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전에 말했듯이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지만 포토 관련 종사자이다 보니 새벽까지 작업을 할 때가 많음 (낮시긴에 미루다가 밤에 시작함^,^..) 한솔이는 내가 작업에 집중하기 시작하면 같이 유튜브 보면서 놀다가도 꿍얼대거나 찡찡대는 거 없이 잘 놓아줌 (걍 침대에서 안 내려옴) 한번 집중해서 하면 두시간은 훌쩍 지나있는데 한솔이가 뭐 하나 싶어서 쳐다보면 보통은 휴대폰 쥐고 잠들어 있음 유튜브 보다가 잠든 것 같음 그 모습이 또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휴대폰 집어들고 카메라로 찰칵 찍으면 그 소리에 또 깨나봄
그럼 그때마다 이렇게 눈도 제대로 못 뜨면서 활짝 웃어줌 귀염둥이… 이번에는 한솔이랑 어떻게 알게 됐는지 조금 자세히 적어보려고 함 나랑 친한 대학 선배가 세븐틴이랑 협업해서 했던 작업들이 꽤 있음 다른 멤버들이랑도 친분이 있는 편이지만 유독 한솔이랑 친해진 것 같았음 그 오빠가 취미로 찍은 서울 시티 사진을 일주간 가로수길에서 전시했던 적이 있음 전시 마지막날 구경하러 갔다가 한솔이를 만나게 됐음 모자 푹 눌러쓴 남자애가 하나 앉아있었는데 오빠가 귓속말로 세븐틴 아이돌이야 그러더라… 그 말에 긍금해져서 살짝 갸웃대면서 봤는데 얼굴을 얼마나 꼭꼭 감쌌는지 눈 한번 못 마주쳤음 그래서 걍 아이돌은 아이돌인가 보네~ 했다가 얼떨결에 다같이 술 먹으러 가게 됐음 난 거의 끌려가다시피 했음… 그 술자리에서 퍼먹던 인간들은 다 빨리 죽어버리고 다음날 알바 가던 나만 홀짝대느라 한솔이랑 둘만 살아남아서 얼떨결에 말을 트게 됐음 거의 다 내가 아는 사람들이라 한솔이랑 같이 끌고 나가서 택시 태워 보냈음 가게 앞에 앉아서 헉헉 대고 있으면 한솔이도 털썩 주저 앉았음 “와 진짜 힘드네요…” “그러게… 한솔아 너라도 멀쩡해서 진짜 다행이다… 너 없었으면 나 어쩔 뻔했냐 어휴 저 지겨운 김현석” “누나는 집 어떻게 가요?” “나? 나도 택시 타고 가야지 한솔이 아까 옥수 쪽에 산다고 했지 않아?” “네 저 옥수에서 숙소 생활 해요 멤버들이랑 누나 집 이 근처예요?” “나 금호 살아 옥수역 바로 위에” “아 진짜요? 되게 가깝네 같이 가요 그럼” 이렇게 같이 택시를 타게 됐고 내리기 전에 한솔이가 번호를 물어 봤었음 내리고 택시비 얼마 나왔는지 알려달라고 자기가 계좌로 입금하겠다고 하더라… 첫인상으로는 아이돌은 아이돌인가 보네~ 했었는데 그게 아녔음 아이돌도 사람이구나 싶더라 그치 괜히 김현석 그 인간이랑 친해진 게 아닌 거겠지 이후에는 한솔이 인스타 비공개 계정으로 내 인스타를 팔로우 했었음 누군지 몰라서 맞팔은 안 하다가 누나 저예요 하는 디엠 보고 급하게 맞팔 했었음… 사실 이후로 주고 받음 연락은 딱히 없었음 이후로 한달?쯤 지났나 전시 예매한 걸 스토리로 올렸는데 한솔이한테 스토리 답장이 왔었음 ‘와 나도 가고 싶다’ ㅋㅋ 너도 갈래? ‘ㅠㅠ 언제 가는 거예요?’ 11월 16일에 너 시간 돼? 물어보니 반나절은 대답이 없더라 걍 빈말인가 보다 했음 원래 혼자 보러가려고 했던 거라 별 다른 생각도 없었고 근데 저녁 먹고 있을 때쯤에 한솔이한테 디엠이 왔음 11월 16일에 전시 네이버 예약 캡처본이었음 이때부터 뭔가 좀 느꼈음 같이 전시 보면 혼자 가는 것보다 재밌고 좋겠지만 굳이…? ㅋㅋ 나한테 관심 있나? 하고… ㅎ 도끼병일진 모르겠지만 내 입장에서는 정말 굳이인 일이었음… 이후에 한솔이한테 그때 왜 그랬냐고 물어보니까 그냥 내가 뭐 하는 사람인지 궁금해 했었다고 함 그런데 자기도 전시 보러가고 싶었는데 딱이구나 싶었대 몰랐는데 부모님이 화가셔서 아티스트적인 면으로도 관심이 많더라고 그래서 더 친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됐음 같이 전시를 보면서 한솔이 사진을 정말 많이 찍어줬는데 기분이 좀 밍숭맹숭 했음 이때부터 무언가가 시작됐던 것 같음
