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HisHim
여행을 가고 싶었어요. 마음을 정리하고 싶었을 뿐, 다른 생각은 없었어요.
내 마음을 정리하고 안식일을 갖고 생각해볼 것 들이 너무 많았어요. 그래서 나는 가요.
미안해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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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아침입니다.
나는 어제 저녁 8시 비행기로 이곳에 도착했어요. 도착하고 나니 다음날로 넘어가버렷네요.
아무 계획없이 이곳에 오니 걱정이 되기도 하네요. 하지만 당신이나 그 외의 것들을 두고 오니 홀가분해졌어요.
너무 게으름만 피우면 지루할 것을 대비해서 책도 몇권 가지고 왔어요.
책 중 하나는 「파이어 아일랜드」라는 책입니다. 작가는 앤 브래셰어즈 라는 여류작가입니다.
뭔가 가볍기도, 무겁기도 한 책인거 같아 맘에들어요. 지금 내 상황같거든요. 여행갈때 당신께 추천드립니다.
산책을 하고 돌아와서 또 쓰게됬어요. 산책이라기보다는 그냥 탐방? 이라고 해야겠죠. 해변쪽 도로를 좀 둘러보고 호텔을 둘러보았습니다. 호텔을 따라 걷는 길이 있더군요.
로비를 지나 밖으로 나가면 보이는 길. 옆에 폴로라이드사진이 바로 그 길이예요. 발자국같은 돌이 쭉 놓아져있었어요.
누가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센스만점이네요. 당신의 톡톡튀는 센스와는 다른 느낌이라서 당신이 생각나지는 않더군요.
하지만 이렇게 편지를 쓰니 당신생각이 안나는건 아니예요. 아니다, 지금 비교하니깐 길을보고 당신이 떠올랐을지도 모르겠죠.
쨌든, 길을 따라 걷는데 한 여자아이를 보았습니다. 아주 예쁘더군요. 길을 잃었는지 이리 저리 방황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곧 그 아이네 집 개로 보이는 큰 개가 아이를 보고 짖더군요. 아이는 개를 따라 갔습니다.
분명 길을 찾았을거예요.
개는 영리 하니까요.
이해할수없다구요? 거짓말. 우리가 기르는 리트리버-제임스 만 봐도 알 수 있는걸요.
아 아직은 당신들이 그닥 그립지 않은 걸 보니 나는 이곳 생활이 만족스럽나 봅니다.
우리 다음에는 꼭 같이 와요. 물론 일단 우리가 이 시점을 잘 넘겨야 겠지만요.
호텔을 다 도니 점심먹을 시간이였어요. 호텔 안 카페에 들어가 샌드위치와 라떼를 시켰습니다.
라떼는 스윗 포테이토! 고구마맛으로, 샌드위치도 고구마가 들어있는 야채 샌드위치로 점심을 때우고 돌아와서 이걸씁니다.
그럼 난 낮잠좀 자야겠어요.
낮잠을 자려니 당신 팔만큼 편한 베게는 없더군요. 아, 그냥 제임스라도 데려와서 베고 잘껄 그랬나봐요.
결국 베게는 껴안고 자고 이불은 땅바닥에 버리고 잤어요. 목이 결리네요. 운동좀하고 씻고 저녁먹으러 가야겠어요.
오늘 저녁은 아웃백에 가서 먹었어요. 다들 가족인데 나혼자 솔로라 기분이 상하긴했지만 그래도 괜찮았어요.
왜냐하면 호텔에 도착한 지금 나는 바삭바삭하고 따뜻하게 데운 부시맨빵을 버터에 발라먹고있거든요.
메뉴는 앨리스 스프링 치킨 이였어요. 닭고기위에 치즈가 올려져 내가 항상 내가 먹던건데. 당신은 느끼한건 싫다며 내가 주는 음식은 한번도 먹지 않았죠.
이런. 우울해졌네요.
우울함을 달래기위해 음악을 좀 듣다가 자야겠어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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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
하암. 이라고 해야 아침이란걸 알릴수 있을까요?
네. 아침이예요.
난 아침을 그닥 좋아하지않는데 여기선 모든게 긍정적인거 같아요.
