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연애 중인 엑소 디오와 탑시드 홈마 너징 썰 14
BGM : 송지은 - 희망고문
노래 제목에 신경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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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편에 대한 몇 가지 오해. (꼭 읽어 주세요.) |
1. 징어는 이전의 조용한 모습을 잃어버린 건 아닙니다.
-불편한 시선들- 이라는 단어를 보시면 아시다시피, 아무렇지 않은 척 하지만 굉장히 불편해 하고 있어요.
2. 징어가 자신'을' 챙기는 것이지 자신'만' 챙기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게 행동하게 된 계기도 결국 경수 때문이죠. 화려한 외모는 경수가 모르게 하기 위해서, 그리고 일자리를 알아본 이유는 경수에게 홈을 닫은 이유를 대기 위해서에요. 많은 분들이 모르시더라고요. 징어 성격 상 갑자기 자신의 전부인 경수를 놓고 자신의 삶을 찾아 즐기는 여성이 되기는 힘들 겁니다. 여전히 경수에 매여 사는 징어에요.
사진을 지우는 것은, 경수를 지우는 게 아니라 홈마 생활을 지우는 거에요! 그리고 더이상 연연하지 않는다는 말도 위와 같은 이유입니다. 경수를 신경쓰지 않겠단 말이 아니라, 그동안 잃어버렸던 나의 모습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거예요. 화려한 외모는 물론 예외지만요.
징어 시점이니까, 본인이 그렇게 강력하게 다짐해야 겨우 이루어질 수 있었겠죠? 그렇게 강하게 스스로를 다그쳤지만 완전히 경수를 놓을 수는 없다는 걸 글에다가 써 놓았어요. 계속해서 반복되는 '나의 전부인 경수' 라는 표현을 통해서. 결코 경수를 놓을 수 없다. 이 대목에서 완전히 대놓고 경수를 놓는 게 아님을 어필하고 있죠?
여러분께서 댓글로 표현하셨듯,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의미가 많이 담겨져 있는 '밝은 척'같아요. 짙은 화장과 밝은 말투라는 가면을 쓰고 자신의 상처를 짙게 가려, 스스로를 더 망가뜨리고 사라지게 만드는 슬픈 징어의 애절한 모습이었습니다. 경수를 위해 남은 상처를 경수가 모르게 하기 위해 가리는 모습, 남아있던 본인의 성질을 지워버리는 모습이요.
3. 완결.
Q&A에서 말씀드렸다시피, 17편에서 마무리지을 예정이에요. 완결을 앞두고 있다고 하는 게 맞겠죠? 메일링은 암호닉 분들께만 보내드릴 계획입니다. 그 동안 제 글을 읽어주신 분들께 보답하는 마음으로 한 편 한 편 수정하고 있어요. 아마 메일링은 소설 형식으로 전문이 바뀐 탑시드 홈마 썰아닌 썰과, 추가 비공개 외전이 있을 예정이에요. 이 공지는 추후 완결 후에 따로 공지를 올리겠습니다.
4. 징어 시점은 13편에서 완료됩니다.
앞으로는 경수와, 다른 이들의 시점으로 지켜보아요. 여기에 입력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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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세훈 Ver.)
세훈이의 이야기.
누가 봐도 한 눈에 달라진 누나가 카페 안으로 천천히 들어오고 있었다. 아니, 누가 봐도 못알아볼 누나가.
내가 그동안 어린 시절의 누나를 봐서도, 누나의 성격을 봐서도, 그동안의 차림을 보아도.
경수 형이나, 찬열이 형의 말을 들어보아도 절대로 저런 차림을 하고 다닐 누나는 아니었다.
모자에 가린 시야를 조금 확보하기 위해 얼굴을 살짝 치켜들고 얼굴을 찌푸렸다.
눈에 확 띄는 컬러렌즈와 눈화장. 열여덟 살때도, 그 이후에도 한 번도 아이라인이라고는 그려본 적 없는 누나가 갑자기 렌즈에 스모키 화장이라.
아무것도 모른 채로 본다고 해도 굉장히 의심스러운 구석이 있다.
나는 일어나서 누나가 보기 전에 자리를 떴다. 누나는 두리번거리다가, 눈에 띄지 않아보이는 구석 자리에 앉았다.
일부러 자기가 입구 쪽과 마주보는 쪽으로. 매장 왼쪽 끝에 붙어있는 테이블.
저렇게 사람 눈길 끄는 걸 싫어하고, 사소한 것 하나까지 챙기는 누나가, 갑자기 아무 말 없이 홈을 닫고 꾸미고 다닌다니.
