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ujika - Grim
눈 바로 앞에서 깜박이던 박지민의 눈동자 속에 끌려들어가려던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사방신 중에서도 주작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특유의 분위기로 사람을 매혹시킨다던 말이 문득 떠올랐다. 내 표정을 보더니 손을 떼고 뒤로 조금 몸을 뺀 박지민이 말을 반복했다.
"징표 어떻게 생겼는지 안 궁금하냐고요. 목 뒤에 있어서 보기도 힘들테니까."
어떻게 생겼나 궁금하긴 했다. 박지민이 말한 목 뒤 부근이라면 보려고 애쓰기 전까지는 발견하기 어려운 부위라 지금까지 내가 몰랐던 것도 -몇 개월간 몰랐다는 게 많이 둔하다고도 칠 수 있겠으나- 납득이 되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의심이 채 가시지 않았기에 박지민이 하는 말들이 거짓말이라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 일단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지.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물었다.
"거울 어딨는데?"
"직접 보려고? 잘 안 보일걸요."
눈썹을 한 번 치켜올려보이자, 어깨를 으쓱해보인 박지민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절 따라오라는 손짓을 했다. 왼쪽 복도를 꺾어져 들어가 한 방으로 안내해준 박지민의 손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니 방 한가운데에 걸려있는 전신 거울이 보였다. 정말 아무것도 없고 거울만이 덩그러니 놓여져 있다. 아, 햇빛이 들어오는 창문도 제외하고선.
거울 앞에 서자 정신없이 산발이 된 머리로 서 있는 여자가 보였다. 게다가 아까 울어서 그런지 화장도 약간 번져 있었다. 꼴사나울 정도는 아니었지만... 아무튼. 이게 나란 말이야? 정신없는 일들이 일어났다고는 해도 이렇게 엉망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터라 옷을 정리하려다가, 어차피 여기에 잘 보일만한 사람은 없는 것을 떠올리곤 뒤돌아서 옷자락을 살짝 끌어내린 채 거울을 쳐다봤다.
제대로 안 보여서 요리조리 몸을 뒤틀며 옷을 더 잡아내리고선 문양을 확인한 바로는, 양 날갯죽지 위에서부터 시작되는 붉은 날개와 그 사이에 자리를 잡고 있는 날카로운 새 한 마리 같은게 눈에 들어왔다. 그러다 잊고 있던 박지민이 떠올라 고개를 돌렸는데, 혹시나 하는 내 걱정과는 다르게 박지민은 문턱에 등을 기댄 채 내 쪽으로는 시선을 주고 있지 않았다. 매너남인가. 그러나 첫만남을 상기하고서는 재빨리 잊기로 했다. 대신 나는 박지민을 불렀다.
"음, 박지민?"
그러자 박지민이 고개를 돌려 날 바라봤다.
"아까, 보여준다고 했던 말이면... 너도 비슷한 징표를 가지고 있는 거야?"
"비슷한 게 아니라 완전히 똑같은 거. 똑같은 위치에."
박지민이 내게 걸어왔다. 나는 눈을 깜박이다가 손을 휘휘 저어 보여달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러자 박지민은 말없이 뒤돌더니 입고 있던 후드를 반쯤 벗어내렸다. 살짝 당황했지만 파인 옷 위로 보이는 선명한 징표를 확인할 수 있었다.
"노출증 환자도 아니고.."
"무슨 엄한 생각을 하길래 노출증 환자다 뭐다 생각하는 건지."
피식 웃으며 되받아치는 박지민의 목소리에 기분이 조금 언짢았지만 이 와중에도 궁금했던 터라 드러나있는 징표를 바라보았다.
손바닥보다는 조금 작은 크기였다. 나는 방금 전 거울 속에서 확인했던 내 몸에 새겨져있던 문양과 지금 내 눈앞에 드러나있는 징표를 생각하며 더 자세히 바라보았다. 날갯죽지 위에 하나씩 새겨져있는 섬세한 날개, 그리고 그런 날개 사이에서 태어나는 새 한 마리. 똑같았다.
"정말 똑같네..."
"태초의 불씨 속에서 태어나는 새."
"어?"
"우리가 가진 징표의 의미요."
반쯤 벗어재낀 후드를 다시 훌쩍 올려입으며 박지민이 몸을 돌려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잠든 생명들을 부드럽게 어루만져 깨우는 봄, 청룡에게서 순서를 이어받아 이 세상에 숨쉬는 모든 생명들이 창창한 여름을 맞이해 푸르게 익어가는 계절을 무사히 이끌어 나가, 점차 시그러지는 가을에 당도할 때까지."