어제 편지를 보면 아침에 투정이 별로 묻어나오지 않은걸보니.
이곳은 참 평화롭네요.
아침은 라떼 한잔으로 떼우고, 아 그전에 이야기 하나 할게요.
오늘 아침엔 삶은 고구마가 아직 없다길래 바닐라라떼를 주문했습니다.
내일 부터는 일찍 준비한다고 사과도 받았어요! 그런데 라떼위에 그림이 올려져 있더군요!
헤헤. 또 찍어서 옆에 붙여놨어요. 필름이 10장 밖에 없어서 하루에 한장만 사용하려고해요.
뭐 가끔 가다가 충동 촬영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10일 안에는 돌아갈거라 믿어요.
왜냐하면 입국심사대에서 얼마 머무를 거라는 질문에 10일정도 라고 이야기했더니 표를 내놓으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그러면 뭐해요. 나는 호주영주권이 있는데. 여차자차해서 표는 6일후 오후5시 비행기로 끊었답니다.
나는 그때 당신이 마중 나와줄거라고 생각하고 있답니다.
꼭, 그랬으면 좋겠네요.
산책은 미뤄두고 책을 읽었어요.
비행기 안에서 몇번 훓다가 만 책인데 예전에 읽은 책이더군요.
그때는 얇은 책으로 읽었었지만 오늘은 두께가 4cm정도 되는 걸로 읽었어요.
제목은 「제인 에어」입니다. 작가는 어디에 써져있는지 보이질 않네요. 나중에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알려줄게요.
아아, 아직 책을 4분의 1밖에 읽질 못했어요.
아. 당신이라면 10쪽정도 밖에 못읽었으려나? 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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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REE
어제 일찍 잠드는 바람에 애프터눈 이야기는 쓰질못했내요. 어제는 점심은 롤로(고구마가 들어갔답니다.), 저녁은 간단하게 샐러드로(이것도 고구마..) 해결하고 바로 잤어요.
책읽으려고 침대에 누웠는데 바로 잠이 들었나봐요.
아. 제인 에어의 작가는 샬럿 브론테래요. 그럼 혹시 에밀리 브론테는 누구일까요? 정답은! 샬럿의 자매랍니다. 「폭풍의 언덕」을 쓴 작가라는데 나중에 읽어봐야겠어요.
일단 아침먹고 씻고산책하고 다시써야 겠어요. 배가 고파서 (당신표현으로) 돌아버릴거 같아요.
아침도 결국 고구마가 들어간 음식을 먹었답니다. 이러다 나 진짜 당신말고 고구마와 사랑에 빠지는건 아닐지 걱정이네요. 돌아가서 고구마 한박스를 옆에 끼고 당신한테 이야기하는거예요. 우린 역시 아닌거 같아.
물론 진짜 그러진 않을거예요. 당신이나 다른 사람 데리고와서 안 그랬으면해요.
고구마 속에 치즈와 베이컨을 넣었는데 베이컨이 덜익은거 같아 항의를 했더니 원래 그렇게 먹는거라나 뭐라나.
이러다 배탈나면 지네가 책임질껀 가요.. 쳇. 아침에 이런 소소한 문제로 기분이상하니 더 짜증이 나네요.
산책좀 하고 올게요.
오늘 산책은 정말 아름다운 산책이였답니다. 그래봤자 아직 두번 밖에 걷질 못했지만..;
둘러보기만 하던 해변을 신발도 벗고 바닷물에 발도 담가 보기도 했답니다. 아름다웠던건! 주위 풍경이였어요.
서로의 팔을 베게삼고 파라솔을 이불삼아 잠을 자던 신혼부부와, 좀 떨어져 의자를 피고 기타를 치던 두 소년.
그리고 메아리치는 파도소리와 그에 맞춰 움직이는 에메랄드 빛 파도. 언제이고 따스히 내려쬐는 태양과 그모든것들이 나를 달래주었어요. 당신만 있으면 완변한 이 곳에 당신이 없으니 우리가 떨어져있다는게 실감나는 거같아 마음이 아프기도 했지만.
그래도 우리는 만날꺼니깐.