나는 조용히 뿔테안경을 바로 쓰고, 뒤쪽으로 돌아서 누나의 옆에 다가갔다.
일부러 조심조심. 소리가 나지 않게 조심히 걸어서.
내가 누나의 왼쪽에 조심히 좀 더 가까이 붙어 서도 누나는 알아보지 못했다. 나는 거의 확신을 가지고 누나의 왼쪽 어깨를 툭 쳤다.
그리고 누나는,
"어??!!!"
비정상적으로 놀랐다. 마치, 꿈이라도 꾸다가 잠에서 문득 깨어난 것 같은 아이가 낼 법한 소리를 내면서.
이제 100% 확신한다. 누나에게, 더이상 거짓말을 할 여지는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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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게도, 경수 형이 벤에 올라타고 나서 나도 올라타려고 가까이 다가가는 순간에 나는 모든 걸 봐버렸다.
누나가 어떤 사람들에게 한 번도 본 적 없는 표정으로 무엇이라 말하는 독기 어린 모습. 그건 전혀 누나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 모습에 나는 순수한 호기심을 느꼈고, 그래서 일부러 손에 든 스냅백을 떨어뜨려서 시간을 지체했다.
어어, 하는 바보같은 소리를 내며 허리를 굽혀 스냅백을 줍고 일어서는 순간, 나는 보았다.
그 여자가 들고 있던 은색의 길고 얇은 물건과, 팬들이 굳어서 어떡하냐며 소리지르는 모습을.
그리고, 눈을 꼭 감은 누나의 왼쪽 눈에서 피눈물이 흐르는 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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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는 이미 내가 왼쪽 어깨를 건든 순간부터 내가 모든 걸 알고 있다는 걸 알아챘다.
눈치가 빠른 누나는 미안하다고 비는 편보다는 그저 사건의 경위를 설명하기를 택했다.
"사생들이 다 알아. 경수 여자친구 있는 거. 그래서 경수를 많이 괴롭혔나봐. 경수가 요즘 한 번도 안웃었어.
그래서 사생들이 많이 예민해있는데, 경수랑 나랑 눈이 마주치자 마자 경수가 웃은거야.
그래서 사생들이 바로 확신했어. 여자친구가 여기 있다는 걸. 그래서 경수 얼굴을 찢어 놓을 거라며 일부러 자극한 거야."
"……."
"난 너무 흥분해서 그 함정에 스스로 빠져들었어. 사람들에게 아주 대놓고 내가 도경수 여친이라면서 광고를 한 거야."
"……그래서."
"사람들한테 불쌍해 보이는 건 싫기도 했고, 가족이 걱정할 거, 경수가 걱정할 거 생각하니까 좀 버티기 힘들었어. 그래서 일부러 강한 척 이렇게…."
누나의 말은 끝나지 않았지만 나는 그 속에 함축된 의미를 알 수 있었다.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하게 일부러 진한 화장을 하고, 어차피 유지될 수 없던 홈페이지는 닫았다는 걸.
누나가 지금 많이 마음 아파하고 있고, 힘들지 않은 척 하지만 굉장히 지쳐있다는 걸.
나는 이런 상황에서 내가 어떡해야 누나를 위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누나를 정말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싶었고, 다른 여자들처럼 자신의 인생을 꾸미도록 해주고 싶었다.
그런데 누나가 이렇게 망가지게 된 게 다 경수 형 때문이라는 생각이 피어올랐다. 문득 주체할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나를 위해 자기를 희생할 만큼 착한 우리 누나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계속 경수 형에게 매달려야 하는 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내 생각의 갈래는 아주 멀리까지, 손으로 닿을 수 없을 만큼 멀리 뻗어나갔다. 그리고 나는 비릿하게 웃었다.
누나가 행복해지려면. 경수 형을 떼어 놓으면 되는 것일까?
(후에 내 모든 행동을 돌아보는 나는 엄청난 후회를 하게 된다.
하지만 이 때의 나는 그저 분노에 불타올라, 선을 넘고 말았다.
누나를 행복하게 해준다는 명분 하에, 누나를 고문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37. (수정 Ver.)
수정이의 이야기.
징어네 부모님께서 한국으로 돌아오셨다. 나는 아주 어렸을 적에 한 번 뵌 것 빼고는 뵌 적이 없는 분들이셨다.
징어는 부모님을 맞아 공항으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는 혼자 가겠다고 하는 징어를 애써 설득해서 함께 나섰다.
징어는 평상시보다 더 진해진 화장을 하고 레드 계열의 코트를 입었다. 누가 보아도 연예인처럼 눈에 띄었다.
사람들이 징어를 돌아보면서 수군댔다. 하지만 징어는 아무런 시선도 느끼지 못하는 듯, 무덤덤한 표정이었다.
