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그 여자
아니, 이게 도대체 얼마나 구시대적인 발상인지 다들 알고는 있데요?
그걸 알고 있으면서 어떻게 그렇게 그냥 해야겠다고 진행해버리는 건 무슨 심보래요?
나는 정말 애초부터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마음에도 없는 사람이랑 한 집에서 부대끼며 산다는 게 말이나 돼요?!
아니, 처음부터 마음이 다른 데 가 있던 사람이랑……?
그래, 솔직히 다 이해해요.
기업 간의 병합이니 사업적 결합이니 그런 거 다 이해한다고 쳐요.
근데- 그게 내 이야기가 될 거라곤 나는 한 순간도, 정말 단 한 순간도 생각해본 적 없어요.
그러니까, 단 한! 순! 간! 도!
나도 하고 싶은 일 있고, 가보고 싶은 곳 있고, 자유롭게 여러 경험하면서 살고 싶었어요.
“사장님의 사근사근한 아내” 그런 타이틀 말고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 게 많았다고요 나는.
물론 마음 맞고 서로 잘 지낼 수 있으면 좋은 사이가 될 수도 있겠죠.
그러다가 정도 들고, 진짜 사랑도 하게 되고, 정말 부부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저 남자를 좀 보라니까요? 비단 문제가 저한테만 있는 건 아니라고요.
마음은 이미 다른데 가 있는 것은 둘째 치고 사람 취급도 안 하는데 도대체 제가 뭘 어떻게 해야 하나요?
처음에는 저도 ‘그래, 이렇게 된 거 어쩔 수 없어. 잘 지내보자’ 하는 마음으로 많이 노력했고,
나중에는 ‘언젠가는 나를 돌아봐 줄 거야’하는 생각으로 이해하려 애썼단 말이에요.
근데... 이제는 정말 못 참겠어요.
지쳤어요.
나도.
내 마음도.
Interview: 그 남자
.......
별로 할 말 없는데
저랑 인터뷰해도 별것 없을 겁니다.
다 끝났으면 그만 일어나죠.
*
낭만 없는 낭만에서도
너의 낭만이 되어줄게
[이제야 / 낭만의 역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