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지마요, 그대.
1화 두번째 재회.
그 날도 어느 때와 다를 것 없이 같은 날이였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피곤이 느껴졌고, 눈을 미간이 찌뿌려질 때까지 감았다가 떠 보아도 눈에 피로가 그대로 인 것처럼 눈이 계속 감겼다.
데뷔를 하고 벌써 2년, 한국 스케줄, 일본 공연, 연습에 반복인 생활에 몸이 조금 지쳤다고만 생각했다. 정신은 점점 번쩍 떠지는 것 같은데.
몸이 아주 조금 지쳤다고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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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환이 형, 괜찮아? 많이 피곤해보여. "
" 나? 괜찮은데. "
" 그냥 피곤해보이는 게 아니라, 아파보여. "
아까부터 아침은 먹지 않고 앞에서 나를 빤히 보고 있던 동혁이가 말했다. 전에 심한 몸살감기를 앓고 난 후 부터 입 맛이 돌아오지 않아 국만 조금씩 떠서 먹고 있었던
내 손이 멈춰 날 보고 있는 동혁이를 잠시 보고 대답한 후 다시 시선을 돌렸다. 동혁이는 정말 걱정스럽다는 얼굴로 날 보고 있었고, 식탁에 둘러 앉아 있는
다른 멤버들도 역시 날 그런 눈으로 보며 한 마디씩 거들기 시작했다.
'맞아, 피곤해보이는 수준이 아니야.' '진짜 쓰러질 것 같아.'
'무대에서 보고 있으면 진짜 걱정 돼.' '병원 가서 검사 좀 받아 봐.'
'검사 받는다고 공연에 지장 없으니까, 오늘 연습하지 말고 다녀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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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빈이의 말에 어쩔 수 없이 병원으로 등 떠밀려 내키지 않는 발걸음을 최대한 느리게 하며 데려다준다는 매니저 형의 말에 차에 올라타 근처 큰 대학병원에 도착했다.
차에 내리기 전 들키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신신당부를 하는 매니저 형에게 대충 두어번 끄덕이고 차에 내려 병원에 들어서자마자 모자를 더 꾹 눌러쓰고 바로 데스크로 가
간호사에게 전화로 예약했던 번호를 말하자 잠시 기다리라는 간호사의 말에 마스크를 더 올리며 끄덕이고 의자에 앉았다.
어떤 소음도 들리지 않는 평온한 분위기. 그저 지나가는 환자들의 링거 바퀴소리가 들렸고 주변을 둘러보면 환자복을 입은 사람들과 그 옆을 지키는 가족 같이 보이는 인자한
인상에 사람들, 그리고 혼자 앉아 계신 할머니와 이야기를 하는 간호사, 휠채어에 앉아 혼자 앉아 밖을 보는 사람들이 있었다. 잠시 병원 풍경을 보다가 편안함에 긴장했던
몸이 풀어졌다. 이렇게 혼자 있는 시간도 오랜만이였고, 이렇게 한가하게 앉아 잡 생각을 하는 것도 오랜만이였다. 눈에 피로가 가득 쌓여 눈이 시려왔다. 긴장이 풀린 몸을
의자 등받이에 기대고 앞을 응시하자 큰 테라스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을 보였다. 그냥 바라보기만 해도 따스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따스함에 눈을 자연스럽게 감긴 것도
잠시였다.
그 평온함의 정막함을 깨는 건 내 이름을 부른 간호사의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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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로 들어가자마자 앞 쪽에 있던 투명한 창가로 봄의 따스한 햇살이 그대로 들어와 따뜻한 온기가 그대로 발끝부터 얼굴까지 닿았고 코로는 좋은 커피향도 느껴졌다.
'이쪽으로 앉으세요' 라는 나긋하고 좋은 목소리에 이끌려 책상 앞에 있던 의자에 앉았다. 그러자 측면으로 앉아서 하얀가운을 입고 모니터를 보며 키보드를 두드리는 여성이
보였고 나는 진료실 안을 슬쩍 보다가 금방 무엇을 다 끝냈는지 내 쪽으로 돌아보며 날 보았다. 내 눈 앞에 보이는 건 정말 그리웠고 보고 싶었던 내 첫 사랑, 그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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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이, 누나 이 거 신어요. 진짜 그 것보다 훨씬 잘 어울린다니까? "
" 아니, 그 거 너무 비싸다니까. 진짜 난 그냥 땅바닥만 걷지 않게 해줄 신발만 있으면 돼.
그리고 너 아까부터 계속 비싼 것만 사라고 해? 너 여기 직원이야?"
" 아니, 이게 진짜 잘 어울리니까 그렇죠. 진짜 잘 어울리는데. "
계속 신발을 만지작거리며 날 힐끗힐끗 바라보는 진환이 모습에 웃음이 터져서 졌다는 듯 표정을 보이며 한숨을 쉬고는 '가지고 와 봐.' 라며 말하자, 삐죽거리던 입이 금새
예쁜 곡선과 고른 치아까지 보이며 신발을 들고 다가와 내 발 앞에 놓기까지 해주며 날 위로 올려다 보고 내가 신발을 벗자마자 그 신발을 신겨주고 날 보며 말했다.