이 말을 하면서 얼핏 미소를 지어보였는데 그 순간만큼은 어느 누구도 이보다 순수한 표정을 지을 수는 없어 보일만큼 고귀하게 느껴졌다. 박지민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그 역할을 다음 후계자에게 물려주기 전까지 매년, 무사히 이끌어나가는 게 나의 주요 역할이에요. 그리고 생각하는 것보다 힘이 훨씬 많이 들죠.
말을 마친 후 박지민은 내 손목을 잡아오더니 내게 몸을 가까이 해 왔다. 날 빤히 바라보는 묘한 눈동자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 그는 진지하게 중얼거렸다.
"내가 아까 왜 키스했는지 알아요?"
"..........."
"사방신들은 방대한 힘을 조절하기 위해 보좌관의 존재가 필수적이라는 건 아까 들어서 알고 있죠. 정해진 짝에게서 힘을 얻는 것."
"..........."
"그 힘을 얻는 방법들 중 하나가, 신체 접촉이거든요."
박지민의 손끝이 잡고 있던 내 손목을 살짝 쓸어내렸다. 나는 눈썹 하나 꿈쩍하지 않은 채 이어지는 말을 들었다.
나, 바보같이 헤메고 다니던 너 때문에 지난 시간동안 정말 힘들었거든요. 선대 주작에게서 힘을 물려받은 후 일주일 정도는 이 곳을 마음대로 돌아다니기는 커녕, 주변에서 피어오르는 불구덩이 속에서 꼼짝없이 앉아있어야 했어요. 제어할 수 없이 흘러나오는 불기운들 때문에 나한테 접근해올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죠.
잠시 생각하는 시늉을 하던 박지민은 내게 물었다.
"이번 봄에 지상계에서 불이 많이 났다고 하던가요?"
"그걸 어떻게 알아?"
"모를 리가. 그거 따지고보면 당신 때문이에요. 날 제어해주는 끈이 없으니 억지로 폭주하려는 힘을 누르다가 아주 살짝 잘못된 거죠."
"......."
"아주 살짝만 잘못되어도 그런 일들이 일어나는데 내가 당신을 계속 못 찾았다면 지상계고 천상계고 난리가 났을 테고,"
박지민은 내 손을 잡아끌어 자신의 목에 가져다 댄 후 눈을 살짝 내리깔았다. 내 손바닥보다 더 뜨거운 그의 체온이 그대로 느껴졌다. 일정하게 뛰는 맥박도 느껴지고 있었다. 어린 불꽃이 핏줄 속에서 숨을 쉬고 있는 듯한 느낌이랄까, 말로 표현하기에는 많이 애매했지만 손바닥 사이로 느껴지는 그의 맥박은 그렇게 느껴졌다.
박지민이 조근조근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나도 미쳐서 죽어버렸을 걸...."
처연하게 흘러나오는 목소리를 듣다가 나는 잡힌 손을 움직여 박지민의 목을 가볍게 때렸다. 찰싹. 풀려있던 눈이 미약한 타격에 금세 또렷하게 돌아온다. 나는 냉정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괜한 동정심 유발로 멋대로 날 끌고 온 네 행동을 정당화하려 하지 마."
"...들켰네."
박지민이 슬며시 웃으며 내 손목을 놓은 채 허리를 바로 했다.
나는 상황을 받아들이는 편이 빠른 편이다. 믿을 수 없는 상황에 놓여지긴 했지만 언제까지고 외면하기보다는 익숙해지는 게 나에게 좋은 판단이란 걸 알았다. 다만, 서연이에게 설명 하나 없이 온 게 마음에 걸렸다. 아르바이트나, 내가 지금껏 얕게 알고 지내던 사람에 대한 의리 같은 것들은 외면할 수도 있다지만 하나뿐인 친구에게마저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너, 여기로 올 때 날 순식간에 데리고 왔잖아. 어떻게 한 거야?"
"천문(天門)이라고 지상계와 이어주는 문이 존재하는데, 사방신들은 그 문을 원하는 곳에 바로 만드는 게 가능하거든요. 그래서 내가 당신을 손쉽게 데려올 수 있던 이유죠. 근데 그건 왜요?"
"그 말인즉슨, 돌아갈 방법이 없다는 건 아니네."
"..........."
"그럼 나 잠깐만이라도 돌려보내줘. 내가 앞으로 여기서 지내야 한다는 건 알았어. 하지만 이렇게 갑작스럽게, 알고 지내왔던 사람들에게 작별인사도 하지 못한 채 오는 건 말이 안 되잖아."
내 말에 박지민은 침묵했다. 그러다가 입을 열었다. 알고 지내왔던 사람들이 아니라, 아까 같이 있던 친구때문이 아니고? 내 생각을 정확히 읽어낸 터라 나는 입을 다물었다.
