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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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정택운
우리 동에 이사라도 오는지 시끄럽다.
누가 이사 왔는지 참, 소란스러운 분위기에 한숨을 푹 내쉬고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
*
아이스크림이 들어있는 까만 봉지를 흔들며 마침 열리는 엘리베이터 문을 비집고 들어가 4층 버튼을 꾹 눌렀다.
문이 닫히는 틈새 사이로 고등학생쯤으로 보이는 남자아이가 제 몸집만 한 상자를 질질 끌며 오는 게 보였다.
거의 다 닫히려 하는 문에 빨리 열림 버튼을 꾹 누르며 남자아이가 오기만을 기다리자 남자아이가 상자를 질질 끌며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감사합니다.."
내게 꾸벅 인사를 하더니 버튼을 누르려 내 쪽으로 손을 쭉 뻗었다가 나와 같은 층에 가는지 손을 거두었다.
"407호로 이사 와요?"
"네."
"저 옆집 사는데. 근데 왜 이삿짐센터에 안 맡기고 무겁게 직접 들고 와요?"
"소중한 거라.."
아이가 상자를 제 쪽으로 더 끌어안았다.
아이를 쳐다보던 시선을 상자로 시선을 내리니 '건들지 마시오!' 매직으로 커다랗게 쓰여있는 글씨에 웃음이 입술을 비집고 나올뻔한 걸 겨우 참았다.
도착했음을 알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다시 낑낑대며 상자를 끌고 가는 아이에게 들고 있던 봉지를 건네니 아이가 동그랗게 눈을 뜨고 쳐다봤다.
"도와줄게요. 괜찮죠? 안 떨어트리게 조심할 테니까 그렇게 쳐다보지 말구요-. 이것 좀 들어줄래요?"
"감사합니다.."
상자를 들어 올리니 꽤 나가는 무게에 아이를 슬쩍 보니 상자를 끌고 오며 힘들었는지 아이의 이마에 땀이 맺혀있었다.
"아이스크림 좋아해요?"
"네? 네-."
"더워 보이는데 하나 먹을래요?"
제멋대로 말이 튀어나와버렸다.
"어.. 감사합니다.."
아이스크림을 건네받은 아이가 아이스크림을 들고 머뭇거리다 이내 집으로 들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