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오랜만이야 ㅎㅎ
오늘은 우리 지훈이랑 했던 데이트 중에 제일 기억에 남는 데이트썰 풀어줄게!
사실 지훈이랑 함께했던 모든 날들이 특별하고 기억에 남는 추억이긴 했지만, 그 중에서도 정말 기억에 남는! 데이트는 같이 한복입고했던 데이트야.
한복데이트는 내가 학생 때부터 꿈꿨던 데이트였어. 개인적으로 한복을 너무너무 좋아해서 꼭 한번쯤 남자친구랑 한복입고 데이트 해보고싶었거든 ㅠㅠㅠ 바람에 치마 펄럭거리는것도 너무 예쁘고 색감이나 모양도 예쁘고, 사진찍으면 분위기도 지대로구...특히 사람들이 생활한복이라고 입고 찍어서 올리는거 보면 진짜 구매욕구 상승하더라ㅠㅠ하여튼 나는 예전부터 한복 데이트를 격하게 꿈꿔왔어.
그래서 작년 내 생일날에 지훈이가 선물 대신 소원을 하나 들어준다기에
"정말? 다 들어줄거야??"
"내가 해줄 수 있는건 다 해줄게. 많이 비싼건 좀 생각해 보구요ㅎ"
"헐헐....난 너랑 한복입고 데이트 해보고싶어ㅠㅠㅠ한복데이트ㅠㅠㅠ"
"...한복입고...?"
"응응ㅠㅠㅠ"
"하하...뭐 재미는 있겠네..."
그러고 그냥 넘겼거든 지훈이가 확실하게 대답을 안해줘서...ㅎ(사실 좀 떨떠름한 표정이여서...ㅎ)
그러곤 그냥 그날 말한거 잊어버리고 지냈거든? 근데 올해 생일날에 갑자기 생각이 난거야 ㅎㅎㅎ 그래서 지훈이한테 내 작년 생일 선물은???
하고 물어보니까 되게 안에울리게 막 당황한 웃음을 지으면서
"아..ㅎㅎ....까먹고 있었네요..하핳..."
하고 그냥 넘기려는거야...(이 쉬키이거) 그래서
"안되겠어. 우리 한복사러 가자."
하고 이야기하고 지훈이 팔목을 잡고 밖으로 나가려 했어. 그랬더니 얘가 되게 당황한듯이
"아니...누나 한복은 가격이 되게 천차 만별이라 잘 알아보고 사야된데...!! 무작정 이렇게 사러 나가면 우리만 손해예요. 다음에 한복에 대한거 정보나 이런거 더 찾아보고 같이 사러가자.응?"
하기에 귀가 얇은 난 그 말에 넘어갔고 결국 또 한복 데이트는 까먹어버렸어.(하루 기억 금붕어 나레기)
그리곤 한달쯤...? 지난 후에 집으로 택배가 하나 왔더라고. 보낸이가 지훈이가 다니는 회사인거야(...!) 무슨일인가 싶어 놀라서 택배를 빨리 뜯어봤어. 상자를 열어보니까 안에 옷이 하나 있더라고. 빨간색이였는데 뭔가 싶어서 지훈이한테 전화를 했어.
"지훈아"
"네 무슨 일 있어요?"
"누나 자취방으로 택배가 하나 왔거든? 근데 보낸이가 너희 회사라고 되있어서"
"...헐 누나...뜯어봤어요?"
"어...테이프만 뗐는데...뭐 중요한거야?"
"안에 든건 봤고?"
"꺼내보진 않았는데 그냥 색깔만 봤어...많이 중요한거야..? 어쩌지..?"
"아...그거 되게 중요한건데..."
"정말...? 어떻게하지...? 미안해..ㅠㅠ"
"미안할건 없구요, 어짜피 그거 사이즈 어떤지 봐야되니까 한번 입어보고 연락 주세요"
"내가 입어봐도 돼? 너희 회사꺼잖아..."
"내가 디자인한건데 실제론 어떤지 보려구 제작한거예요. 누나가 입어보구 사진 찍어서 저한테 보내주세요! 회의 들어가야되서 끊을게요 누나!!"
하더라고. 뭐 별 수 있겠어? 그냥 꺼내서 입어봤지. 아니 근데 이게 뭐람
생활한복인거야
그때 까지만 해도 그냥 지훈이가 디자인 한 새 제품인가보다...하고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었어. 그리고 거울을 보니까 너무 예쁘더라... 빨간색 허리치마에 작은 꽃그림들이 여기저기 그려져있는 하얀 저고리. 한복이 아니라 한복스러운 원피스같았어. 와...역시 이지훈...하고 새삼 이지훈 실력을 감탄하면서 거울 속 한복을 감상하고 있는데 문득 이지훈이 사진찍어서 보내달라던 이야기가 생각 나서 사진 몇장을 찍어서 이지훈 한테 보냈어. 그랬더니 한 시간 쯤 후에 전화가 오더라고.