산책 갔다와서 당신께 문자를 보냈어요. 보기는 했나요? 혹시 아직도 내가 미운건가요. 내 번홀 보고 지워버리지는 않겠죠.
문자대로 공항에 나와줬으면 좋겠어요.
민호야. 내가 화낸건 미안해.
용서해줘.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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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VE
어제 다시 나가서 마켓에 다녀오려다 비를 맞으면서 돌아왔어요.
우산도 없는데 왠 비람. 여기는 폭풍도 번개도 없을 줄 알았는데....
그래서 감기에 걸려서 어제는 편지도 못썼네요. 꼬박 앓아버렸어요. 설마 사랑의 열병때문은 아니겠죠..?
미안해요. 개드립좀 쳐보고 싶었어요.
콜록콜록, 약좀 먹고 올게요.
기침이 계속 나와서 마스크를 끼고 나왔더니 기범이가 어디아프냐고 걱정해주더군요.
아. 기범이가 누구냐고요? 저번에, 바닐라라떼먹을때 위에 천사그림 그려준 바리스타 말이예요!
알고보니 한국사람이였답니다.
어제 카페로 가며 '아..추워-' 라고 중얼 거렸는데 기범이가 그걸 듣고 한국사람이냐고 물어봤어요.
나야 반가워서 기침하는 것도 잊고 수다를 떨어댔답니다. 머리색이 둘다 까만색이 아닌 나는 갈색, 기범이는 금발 이여서 한국인인줄 몰랐던거죠.
거기다 영어도 좀 유창하게 해대니 얼굴은 모르겠고 미국계 중국사람인줄알았데요.
내가 그렇게 이국적인가요? ...아닌데..
아. 그러고 보니 당신 머리가 많이 기네요. 한국으로 돌아가면 자르라고 잔소리할거예요. 두고봐요.
베란다 흔들의자에 앉아서 책을 읽고 있었는 데 해변에서 키스를 나누는 중년대의 부부 한쌍을 보았어요.
서로에 대한 감정이 아직도 식지않아 달콤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어깨와 허리에 손을 두른 두 사람은 정말 행복해 보였어요.
우리는 사귄지 1년을 약간 넘겼을뿐인데 권태기가 와서 이렇게 멀리떨어져있네요. 우리도 만나면 다른 사람 염장좀 질러보는건 어때요? 아, 물론 외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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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X
점심은 오랜만에 비빔밥을 먹었어요. 당신이랑 같이 양푼에 야채 넣고 고추장 넣고 만든것 보다는 별로였지만, 오랜만에 한국음식을 먹으니 빨리 한국에 돌아가고 싶어요.
이젠 여기가 그닥 좋은곳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어요.
이젠 외로운걸 무엇으로 든 채우질 못하고 있네요. 기범이가 그나마 말 벗이 되어주어서 향수병엔 걸리지 않을거같아요.
어제 모래사장을 거닐다 조개껍데기를 몇개 주워서 기범이한테 갔다줬더니 오늘 조개껍데기 목걸이를 만들어줬어요!
애인 생기면 주라면서 두개를 줬어요. 하나는 당신에게 드릴거예요. 당신이 안받으면 제임스한테나 걸어줘야겠네요.
옆에서 기범이가 자꾸 뭐하냐고 물어봐서 편지쓴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편지고 뭐고필요없고 자기랑 놀아달래요.
특별한게 없으니 그럼 좀놀다 올게요.
저녁은 기범이와 기범이의 애인과 함께 했어요. 애인 이름은 이태민인데 나이는 기범이보다 어리더라구요.
영계라서 좋냐고했더니 이태민이란 애가 날 째려봤어요.
그냥 그때 한대 쥐어박을껄..
당신도 내 성질 알잖아요. 내가 당신한테 처음 한 말이 아마 뭘봐 십새야? 새끼야? 였을꺼예요.
뭐 이젠 거의 안하지만.
그냥 당신이랑 화해하고 올걸 그랬나봐. 계속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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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VEN
후아. 오늘이 마지막으로 여기서 자는 날이네요.
내일 갈아입을 옷이랑 세면도구 를 제외한 물건들은 트렁크에 넣어놨어요.
