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 또 저 여우새끼가. "뭘 그렇게 봐. 하루이틀도 아니고" 이젠 여우의 몸으로도 가뿐히 케이지를 열고 나와선 자연스레 쇼파에 앉아 꼬리를 살살 움직이며 저를 바라보는 윤기를 바라보았다. 머리위로 크게 자리하고 있는 큰 귀를 확 잡아 들어올리고 싶었지만 저 째깐한 여우새끼의 몸 값이 제 몸 값보다 비싸다는 사실을 머릿속에 되뇌이며 윤기를 안아올렸다. "야. 아직 사람이거든?" "귀랑 꼬리나 집어넣고 말하지 그래요? 그리고 사람인 상태로 케이지에 들어가고 싶으면 계속 그렇게 있던가" 아무리 여우라 해도 성인 남성으로 변한 윤기의 몸을 번쩍 들어올려 걸어가는 남준과 그런 남준에게 매달려 바둥거리는 윤기는 짤랑- 하는 종소리와 함께 그저 '귀여운' 사막여우를 케이지 안으로 들여보내는 수의사-로 변하였다. 시발. 민윤기. 하는짓도 여우 시발. 남준은 깊은 빡침을 느끼며 케이지를 닫았다. 문을 잠그며 헐거워진 옆 케이지의 자물쇠와 그 안에 들어간 비글 한 마리를 한번씩 번갈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새로운 자물쇠가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어서오세요. 남준이 떠난 후 적막을 뚫고 돌돌거리는 쳇바퀴 소리가 들려왔다. w. 누인 남준은 제 눈앞의 남자를 한 번, 그에게 안겨있는 고양이를 한 번 바라보았다. 회색빛이 도는 러시안블루. 그냥 고양이는 아니었다. 남자도 그걸 알고있는듯 하고. 이 낯선곳이 많이 무서운듯 제 주인을 꼭 붙들고 있는 고양이에 남준은 푹 한숨을 쉬었다. 친해지긴 힘들겠구나. 무엇보다도 저 악마들 사이에서 버텨낼 수 있을런지. 남준은 아직은 케이지에 조용히 같혀있는 악마들을 떠올리면 진저리가 났다. 혹시 아는가. 저 고양이도 또 다른, 혹은 더한 악마일수도. 아니 저기 사막여우보다 더한 악마가 있을 수 있나. 한참을 혼자만의 고민에 빠진 남준을 고양이가 한참을 응시했다. 마침내 저만의 세계에서 빠져나온 남준이 고양이와 눈이 마주쳤고 천천히 눈을 감았다 뜬 남준을 고양이는 가볍게 무시했다. 저 고양이새끼가. 남준은 속에서 부터 올라오는 깊은 빡침을 누르며 남자와 이야기 몇 마디를 나누곤 고양이를 넘겨받았다. 시발. 남준은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제 눈앞의 지민과 그를 빙 둘러싸고 있는 다섯 동물(?)들을 바라보니 머리가 지끈거렸다. 저 다섯 애새끼들로도 벅찬데. 그러니까 이게 무슨 상황이냐면 남자로부터 고양이를 넘겨받은 남준이 케이지로 향하니 아까 헐거워보였던 자물쇠를 열고 호석이 나와있었고 이제 막 윤기를 풀어주던 찰나였다. 야. 남준이 호석을 향해 걸었고 그런 호석이 강아지로 변해 도망쳤다. 그 사이 윤기는 빠져나와 사람으로 변했고 귀와 꼬리를 내민 채 천천히 걸어가 작은 케이지에서 석진을 꺼냈다. 석진은 다람쥐의 모습 그대로 윤기의 머리 위로 빠르게 기어 올라갔고 윤기는 익숙한 듯 석진을 머리위에 얹은 채 소파에 앉았다. 남준에게 도망치던 호석은 이 와중에도 청소중이라 임시로 만들어두었던 토끼 케이지를 엎었고 이 기회를 틈타 정국이 빠져나왔다. 정국은 빠르게 뛰어가 소파에 올라타 사람의 모습을 하고는 호석과 남준을 쳐다보았다. 언뜻 남준의 눈에 들어온 정국의 표정은 정말이지 한 대 때리고 싶었다. 남준이 호석의 뒷덜미를 잡아 들어올리자 상황이 종료되는가 싶었지만 등 뒤에서 쉭쉭거리는 소리에 뒤를 돌아본 남준이 한숨을 쉬었다. 저만 빠져나오지 못해 잔뜩 심통이 난 고슴도치가 가시를 잔뜩 세우고 쉭쉭 소리를 내며 남준을 바라보았고 남준은 결국 태형까지 꺼낼 수 밖에 없었다. 이 와중에 말도 없이 사람으로 변한 고양이에 남준은 놀라 뒤로 자빠졌고 저를 박지민이라 말하고는 입을 다무는 지민에 한숨을 푹 쉬었다. 새로운 가족과의 첫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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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마음으로 읽어주셨으면 좋겠어요 럽라는 생각이 없구.. 아마 다음화부터 포인트가 있을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