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piratioN
02
Wirtten By. 쑨환버스
" 저랑 여기서 함께 살지 않으실래요? "
" ㄴ, 네, 네에?!?!?!?! "
음, 너무 뜬금없었나? 물어본 쪽이 더 미안할 정도의 반응을 보이니 실수한건가 싶다. 하긴 그렇겠지... 오늘 처음, 게다가 오늘이라고 해봤자 바로 30분쯤 전에 만난 생판 남인 ' 남자 '인 내가 갑작스럽게 동거 제안이라니... 저렇게 놀랄만도 하고, 충분히 거절할만도 하고, 수상하다고 생각할수도 있을거다.
" 으음.. 싫으면 거절해도 괜찮아요 "
" 아, 아니요!! "
곤란할것 같아 없었던 일로 하려 했더니 진지한 표정과 목소리로 급히 대답하는 쑨양이다. 의외의 대답에 내가 다 놀라 멍하니 쳐다보니 쑨양도 제가 그리 큰소리를 낼 줄은 몰랐는지 붉어진 볼을 긁적이며 아까보다 훨씬 수그러든 목소리로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 아뇨, 그게, 아직 무명이라.. 생활비도 간당간당하고, 태환이랑 같이 있으면 영감도 얻을수 있으니까... 그... 태환이 괜찮다면.. 음... 좋아요. "
" ....... "
" 태환? 왜그래요? 태환? "
" 아니... 거절할거라고 생각했는데... 우와....! 고마워요 쑨양! "
기쁨에 넘쳐 쑨양의 손을 덥썩 잡으니 안그래도 붉어진 그 얼굴이 한층 더 붉은색을 띄었다. 볼때도 알았지만 이렇게 직접 잡아보니 정말 커다란 손이다. 그 손을 위아래로 붕붕소리가 날정도로 흔들며 내 입에서 흘러나온 목소리는 나도 깜짝 놀랄정도로, 내가 낼 수 있는 목소리중 최고로 기분좋은 목소리였다.
" 이제 오늘같은 슬럼프랑은 영원히 안녕이네요! 정말 고마워요 쑨양. "
" 하핫, 저야말로 고마워요 태환 "
" 아, 맞다. 손님을 너무 오랫동안 세워두고 있었네요. 따라와요, 차라도 대접할게요 "
" 저기, 다되면 불러주세요. 조금만 더 구경할테니까... "
알았어요, 하고 대답하고는 부엌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뒤에서 무슨 소리가 들린 듯 했지만 별거 아닐걸라 넘겨버리고서. 주전자를 가스레인지 위에 올려놓고 손님이 없어 쓸 일이 없을거라 생각했던 찻잔 2개를 꺼내 물이 끓는걸 기다리는 동안 나도 모르게 콧노래를 흥얼거린것 같다. 드디어 보글보글 하는 소리와 함께 물이 끓었고, 작업실로 다시 들어서자 쭈그려 앉아 손에 얼굴을 묻은 쑨양이 보였다.
" 쑨양, 뭐해요? "
" 우왓! ㄴ, 네?! 아... 다 구경했어요. 몇번을 봐도 좋은 그림이네요, 하하하... "
무척이나 허둥대며 다시 일어서는 쑨양. 그 얼굴에는 당황이 묻어나오는 어정쩡한 미소가 걸려있었다. 은근슬쩍 내 시선을 피하며 쑨양이 말했다.
" 빨리 나가죠, 따뜻한거 먹고싶어요- "
" 수상한데... "
" 만난지 30분만에 같이 살자고 한 태환은 안수상하구요? "
" 윽... "
역시 수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어... 순간 당황해서 조용히 앞장서자, 뒤따라오던 쑨양이 쿡쿡 소리죽여 웃었다. 슬쩍 째려보자 능청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과장된 행동으로 어깨를 으쓱 한다. 에라이, 아까 귀엽다고 했던거 취소다.
" 그런데 태환은 몇살이에요? "
" 28살. 쑨양은요? "
" 26살이요. 말 편하게 놓아도 돼요. "
" 그럴까? "
식탁에 마주보고 앉아 찻잔속에서 국화꽃이 천천히 피는것을 구경하며 서로서로 말을 주고받았다. 쑨양은 나보다 2살어리고, 키는 나보다 15센치 큰 198이며 그 큰 덩치에 맞지않게 인형을 좋아한단다. 아까 귀엽다고 했던거 취소라고 하긴 했지만 짐 옮길때 인형들도 들고와도 되냐고 물어보는 쑨양의 표정은, 음, 좀, 그래, 귀여웠다.
" 짐은 언제 옮길꺼야? 너 편할때 천천히 와도 되는데 "
" 하하, 가능한한 빨리 오라는 얼굴 하고 그러는거 아니에요. 내일 당장이라도 옮길려구요. "
" 그래? 방은 내 옆방 비었으니까 거기 쓰면 되겠다. "
" 켈록,큭... 여,옆... 옆방이요? "
사레들려서 켈록거리면서도 똑바로 나를 쳐다보며 쑨양이 되물었다. 옆방이면 안되나? 란 뜻을 담아 쳐다봐주자 토끼눈을 하고있던 쑨양이 얼굴이 급속도로 붉어지며 고개를 푹, 숙였다. 오늘하루 정말 여러번 붉었다 말았다 하는 쑨양의 얼굴은 형광등처럼 스위치라도 달린걸까. 뭐라뭐라 중얼거리긴 하는데 기침소리와 섞여 들리지 않았다. 그냥 차를 한모금 더 마시면 될텐데.
" 옆방인게 싫으면 다른방도 있으니까 거기로... "
" 아, 아뇨! 괜찮아요. 옆방이면 돼요. "
" 응? 괜찮겠어? "
" 네, 괜찮아요. 매우. 아니 오히려 부탁드릴게요, 옆방이 좋아요. "
눈에 띄게 활짝 웃으며 저리 말한다. 저렇게 까지 말한다면야 딴방을 주는게 오히려 미안할 정도지 않나?
" 하... 이제 잠은 다잤다... "
중얼거리는 쑨양의 말은 마지막까지 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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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 태쁘는 넌씨눈이였다?!
는 무슨..ㅋ..
눈치없는 태쁘가 너므 좋습니다. 쑨절부절하는 쑨양이 너므 좋습니다.
이런 쑨환이 너므 좋습니다... 흐흐...
아 변태같어
BGM : 라테일 - 잊혀진 평원 BG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