"돌아갔다 쳐요. 그럼 걔한테 어떻게 말할 건데? 이 모든 것들을 설명할 거에요? 분명히 안 믿고, 미친사람 취급할 걸."
"...서연이는 그런 애 아니야."
"그걸 어떻게 확신하죠? 다른 말들로 변명하더라도 필시 설명못할 게 있을 텐데. 그럴 바에는 차라리 돌아가지 않는 게 나아."
"그건 네가 정할 게 아니야."
"아니, 내가 정할 거야."
갑자기 낮게 목소리를 내리깔며 강압적으로 나오는 박지민 때문에 짜증이 났다. 이렇게 나오면 내가 겁을 먹어서 쫄거라고 생각했나 본데 나는 그렇게 심약한 사람이 아니다. 나는 한 쪽 입꼬리를 슬쩍 끌어당기며 입을 열었다.
"야. 너 지금 뭔가 착각하고 있는가 본데, 아쉬운 건 내가 아니라 너야."
".........."
"힘든 건 너나 힘들지, 나는 지금까지 이걸 몰랐을 정도로 아무런 타격이 없다고."
박지민이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앞으로 오랜 기간동안, 나와 충돌없이 무사히 네 맡은 바를 잘 끝마치고 싶다면 네가 저자세로 나오는 게 더 편할 거야. 나는 단호하게 말을 끝마쳤다. 박지민은 한동안 생각에 잠겨있다가 입을 열었다.
"...조만간 잠시 돌려보내줄게요. 지금 말고."
"아니, 지금."
"김여주, 미안한데 내 생각도 좀 해줘."
제발.
지친 기색으로 말하는 박지민의 모습에 나는 입을 다물었다. 하아. 짧게 한숨을 내쉰 박지민이 고개를 들었다. 빠른 시일내에 잠시 돌려보내줄테니까, 참아줘. 나는 대답없이 조용히 있음으로써 그의 말에 수긍했다. 차마 더 세게 내 의견을 밀고 나갈 수 없었던 것은 설명할 수 없는 그의 오묘한 눈빛이 나를 사로잡았던 탓이었다.
박지민이 몸을 돌려 방에서 나가는 모습에 나도 그의 뒤를 종종 따라나섰다. 걸어가는 창문으로는 바람에 살랑거리며 떨어진 꽃잎이 복도로 들어왔다.
"조금 쉰 후에 전체적으로 구경시켜줄 테니 옷 갈아입고 싶으면 갈아입고, 씻고 싶으면 씻고."
"알았어, 근데 있잖아."
아까부터 신경쓰인 것을 물었다.
"반말을 하던가, 존댓말을 하던가 둘 중 하나만 하면 안 돼?"
편하게 말했다가 높임말을 썼다가 아주 지 마음대로셔서 자꾸만 헷갈렸다. 내 나이는 아까 들어서 알 거고. 너 몇살인데? 내 질문에 박지민이 뒤돌아보지도 않은 채 대답했다.
"스물 하나, 동갑."
뭐야, 아까 대화에서 내가 21살인걸 알았을 텐데 왜 존댓말을 쓴 거지? 이해할 수가 없어서 다시 물어봤다. 나랑 나이도 똑같으면서...도대체 왜 존댓말을 쓴 건데? 박지민이 잠시 제자리에 멈춰선 채 나를 바라봤다. 깜박깜박. 나는 박지민의 입에서 나올 말을 기다렸다.
"여자들은 존댓말을 더 좋아한다던데. 그 중에서도 반존대. 맞아요 안 맞아요?"
일부러 맨 마지막 말만 존댓말을 하며 입꼬리를 슬쩍 올리는 꼴을 본 나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도무지 속내를 알 수 없는 남자다.
* *
하늘이 붉게 저물어가고 있었다. 푸르른 나무들만이 가끔씩 바람에 흔들리며 부드러운 노랫소리를 불렀다. 오늘부로 이틀째인 이 곳, 도원에서 생활하기에 앞서 환영식을 해야한다는 김석진의 격렬한 주장에 나는 밖에 이렇게 앉아서 약속한 시간이 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실 말이야, '우리'는 딱히 해야할 일이 별로 없거든."
정호석이 나무등치에 등을 기댄 채 말을 꺼냈다. 나는 그 옆에 앉은 채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그리고 내 옆에는 박지민이 앉아 있었다. 정호석은 발끝을 까닥거리면서 말을 이었다. 우리는 사방신이 아니라 각기 가지고 있는 힘은 없어. 청룡인 정국이는 물, 백호인 태형이는 뛰어난 신체능력을 지니는 데다가 흙을 다룰 수 있어. 현무를 맡은 남준이는 그림자, 그러니까 즉 어둠을 다뤄. 그리고 너도 알다시피 지민이는 불과 주술을 약간 쓸 수 있지.
