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자는 말과 함께 제 손목을 붙들고 저택의 문을 열었다.
밝은 낮과는 대조되는 저택 안의 모습에 왠지 으스스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약간의 소름도 돋았달까.
제 손목을 붙들고 저택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제 생각과 다른 저택 내부의 모습에 놀랐다.
외부의 모습과 같이 허름할줄 알았는데 전혀 달리 깨끗하고 반듯한 모습에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은은하게 저택의 내부를 빛추는 수 십개의 조롱불들과 낡아보이지만 고고한 모습들을 지닌 가구들
그리고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보려 시선을 옮겼을까 계단에 삐딱하게 기대어 저희 둘을 쳐다보는 사람이 있었다.
정국도 그의 존재를 보았는지 저를 제 등 뒤로 살짝 숨기며 말을 꺼냈다.
" 형 안 잤네요. "
정국이 물어 본 답에는 대답이 없었다. 계속 저를 쳐다보는 눈빛만 가득했다.
그러고선 몸의 움직임이 느껴졌다. 이번엔. 계단 난간에 기대어 저를 쳐다보는 눈빛이였다.
그리고서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는 나를 충분히 떨게 만들었다. 심각하게도.
" 먹잇감? "
떨리는 제 몸의 움직임이 느껴졌는지 제 손목을 붙잡은 정국의 손의 악력이 좀 더 거세어졌다.
그리고선 고개를 돌려 저를 한 번 쳐다보고서는 당황한 표정 하지말라며 살짝 눈치를 주고선
다시 고개를 난간에 기대어 있는 남자에게 돌리며살짝 웃으며 답을 했다.
" 아뇨, 우리 식구인데. "
그 말과 동시에 집 안을 비추던 수 십개의 조롱불들이 한꺼번에 꺼지면서 저택의 내부를 어둡게 만들었다.
갑자기 제 시야가 어두워지며 저택의 내부는 보이지 않았고 갑자기 어두워지는 바람에 그만 정국의 손을 쳐버려 놓쳐버리고 말았다.
그러고선 하나 둘씩 불이 켜지기 시작했고 서서히 밝아지자 제 허리와 어깨에 다른 사람의 팔과 머리의 느낌이 들었다.
분명 저의 위치는 정국의 뒤여야하는데 왜 지금 2층에 서있는걸까. 정국과 마주보면서.
저와 마주보고 서 있는 정국의 표정은 급격히 굳어졌고
제 목에서 느껴지는 숨소리에 몸이 얼어붙고 말았다.
" 누가 네 멋대로 인간을 식구라고 정하래, 정국아. "
" 걔한테서 떨어져요, 형. "
" 안 떨어지겠다면? 고작 유령이 뭘 하겠다는건지. "
" 형!!! "
소리치는 정국의 모습에 제 허리와 어깨에 있던 사람의 느낌은 사라지고 제 시야 앞에 나타난 남자였다.
흥미로운 눈빛을 지니고선 제 주위를 한 바퀴 돌았다. 그러고서는 저를 순식간에 정국 옆으로 데려다 주었다.
눈 깜박할 사이에 정국의 옆으로 옮겨진 저는 그만 힘이 풀려 주저 앉아버렸고
아직 정국과 그 남자는 거실과 2층사이에서 대치상태중이였다.
" 곧, 김태형하고 호석이 형 올텐데 어떻게 할려고 그래. "
" ... "
" 뭐 김태형 식량만 늘어나는 꼴을 보는건가. "
" ... "
" 그 두 명이 오기전에 제자리에 데려다ㄴ.. "
" 랑(Lang)을 알고 있어. 얘가. "
뒤돌아갈려는 그의 모습에 정국은 급하게 말을 뱉었고 그 말에 순식간에 정국의 앞에 나타난 남자였다.
찰나의 순간에 별로 멀지 않은 거리이지만 정국과 바로 코 앞에서 대치중인 상태가 되어버렸다.
그의 상태는 약간의 화남과 더불어 당황까지 겹쳐진 얼굴이였다.
정국의 멱살을 잡고선 벽으로 밀어붙였다.
쾅하는 소리에 액자들이 두 세개 떨어지며 식탁위에 올려져있던 유리잔도 떨어질정도의 세기였다.
정국은 부딪힌 등이 아픈것인지 눈살을 찡그렸다.
" 그게 뭔 소리야. 쟤가 왜 랑을 알아 "
" 그건 나도 몰라요. 어떻게든 쟤를 여기에 잡ㅇ... 아흑... "
정국을 반대편으로 내팽겨치는 남자였다.
정국이 서 있던 벽에는 이미 금이 가있는 상태였고 부딪힌 벽에는 가루들이 스르르 떨어졌다.