공항까지는 기범이가 태워준다고 했고, 내일 저녁은 도착하고 먹고...
아 정신이없어요. 일주일동안 호텔방을 어질러놔서 방금 다 치웠어요.
원래 나 정리 잘하는데.. 여기와서 긴장을 안하고 뒹굴뒹굴 거리니깐 결과가 참담하네요.
지금 베란다 의자에 앉아서 바다를보고있는데 요트를 타는 사람들이 꽤 있어요.
아. 혹시 이 말 알아요?
흰천과 바람만있으면 어디든 갈수 있어.
ㅋㅋㅋㅋ 자음남발.
꽃보다 남자에서 지후선배의 오글토글 손발이 퇴갤거리는 대사예요.
당신이 태워주는 요트는 어떨까요.
탈 수 있길바랍니다.
저녁은 라면을 먹었어요. 가방에 있던 5개묶음 중 3개를 꺼내 기범이랑 끓여먹고 2개는 기범이한테 줬어요.
나는 내일 가면 많이 먹을수있을테니. 눈 부어도 저녁이되면 붓기가 빠지니까.... 신경안쓰고.
내일 아침은 고구마 샐러드로. 점심은 아웃백가서 기범이랑 런칭타임....
후식으로 호텔 안 카페의 고구마 라떼를 먹고. 차타고 출발! 해야겠어요. 여길 떠나야 되서 섭섭하지만 평생 안올것도 아니고 기범이도 가끔 한국가니깐 슬픈건 잠깐..
마지막으로 해변을 돌아보고. 남은 필름으로 사진을 찍고. 돌아와서 자야겠어요.
오늘은 달이 보이길.
*
웃음이 났어.
니가 준 공책.
대충 훓어 보니 사진 몇장과 빼곡히 채워진 글자들.
자기랑 어울리지도 않는 존댓말을 써가면서 글을 썼나보다. 어색해서 어쩔줄몰라하는 모습도 보이기도하고.
보고싶은 건지 계속 나를 부르는걸 보면. 너는 날 많이 사랑하는구나를 알수있어.
얼마나 찾았는지.
집에도 본가에도 이진기네 집에도 없어서 놀라고.
몇일후 공항에서 보자는 문자에 가슴이 내려앉았다.
설마가는 건 아니겠지 했지만 호주-5시 비행기는 입국하는 비행기만 있더라.
그렇게도 가고 싶어했던.
크리스마스 시즌이 아니라서 불만이였기도 했겠지.
혹시 바다 보면서 헤어지는거 생각한는건 아니겠지.
너무 화만 내서 미안하다고 사과도 안했는데.
삐져서 간거겠지?
영영 안보는 건 아니겠지, 하고 애가 탔어.
공항에서 너를 보자 바로 웃음이나 오더라.
두리번 거리며 나를 찾다가 발견하곤 이리 오는 모습이 참 예쁘더라. 이 이쁜아이를 일주일동안 보지 않았다는게 내가 너무 바보 같아서 너를 으스러지도록 끌어안았다.
보고싶었다고 울던 네가 안쓰러워서 등을 토닥여줬어.
이럴거면서 왜 몰래 가서는.
옆에 내게 기대어 잠든 네게서 느껴지는 네 마음을 숨기고 감춰 그날 내게 했던말.
내가 네게 했던말 다 잊자.
그리고 우리눈 다시만나는 거야.
마치 한여름밤의꿈 에서 처럼 일어나니 모두 꿈이였어.
자고 눈뜨니 너가 보이는 건 나, 내가 보이는건 너.
그리고 둘은 서로 반해. 그리고 행복하게 사는거다.
말없이 떠난거 미안하면 자고 일어나서 다 읽으면 자고 있는 내게 키스해주기.
안해주면 혼날꺼다. 어떻게 혼날지는 알아서 생각하고.
사랑한다. 김종현.
끝
수정 딱 1번한거예요!! 제 실력을 탓하지는....마세요..ㅠ 아 한심해라.
마지막은 민호가 종현이한테 편지 쓴거고, 나머지는 모두 종현이가 호주에서 민호에게 쓴거랍니다.
작가는 여기까지, 모바일에서 보죠..
HisH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