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션 로즈
악몽을 꿨다. 지민과 손을 잡고 걸어가던 철길에서 지민과의 손을 놓쳤다. 양 쪽으로 갈라진 둘 사이로 기차가 쌩- 하고 지나갔다. 미소를 지으며 기차가 다 지나가기까지 기다리던 태형이 없어진 지민을 찾으며 울고 있었다.
울며 잠에서 깨니 배게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옆에 잡히는 휴대폰을 보니 시간은 11시였다. 주말이어서 다행이었다.
어제 함께 술을 마신 친구들과의 방에 들어가니 동영상 하나가 올라와있었다. 친구들은 일제히 ㅋ을 연발했다. 동영상 미리 보기가 자신임에 태형이 동영상을 다운 받아 보기 시작했다.
"으어어어어 내가 좋아했엉어 지민아앙!!!!!!"
"헐 얘 박지민 좋아했었대. 아 웃겨."
"아아,...지민앙 미앙행..도라와줭..."
"이거 자고 일어나서 보여주면 까무러치겠다."
"그러게."
"박지민!!!!"
꿈의 내용을 한 번 생각했다. 지민과 헤어지며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술김에 지민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내가 박지민을 좋아하는 건가? 태형이 곰곰이 생각을 했다. 박지민이 좋은가? 아님 싫은가. 싫은 건 아닌데. 박지민 우는 게 보고 싶었어.
갑자기 떠오른 생각에 태형이 머리를 부여잡았다. 내가 박지민을 좋아했던 거였구나. 철 없었던 지금까지의 행동을 생각하니 자신도 어이가 없었다. 어떻게 좋아하는데 그런 행동을 할 수가 있지.
지금이라도 박지민을 찾아야만 했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찾을 방도는 도저히 없었다. 사람을 풀어 찾을 수도 없는 노릇인데.
그 날 이후로 매일 밤을 똑같은 꿈을 꾸다 울며 잠에서 깨어났다. 한 한달 쯤일까. 그리고 밤엔 항상 술로 마음을 달랬다. 술을 먹지 않으면 지민을 잊을 수가 없었다.
너무 보고 싶었다. 그냥 좋아하는 걸 깨닫질 말걸. 지민은 생각보다 너무 예뻤다. 졸업사진을 들여다보며 지민의 얼굴을 쓰담었다.
미안해 지민아. 내가 미안해.
하루하루 술을 마시는 양은 진통제를 먹듯 늘어만 갔고 회사 직무도 똑바로 해결하지 못했고 점차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디자인 부 사람들은 태형이 갑자기 왜 저러는지 알 수 없었다. 가끔 지나가다가 보는 소정의 비웃음만 느껴질 뿐, 회사 사람들은 자신에게 관심이 없었다. 이대로는 회사에 다니다가 피해만 줄 것 같았다.
오늘도 편의점에서 술을 사기 위해 들리려다가 술을 잡은 제 손을 저지하는 다른 손에 고개를 돌렸다. 소정이였다. 둘은 편의점 앞 테이블에 마주보고 앉았다.
"저, 김태형씨."
"..네"
"좀 어때요? 죄책감 충분히 느끼셨나요?"
"..."
"지민씨가 얼마나 괴로웠을 지 아시겠냐고요."
"..네. 죄송합니다.."
"지민씨한테 사과를 해야죠. 저 말고."
"연락이.. 안되던데.."
"그러게요, 폰 해지했나 봐요. 전국을 다 찾아보든지 해야지."
"..."
"술 좀 그만 드시라고요. 꼴이 말이 아니시라서."
"..."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태형을 내버려두고 먼저 자리에서 일어난 소정이 태형의 시야에서 점점 멀어져 갔다. 결국 술을 사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간 태형이 씻고 침대에 누워서 곰곰이 고민했다. 일단 지금 이렇게 살다간 알코올 중독으로 죽을 것 같고. 회사에도 무척 피해가 갈 것 같고.
모아둔 돈은 있으니까 그를 찾는 겸 마음을 정리할 여행을 떠나자.
결론을 내린 태형은 그 날 아무 꿈도 꾸지 않고 편하게 잠에 들었다.
회사로 가자마자 미리 써 둔 사직서를 제출하고 짐을 싸 회사를 벗어났다. 직원들이 어이 없어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냥 바로 집으로 와서 전국일주를 할 수 있게 짐을 챙겼다. 집에 짐이 얼마 없었기에 금방 챙길 수 있었다. 돈은 그 곳에서 즉흥적으로 벌기로 하고 일단 모아 둔 돈이 들어있는 통장을 챙겼다. 그리고 곧바로 떠났다.
그는 더 이상 고민 할 겨를이 없었다. 고민하기도 전에 괴로워 머리가 터져버릴 것 같았으니까.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사천이였다. 생각보다 깊은 시골이었다. 하루 종일 걸으며 동네를 구경했다.
딱히 볼 것은 없었으나 자연과 어우러지는 기분이 생각보다 괜찮았다. 태형이 짐 가방을 들쳐 매고 이동했다. 근처에 있던 민박집을 하나 잡고 지냈다.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으니 심심했다.집에 휴대폰을 놔두고 온데다가 말을 하는 사람 이라곤 민박집 아주머니밖에 없었다.
여러 곳을 돌다가 다른 지역으로 떠났다. 바로 옆 지역인 하동이였다. 이 곳은 생각보다 볼 게 많았다. 며칠 간 둘러보기 딱 좋았다. 예쁜 곳이 많았다.
점점 지민이 마음 속으로 안정적으로 자리잡았다. 고통이 줄고 그를 사랑하는 마음만 가득 찼다. 지민이 얼른 보고 싶다는 생각 뿐이었다. 하동에 일주일 쯤 있었을까, 민박집 주인 아주머니가 남해가 볼 것이 많다고 했다. 남해로 가 보라는 말에 다음날 남해로 향한 태형이였다.
남해는 바다가 무척 예뻤다. 밀물과 썰물은 마치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 같았다. 벅찬 마음과 멀어지는 듯한 지민이 공존했다. 남해를 빙빙 돌다가 바다의 경치가 마음에 드는 곳에 있는 민박집에 자리를 잡았다. 마을은 무척 작았다. 동네를 구경 중 이였다. 여름이 다 되어가는 날씨에 농사일을 시작한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데, 익숙한 체구가 보였다. 얼굴도 익숙했다. 박지민! 여기서 박지민을 보다니. 확실하게 확인을 하기 위해 가까이 다가갔다. 박지민!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었다. 더 가까이 다가가 어깨를 툭툭 쳤다. 그가 일하다가 뒤로 돌아보았다.
"왜요?"
목소리도 박지민이었다. 너 박지민 아니야? 아닌데요. 이름이 뭔데? 몰라요. 내 이름. 다시 일을 시작하는 그를 두고 다시 민박집으로 왔다.
박지민이 아닌가? 하지만 너무나도 똑같았다. 왜 날 기억을 못하지? 이렇게 허무하게 헤어질 수는 없었다. 다시 그가 있던 곳으로 향했다.
그가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가고 있던 지민의 팔을 잡고 말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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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왕 불금이니까 뛰어왔어요!
조금 짧은 면이 없지 않아 있네요ㅠㅠㅠㅠㅠ
전개는 산으로가고 소정씨는 이상해 보이고....ㅋㅋㅋㅋㅋ
이번 편도 읽어주셔서 너무너무 고마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