"누나 어때요?"
"야 너 진짜 디자이너 맞긴 하구나...진짜 예쁘다. 이거 내놓으면 너 완전 대박 나겠던데??"
"아 정말요? 누나 맘엔 들어요?"
"야 완전 들지...근데 난 이거 팔아도 비쌀것같아서 못사입겠다. 이거 한벌에 한 30만원은 할 것 같은데?"
"만드는데 한 50만원 들었어요. 옷감이랑 재료비는 20만원 정도고 내 수고는 30만원정도?"
"워...역시 이지훈. 인정한다. 맨날 내 옆에만 있으니까 수준도 나만한줄...ㅎ 남들이 수석 디자이너 수석 디자이너 하는 이유가 있구만??"
"ㅋㅋㅋ수석 디자이너는 무슨. 근데 그 한복 파는 제품 아니예요"
"엥...? 그럼 런웨이용??"
"아니ㅋㅋㅋ누나꺼예요. 사진 예쁘더라 잘어울려서 너무 다행이예요. 그거 입고 기다리고 있어요. 밤에 한복데이트 해야죠"
하고 말하는데 진짜 폭풍 감동ㅠㅠ오래됬는데도 안까먹은 세심함에 쓰나미 감동ㅠㅠ마지막 한마디에 지진 셀렘까지ㅠㅠㅠ
"...헐...알았어..."
하고 끊었는데 이자식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감동인거야ㅠㅠ그래서 그에대한 보답으로 풀메이크업을 하고 기다렸지..ㅎ
그러고 한 6시쯤에 이지훈이 내 자취방으로 들어오더라구.
한복입고있는 모습에 흐뭇하게 웃더니 풀메이크업 한 내 얼굴 보고는 애가 한발짝 물러서면서 흠칫하더라...ㅋ
사실 이지훈이랑 사귀면서 단 한번도 그 정도로 공들여서 화장한 적은 없었거든. 평소에 화장해서 답답한걸 싫어하기도 했고 지우는것도 귀찮고.(무엇보다 손재주가 없어서 화장을 잘 못함...) 하여튼 그래서 이지훈이랑 같이 있을 땐 아이라인 이상 그린적이 없었는데 이것 저것 많이바른거 보고 엄청 놀란 것 같더라 ㅋㅋㅋ
내 얼굴 보곤 한다는 소리가
"누나 얼굴에 뭐한거야...?"
ㅋㅋㅋㅋㅋㅋ 공들여서 화장했더니 뭐한거냐니...
근데 이지훈옷도 뭔가 심상치 않더라고...? 뭐지 저게 어디서 많이 봤던 옷인데 하고 생각해보니까 sns에서 많이 본 것만 같은...두루마기 코트였어 ㅋㅋㅋ
한복 싫어하는 것 같더니 결국 지도 입음 ㅋㅋㅋ아 귀여워
"뭐야 너도 한복 입었네?"
하고 이야기하니까 어떻게 알았냐더라 ㅋㅋㅋ역시 한복 덕후는 다르다면서
이지훈은 두루마기 코드에다가 청바지에 운동화만 신었는데 애가 키는 작은데 비율이 좋아서 그런지 뭐랄까...쇼핑몰 모델? 같더라. 역시 디자이너...핏이 남다르더라고 (디자이너는 어떤 옷이든 잘 어울릴거라는 고정관념을 가진 1ㅅ)
하여튼 우리 둘이 그렇게 밤 늦게 나가서 같이 파스타 집에 가서 스파게티를 먹는데 주변에 앉아있던 사람들이 다들 한번씩 힐끔힐끔 쳐다보더라 다들 뭐랄까..존경의 눈빛..?으로 우리 둘을 쳐다보기에 되게 자랑스럽고 뿌듯했는데 이지훈은 부끄러운지 고개 숙이고 귀 빨개져서 스파게티만 먹더라 ㅋㅋㅋ
"뭐야 이지훈 부끄러워?ㅋㅋ"
"아니...그냥 사람들이 쳐다보는게..."
"어허 디자이너가 자기가 만든 옷에 대한 자부심을 가져야지!!(막무가내) 어여 고개 들고 나 봐봐"
하니까 고개를 슥 들어서 날 쳐다보더라고
"봐 이렇게 이쁜 얼굴 왜자꾸 숨겨! 다른 사람들한테 내 남자친구 이쁘다고 자랑해야되니까 고개 빳빳하게 들고다녀! 그리고, 어? 한국사람이 한복입는다는데 뭐가 부끄러워! 자랑스러운거지ㅎㅎ. 그니까 부끄러워하지마 너. 너 지금 되게 멋있어"
하고 이야기하니까 그제서야 피식 웃더니 알았다고하더라. 그렇게 저녁도 같이 맛있게 먹고 같이 커피마시러 갔어.