남자에 의해 넘어진 정국은 잘 일어서지 못 하고 있다.
남자는 다시 정국에게 다가갔고 억지로 일으켜 세웠다. 정국은 그에 저절로 일으켜졌고 중심을 잘 잡지 못 했다.
" 똑바록 말해. 저년이 어떻게 랑을 아냐고 "
" ...책... 랑의 책을 들고 있었어. "
정국의 말에 그는 나를 한 번 쳐다보았다.
책이라니 무슨 책을 얘기하는거지. 아까 그 책을 얘기하는 건가...
나를 한 번 훑고 나서 정국에게 다시 시선을 돌려 경고하듯이 얘길했다.
나 홀로 서있는 와중에 머리는 계속해서 돌아갔다. 궁금한 것과 물어보고 싶은 것들 투성이였지만
둘이 하는 얘길 들어보니 그 책에 대한 얘기는 안 꺼내는게 좋을거 같았다.
" 지금 저년한테 책이 없다는건 어디엔가 숨겼다는거겠네. 근데 너도 지금 느껴지지.
김태형과 호석이 형이 바로 이 앞에 있다는거. 또, 그 둘이 인간을 좋아하고 싫어한다는거. "
그 사람은 그 자리 그대로 사라져버렸다. 급격히 조용해진 저택이였다.
스르르 쓰러지듯이 소파에 기대버린 정국의 옆에 다가갔다. 육체의 존재가 사라졌다고 한 그였다.
근데 왜 지금 그는 아파하는걸까. 영혼인 상태에서도 아픔을 느낄 수 있었던거였었나.
" 괜찮아...? "
나는 정국의 몸 상태를 살피며 물었다. 아무 반응을 안 하는 정국에 난 답답해지기 할 뿐이다.
정국은 생각했다. 저 아이를 데려온게 잘 한 짓인지. 지금 어디로 저 애를 데리고 피해야 할지.
정국은 뜨기 힘들었던 눈을 스르륵 떴다. 제 옆에 걱정하는 듯한 눈빛을 하고선 앉아있는 이름이였다.
" 아까 그 형은 박지민이라고 해. 들어오기전에 얘기했지. 셰이드라고. "
" ...응 "
" 지금 궁금한거 많은 눈빛인데 상황이 좀 그러니 나중에 알려줄게 일단 여기서 벗어나자. "
" 왜, 벗어나는데? "
" ... "
" 벗어날거면 날 여기로 왜 데려온거야 "
" ... "
" 말해봐 "
정국에게 몰아붙이며 얘기했다. 속으론 화도 살짝 나있었다.
조심하라며 들어가자라고 말한 이는 정국이였다. 근데 들어오자마자 벗어나자니.
뭐하자는 짓인가 싶기도 했다. 물어보고 싶은게 많았다.
랑은 누구인지, 책은 또 어떤건지, 왜 넌 아픔을 호소하는지.
" 책과 랑에 대해서는 아직 얘기 해 줄수 없어. 근데 이거만 알아둬 그 두가지로 인해 내가 널 여기로 데려온거고
지금 그 두가지로 여기 사람들은 너에게 해를 가할 수도 있어. 원망하려거든 네 운명을 탓하길 바래. 우린 아무 잘못 없는거니깐.
여길 벗어나려거든 지금 벗어나. 아까 들었지 태형이 형 하고 호석이 형이 온다는 얘기. 어떤 종족인지 말해줬으니 알겠지.
널 잡지는 않아. 가도 다시 찾지는 않아. 가거든 숨겨놓은 책은 다시 가져가라. 그리고 내 영혼은..."
정국의 끝말을 듣지 않은채 저택에서 도망쳤다. 아니 빠져나왔다.
안 알려줄거면서 왜 나를 여기로 데려왔는지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겨우 그들의 존재를 알았고
왜 나에게 그들의 존재를 설명 해 줬으며 왜 나대신 그남자에게서 고통을 받았는지. 아무것도 애기해주지 않을거면서
나를 이곳으로 데려왔는지 나는 그대로 달렸다.
그러다 그만 돌뿌리에 걸려 넘어졌다. 무릎이 까졌다. 피가 난다.
하늘도 비가 내릴거 처럼 어두워졌다. 정국이가 하려던 뒷말은 무엇이였을까. 이것도 알 필요 없겠지.
서서히 조금씩 비가 내리는 하늘에 그냥 비를 맞고만 있었다.
나무들 덕분에 그리 많이 젖지는 않았지만 옷은 축축하고 머리는 젖었다.
' 그리고 내 영혼은 안개야. 육체가 존재하지 않는. 근데 그 육체의 영혼 또한 내가 아냐. '
비는 계속 거세지고 있었고 하늘은 검게 물들어갔다.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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