 모르는지 김남준씨는 내 뒤로 그 큰 몸을 우겨넣는다.
"##탄소야, 남준오빠랑 뭐해?"
나와요.제발 김남준씨 당신이 그럴수록 저와 전정희씨가 머리채 잡고 싸울 확률이 높아진다고요.김남준씨는 타들어가는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내 몸을 방패삼아 이리저리 피해다녔다.나보다 머리하나 넘게 차이나는 남정네가 그렇게 숨는다고 숨어지나,더러운건 싫지만 전정희는 더 싫은지 맨손으로 내 어깨를 이리저리 휘둘렀다.덕분에 중간에 낀 나는 딱 죽을맛이었다.
"##탄소야, 너 지금 남준오빠랑 사랑을 속삭인거지?"
아니요. 나는 고개를 내가 가장 빨리 흔들 수 있을만큼 세게 흔들었다. 초당 10세트씩 반복하며 바보같이 말을 더듬었다.또다른 손으로는 내 뒤에서 자꾸 헛소리를 하는 김남준씨를 떼어내는 것도 잊지않았다.
"##김탄소,너 내가 남준이 오빠한테 꼬리 한번만 더 치면 어쩐다 그랬어?"
"...남동생 허벅지에 끼워 죽일거라고..."
뒤에서 김남준씨의 웃음소리가 들렸다.내가 생각해도 너무한 형벌이다. 내가 인조반정때 지랄을 떤것도 아닌데 나라를 중국에 팔아먹은 놈들보다 더한 형벌을 받게 생겼다.그것도 손톱만큼도 관심없는 김남준씨때문에.
"...근데 왜 내말을 안듣고 자꾸 꼬리쳐"
팔꿈치로 치고있다만...
"김...김남준씨가!너랑 눈 마주치기 부끄럽다고 해서!"
뒤에서 내 양 어깨를 잡고 있던 그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한번만 더 개소리를 지껄이면 김태형의 먹이로 줄것이라는 무언의 압박이었지만 일단 내가 무서운건 전정희씨였다. 솔직히 말하면 어디서 살아숨쉬고 계시는지조차 모르는 전정희씨의 남동생의 허벅지에 압사될 나의 가련한 운명을 걱정하고 있다하는 편이 더 정확하다. 전정희의 남동생아 내 목소리 들리니...?
"...진짜?"
"응,그렇고 말고. 김남준씨 와꾸가 부끄러움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잖아?"
"그럼그렇지. 너가 배신하고 그럴리는 없지,그러면내 남동생 소개시켜줄게."
아니 허벅지가 단두대 역할을 하시는 익명의 남동생에게는 관심이 없다만요.전정희씨의 머리속은 벌써 더블데이트를 하는데 바쁜지 혼자 실실웃으며 나를 내려다보았다.내 뒤에서 숨어있던 김남준씨는 언제 주방까지 갔는지 등뒤가 허전해 하마터면 뒤걸음질치다 균형을 잃고 넘어질뻔 했다.
"걔가 좀 건방지고 해서 그렇지.사랑꾼이야.얼굴도 잘생겼고"
"마지막말 빼곤 안들리네요."
"나 닮아서 예쁘게 생겼다니까."
저 위에서 짧게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쳤다. 소리에 근원지인 2층 계단 중간에 김태형씨와 민윤기씨가 속 좋게 구경하던 중이였다.아니 저 인간들이,솔직히 고생하는건 김남준씨와 나뿐이지 둘은 서로 욕하면서도 저렇게 죽이 맞는편이라니까.김태형씨는 무섭지도 않는지 2층 계단 난간에 아슬아슬하게 걸터앉아 환하게 웃었다. 저렇게 인생이 행복하기도 힘들텐데...
“김태형씨! 위험해요!”
전정희는 내가 2층을 올려다본채로 피해주자 그 길로 주방으로 달려가 김남준씨의 품에 안겼다. 아마 김남준씨는 지금쯤 거품을 물고 기절했겠지?생각해보면 나도 짧은 시간동안 여기있으면서 다들 어떻게 대해야하는지,어떻게 피해야하는지 다 알것만 같았다. 이렇게 일년만 있으면 1억이라는데,의외로 꿀보직인 것 같기도 하고.
“괜찮아~ 하나도 안 위험해!”
배부른소리,괜히 웃음이 나왔다. 김태형씨가 가끔씩 눈치없게 굴고 성가시게 굴어서 그렇지 보고 있으면 기분도 좋아지고 사랑둥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사람인 것 같다.
그때였다. 민윤기씨가 난간에 앉아있는 김태형씨를 제 왼손으로 힘껏 밀어버린게. 모든게 슬로우 모션처럼 느껴졌다. 교통사고를 당할 때 그 자리에 요지부동으로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거참,반사신경 없는 인간들’이라고 한탄했던게 무색할 정도로 다리가 굳어 움직이지 않았다.
어젯밤 정국이에게 물은적이 있다. 왜 김남준씨와 민윤기씨가 답을 해주지 않는지에 대해.가장 솔직한 정국이기에 딱 답을 말해줄것만 같아서 였다.
[##탄소누나,왜 이렇게 울상이예요?]
[아니.김남준씨랑 민윤기씨한테 왜 치료같은건 받아 볼 생각은 안하냐고 물었거든요.]
[...그래서요?뭐래요?]
[글쎄라고만 말하지,다들 뭔가 날이서가지고는.]
난간에 앉아있는 김태형씨의 얼굴은 환하게 웃고만 있었다. 거의 떨어질 듯 기울어져 가는데 김태형씨는 뭐가그리 좋은지 내게 환하게 웃었다.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런거 아닐까요?태형이형 보면 딱 느끼는거 있잖아요.진짜 귀찮고 피곤한데 그렇다고 딱 슬픈걸 알아버린 형의 모습은 보고 싶지 않잖아요?]
[...]
[그니까 남준이형 아니 윤기형도 다 이유가 있어서 생긴 병 같은건데.그게 죄책감이든 나자신에 대한 원망감이든지 떼어낼수 없는 존재인게 아닐까요?]
나는 왜 그때 치료를 받지 않은거지?
호석이도,부모님도 선생님도 다들 내게 치료받으라 권유했는데 왜? 같은 꿈을 꿨던 친구의 무대를 망쳐논 죄책감,아니면 포기해버린 나에 대한 원망감?
[발 아직도 그래?]
[아니, 다 낳았어.]
[보고싶었어.]
[나도.]
어젯밤에 정국이가 했던 말이 괜히 더 가깝게 들려오는 것 같다.
[넌 왜 치료를 안 받는건데?]
[누나가 보고 싶으니까요.]
이제 하나씩 하니씩 뭔가 풀리고 있죠? 요번엔 좀 일찍 왔다!!!!
다들 무슨일이 있었으니까 여기 이러고 있겠지만요~ 처음말하는거지만 이건 성장물이예요(코쓱)
병.신 들이 일반인으로 바뀌면서 그 중간에 여러일들과 과거일들이 나올꺼니까 기대해주세요
오늘도 저와 달리시는 암호닉 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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