카페 가는 길에도, 카페에 도착해서도 사람들이 다들 신기한듯이 쳐다보더라. 그 시선에 나도 사실 조금 당황하긴 했는데 그래도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이지훈이랑 팔짱 끼고 커피를 마셨어. 그러다가 이지훈이
"사진찍어줄까?"
하기에 나만 찍어주지 말고 같이 셀카 찍자고 했어. 그랬더니 좀 망설이다가 그러자고 하더라. 그래서 카메라를 키고 사진을 찍으려고 했는데 내 얼굴이 무리하게 크게 나와서...ㅂㄷㅂㄷ 얼굴을 뒤로 쓱 빼니까 이지훈이 잠깐 멈칫 하다가 자기도 얼굴을 뒤로 빼더라고ㅋㅋㅋㅋㅋ 매너없는 자식...
"아...이지훈 뭐냐...진짜 비매너..."
"....?"
모른척하는건지 아님 진짜 모르는건지 어리둥절한 얼굴로 날 보더라고. 그래서 한번 째려보곤 다시 카메라를 들고 내 얼굴을 뒤로 뺐어. 그리고 하나 둘 셋 하고 사진을 찍는데 이지훈이 갑자기 볼에 뽀뽀를 하더라고. 아니 뭐 물론 사진은 예쁘게 찍혔지만...
"뭐하노!!공공장소에서 남사시럽고로!!"
당황해서 사투리가 나오더라고 ㅋㅋㅋ 하여큰 저렇게 이야기하니까 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뽀뽀해달란거 아니였어요?"
하더라...ㅎ 여자친구가 사진을 찍을 때 얼굴을 뒤로 뺀다는게 어떤 의미인지 정말 몰랐나봐...ㅎ 하긴 형제라고는 형 하나뿐인 부산남자가 뭘 알겠음...
그날 이지훈한테 여자가 남자친구와 함께 사진을 찍을때 얼굴을 뒤로 뺀다는 건 얼굴이 작아보이게 나오기 위함이라는 걸 알려줘야만 했음...나름 귀여운 일화이긴 하지만...허헣
그리고 버스를 타고 광화문에 가서 같이 손잡고 걷고, 다른 커플분들한테 부탁해서 사진도 찍고... 지나가시던 어떤 아주머니는 한복이 너무 곱다고 칭찬도 해주셨어ㅎㅎㅎ(뿌듯
뭐 데이트 내용이 기억에 남았다기 보단 이지훈이 나만을 위한 한복을 만들어서 선물해줬다는거. 그게 더 기억에 남았고 좋았더 것 같아.
사실 한복도 내가 한복 데이트 하자고 이야기했던 작년 생일날부터 작업했던 거라고 하더라고...ㅎ
한동안 바빠서 실제로 만들어보지는 못했는데 올해 생일에 내가 이야기하니까 생각났다더라. 자랑스러운 새나라의 일꾼 같으니라고...ㅎ
하여튼 한복 입고 데이트를 했었다는거. 너무 좋았고 특별한 경험이였던 것 같아.
아참...그날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에서 한복입은 커플을 봤더라도 모른척해주길...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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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또 왔어요.
사실 첫번째 편에서 말씀드렸어야 했는데 까먹고 이야기를 못했던 부분이 있어서요.
사실 제가 쓰는 글인 '패션디자이너랑 연애하는 썰'의 시간 개념은 일정하지 않아요. 예를 들자면 글에서 '오늘'이 실제로는 1년 전일 수도 있고 내일일 수도 있는거죠. 그래서 제 글은 4편이 6편보다 먼저 일어난 일 일수 도 있고, 6편이 1편보다 훨씬 과거 일 수도 있어요. 그리고 오늘 글은 5편, 그러니까 여주가 임신을 하기 전의 스토리예요. 첫번째 화에서 미리 말씀 못드리고 혼란 드린 점 정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혹시나 궁금해하시는 독자분들이 계실까봐 말씀드리는 건데 '패션디자이너랑 연애하는 썰'은 9편의 스토리와 2편의 번외, 그리고 1편의 특별편까지 총 12편을 계획하고 있어요. (비루하기는 하지만 제 글이 나름 결말도 정해져 있어요ㅎ) 제 성격 상 한가지 일을 오랫동안 못하기도 하고, 차기작을 빨리빨리 쓰고싶기도 해서 이 글은 짧게 끝내려고 노력하는 중이예요...ㅎㅎㅎ
결말까지 얼마 안남았으니까 오늘도 재미있게 읽어주시고
오늘도 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