흘러나오는 이야기들은 마치 판타지소설에 나오는 먼치킨 주인공들 같았다. 머릿속으로 상상의 날개를 펼치자 우습고 유치하기 짝이 없어서 절로 웃음이 나왔다. 작은 웃음소리에 고개를 돌려 날 보던 정호석에게 아무것도 아니라고 손짓해 보이자 어깨를 으쓱해보이더니 말을 이었다.
"우리는 그냥 뭐랄까, 그거 있잖아. 그 뭐라고 해야 하나? 자동차에 있는 냉각장치 있지."
"....자동차?"
아니, 여기서 태어났다고 했으면서 하는 소리들은 마치 내가 원래부터 살아있던 곳에서 저도 살아왔다는 듯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해서 좀 당황했다. 당황한 내 기색을 눈치채지 못한 정호석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응, 아무튼 비유를 하자면 그거야. 없으면 과열되어서 펑 하고 폭발할 수도 있는 거. 그걸 막아주기 위해 우리는 사방신들의 옆에만 있어주면 돼. 별 거 없지?"
"그럼 남은 시간에는 뭐 하는데요?"
"그래서 부업...이라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각자 예전부터 하는 일이 있었어. 석진이 형은 숲이랑 동물들을 돌보고, 윤기 형은 경계선을 관리하고 그래."
정작 자신은 뭘 하는지 말해주지 않았던 터라 빤히 쳐다보자 과장되게 웃으면서 그런다. 나 혼자 하는 게 아무것도 없어서 좀 소외되는 기분이었는데 너도 나랑 똑같아서 좋다!
태평한 소리에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와서 땅이 꺼져라 한숨을 푹 쉬었다. 옆에서 말을 듣고 있던 박지민이 입을 열었다.
"근데 남준이 형은 어디갔는데?"
"할아범 보러 갔다온다고 했는데, 못 찾았나 봐. 다시 돌아오고 있네."
"할아범?"
내가 묻자 정호석이 대답했다. 할아범이 올해 ....몇 살이었지? 박지민이 대신 대답했다. 137살. 박지민에게서 해결책을 받은 정호석은 아 맞아, 하며 말을 이었다. 나이가 많아서 그런지 아는 게 정말 많거든. 문득 생각난 정호석이 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그러고보니,
"천인인 네가 왜 지상계에 있었는지 할아범은 알 수도 있지 않을까?"
"정말요?"
"응. 아마 알 거 같은데. 내일 같이 가보자."
"내일 제때 일어날 수만 있다면 말야. 신 났네."
박지민이 어딘가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박지민이 보는 곳을 따라 바라보자 새하얀 털을 가진 거대한 '호'가 불쑥 튀어나왔다. 입에는 어떤 사람을 물고 있어서 놀라 자세히 바라보니, 어제 보았던 김태형이었다. 축 늘어져 있는 김태형을 보고 설마 물려 죽은 건가 하고 생각했던 건 김석진이 좀 더 가까이 다가왔을 때야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김태형은 아주 팔자 좋게 늘어져라 자고 있었다.
"아 이 친구들, 여기서 다들 이렇게 놀고 있었네."
이제 달리러 가야지?
김석진이 찰진 손목 스냅을 선보이며 술을 들이키는 모양을 했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박지민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 *
나를 포함한 세 명을 등에 태우고, 한 명은 입에 물고 약속 장소를 향해 달려가는 호의 등 위에서 나는 붉게 치장되어 있는 숲을 볼 수 있었다. 마침내 호가 발걸음을 멈추고 제자리에 납작 엎드리자 등에서 미끄러져 내려온 나는 거대한 미끄럼틀을 탄 거 같아서 기분이 조금 들떴다.
"술 많이 마시지 마."
숲 한가운데에 차려진 상 쪽으로 걸음을 옮기는 내 옆으로 다가온 박지민이 말해왔다. 어제 내가 반말이나 존댓말 둘 중 하나만 쓰라고 말한 뒤 박지민은 고민 끝에 반말을 하는 게 낫다고 결론을 내린 건지 줄곧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잘 마시냐고 물어오는 것도 아니고, 마시지 말라는 말에 나는 의문을 가진 채 박지민을 쳐다보았다. 박지민은 슬쩍 웃어보이더니 앞서나갔다.
"위하여!"
여덟 명이 둘러앉은 사이로 목소리가 우렁하게 울려퍼졌다. 나는 찰랑거리는 술잔을 바라보다가 한번에 들이켰다. 소주보다 도수가 약한 듯했다. 술잔을 내려놓자 내 맞은편에 앉아있던 박지민이 뚱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조금 전 술을 마시지 말라고 했던 제 말을 무시하고 해서 저런 표정인 거 같았다.
