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와서 후회해봐야 소용없겠지
by.탄소야
부제 : 그의 웃음은 예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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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으로 이사온지도 어느덧 일주일이 지났다
그와 연락을 끊은지 벌써....몇 달째더라
띠링-
문자가 온건가? 이 시간에 누구지....
박지민이다. 내 구남친
정확히 말하자면 헤어진 것도 아니고 만나는 것도 아닌 그런...매우 어정쩡한 사이
얼마만에 온 연락인가
기대 반 걱정 반으로 패턴을 풀고 메세지를 봤다
그때였다
내가 갑자기 차키하나만 달랑 들고서 내 차를 향해 냅다 뛴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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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싸우고 현재 연락두절상태다
평소 같았으면 나던 그던간에 먼저 사과하고 풀려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날은 달랐다
엄연히 원인은 그에게 있었지만 그의 말대로 조용히 지나갈 수도 있는 일이었다
난 그러지 못했고
그래서 우리가 지금 연락이 두절된 것이다
지금 나는 이삿짐을 옮기는 중이다
물론 그에게는 연락하지 않았다
그 땐...몰랐으니까, 그가 그럴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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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집에 살면서 친하게 지냈던 이웃인 한 언니에게서 연락이 왔다
이사 잘 갔냐고
그에 나는 가는 것도 보지 않았냐고 웃어 넘기려는데 그 뒷말은 꽤나 충격적이었다
" 너 살던 집, 거기 불나서 난리도 아니였어.아까 보니까 집이 아예 싹 다 탔더라고 "
" 진짜???와...대박...사람 없었데요? "
" 아니, 그 집 가족 싹 다 죽었어. 그 막내 뺴고. 막내는 가족들이 어떻게 해서 살렸더라고 "
" 헐...어떻게... "
" 아니, 뭐...그렇다고.잘 간거 봤는데도 너네 집이었어서 맘에 걸리길래 전화한거야 "
여기까진 괜찮았다
그저 놀랍고 그 가족이 마냥 안타까웠을 뿐
그 언니가 여기서 딱 끊었더라면 괜찮았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더 큰 죄책감에 시달렸으려나...
" 불 다 끄고 구급차가 그 가족 실어가는데 어떤 남자 한 명이 그 집을 계속 쳐다보고 있더라...눈빛이 되게 묘했어, 슬픈건지 뭔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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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죽었다
그가 죽었댄다
그가 세상을 떠버렸댄다
그가...그가...지민이가 가버렸다...나를 두고
지금 내가 너무 밉다
그의 사진을 보고있는데 왜 이리 슬플까
사진 속 그는 웃고 있는데 나는 왜 이리도 슬플까
몇 달동안 연락 한 번 안했던 그가...왜 이렇게 보고싶을까
왜 이렇게...미운걸까
" 진짜 밉다...박지민, 이 나쁜놈... "
"....."
" 나 이렇게 멀쩡히 살아있는데...나 안 죽었는데 왜 먼저 가버린거냐고... "
대답을 할 리 없는 사진을 들여다보며 묻고 또 물었다
왜 갔느냐고, 왜 나 두고 먼저 갔느냐고
" 나 너 따라가도 되냐...너도 나 따라가려고 그런 거잖아...나도 너 따라갈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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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상황은 이렇다
내가 이사오기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살았던 그 집에 불이 났다
그는 그 집에 아직도 내가 살고 있던 것으로 판단했고
숨이 끊긴 채로 실려가는 사람들 중 내가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생존자가 있다는 소리에 누군지 물었더니 들려오는 건 ' 그 집 첫째아가 지 동생 살리고 죽었다 그러데 '였고
난 동생하나가 있는 첫째였다
그는 그 첫째가 나라고 생각해 충격을 먹고 날 따라가겠다 마음을 먹은 것이지
그래서 그는 없어졌을 거라 생각하고 내 폰으로 죽기전 메세지를 보낸 것이다
' 그 때 잘못한 건 난데 지적하고 네 말 무시하고 윽박질러서 미안해
내가 먼저 사과 했어야 했는데...진작에 그랬어야 하는건데...정말 미안해
이렇게 못난 나랑 사귀어줘서 고마워
나 지금 너 만나러 갈건데...다시 만나도 나 받아줄래?
네가 안 받아준데도 너한테 갈거지만...ㅎ
네가 이렇게 갈 줄은 상상도 안 해봤는데...이렇게 말도 없이 훅 가버리니까 굉장히 허전하고...
사실은 니가 너무 미워
연락안해도 되고 안받아줘도 되니까
나중에 만날 기회는 주지...너 너무한거 알아?
아...이게 아니지, 또 널 질책하고 있네
금방 너한테 갈게...여기서 너와의 첫만남 좀 되새기고...ㅎ
미안해 사랑해 용서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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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도착했을 때 그의 몸은 이미 차가워진채로 쓰러져있었다
그 곳은 사람도 잘 다니지 않는...
그런...우리 둘만의 장소라고도 할 수 있는 예쁜 벚꽃공원이었다
그가 깨어날 수 없단걸 이미 알았지만 희망을 잃고 싶지 않아 급히 구급차를 불렀다
구급차가 와서 병원에 갔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살려달라고 빌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인것을...나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게 없었다
그저...죽는 것밖엔...나 때문에 죽은거니까
그는 웃고 있었다
항상 볼 때마다 들었던 생각이지만 그의 웃음은 예쁘다
그날도 어김없이 웃고 있었다, 그의 얼굴 위로 흰 천이 씌여지는 순간까지도
그의 웃음은 예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