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첫 연주가 있던 날,
다들 그를 보고 ‘악마에게 영혼을 판 피아니스트’ 라고 말했다.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다던 바이올리니스트인
'파가니니'가 미친 듯한 기교가 섞인 음악을 선보인 것과는 다르게,
그의 음악은 보다 심플하면서도 자극적인 무언가가 있었다.
그가 그려낸 오선지는 사슬이 되어 듣는 이를 옭아맸고,
그의 손가락 끝에서 탄생하는 선율은 마치 늪처럼
듣는 이를 저 아래로 잡아당겼다.
아래, 맞다. 그의 연주를 들으면 지하 세계로 빨려 들어가는 듯했다.
그 느낌을 받은 관객이 한 두 명이 아니었는지,
몇 번의 연주 이후로 사람들은 그를 악마 대신 ‘하데스’라고 부르곤 했다.
지하 세계의 왕, 하데스. 그의 연주에 참 걸맞은 별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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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자신의 피아노로만 연주했다.
그래서 매 공연마다 거처에서부터 피아노를 운반해야 했기에,
그를 섭외하려는 극장은 안전하게 피아노를 운반할
인부를 제공하는 조건을 꼭 내걸었다.
그런 그를 보고 사람들은 역시 천재라 그런지 까탈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누구는 장인은 도구를 가리지 않는다는 말도 다 옛말이라며 시시덕거리곤 했다.
오늘도 장정 몇 명이 그의 피아노를 옮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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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다른 음악가들과 달랐다. 그리고 여기 이 백작 영애는 다른 것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사람이었다.그의 음악을, 그리고 그를 가지고 싶었다.
-“오늘 연주 잘 봤어요. 정말 대단했어요.”공연이 끝난 후 영애는 마차를 불러 무작정 그의 거처로 향했다.영애는 자신감이 넘쳤다.최근 극장 사업으로 그녀의 집안은 큰 수익을 얻었으며,그녀의 아버지는 귀족 음악 모임의 핵심 인물로 떠올랐다.그런 백작의 딸인 그녀가 한 연주가의 집을 알아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꽤 낡은 문을 여니, 무언가 고민하며 종이를 구기는 그가 보였다.
“누구”“연주를 모두 챙겨봤어요. 당신의 음악에 홀려서 그랬던 것 같아요.”“그래서?”그가 짜증난다는 듯이 대답했다.“나에게 당신의 음악 이야기를 해줘요. 듣고 싶어요.”“…”“그리고 당신도 알고 싶어요.”황당한 듯 한 쪽 입고리를 올리는 그와, 한껏 상기된 듯 뜨거운 두 볼을 올리는 그녀.그 다른 두 웃음의 괴리가 작은 방을 가득 채웠다.
“음악 이야기라.”그는 무언가 떠올랐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세상에는 두 종류의 음악이 있어. 좋은 음악과 나쁜 음악”“그럼 당신은 어떤 음악을 만들어요?”“내가 어떤 음악을 하는 가는 그리 중요한 게 아냐.”“그럼요?”“어떤 음악이건, 오래 기억되면 좋은 거 아닌가?”“…”“그리고 난 내 음악이 오래 기억될 수 있다면 무슨 짓이든 해.”“그럼 나랑 결혼해요.”그가 피식 웃었다. 그녀는 그의 웃음이 자신을 향한 호감의 표시라고 생각했다.그 웃음은 그녀에게 있어 큰 자극이었다. 그녀는 더욱 적극적으로 그에게 다가갔다.“당신을 가지고 싶어요.”
“내가 당신의 것이 된다면, 당신이 내게 뭘 해줄 수 있지?”그가 흥미롭다는 듯 말했다. 그녀와 대화하면서 그 어느 순간보다 지금 그의 눈빛에 생기가 돌았다.“당신의 음악이 더 오래 기억될 수 있게 해 줄게요.”“무슨 수로?”“내 앞으로 떨어질 재산이 꽤 많아요.당신이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해줄 수 있어요.”“그거 말고.”“말씀만 하세요.”“나와 내 음악을 위해 뭐든 할 거야?”“당신을 가질 수만 있다면요.”“대답만 해.”“네, 뭐든 해요.”그녀가 대답을 마친 그 순간,무언가 날카로운 것이 그녀의 심장 부근을 관통했다.툭툭 끊기는 신음소리를 내며 그녀가 쓰러졌다.맥없이 축 늘어진 그녀를 싸늘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그가 말했다.
“다들 나를 하데스라고 부르더군”“너도 페르세포네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나?”“너는 그냥,”식어가는 몸뚱아리를 들어 올린 채, 그가 말했다.“케르베로스의 먹이, 딱 그 뿐이야.”“자, 케르베로스. 저녁 식사다.”그는 피아노 프레임에 영애를 집어 던졌고,그의 피아노가 놀라운 속도로 그녀를 집어 삼켰다.그는 피아노 뚜껑을 닫았다. 괴이한 소리가 났다.쇳조각이 비명을 지르며 마찰하는 소리 같기도,혹은 사자가 가젤 한 마리를 미친 듯이 물어 뜯는 소리 같기도 했다.“곡이 안 써질 때 딱 맞게 와줬네”
그는 다시 피아노 뚜껑을 열고, 건반에 손을 올렸다.잠깐 숨을 고르더니, 그의 눈은 온통 까맣게 물들며 연주를 시작했다.몰아치는 선율과 함께, 두개골 굴러가는 소리가 소름 돋는 화음을 이루고 있었다.-우와 첫 글이에요! 시즌그리팅 티저 보고 나서뭔가에 홀린 듯이 써내려 간 글입니다.급하게 써내려간 글이라 그런지 문장력과 어휘에저 스스로도 아쉬움이 있어요 ㅠ열심히 책도 읽고 습작도 많이 써서 더 완벽해지겠습니다.윤기가 티저에서 말한 대사가 어떤 맥락에서 나왔을까,고민하다가 이 스토리를 떠올리게 됐어요.글에 꼭 티저 대사를 언급하고 싶어서 짜맞추느라약간의 억지가 느껴질 수 있다는 점... 😢영화 '파리넬리' 속의 귀족 여성과 파리넬리의 대화를 참고해서 그런가,글 속의 배경은 낭만주의 시대인데 바로크 느낌이 나는 건 ....흐린눈 부탁드려욥....가볍게 즐겨주시길 희망하며 적은 글입니다!시즌그리팅 시리즈로 다른 멤버들의 글도 한 번 써보고 싶은데,금방 올 수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ㅠㅠ소중한 시간, 제 글에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