"맨 처음에 재인이 형에게서 각성이 안 나타났다고 했을 때 진짜 놀랐는데."
토끼처럼 톡 튀어나온 전정국의 앞니에 시선을 강탈당한 나는 들려오는 말에 주의를 기울였다. 젓가락을 움직여 전을 집어먹은 전정국은 꿀꺽, 삼키더니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리고선 말을 잇는다. 그 띨빵한 사람이 누군가 궁금했었는데,
"생각보다 더 띨빵하게 생겼다."
"..........."
종특인가, 이렇게 무례한 언행들을 하는 게.
옆에 있던 금발버리 남자, 민윤기가 내 표정을 보고서는 전정국의 등을 가볍게 쳤다. 아, 먹고 있는데 왜 쳐! 전정국은 지가 무엇을 잘못한 지도 모르는 거 같았다. 한심하다는 눈으로 전정국을 바라보던 김석진이 입을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너 그거 알아?
"얘네들은 힘을 물려받으면 더 이상 안 늙는다."
얘네들, 이라고 말할 때 김석진은 젓가락 끝으로 전정국, 박지민, 김태형, 김남준을 차례차례 가리켰다.
"지금 이 모습 그대로로 계속 사는 거야. 진짜 부럽지 않아?"
놀라운 말에 나는 박지민을 쳐다보았다. 입에 무언가를 넣고 우물거리고 있던 박지민이 고개를 끄덕여 보인다. 헐. 충격적인 소식에 나는 되물었다.
"진짜요? 그럼 저희는요?"
"우리는 나이를 먹지. 너무 빡치지 않니?"
김석진이 해맑게 웃으며 옆에서 고기를 건네달라고 하는 김태형의 목을 졸랐다. 켁켁거리는 소리를 배경음으로 삼아 김석진은 푸념을 해댔다. 아니, 너무 불공평하지 않아? 우리가 늙어가는 동안 얘네들은 이렇게 젊고 창창한 상태로 완전 잘 사는 거야. 나는 아저씨가 되어갈 때도!! 이 새끼는 21살의 모습 그대로라고!!
"부러우면 형이 백호로 태어나지 그랬어. 고기 좀 달라니까?"
"고기에 환장한 새끼..."
김석진이 질색하는 표정을 짓더니 접시를 들어 김태형에게 건네주었다. 먹고 떨어지라는 기색이 다분한 표정이었다. 그 바람에 막 고기를 집으려던 박지민의 손이 목적지를 잃고 방황했다. 아... 멍한 소리를 흘리는 박지민을 보던 나는 앞접시에 올려놓았던 고기를 집어 박지민에게 내밀었다. 멀뚱한 표정을 짓고 있는 박지민의 앞에 대고 입 벌리라는 제스처를 취하자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던 박지민은 얌전히 받아먹기 위해 입을 벌렸다. 그리고,
"맛있다."
내가 먹었다. 냠냠.
허망한 박지민의 시선이 내게 꽃혔다. 허탈한 눈으로 날 쳐다보는 게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 없는 거다. 얄미운 표정을 지어보이자 박지민이 한 손으로 머리칼을 쓸어넘겼다. 짧게 입가에 떠올라 있던 미소를 난 보았다. 박지민과 나 사이에 조용한 신경전이 오가고 있는 와중에도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는 대화가 오가고 있었다. 현운님 여행 가셨다고 했나? ....응. 좋겠다, 나도 빨리 사신 일 끝내고 자유로워지고 싶어. 아직 1년도 안 지났어, 전정국. 앞으로 20년 정도는 더 해야하는데? 말이 그냥 그렇다고.
고기 대신 술잔을 들이켠 박지민이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손끝으로 날 한 번 가리키고서는 손날을 세워 제 목을 그었다. 오호라. 도전이시랍신다.
"잔 들어, 지민아."
나는 부드럽게 웃으며 선전포고를 했다. 박지민에게는 안타까운 소식일지 모른다. 지금까지 나는 취한 적이 단 한번도 없기 때문이었다.
* *
"염병, 왜 술이 없어...."
"거, 예쁜 말 좀 씁시다."
"멍청아, 넌 좀 꺼져봐. 존나 우울하니까....내가 늙어도 넌 그때도 존나 창창할 거 아니냐...개 부러운 새끼..."
총체적 난국.
