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왜?'
"왜 그렇게 기분이 좋아요?"
"응? 로이는 기분 안좋아?"
"로이말고 상우요!"
"에비비, 까먹었다. 알겠어 알겠어."
"왜 그렇게 막 웃어요. 웃지 마요."
"웃을 수도 있지 무얼, 새삼스럽게."
평소마냥 실없게 웃었더니 정색을 하고 이상하게 쳐다본다.
항상 짓던 웃음에 순하게 웃기만 하던 동생이 예상 외의 반응을 보이자 순간 속으로 움찔했던 것 같다.
왜 저러나 하는 생각도 들고 뭘 잘못했나 하는 생각도 들고 웃는게 이상했나 걱정도 되지만
갑작스럽게 무뚝뚝해지는 말투는 역시나 마음에 안든다. 사람 겁먹게 하는 딱딱한 말투가 싫어서 차마 크게는 뭐라하지 못하고 작게 꿍얼거렸다.
"왜 또 주눅들고 그래요. 내가 뭐랬다고."
"몰라."
그래도 라이벌 미션에서 로이와 같은 조가 됬다고 좋아했을 뿐이었는데
남의 속도 모르고 쏘아붙이다니, 겉으론 실없게 웃어도 속은 복잡했다.
아까부터 한마디도 없이 그저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기만 하는 시선도 부담스럽고
왠지 모를 위압적인 분위기도 마음에 안든다.
고개를 슥 들어서 얼굴을 쳐다봐서 눈이 마주쳤다.
나름 웃어보였는데 반응도 대꾸도 없이 시선을 확 돌려버린다.
"아, 형 또 어디 가요."
"몰라. 카메라 안 켜져 있으니까 상관 없잖아. 따라오지마."
카메라도 꺼져 있겠다 무슨 짓을 해도 상관없겠다 싶었다.
팩 쏘아붙이고 돌아섰는데 진짜 따라오지도 않는다. 그러면서 뒤에 서서는 한숨을 크게 푹 쉰다.
지금 한숨 쉬고 싶은게 누구인데 저런 반응인가.
"형! 혀어엉!"
화단 주변을 둘러싼 차가운 바위 위에 걸터앉아 무릎을 안고 쭈그려 앉아있었다.
귓가에 울리는 형 소리에 고개를 들어 사방을 둘러보니 양볼이 발갛게 상기되서는 뛰어오는 승우가 보였다.
기다리는 상우 대신 승우냐. 유치하기 짝이 없는 생각을 한 번 하고 피실 웃었다.
"형 여기서 혼자 뭐해요?'
"넌 뭐해? 정환이는? 라이벌 미션 연습 안해도 되?"
"괜찮아요! 몇 분 정도는."
"왜 나왔어?"
"형이 갑자기 나갔잖아요. 그래서 바로 따라나왔죠! 기분 안좋아 보이길래."
"착하네 우리 승우. 고마워."
"로이 형이랑 싸웠어요?"
"아니, 설마."
두 눈을 똘망똘망하게 뜨고 반짝거리는 모양새가 마냥 귀엽다.
어린 아이 답게 발그레한 볼도 양 볼을 잡았을 때 느껴지는 말랑하니 부드러운 감촉도
으브브 거리는 코맹맹이 소리도 혀어엉 하고 길게 늘어지는 목소리 까지 사랑스럽기만 하다.
내가 저런 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면 로이도 날 좋아해 줬을까.
"형 무슨 생각해요? 같이 들어가요. 추워요."
"승우야."
"네?"
"형 춥다."
"그러니까 들어가요!"
"그건 싫은데."
입술을 비죽 내밀고 눈을 흘기더니 푸흐흐 웃는다.
순진한 남고생에게 딱 잘 어울리는 그런 모습이다.
"어..어?"
"가만히 있어봐요. 춥다면서."
괜히 춥다고 입방정을 떨었나.
팔로 저를 꽉 안고는 놔주지를 않는다. 그래도 타고나게 몸이 차가운 저와는 달리 안겨 있는 것 만으로도 따뜻한 느낌이 기분이 좋다.
덩치로 보나 키로 보나 자세가 바껴야 할 것 같지만 어린아이에게 안긴 채로 서있는 것도 기분이 나쁘진 않다.
그렇게 동글동글한 머리통에 고개를 처박고 안겨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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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알신 해주시는 분들 ,다른 독자분들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