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 별로 커플링 안 잡고 흩뿌려 본 조각들.
마지막으로 글잡에 뿌립니다!
어울리는 커플링을 찾으면 언젠가 저 파편들이 슥 끼워져 들어가겠죠?
그리고 저는 글잡을 떠나요.ㅠㅠ
글을 쓰게 된다면은, 아마 홈에서 혼자 즐거워하게 될 듯 합니다.ㅋㅋㅋ
잘 있어요 글잡 뚜기 열분..
아니 사실 저도 요새 글잡에 잉픽이 별로 없어서 굉장히 슬픈데
여기서 감히 제가 연성할 수 ㅇ벗다..ㅠ..ㅠㅠ...
그냥, 갑자기 좋아하는 사람 생각이 나서 |
"OO아."
나를 등지고 서서 옷차림을 가다듬는 너의 모습이 두 눈에 비쳤다. 습관적으로 너의 이름을 폐부 깊숙한 곳에 간직하고 있던 공기를 끌어내어 발음해 보았다. 애정이 담뿍 묻어나 굳이 그렇게 만들려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달콤해지는 목소리가 잠들어 있던 우리 사이의 시간을 깨웠다. 네가 돌아보기 전에, 너에게로 갈 때면 늘 사랑스러워지고는 하는 잰걸음으로 두 발을 바삐 놀려 너에게로 다가갔다. 꼭 붙은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틈이 있다고 하기에도 어려운 미묘한 거리에서 나는 너에게로 몸을 기울였다. 짐짓 자연스러운 모양새를 띠고 있지만 그 속에 수없이 많은 망설임을 숨기고서 나는 너를 담았다. 어떠한 의도가 담긴 행위에서 그 주체가 불가항력적으로 느끼게 되는 쑥스러움과 묘한 죄책감에 조심스레 너를 안은 두 팔이 긴장감으로 떨렸다. 하지만 일단 안착할 곳을 찾은 것은 솔직하게도, 온 신경을 곤두세우던 근육을 진정시키고는 잡고 있던 긴장의 끈을 놓았다. 조금은 편안해진 마음가짐으로 조심스레 네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는 너를 안은 두 팔에 지그시 힘을 더했다. 몇 십초? 혹은 몇 분이었을까. 짧은 시간 동안에 일어나는 일도 영겁의 무게를 담은 듯 내 마음을 흔들고 지나가는 바람처럼. 내 마음은 우리의 쪽을 향해 무심코 스쳐 지나던 흥미 없는 시선에도 시시때때로 그 감정의 무게를 달리 했다. 품안에 누군가의 온기를 끌어안고 있다는 것은 언제나 나에게 작은 위안이 되어 주곤 했다. 특히 그 사람이 너였을 때는 더더욱. 지금도 어쩐지 느슨하게 풀어지는 마음에 갈비뼈를 압박해 올 정도로 욕심을 부려 가슴 속에 가두었던 기체를 그제야 편안히 내쉬었다. 안도감이 새어나오던 그 숨소리를 너는 들었을까? 네가 양쪽 입꼬리를 끌어올려 지어내었을 웃음과 늘 동행하는 짧고 여실한 바람 소리가 귓가를 간질였다. 따뜻하고, 부드럽고, 나의 그것보다 조금 더 자글자글한 손바닥이 내 손 위에 닿았다. 내 손은 한겨울의 책상 다리 만큼이나 차가운데, 너의 손은 몸속을 흐르는 더운 피처럼 따뜻하다. 너와 내가 온기를 나누는 지금 이 짧은 순간에나마 네가 온전히 나만의 것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괜스레 뿌듯해져서, 잘게 기도가 경련하며 베실베실 웃음을 뱉어냈다. |
오늘의 이별 |
'나를 떠난 사람이 나 없이도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 자신 또한 새로운 사랑을 시작할 준비가 되었다는 뜻입니다.'
어디에선가 들은 출처 불명의 글귀가 문득 머릿속을 스쳤다. 아니, 사실 그것은 진작부터 내 머리를 점령하고 있었다. 싱겁게 남은 찌꺼기같은 마음 따위는 없이 나는 쿨하게 그 사람을 보냈다. 정확히는 그리했다고 믿었다. 그리고 그가 남기고 떠난 추억의 부산물들을 과거의 이름으로 명명해 소중하게 보듬으려 애썼다. 밀칠 수도 기댈 수도 없는 것들 사이에서 나는 '중간'이라는 타협을 시도했나. 몇 번의 만남과 이별 끝에 내가 깨달은 것은 제가 아무리 노력한들 온전히 그 기억을 떨쳐 낼 수 없거니와, 끌어 안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라는 것이었다. 작은 경험의 조각들로 도출해 낸 결론은 오늘도 일관되게 성립했다. 하지만 공식을 알면서도 정작 문제에 적용할 수는 없듯, 결국 이번에도 나는 관계 속에서의 방향 감각을 상실하고 만다. 어차피 이렇게 돌아올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끝까지 발버둥치게 되는 것은 마지막 남은 자존심의 발악일까.
식어가는 커피가 담긴 하얀 머그잔을 기울여 마지막 모금을 머금었다. 달콤함이 혀를 휘감고는 식도를 타고 사라졌다. 인위적인 단 맛이 휩쓸고 간 자리에는 씁쓸함과 아쉬움만이 남아 입맛을 다시게 했다. 머그잔의 바닥에는 진갈색 커피 찌꺼기가 느려진 유속에 덩달아 게으른 궤적을 그리고 있었다. 무능한 것들, 녹아 사라지지도 깨끗하게 씻겨 나가지도 못한 채 그 곳을 맴돌겠지. 어쩐 이유에선지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이번에는 정말 내가 옳다고 믿었는데, 분명 깔끔하게 정리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괘씸하게도 제 예상을 빗나가 버린 오늘의 이별이 괜스레 미워져 고개를 들었다. 속을 알 수 없는 잿빛 하늘에서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하염없이 얼굴을 때리는 빗줄기를 그저 맞고만 있다 다시금 고개를 숙였다. 이대로 빗물과 함께 녹아내려 땅으로 스며들고 싶었지만 어쨌든 나는 우산을 써야 했다. 이미 잔뜩 젖어버린 몸을 못 본척 가려주는 배려심깊은 우산의 마음씨에 새삼스레 감탄하며 우산을 고쳐 들었다.
'어쩌겠어, 뭐.'
저는 어찌 되었든 우산을 써야 했다. 아무리 녹아 들고 싶다고 해도.
돌아오는 것은 체념이었다. 흘러내리는 것은 어쩌면 남은 미련 몇 방울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