김태형은 김석진의 거친 욕설을 간간히 받아주었다. 쌍 시옷과 육두문자가 날아다니는 목소리, 골골거리는 소리들 사이에서 멀쩡한 것은 세 사람 뿐이었다. 나, 김태형, 그리고 민윤기 이렇게 셋. 시간이 꽤 지나 술병과 안주가 거의 다 비워진 지금 장면은 정말 총제적 난국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었다.
내 선공격으로 시작한 박지민과의 주량 배틀은 나의 완전한 승리로 끝이 났다. 승부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박지민을 무시하고 억지로 결투를 신청했을 때, 박지민은 '어차피 내가 이길 텐데 적당히 해 주지'라는 표정으로 결투에 임했으나 서로 한 병을 끝내고도 멀쩡한 모습을 보고서는 표정을 싹 굳힌 채 오히려 내 술잔에 술을 채워주며 건배를 했다. 분명 아까 올 때 술 많이 마시지 말라던 어느 누구는 박지민이 맞았을까를 진지하게 되돌아보는 시간이었다.
전정국은 술 다섯 잔을 마시고 뻗었고, 민윤기는 그런 전정국을 놓아둔 채 말없이 전을 우물거리고 있었는데 그 꼴이 보는 사람마저 식욕을 감퇴시킬 만큼 맛없게 씹는 터라 눈을 돌렸다. 제정신이 아닌 이 장소에서 벗어나고 싶었는데, 그나마 정상적으로 보이는 민윤기가 자리를 파할 생각이 없는 것 같아 어떻게 해야할까를 고민하고 있던 참이었다. 달그락 거리는 소리와 함께 일어나는 한 인영에 나는 고개를 들었다.
"날 자꾸 나무토막이라고 하는데 말이지, 나 춤 잘춰."
"어 그래, 너 춤신춤왕이야."
민윤기는 고개를 들지도 않은 채 대꾸했다. 자리에서 일어난 김남준이 뭐를 하나 보고 있자, 진지한 표정으로 서 있던 김남준이 흐느적거리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웨이브인가? 무슨 춤이지?
취한 눈으로 김남준이 하는 꼴을 지켜보던 정호석이 푸우 하며 죽어있던 전정국의 뒤통수 위로 알코올을 우렁차게 뿜어냈다. 나는 그들을 외면했다. 그래도 나름 이 세계를 받아들이겠다고 마음먹은 이후로는, 사방신들이니 다들 위엄이 있겠거니 하고 생각했지만 그런 생각도 와장창 깨어지는 순간이었다. 차라리 내가 술이 약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나는 술이 센 나를 탓했다
"냄쥬니 최고오! 와, 이권 소장훼야 대."
숨이 금방이라도 넘어갈 듯 흐느끼며 웃던 정호석이 불명확한 발음으로 무언가를 꺼내들어 찍었다. 집 가고 싶다... 문득 중얼거리며 물을 마시려던 나는 정호석의 손에 들린 게 핸드폰임을 알자마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거 핸드폰이에요?"
"으응."
"잠깐 빌릴게요! 전화 한 통만!"
정호석이 날 보더니 슬로우모션으로 핸드폰을 내밀었다. 그에게서 빼앗듯이 핸드폰을 받아든 나는 시끄러운 자리를 벗어나 조용하게 통화할 수 있는 숲 안으로 들어갔다. 세상에, 여기도 핸드폰이 있구나. 감격에 겨운 나는 익숙한 열한 자리를 누르고서는 통화 버튼을 누르려다가 잠시 고민에 빠졌다.
여기서 전화를 거면 서연이가 받을 수 있는 건가?
현실적인 문제에 고민했지만 희망을 품고서 통화 버튼을 눌렀다. 뚜루루루- 단조로운 신호음이 가고 있었다. 만일 정말 통화가 되는 거라면, 제발 받아야 할 텐데. 모르는 번호는 잘 받지 않는 권서연의 습관을 생각했다. 신호음이 끊겼다. 나는 숨을 죽인 채 상대가 말을 하길 기다렸다.
- 여보세요.
서연이의 목소리였다. 반가움을 가득 담은 채 재빨리 소리쳤다.
"서연아!"
- ?! 김여주?
"응응, 나야!
다행이었다. 통화가 되다니.
너무 신기해서 한 손으로 입을 막고 있는데 핸드폰 너머에서는 서연이의 말들이 우다다다 튀어나왔다. 정말 김여주 맞아? 야, 너 어제 그렇게 사라져서 얼마나 걱정했는데! 왠 미친 남자가 성추행한거 보고 한 방 먹이려고 일어난 것까지는 생각나는데 그 다음부터 기억이 없어! 눈 떠보니 카페에 나 혼자밖에 없었다고! 안에 있던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다들 이상한 눈초리로 들어올 때부터 나 혼자만 왔다고 해서 너무 무서웠다고!