마음이 아팠다. 벌써 자신이 아닌 자신에 무감각해진 징어의 모습이 다방면에서 드러나서.
조금 기다리자 징어의 부모님이 상당한 크기의 캐리어를 끌고 나오셨다. 징어의 어머니는 징어를 보자마자 걸음을 바삐해 당신의 딸을 꼭 끌어안으셨다.
아버지께서는 차분히 징어 어머니의 캐리어까지 손에 잡고 곁에서 그 둘을 바라보고 계셨다. 아주 따뜻한 눈으로.
10년 동안 딱 두 번 본 딸이니 얼마나 보고 싶으셨을까. 징어 어머니가 징어를 안고 눈물을 흘리시는 걸 보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
문득 그 모습을 바라보다 보니, 한 번도 징어의 동생 이야기를 들어본 적 없다는 것이 생각났다.
징어의 동생도 미국에서 부모님과 함께 있다고 들었는데, 징어의 부모님은 동생 없이 두 분이서만 한국으로 들어오신건가?
이따가 집에 가서 좀 안정이 된다면 징어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봐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조심스레 아버님께 다가가 캐리어 하나를 들어드리겠다고 말씀드렸다.
징어의 아버지께선 처음엔 거절하셨지만, 나의 계속되는 부탁에 결국 캐리어를 넘기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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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어는 어머니를 닮은 것이었나 보다. 단아하고 깔끔하게 생긴 이목구비가 마치 고대로 복사한 듯 똑 닮았다.
반면 아버지께서는 약간 날카로운 눈매와 작은 입술을 가지고 계셨다. 누군가 닮은 것 같기도 한데, 징어와는 닮은 것 같지 않았다…
나와 징어는 징어의 부모님을 모시고 일단 피곤하실테니 저희 집에 와서 쉬시라고 설득했다.
징어의 어머니는 처음엔 손사래를 치며 거절하시다가, 징어가 조용히 옆에서 거들고 나서야 겨우 미안하다며 며칠만 머물겠다고 하셨다.
부모님이 딸의 집에서 몇 일, 몇 주, 몇 달이고 머물 수 있는 건 당연한 건데도, 그렇게 격을 갖춰서 미안하다고 사과하시는 모습이 징어와 똑닮았다.
남을 자기보다 더 먼저 생각하고, 배려하고, 양보하고, 한 발 더 앞서 생각하는 것.
징어의 예의바르고 깊은 속은 부모님에게서 그대로 배워왔던 것이었나 보다.
징어가 피곤하실 두 분을 자기 방으로 모시고 들어가서, 일단 푹 주무시라며 예의 바르게 인사를 드렸다.
두 분은 피곤하셨던 것인지 옷을 편하게 하시고 이내 곧 주무시기 시작하셨다. 지금쯤 미국은 밤이었을테니, 피곤한 것은 당연한 것일 것이다.
징어는 상당히 지친 표정으로 방에서 나왔다.
비단 부모님이 들어오시고, 그로 인해 여러 준비를 했기 때문만은 아닌 것 같았다.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
사실 그저께인가, 어제부터 그랬지만 나는 애써 징어를 추궁하려하지 않았다. 나름대로 생각을 가지고 있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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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징어의 결정을 존중하기는 하지만, 이번 징어의 결정은 약간 걱정이 된다.
징어가 과연 경수에게 모든 것을 영원히 숨길 수 있을까?
오히려, 경수는 징어의 모습에 상처를 받고 뒤돌아서는 것은 아닐까?
혹시나 완전히 일이 꼬여서 징어가 후회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당장이라도 징어를 뜯어 말리고 싶었다.
하지만, 워낙 생각 깊은 징어이고, 나름대로의 계획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애써 혀를 깨물어가며 참았다.
그렇지만 저렇게 징어가 지치고 힘들어하는 경우에는 말이 조금 달라진다.
벌써 징어가 견디기 힘들 만큼 상처를 받을 만큼 희생적인 생각을 하고 있다면 나는 막아야 하며, 말려야 한다.
점점 더 수척해지고 약해지는 모습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화장으로 가리려고 하는 징어가 안쓰러웠다.
벌써 자신의 모습을 다 잃어버린 것 같아서, 어찌 할 바를 모르겠다. 예전에는 하지 않았던 화장으로 자신을 다 망치고 가리는 것 같아서.
왼쪽 눈을 잃고 나서 한동안은 매일 울었다. 징어의 방문 앞에서 차마 문을 열지도 못하고 문고리만 잡고 있던 날이 몇 일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느 순간, 징어는 변했다. 자신 특유의 모습을 다른 여자들처럼 화장으로 가리고 강한 척, 마음도 잡았다.