그날 이후로 심심할 때마다 뭐하냐고 연락을 주고 받는 사이가 됐음 한솔이는 어지간하면 답장이 빠른 편이었음 이후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자기는 휴대폰을 자주 보는 편은 맞지만 답장을 꾸준히 잘하는 편은 아니라고 하더라 그때 당시에 굉장히 신경을 쓰기도 했지만 연락을 하는 게 재밌어서 자동적으로 그렇게 됐다고 함 이때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 여동생이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음 썸타는 사이에 카톡 하면서 국룰로 주고 받는 사진 있잖아 본인들 과거사진 우리도 꽤 많이 주고 받았음 스타트는 내가 먼저 시작했음 오랜만에 본가 가서 저녁밥 먹고 중고등학교 졸업 앨범 보다가 한솔이한테 찍어서 보내줬음 (사진) ㅋㅋㅋㅋㅋㅋㅋ 이것봐 나 중3 때야 ㅠㅠ ㅋㅋㅋㅋㅋ 다 늙었어 나 ㅠ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나도 안 변했네 진짜 그대로다’ ㅋㅋㅋ 와 진짜 추억 돋는다 ㅠㅠ 나 완전 애기였었네 ‘응애네’ 아 응애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
‘나야’ 와… 넌 저때도 잘생겼네 얘는 흑역사가 없네 어이없어 와중에 왜 자상한 오빠인 건데 김현석 봐라 여동생한테 어떻게 하는지 ‘와 누나 지금 와 현석이 형이랑 나는 급이 다르지’ ㅋㅋㅋㅋ 너 김현석한테 다 일러 ‘근데 누나 중학생 때 귀엽다 지금보다 볼살이 더 포동포동했네 애기 같다’ ㅋㅋㅋ 뭐래 말 돌리네 이때도 썸이었던 거 맞는 것 같음 이때 나도 최한솔한테 관심 있었고 최한솔도 나한테 관심 있었대 근데 둘 다 쑥맥이라 저걸 ‘너한테 관심 있어’라고 온몸으로 표현하던 시기인 거임 ㄹㅇㅋㅋ 각설하고 다시 현재로 돌아오자면 한솔이는 그냥 고양이 좋아하는 똑똑하지만 귀차니즘 멍충이임 =_= 한때 우주과학에 지독하게 빠져서 새벽까지 초끈이론 유튜브 돌려보는 애임 그거 다 보고 나서 나한테 꼭 강의했음 “여주 여주 여주 이거 진짜 대박이야 진짜 내 말 한번만 들어봐” “뭔데뭔데뭔데뭔데 오늘은 뭐야 한솔아?” “아니 이거 진짜 대박이야 모든 물질이 1차원이라고 가정했을 때 우주가 11차원으로 이루어졌다면 우주의 4개 힘은 하나로 통합이 가능하대” “…? 어어… 뭔 소리지 그래서…?” “Wow… 여주… 그러니까 이 이론의 핵심은 우주의 물질이 끊어지지 않는 끈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거야 여주도 나도 지금 입고 있는 옷도 뇨끼도 이 침대도 지구도 그 끈이 우주의 최소 단위라고 말하는 이론이래 string theory” “Wow… 그래서 뭔 소린데?” 아니 그래서 진짜 뭔 소린데 그게 한솔아 한솔아…? 알려주고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