- 연락해보려고 해도, 네 전화기는 꺼져있어서 소리샘으로 연결된다는 안내만 자꾸 나오고.... 너 잘못된 줄 알고 경찰서에 신고해야 하나 진짜 걱정했잖아!
박지민이 기억하지 못할 거라고 했는데 서연이는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 거지. 잠깐 의문이 들었으나 실수가 있었을 거라고 결론을 내렸다. 나는 거의 울먹이려는 서연이를 달랬다.
"나 진짜 괜찮아, 핸드폰이 망가져서 연락을 못 했어. 그래도 지금 이렇게 전화했잖아."
- 너 어딘데. 어제 그 남자는 뭐고? 너 납치된거 뭐 그런거 아니지?
"납치라니... 그랬으면 지금 너에게 전화를 거는 대신 경찰에 신고했겠지."
굳이 따지자면 납치에 가까웠지만 나는 말을 순화시켰다.
계속 뭐라고 물어오려는 말들을 적당히 걸러내며 친구를 안심시켰다. 너가 생각하는 것들 다 아니고, 나 정말 괜찮아. 나중에 만나면 다 설명해줄게. 지금은 설명하기 어려울 거 같아서. 거듭해서 괜찮다고 말을 하자 그제서야 마음이 놓였는지 진정이 된 서연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알았어, 만나면 꼭 자세히 설명해 줘야 해.
"알았다니까."
- ....그런데 있잖아, 나도 말할 게 있어."
"응? 뭔데?"
머뭇거리다가 흘러나오는 목소리를 듣고 집중하려고 하는데, 비틀거리며 내 쪽으로 걸어오는 인영에 눈을 가늘게 떠서 바라보았다. 박지민이었다. 분명 내가 핸드폰을 들고 자리를 떴을 때도 취해서 쓰러져 있었는데 어떻게 알고 찾아왔담.
- 내가 꿈을 꿨는데, 있잖아. 거기서 내가....
"너가 뭐?"
내 앞에 다가온 박지민이 나를 바라봤다. 정신을 차리려는 듯 고개를 살살 흔들던 박지민은 까슬한 입술을 열어 중얼거렸다. 나.... 작게 들려오는 박지민과 핸드폰 속에서 들려오는 서연이의 목소리, 양 쪽을 모두 들으려고 하니 정신이 분산된다.
"나 아파......"
박지민이 중얼거리며 내게 조금 더 다가왔다. 핸드폰 속에서는 여전히 서연이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내가....아니다. 별 거 아니야. 쯥 하고 혀를 차며 말을 끊어버린 서연이에게 재촉했다. 그러면서도 시선은 다가오는 박지민을 향한 채였다. 혹시나 어제처럼 뭐스러운 상황이 닥칠까봐 핸드폰을 쥐지 않은 다른 손을 둥글게 말은 건 물론이다.
"뭔데? 말하려던 거 해."
"나 아프다니까아....."
술 취한 박지민이 주정인지 애교인지 말도 안되는 행동을 하며, 내 손에서 핸드폰을 뺏으려 팔을 휘적거렸다. 뺏기지 않으려 박지민을 밀어내며 핸드폰을 사수하던 내 귀 속으로 서연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아냐. 정말 별 거 아냐.
"정말이지."
- 응.
"알았어. 그럼 이만 끊을게, 나중에 연락할게!"
계속해서 방해공작을 벌이는 박지민 덕에 통화 종료 버튼을 누른 후 나는 그를 못마땅한 얼굴로 쳐다보았다. 취해서 눈가가 살짝 발개진 얼굴로 연신 아프다고 칭얼대는 꼴을 보고 있자 골치가 아팠다. 얘는 대체 뭐람. 뭐가 박지민의 진짜 얼굴인지 모르겠다. 천의 얼굴을 가진 사람인가.
고민하고 있을 적에 박지민이 다시 비틀거리다가 칭얼거렸다.
"머리 아프다니까....."
"술을 마시니까 당연히 머리가 아픈 거지."
나는 냉정하게 대답했으나 색색거리는 박지민의 숨소리에서 무언가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손을 올려 박지민의 이마에 가져다 대었다. 이마가 불덩이같아 화들짝 놀라며 손을 뗐다.
"야 너 갑자기 왜 이래?!"
"그러니까 아프다고 했잖아.."
"아픈데 나한테 왜 와!"
아프면 의사한테 가야지,라고 하려다 여기도 의사가 있나...?하는 생각에 그 말을 집어넣었다. 흐으... 우는 건지 웃는 건지 모를 소리를 낸 박지민이 내 어깨에 머리를 툭 떨어뜨렸다. 아픈 사람을 매몰차게 밀어내는 짓을 할 수 없었기에 나는 얼떨결에 박지민을 안아준 채 서 있는 꼴이 되어 있었다.