다른 사람들 눈에는 징어가 드디어 자신을 꾸미는 것처럼 보일 지 몰라도, 징어를 가장 잘 안다고 자부하는 내가 보기에는 달랐다.
징어는 지금 망가지고 있다. 스스로를 영원한 지옥의 구렁텅이로 집어넣고 있다.
자신을 희생해서, 경수라도 행복하게 만들려고. 자신의 전부인 경수를 위해서, 자신을 놓으려고.
하지만, 이런다고 경수가 행복해 할 지는 모르겠다. 경수가 만약 모든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얼마나 상처받고 외로울까.
징어의 절친이자, 또 경수의 절친인 나는 이 모든 상황이 그저 안쓰럽고, 불안하다.
점점 깊어지는 미로 속에 갇혀가는 정답이 이제 보이지 않으려 해서, 조마조마하다.
위태로운 두 사람의 관계의 끈이, 끊기려 해서 절박하고 두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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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어야."
"응?"
"너 동생 말이야."
"응."
"아직 미국에 있는 거야?"
징어는 내가 이 질문을 했을 때 굉장히 초조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무언가 고민하고 망설이는 듯한.
징어가 무언가 숨기고 있는구나.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아니."
한참의 고민 끝에 징어가 대답했다. 나는 징어가 털어놓을 수 있게 조금 더 부드럽게 말하기로 했다. 표정을 풀었다.
"그럼 어딨어? 한국에?"
"응."
"나도 너 동생 보고 싶다. 나중에 같이 한 번 만나자고 하자."
징어는 잠깐 눈을 꾹 감았다가 떴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내 동생 사진 보여줄까?"
징어는 작업실로 나를 데려갔다. 무언가 알 수 없는 길로 초점이 빗나가는 것 같아서 조금 당황스러웠다.
언뜻 들으면 한 귀로 흘릴 만한 지나가는 말로 물은 것인데, 이렇게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는 것은 무언가 큰 문제라는 것인데.
징어는 유에스비를 컴퓨터에 연결시켰다. 평소 징어가 가장 아끼는 유에스비였다. 가족 사진이 들어있어서 그랬던 거였나?
징어는 몇 가지를 누르더니, 사진을 띄웠다.
그리고 나의 시간은 잠시 멈춘 듯 했다.
내가 아까 징어의 아버지를 보면서 누구를 닮았다고 느꼈던 것. 이제 그 '누구'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사진 속에는 엑소의 막내, 세훈이와 징어가 브이를 하고 있는 사진이 있었다.
사진 속의 징어는 분명 18살의 징어였다. 단발 머리의 징어. 열여덟 살에 징어는 완전히 나은 동생을 보러 미국으로 갔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진 속 배경에는, 벨벳 소파에 앉아서 미소 짓고 계신 징어의 부모님과, 왼쪽에 서있는 약간 어린 티가 나는 세훈이, 그리고 열여덟의 징어가 있었다.
징어의 동생이 세훈이라는 건가? 그러고 보니 성도 같았다. 잠시 머릿속이 까맣게 물들었다.
"…완전 어린 티 나지."
징어가 침묵을 깼다. 그제서야 혼돈 속에서 헤어나왔다.
징어가 나에게 이런 사실을 숨긴 것은 살짝 속상하기도 했지만, 무언가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으리라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징어를 미워하거나 왜 말하지 않았냐고 타박하지 않았다.
"응. 너랑 하나도 안닮았다."
징어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대답하는 내 말에 안심했는지, 잠시 쉬었다가 말을 꺼냈다.
"세훈이가 숨기자고 했어. 어쩌다가 경수랑 나랑 사귀는 거를 알았나 봐.
경수가 알면 불편할 거라고. 미래의 처남이 같은 팀 멤버면 자기도 어색하지 않겠냐고.
웃으면서 비밀로 하자고 하는데 너무 고마워서, 그냥 알았다고 했어. 그렇게 생각해 준 게 고맙기도 하고.
그래서 너한테까지 숨기게 된 거야. 다 말하지 못해서 미안해. 그런데…."
징어의 눈은 공허해 보였다. 따라서 나도 조심스러워졌다.
"…왜?"
"세훈이가 얼마 전에 날 불러냈어."
"……."
"세훈이는 이미 알고 있었어. 내 눈…. 그 때 직접 봤나 봐. 세훈이는 다른 멤버들보다 훨씬 뒤에 있었거든.
그래서, 세훈이가 그걸 나한테 물어보는데…"
"……."
"…세훈이랑 얘기하고 세훈이가 가 봐야 된다고 일어났는데, 세훈이 마지막 말이 좀 걸렸거든.
