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을 들 수가 없어요.
저는 어릴때부터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어요.
뛰어난 재능이 있다거나 그런게 아니고 주위 사람들이 잘 그린다고 칭찬해주니 그걸 듣고 싶기도하고, 오기가 생기기도 하고... 그래서 정했죠. 더 큰 사랑을 받는 그림쟁이가 되자.
처음에는 그냥 흰 캔버스만 보면 뭘 그릴까 생각하면서 손이 막 움직였어요. 붓에 물감 뭍히는게 좋았어요. 그냥 막연하게.
근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감정만으로는 안된다는 걸 알았어요.
이 것만 가지고는 돈벌이가 안되는거에요. 그림을 어딘가에 내 놓으면 잘 안팔려요.
어느날 통장을 보니 물감사기에도 빠듯한거에요.
나는 분명 그리고 싶은게 많았는데, 그걸 생각하면 그림이 이상해지는거에요. 자꾸 잘그려야 잘 팔릴텐데, 어떻게 하면 팔릴까를 생각하면서 그리니까
남는건 쓰레기 뿐이였어요.
"내가 보기에도 어느것 하나 벽에 걸 수 없는 그림만 그려놨더라구요."
이재환은 그 한마디를 마지막으로 고개를 떨구었다.
그는 아름다운 나비를 쫓아가다가 길을 잃어버린 꼬마아이 같았다.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헤매고 있었다.
레오는 편안한 표정을 짓고 그를 지켜보고있었다. 알 수 없는 눈빛.
동정하지도 불쌍해 하지도 않았다. 그저 듣고만 있을 뿐.
"그림 그리는 일을 시작한걸 후회하세요?"
"..잘 모르겠어요."
"음 그럼 직업을 바꾸면 되잖아요"
"예?, 그건...좀"
"왜 꼭 굳이 화가를 할 필요가 없잖아요. 돈벌이도 안되는데"
"..."
"안그래요?"
"저기요,말이 너무 심하시네요!"
이재환은 레오의 얘기를 듣고는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며 언성을 높였다.
그걸 화도 내지 않고 바라보고만 있는 레오를 보며 재환이는 자기가 왜 화를 냈는지 몰라 당황하며 뒤로 밀려난 의자를 잡으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하나도 틀린 말을 하지 않았는데 왜 화를 낸거지.
레오는 각설탕이 들어있는 병의 뚜껑을 열고 집게로 한 개씩 꺼내 줄을 지어 벽을 만들며 얘기했다.
물론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면 벽에 부딫이고는 하죠.
과연 내가 이 길로 가는게 옳은 것인가, 이대로 정말 괜찮을까
근데 사람들은 잘 몰라요.
그 고민마저 행복한 줄 모르죠.
이재환은 각설탕으로 만들어진 벽을 보면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재환은 아무 반박도 하지 못했다. 마음 한구석에 누가 소리지르고 있는 기분이였다.
뭐가 잘못된건지, 뭘 느끼고 있는지 조차 깨닫지 못했다.
"자리를 옮길까요?"
레오는 자신을 따라오라며 앞장서서 움직였다.
발걸음을 멈춘 곳은 작은 시계들이 진열되어 있는 유리 진열대 였다.
레오는 반대쪽으로 돌아서 진열대를 사이에 두고 이재환을 마주보고 섰다. 그리고는 진열대에서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다.
줄지어져 있는 손목시계들.
그 중에 레오는 한개를 집어들어 진열대 위에 올려놓았다.
그가 선택한 시계는 가죽으로 손목부분을 만들고 금색으로 테두리를 칠한 평범한 손목시계였다.
좀 눈에 띄는게 있다면, 숫자 12와 3만 없었다.
레오는 재환이 쪽으로 시계를 밀어 보여주었다.
"내가 말했죠? 도와준다고. 이거, 가져가세요."
"이걸 왜.."
"당신에게 기회를 주는거야."
시간을 바꿀 수 있는 기회.
"기회는 딱 한 번이야. 그 안에 찾아내요. "
"뭐를 찾으라는 거죠?"
"그건 당신만이 알꺼에요."
분명 해 낼꺼야.
당신 그림 보고싶네.
다음에, 하나 그려서 가져다 줄래요?
그 말이 귓 속에서 맴돌았다.
정신을 차려보니 시계를 든채 재환이는 자신의 집 앞에 홀로 서있었다.
*
이재환을 보내고 난 뒤 레오는 진열대의 문을 닫고 가만히 서있었다.
무언가 생각에 잠긴 듯, 태엽소리마져 들리지 않았다.
걱정되면서도 할 수 있을 꺼라 믿는거 같았다.
가슴 안쪽 주머니에 넣어 두었던 회중시계를 꺼내 봤다. 움직이는 여섯개의 바늘.
한 개가 느리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 아저씨 벌써 가셨어요? 모자 두고갔는데.."
별빛이 반대쪽에서 두 손으로 모자를 들고 뛰어왔다.
아 좀만 더 일찍 올껄 그랬내 라고 말하면서 모자를 쳐다봤다. 레오는 그 모습을 보고 옅게 웃음을 짓고는 모자를 집어 들었다.
그리곤 별빛과 눈을 맞추기 위해 쪼그려 앉았다.
"또 올꺼야. 아저씨가 그림 그려다 준다고 그랬거든."
"정말요? 우와! 무슨 그림을 그려다 줄까요?"
"글쎄"
무슨 그림을 그려다 줄까?
안녕하세요. 장미빛 고래 입니다!
재환이에게 변화가 일어나려고 하죠? 무슨 시계를 건내준걸까여
그나저나 별빛 너무 귀엽네용ㅎ
제가 시간표를 짰는데 수강신청을 성공해가지고 목금이 공강이에요^^
생각했던것 보다는 그리 늦게 연재하지는 않을꺼 같아요!
다음 화정도에 다시 한번 암호닉 정리하겠습니다 신청해주셔서 감사해요 여러분.
항상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