내 어깨에 머리를 부비적거리던 박지민은 손을 들어 내 손에 깍지를 꼈다. 맞잡은 손마저 뜨거웠다. 마치 불 속에서 녹아가는 느낌이었다. 박지민의 붉은 머리가 내 시야 바로 밑에서 흔들렸다. 닿아있는 어깨가 점점 뜨거워져서 덜컥 겁이 나 박지민을 불렀다. 박지민.
"그래서...."
박지민이 자리에 주르르 주저앉으며 중얼거렸다. 깜짝 놀란 나는 미끄러지는 박지민을 붙들어 땅바닥에 같이 주저앉았다. 흔들흔들, 죽은 듯 내 손길에 맥아리없이 흔들리는 박지민이 너무 무서웠다. 야, 박지민. 정신 차려. 박지민은 작게 앓는 소리를 내며 고개를 들었다. 꺼져가는 목소리로 마치지 못했던 말을 잇는다.
"내 의사 선생님을 찾아왔잖아..."
눈이 다 접혀라 웃어보인다.
열에 달뜬 얼굴로 잡고 있던 내 손을 잡아올린 박지민이 고개를 숙인 채 그 위로 까슬한 입술을 가져다댔다. 뭐하나 싶었는데 갑자기 어지럼증을 느낀 나도 얕은 잠 속으로 빠져들고 말았다.
초반부라 전개 느립니당 ㅠㅅㅠ |
이해를 최대한 돕기 위해 제가 매 화 설명을 하는 느낌...이제는 많이 이해되셨겠죠? 설명고자라 제가 설정해놓은 세계관을 풀어가기 위해 초반부는 전개 느려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 마음은 폭주기관차까지 이미 완결까지 달려가있지만 왜때무네...3화까지밖에 안 쓴 걸까 조만간 폭주기관차처럼 달려갑니다 (그리고 중간고사크리를 먹어 오지 못했다)
그리고 알다가도 모를...지미니...! 지민이 성격이 뭔지 모르시겠다구요? 그렇다면 정확합니다 찡긋 썸인듯 썸이지 않은 듯 썸같은 사이(??)를 추구하는 저입니드(뭔말인지 1도 모르겠음)
달아주시는 댓글들 정말 감사히 읽고 있어요ㅠㅠㅠ 사랑해요 진짜... 여러분 덕에 낑낑거리면서도 매 화 써내는 거 같아요 답글을 다 달아드리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절 용서해주세요...그렇지만 저는 항상 여러분의 곁에 있답니... ㅇ<-<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좋은 주말 보내시길 바라요!
+)
오늘 일본판 런뮤비 정말 미친 거 같아요 허억허억 제 심장 후드려팬... 공백기같지 않은 공백기를 기획하는 빅히트에게 제 통장을 바칩니다 방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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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해서 다시 말씀드리지만 암호닉 안 받아요....!
♥ 암호닉 ♥ |
내 님들(하뚜)
#525/#그대에게/#김태태/#방치킨/@@뿌링클@@/@침니@/@피카츄/^ㅁ^/+++/☆쑥쑥이☆/★봇★/♥구데타마/♥꽃미소박지민♥/♥마츄♥/♥빨강♥/♥사랑둥이♥/♥슈가형♥/♥옥수수수염차♥/♥침쨔/♥침침보고눈이침침♥/#김태형만세/#오하요곰방와#/☆침침☆/#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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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곰/다다눌/다비듀/다우니/다우니향/다을비/다이제/달달한비/당근/당딩동/댐므/덕키/덩율곰/데이디/도롱도롱/도메인/도비도비/돌고돌아서/돌핀이/됴종이/도레미파솔라시꾹/됼됼/두둠칫/두비두밥/둘셋빵탄/둥이/둥이마망/드라이기/들레/디바인/디즈니/딘시/딥크/딩동/따슙/딸기사탕/또또/또비또비/또이/똥개/뚜르르/뚱이/뜌/띠뚜/띠리띠리/둡부/단슈/도손/둥둥이/동룡/달고나/디어산타라뷰/다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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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차/찰캉/창작/채꾸/챠캬챠캬/챠챠/천사소녀제티/청보리청/체리/체리맛콜라♡/체리쥬빌레/첼리/천해랑/초슈/초코쿠키/쵸코두부/춍춍/춘기/충전기/츄러스츄/칅칅칅/치과/치즈콘/치카초코/치키치키/치키타/치킨마요/침멍크/침을태태/침치미/침침꾹꾹꾸/침침모찌/침침보좌관/침침아까꿍/침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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