뭐라고 그랬냐면, 누나가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였어."
"그런데 그게 왜?"
"그런데, 어제 경수한테 전화해 보니까 경수가 번호가 바뀌었어. 찬열이도, 세훈이도 안바꿨는데 경수 혼자."
"……."
"세훈이가, 경수한테, 어떤 말을, 한 건지 모르니까. 답답해. 미칠 것 같아."
징어는 기어이 말을 뚝뚝 끊었다. 감정이 울컥 차오르는 모양이었다. 나는 일단 징어를 달래주어야 했다.
"사생 때문에 바꾼 거 아니야? 왜 그렇게 생각해. 아닐거야."
"난 아무것도 모르겠어. 어떡해… 너무 많이 예민해졌나봐. 자꾸 울 것 같애…."
아직까지 자신을 완전히 잃지는 않았는지, 속은 마냥 여리고 약한 징어다. 이렇게 약한 아이에게 자꾸 바늘을 꽂아 넣는 모든 현실이 미웠다.
나는 징어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징어의 흰 손가락이 파르르 떨렸다. 울지 않으려 애쓰는 징어가 안쓰러웠다.
이런저런 말이 섞여 요지를 모를 만큼, 징어의 마음은 이리저리 꼬여있었다. 풀리지 못할만큼 꽁꽁 꼬여 묶인 실뭉치처럼.
징어가 내게 무엇을 숨겼던 것보다, 징어가 지금 극도의 불안감과 공포감에 사로잡혀 있다는 게 문제였다.
나 또한 아무것도 모르겠다. 지금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것인지, 다들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 때 책상에서 핸드폰이 울렸다. 흘끗 쳐다보니 흰색 핸드폰의 화면에 카톡 알림창이 떠 있었다.
기본 카톡 알림창이 계속해서 바뀌었다. 띠링, 띠링, 띠링.
'찬녀리♡ - 야 정수정'
'찬녀리♡ - 나 할 말 있는데.'
'찬녀리♡ - 잠깐 만날 수 있어?'
'찬녀리♡ - 급한데.'
#38. (찬열 Ver.)
찬열이의 이야기.
요즘따라 도경수가 이상하다. 우리끼리 있을 땐 물론, 팬들 앞에서도 웃지 않는다.
매니저 형에게 엄청난 잔소리를 듣고 나서도, 달라지지 않았다. 계속 힘없이 흐느적대며 보는 사람까지 힘빠지게 만들었다.
나는 나름대로 경수를 풀어주려고 더 시끄럽게 굴고, 장난도 많이 쳐보고 했지만 도경수는 시끄럽다며 저리 가라고 할 뿐이었다.
뭔가 이상한 것이 느껴졌지만, 나는 그냥 조용히 하는 편을 택했다. 가을 타나? 왜 저러지.
도경수는 매일 매일 들여다보던 핸드폰도 이젠 아예 비행기 모드로 해놓고 다녔다. 시계만 볼 수 있도록.
징어랑 연락 안해? 하고 묻고 싶었지만, 괜히 징어와 관련된 문제였는데 내가 건드려서 더 크게 만들까봐 관뒀다.
하지만 점점 이상해졌다. 일주일 내내 한 번도 웃지 않았다. 웃음 팔아서 돈 버는 연예인이 웃지 않는다는 것은 상당한 문제다.
나는 괜히 불안해져서, 경수 옆에 꼭 붙어다녔다. 일부러. 그리고 나서야 알았다.
'도경수 여친 있다며?'
'지금 존나 정색하는 것 봐.'
'여친 건드리지 말란 거지. 씨발, 우리가 먹여살려주는 건데. 존나 어이없네.'
'여친 한 번 건들였다간 칼빵이라도 할 기세다?'
'칼빵이래, 미친. 존나 웃기네.'
온갖 욕설과 경수, 그리고 경수의 여친을 향하는 화살들. 그제서야 나는 왜 경수가 힘들어하는 지 알았다.
그 모든 걸 묵묵히 들으면서 힘 없이 녹화 후에 벤을 기다리던 경수는 문득 팬들을 주욱 둘러보다가, 갑작스레 스윽 웃었다.
나는 반사적으로 경수의 시선을 따라갔고, 그 곳엔 징어가 있었다. 카메라를 살짝 내려들고 경수를 보고 있는 징어.
원래 징어의 옆에는 수정이를 꼭 끼고 다녔는데, 요즘따라 수정이가 연락도 안되고 오지도 않는다. 어디 아픈가? 바쁜가?
쓸 데 없는 생각을 하고 있는 새, 벤이 왔다. 그리고 경수와 차례대로 벤에 올라탔다.
