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누스의 유혹
W.한한
01
"새로운보스 환영회치곤 많이 끈적하네."
"밝히는 새낀가봐요."
반짝이는 조명도 몇십명을 뱉어대는 담배연기에 가려 제빛을 잃듯 뿌옇게 보였다.담배연기를 몇번 손으로 휘적이며 걷어내고 바 안으로 내려갔다. 들어가자 보이는건 조직의
상징인 검정색 양복을 하나같이 빼입고 옆에 여자까지끼며 놀고있는 깍두기들을 보고 혀를 찼다. 이런 분위기인데 마약을안하는것도 이상하지, 안으로 더깊숙히 들어가자 이미 마약을 들이킨 사람들도 적지는 않은지 걸음걸이가 심상치않은 사람들도 많다.
이런일은 처음있는듯 침을 삼키며 자신의 옆에 딱붙어있는 찬식을 반대편으로 밀었다.
"넌 저기가서 마약쳐마시고 있는 새끼있으면 연락해."
"네? 아선배 저 무서워요."
"안무서워. 그니까 가서 보이면 연락해 빨리가."
울상이 되서는 억지로 반대편 룸복도로 향하는 찬식을 보고 나도 그 반대쪽 조직원들이 술을 마시고 진탕놀고있는 바 중앙으로 걸어갔다. 여기에도 대놓고 피고있는 새끼들이 있을지도 모르지.
비어있는 의자에 털썩앉아 몸을 뭍고 바에서 조직원같이 보이지도 않는 남자가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고있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옷도 살짝살짝비치고 바지도 달라붙는 바지에다 색기어린 표정까지 아래에서 위까지 올려보다보니 저도모르게 침을 꿀꺽삼켰다. 아 이러면안되는데, 조직원새끼들 정찰해야하는데 하면서도 어느새 눈은 노래를부르고있는 남자애에게로 향했다.
넋을놓고 남자애를 보다보니 어느새 노래가 끝났는지 살짝웃으며 무대계단아래로 내려가는데 나도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그쪽으로 따라갔다. 내가 따라가는 걸음을 느낀건지 약간 움찔거리며 걸음이 빨라졌다.
변태로 오인받는것같아 약간 기분은 나빴지만서도 그냥 저남자를 잡고싶다는 마음에 그남자보다 한보폭 먼저 걸어 그남자의 손목을 잡자 예상이라도 했다는듯 지조적인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돌려 날 쳐다보았다. 그게또 아찔하단 말이지.
"무슨 용건인가요?"
"..아..용건이 아니라.."
"그럼 본능인가?"
또얍살스런 입꼬리를 쓰윽올리며 쳐다본다. 순간 아래가 저릿해서 오는것같아 몸이 움찔거렸다. 뭐야 이거 왜이래 저남자가 뭔데 내가이러지, 나조차도 이해가 안돼는 느낌에 인상을 찡그리니 약간의 실소를 흘리며 곧게 펴져있는 하얀색와이셔츠에 자신의 입술을 묻고 떼어내자 뭐라도발랐던건지 붉은색의 자국이 와이셔츠에 남았다.
"귀엽네.여긴 처음인가? 신입?"
"...예.신입."
"신입치곤 운이좋네 나랑 대화를다해보고?"
자신의 입술을 문질거리더니 곧 끈적이는 손으로 내볼을 쓸어온다. 손이 얼굴을 스쳐가자 확풍기는 인조장미향기, 이런건 여자들이 쓰는 향수아닌가? 향수가 아닐수도 있다는 생각도 얼핏든다. 그냥 이남자한테서 나는 냄새가 아닐까할정도로 그향수와 어울렸다.
망부석처럼 가만히 있는 나에게 흥미를 잃은건지 와이셔츠를 만지작거리고있던 손을 떼고 빨간색의 문들이 일렬로 벽에 있는 로비쪽으로 걸어간다.
이렇게 보내면 후회하지않을까 하는생각에 목까지 턱턱막히는 건조함을 깨고 어렵게 입을 열었다.
"저기, 이름이라도."
"..그냥 J라고불러."
"그건 이름이아니잖아요."
"힌트야"
아니 내가 알고싶은건 당신이름이라니까, 답답한마음에 또입을 열려하는데 인조장미향기가 풀풀풍기는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쓸어올리자 조금 밝은갈색의 머리가 이마를 타고 부드럽게 떨어진다.
또 그말에 할말이 막혔다 그는 생각보다 치명적이었다. 늪에 호기심으로 발을 들였는데 갈수록 점점 깊이 빨려들어가는 느낌. 내 신분이 경찰이라는것도 잊어버리고 싶게만드는 이상한 사람.
다음에또오라며 얇은 손가락들을 까닥거리고 뒤를 돌자 장미향기가 또 확났다.
"저기 향수 뭐써요?"
"별걸다 물어보네, 가바나 로즈 더원 퍼퓸. 됐어?"
"..네 다음에 또올께요."
향수였네. 저남자의 원래 향기가 아니라는것에 대해선 유감이지만 잘어울리니까 어깨를 으쓱해보이며 룸으로 들어가는 뒷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다 정신이들었다. 씨발 내가 지금 뭐하는거지 마약쳐마시는 새끼들 잡아서 족쳐도 모자랄시간에 저런 남자랑 얘기나하고있고, 꿈인것처럼 몽롱해지는 기분에 와이셔츠에 수놓여져있는 빨간자국을 손으로 슬슬쓸어보았다.
다음에, 다음엔 이름알아내고 만다.
이상한 다짐과함께 저쪽로비에서 찬식이 허겁지겁 뛰어온다.
"선우선배! 저쪽은 아무도 없어요. 선배쪽은요?"
"...나도 아무도없다. 그냥 향수하나있었어."
"향수요?"
"장미향수."
장미? 선배 왜이래 오히려자기가 마약에 꼴은거 아니야? 얼굴에 다써있는 표정으로 날 쳐다보는게 절실히 느껴졌지만 그눈빛을 무시했다. 그래 나 마약한것같다 내가 감방에 가야되는거아니냐? 이제 실실헛웃음까지나온다.
로비를 빠져나가니 또 매캐한 담배연기와 무대에선 어느새 다른 여자가 끈적한 눈빛으로 노래를 부르고있었다 금색으로된 반짝이는 옷을입고. 근데왜 그남자보다 더 안야해보이지.
내생각과 비슷한건지 다른 조직원들도 그여자에게 별로 흥미가 없어 보였다. 그냥 술만 들이마실뿐, 오늘일 허탕쳤네. 바를 나가자 안에있느라 못느꼈던 상쾌한 공기가 확느껴졌다.
"그나저나 오늘일 허탕쳤네."
"그러게요, 아 경감님 잔소리 진짜 듣기싫은데."
"아닌가..수확은 하나있지."
"네?"
"아니야, 가기나하자."
수확이 있긴하지 J라는사람. 지금이일을 허탕친이상 다시 이곳에 오겠지, 비밀에 둘러싸여있는것같은 사람. 옷을 아무렇게나 입어도 색기가 넘치는사람, 장미향기를 아무렇지도않게 풍기는 사람.
그게또 치명적이게 어울리는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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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밀애끝나고 올리려했는데 무슨상황으로 인해서 1편을 소심하게........ 눈팅하셨으면 댓글이라도 좀 달아주세요 ㅠㅠㅠㅠㅠ 힘들어염 ㅠㅠㅠ 브금이랑 글이랑 안맞네..그냥 지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