" 봐요, 엄청 잘 어울리잖아요. "
" 신발은 그냥 신기만 하면 되는건데. 그리고 연습생이 무슨 돈이 있다고 내가 이 걸 뜯어가냐. "
" 어차피 나 용돈 받아봤자 아무것도 안 사고 안 사먹어요.
연습만 해서 나갈 일도 없고 우리회사 식당 밥 진짜 맛있어서 안 사먹고.
이런 곳에 쓰는 게 훨씬, 훤씬. 누나가 따지는 실용성 있어요. 자, 이거 사요. "
내 변덕스러운 마음이 바뀐다며 직원에게 얼른 계산해달라고 말했고 나에게는 신발을 그대로 신고 가자며 신나했다. 무엇이 그리 신이 나는지 계산대로 해맑게 웃으며
가는 진환이를 보며 자연스럽게 미소가 지어졌다. 진환이와 나는 그냥 어릴 적부터 친하게 지내는 남매같은 사이였다. 어머니가 편찮으신 후 아버지는 어머니가 좋아하셨던
제주도로 이사오게 되었고, 나 또한 중학교 2학년때 제주도로 오게 되었다. 우리집에서 가장 가까운 집이 진환이네 집이여서 자연스럽게 부모님끼리 알게 되고 나도 진환이를
알게되어, 외동이였던 나에게 나보다 6살이나 어린 진환이는 예쁜 동생이 되어주었다.
서울에 있는 대학에 들어가게 되면서 진환이와는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연락이 끊겼고 부모님께 간간히 진환이 소식을 묻고 들으며 알 수 있었다.
그 후부터는 더 바쁘게 살다 보다보니 부모님께 전화를 드릴 수 있는 시간조차도 나지 않았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부모님에게 진환이가 가수가 되기 위해
서울로 와서 연습생이 됬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시간이 나는 틈을 이용해 진환이를 만나러 갔다. 큰 회사건물 앞에 있던 경비에게 내 이름을 알려주며 진환이를
불러달라고 간곡하게 부탁해 우여곡절 끝에 진환이와 첫번 째 재회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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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를 받자는 이름이의 제안을 뿌리 친 진환은 대신 아프면 전화하겠다고 연락처를 달라고 말하자 한참을 고민하던 이름은 자신의 명함을 진환의 손에 쥐어주고
꼭 연락하라며 약속을 하고 나서야 진환은 진료실을 나왔다. 진료실을 나오자 마자 두근거리는 심장부근에 손을 올리고 쓸어 내리며 그제서야 숨이 쉬어졌다.
전력질주를 하고 콘서트 2시간을 혼자 다 한 것처럼 심장이 뛰었다. 진료실 옆 벽에 기대어 손에 꼭 쥐고 나온 이름이의 명함을 보던 진환은 웃으며
명함을 안 쪽 주머니에 꼭 넣으며 병원 밖을 나섰다.
병원을 나와 바로 연습실로 직행했다. 분명 연습을 먼저 하고 있을 멤버들을 생각하니 발걸음 빨라졌다. 멤버들을 빨리 보고 싶었고 지금은 그냥, 그저. 기분이 너무 좋았다.
입가엔 웃음이 그대로 머물러 있었고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평온했고 행복함이 가득했다. 연습실 밖에서부터 쿵쾅거리는 비트에 문을 열자 땀 냄새가 코로 확 들어왔다.
들어오자마자 멤버들은 내가 왔다며 웃으며 달려 와 막 안고 안기며 날 들어 올려 흔들고 난리를 피우며 낯간지러운 행동들을 했다. 그리고 동혁이가 나에게 괜찮냐며
물어왔고 나는 끄덕이며 '괜찮아.' 라고 말하며 동혁이를 안심 시켰다. 그러자 멤버들은 더 환호성을 지르며 이제 같이 연습하자며 말했고 꾀병부려 빠진 시간만큼 더
열심히 하라며 말했다.
나는 가수가 되고 그 어떤 힘든 연습도 견뎌낼 수 있었다. 날 기다리는 팬들이 있는 무대에 아이콘으로 설 수 있다면. 피곤한 몸도 힘이 나 일어날 수 있었다.
내 몸은 건강하다고 생각했다. 연습으로 6년을 버텨왔으니까. 하지만 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 내 몸은 자신을 챙겨주지 않는다며 자신보다 다른 친구를 더 챙겨주는
엄마에게 화난 것 마냥 심통이 나 있었다. 그 것을 연습생 4년, 데뷔후 2년, 6년이 지나고, 내 몸은 정신으로만 움직였을 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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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서 울리는 멤버들의 울음섞인 목소리만 귓가에 멤돌았고 몸은 바닥으로 떨어진 상태로 머릿 속에서는 대기실에 있는 그녀의 명함이 생각났다.
그녀가 보고 싶어졌다. 마지막으로 본 세상은 온통 하얀 색이였고 눈이 감기는 순간마저도 하얀 빛을 보고 그 후 완전한 검정색이 되었다.
왠지 모를 무서움과 두려움에 잠에 빠지면 ,내 꿈에 그녀가 와주 길 바랬다.
- 단편 , iKON ○○○ 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