세훈이가 모자를 떨어뜨려서 시간을 지체하는 바람에 팬들이 마구 몰려들어 소리를 질렀다.
나와 경수는 그 모습을 보는 게 힘들어서 눈을 꾹 감았다. 다시 눈을 뜨자 세훈이가 옆에 앉아 있었다.
세훈이는 준면이 형의 잔소리를 듣는 둥 마는 둥, 묘한 표정을 짓고 앞을 응시했다.
매 번 느끼지만 정말 속내를 알 수가 없었다. 가끔씩은 착했다가, 가끔씩은 아주 기어올랐다가.
세훈이는, 음…, 꼭 여우같았다. 생긴 것도 여우 같네. 카톡에 여우라고 저장해야지.
카카오톡을 켜서 '여우'라고 저장하고, 즐겨찾기에 ㄱ 여신님♡ 이라고 저장된 수정이의 프로필을 확인했다.
수정이의 프로필에는 이런 글귀의 사진이 업로드되어 있었다.
'Love exists but with an absence of eternity.
At the first moment of a lovers encounter, there is an affirmation of love.
Psychologically lunacy, emptiness, panic, delusions that the moment will last forever.
I'm ceased by desire. I hid behind my back and postpone all answers.'
일찌감치 공부에 손 놨던 나이기에, 이런 복잡한 문장을 해석할 능력은 없었다.
의외로 영어를 잘하던 세훈이가 생각나 옆에 앉은 세훈이의 팔을 콕콕 찌르고 이 사진을 보여주면서 해석해달라고 했다.
세훈이는 한 문장 한 문장을 차례차례 읽고, 해석해주었다.
"Love exists but with an absence of eternity.
사랑은 존재한다. 하지만 영원하지는 않다.
At the first moment of a lovers encounter, there is an affirmation of love.
사랑을 처음 접한 순간에는 사랑이라고 확신을 한다.
Psychologically lunacy, emptiness, panic, delusions that the moment will last forever.
심리적으로 광기, 공허함, 공황, 그리고 이 순간이 영원할 것이라는 환상.
I'm ceased by desire. I hid behind my back and postpone all answers.
나는 욕망에 사로잡혀 있다. 나는 내 등 뒤에 숨어 모든 답을 미루고 있다."
그 해석을 듣고 나니 괜시리 심란해졌다. 사랑은 영원하지 않다. 그리고 이 순간은 영원하지 않다.
…왜 이런 문구를 프로필로 해 놓은 걸까. 왜..? 내가 질렸나?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머리가 깨질 것 같았다.
차라리 모르는 게 좋을 때가 있다. 바로 지금처럼. 시간을 3분만 되돌리고 싶었다…
…에이, 정수정은 그럴 리가 없다. 정수정을 믿어야지.
내가 힘들게 한 것도 많고, 예쁘고 완벽한 내 여신님이 나한테 아까운 것도 사실이니까.
내 여신님의 결정이라면 뭐든 다 따를 수 있다. 내가 아프게 했다면, 놔 주는 게 맞는 거니까. 그리고, 내 여신님은 날 너무 좋아하니까 놓지 않을 거다.
마음을 단순하게 먹고 나니 편안해졌다. 생각해보니까 우리 여신님 영어도 이렇게 잘하네. 누구 여자길래 매일매일 이렇게 예뻐져?!
-
그리고, 한 달. 슬슬 컴백 준비를 들어가야 할 시점이었다.
그리고 도경수는 완전히, 모든 것을 놓은 사람 같았다.
이제 방긋방긋 잘 웃고, 마구 애교도 부리지만 무언가 느껴지는 얼음같은 차가움이 있었다.
룸메이트를 바꿀 때, 나는 자진해서 경수와 같은 방을 쓰겠다고 나섰다. 그냥, 감싸주고 싶어서.
처음 방을 옮기고, 짐정리가 끝나고 일찍 자기로 했다. 불을 끄고 이불 속에 파묻혀 이어폰을 꽂으려는 순간.
흐읍, 흑, 흐으….
울음 소리가 들렸다.
나는 이어폰 잭을 들고 허공에서 손을 멈췄다. 내 기억 속의 도경수는 한 번도 울지 않았는데.
도경수를 울 만큼 힘들게 할 것이 뭐가 있을까.
사실 우리 중에 가장 냉정하고 차가운 놈이라 사생팬이나, 힘들고 고된 스케줄 탓은 아닐 것이었다.
그렇다면, 징어 때문일까?
핸드폰을 켜서 수정이의 사이트에 들어갔다. 몇 주 째 새 글이 안올라오고 있다.
평소엔 바쁜가보지, 하고 넘겼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조금 이상하다.
계속해서 들려오는 울음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LINK 카테고리에서 징어의 사이트인 하늘색 배너를 눌렀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서 홈을 닫습니다. 다시 열릴 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동안 사랑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늘 건강하세요.'
흰 바탕에 기본 검정색 10pt 글씨로 저 몇 글자만이 써져 있었다.
그렇게 경수를 아끼던 징어가 홈을 닫았다..?
문득 엄청난 불안이 몰려왔다. 급하게 카톡을 켰다. 징어의 프로필 사진을 눌러보았다.
일단, 수정이가 먼저 보였다. 그리고, 그 옆에 있는 여자는..
한참 들여다보고 나서야 알았다. 징어구나.
알고 지낸 5년 동안 한 번도 화장을 한 적이 없는 징어였다. 워낙에 꾸미는 것도, 눈에 띄는 것도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데, 그런 징어가 스모키 화장에, 시스루 블라우스를 입었다니. 안찍던 셀카도 찍고.
누가 봐도 확실히 변한 징어의 모습이 낯설었다. 누군지 못알아볼 만큼 변해버렸으니까.
그 때, 세훈이가 방에 들어왔다. 노크도 없이.
아까 병원에 갔다 온다며 나갔던 세훈이었다. 나는 애써 목소리를 침착하게 하고 물었다.
"웬일이야. 발목은 괜찮대?"
"네. 그냥 조금 조심하래요."
"그런데 왜, 뭐 할 말 있어?"
"아, 형. 저 물어볼 게 있는데요."
세훈이는 내 침대로 천천히 와서 앉았다. 경수는 문이 열리는 순간부터 소리를 죽여버려서, 아마 경수가 자는 줄 알았을 것이다.
세훈이는 가볍게 손가락으로 툭툭 비밀번호를 눌러서 잠금을 풀면서 물어봤다.
"와이파이 비밀번호가 뭐예요?"
그리고, 나는 약간 내게 기울어진 듯한 세훈이의 핸드폰에서 세훈이의 배경화면이 징어의 사진인 것을 보았다.
애초에 와이파이 비밀번호를 내 방까지 들어와 내 옆에 앉아서 물어볼 이유는 없었다. 이걸 보여주려고 여기까지 들어온 것이었다.
그런데, 징어가, 세훈이랑 어떻게 아는 사이지? 세훈이는 내 머릿속을 읽은 듯이, 말을 이었다.
"아, 징어 누나요?"
"어. 니가 어떻게 아는데."
"그냥, 몇 달 전에 만났어요. 경수 형 엄청 따라다니던데."
"어디서 만났는데."
"제 친구가 자기 누나라고 소개시켜줬었어요. 그래서 좀 꼬셨더니, 넘어오던데."
"너 미쳤어?"
"왜요. 대충 착한 동생친구 흉내내면서 힘들다고 술 마시자고 했더니 착해서 그런가,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마셔주더라고요."
"진짜 제대로 미친 새끼네. 너 설마 술먹고 뭐 지랄한 거 아니지?"
"뭐, 어쨌든 경수 형보고 이만 버리라고 해요. 남이 먹다 버린 거 주워먹기 싫잖아, 경수 형도."
"진짜, 널 어떻게 해야 되냐."
"뭘 어떡해요. 그 누나가 아침에 술 깨고 나서 그러더라고. 어제 생각해보니까 내가 왜 20대를 그렇게 버리는 지 모르겠다고.
자기가 조강지처도 아니고 완전 억울하대는거야. 자기도 남자 좀 만나고 그렇게 살고 싶은데. 아, 물론 그게 당연한 거라는 건 알죠?
어떤 여자가 자기 이십대를 그렇게 바치고 싶겠어. 좀 꾸미고, 자기 인생을 살아보고 싶지."
"……."
"그래서, 뭐. 그렇다구요. 경수 형, 얼른 징어누나 놔 줘요. 팬페이지도 닫고 요즘 화장도 하고 다니고, 다 알잖아.
누나 요즘 피아노 다시 배워요. 학원 맨날 가는데. 형도 알잖아요, 누나 피아노 다시 하는 것까지. 그럼 맘 떠난 것도 알면서 왜 그래?"
나는 머리가 핑핑 도는 것 같았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그렇게 착한 징어였는데, 그러면서 믿으려고 해봐도 불가능했다.
여자들은 꾸미고 싶고 자기 인생을 살고 싶다는 걸 어디선가 본 것 같아, 세훈이의 말이 정말인가 싶었다.
거기다가 경수가 울 만큼 힘들어했다니. 경수가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었고….
완전히 모든 퍼즐이 끼워맞춰졌다. 정말, 징어가…?
경수는 이불을 팍 젖히고 일어났다. 빨갛게 충혈된 눈이 문 틈새로 새어들어오는 빛으로 인해 선명하게 보였다.
경수는 울음을 삼켜가며 말했다. 그래, 그럼 내가 징어 놔주면, 징어는 행복한거야?
그 와중에도 징어를 먼저 생각하는 경수.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방관자가 되어 이 모든 상황을 멀뚱하게 지켜보고만 있어야 했다.
도경수는 징어에게 더 상처를 주기 싫다며, 모든 연락을 일절 끊어버렸다. 그리고, 다음 날. 경수는 정말 핸드폰 번호를 바꿔버렸다.
그리고 오세훈의 얼굴이 묘하게 밝아진 것이 보였다.
세훈이를 당장이라도 때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저런 쓰레기같은 새끼는 죽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징어가 정말 힘들었을 것 같아서 차마 내가 섣불리 행동할 수 없었다.
그리고, 약간 장난끼가 많긴 했지만 그렇게 착했던 세훈이가 갑자기 이렇게 독한 말을 뿜어내는 게 이상하기도 했다.
앞뒤가 맞지 않는 말과, 극단적인 예시가 의심스러웠다.
하지만 도경수는 그 모든 것을 신경 쓸 겨를 없이, 그저 징어에 대한 죄책감에 빠진 것 같았다.
그 동안 자기가 예쁘고 아름다웠던 징어를 붙잡고 놓지 않아서 시간을 허비하게 만들었다는 죄책감.
함부로 경수에게 이런 내 생각들을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서 그저 조금 기다려 보기로 했다.
-
도경수는 자신의 약한 모습을 감추고 더 밝은 척을 하느라 애를 쓰고 있었다.
툭 건들면 왕 울어버릴 아이같은 도경수가, 괜한 오기에 부들부들 떨며 저주스러운 얼굴로 세훈이를 쳐다보았다.
멤버들은 묘한 신경전에 아무도 말리지 못하고 그저 방관했다. 나를 포함해서.
도경수는 자신이 약하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 자신을 팔고 있었다. 참 병신 같게도.
매일 밤 엎드려서 울어재끼고, 핸드폰으로 매 번 화장기 없이 수수한 징어의 얼굴을 바라보며 울면서.
징어야, 하고 부르면서 눈물을 주룩주룩 내리면서.
도경수의 눈에 징어가 맺힐 때마다, 징어는 점점 흐려졌다가, 이내 뚝 떨어졌다.
눈을 꾹 감아 사라진 징어의 모습. 도경수의 마음 속에서도 그렇겠지.
보일 듯 말 듯, 흐려졌다가 결국 사라져 버리는 징어.
손을 뻗어도 잡히지 않고, 무슨 생각을 하는 지 알 수 없는 징어.
세훈이의 말이 아니라고 믿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는….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나도 눈물이 났다. 경수와 함께 울었다. 경수의 마음이 너무 생생하게 전해져서, 나도 울지 않을 수 없었다.
징어가 그럴 리 없다는 마음은 점점 옅어져만 갔다. 점점 메말라가는 삭막한 세상이 저주스러웠다.
그렇게 울고 웃고를 반복하다가, 문득 징어와 늘 붙어 있는 수정이가 생각났다. 수정이에게 물어보면 되지 않을까?
나는 카톡을 켜서 수정이에게 카톡을 보냈다. 할 말 있으니까, 만날 수 있냐고.
* * * * * * * *
베브입니다. 늦어서 죄송해요.
최대한 길게 써서 들고 왔습니다. 내일 또 올 거에요. 주중에 못 오니까 많은 분량으로 갖고 올게요.
최대한 감수성을 끌어모아 보세요... 감수성이 절대로 모이지 않을 한낮에 올리는 게 함정입니다만...
중간에 수정이의 프로필 사진으로 나오는 문구는, F(x)의 아트필름에서 수정 양의 목소리로 나레이션되는 문구입니다.
멍청하게 다 일일이 받아 쓰고 나니까 인터넷에 쳐 볼걸,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세훈이는 약간의, '시스콤' 정도로 해석해주시면 됩니다. 누나에게 받았던 사랑과 고마움을 갚고 싶은데, 그게 조금 잘못된 방식인거죠.
세훈이 미워하지 마세요. 경수와 찬열이에게 오히려 새로운 깨달음을 주는 인물이니까요.
맞춤법 오류 / 문법 오류 지적 / 오타 지적은 감사히 받습니다.
늘 제 부족한 글을 봐주시고, 댓글 달아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