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시골의 공기가 좋다 하셨고, 아버지는 시골 사람들이 착하다 하셨다.
나 역시도 그렇게 생각 했다. 서울 아이들은 지독 하리 만큼 이기적이라고,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 것은 중학교 3년 내내 외톨이였던 내가 나 자신을 위로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 이였다. 중학교에 처음 올라와 당해본 따돌림에 나는 점점 겁도 많아지고 사람들과 대화 하는 것 조차 꺼려졌다. 이제 고등학교에 막 올라와 적응을 해야 할
나는 적응 조차 하지 못 하고 어영부영 고등학교 생활 1년을 날려 먹었다.
부모님은 그런 날 안쓰러이 여기셨는지 시골로 내려가자. 라는 말씀을 하셨었다.
그렇게 서울에서의 생활을 모두 정리 하고 예전 어머니의 고향이였던 시골 달 동네로 이사를 왔다. 서울의 매연 가득한 공기와 다른 시골 공기, 조용하고 한적한 동네, 나는
모든 것이 마음에 들었다. 그저, 그저 그 끔찍했던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어 나는 행복했던 것 일까? 아마 그럴지도 모르겠다. 산들 산들 부는 바람에 휘청이는 나뭇잎과 나
무 가지들, 모든게 행복 하기만 했다. 그래, 나는 행복하였다.
그리고 우리 집에서 나와 조금 오르막길을 올라 가다보면 산이 보였다. 그 산에는 나뭇잎이 무성한 나무들이 많았으며, 아래 마을과는 다르게 쌀쌀한 바람도 불어 왔다. 나
는 등산을 좋아하진 않지만 그 산 아래에 있는 큰 바위들에 낑겨 앉아 싸늘한 바람이 부는 대로 눈을 감고 핸드폰 가득 담아온 노래들을 재생 시키며 아무 생각 없이 콧 노래
를 흥얼 거리는 것을 좋아 했다.
그 날도 어김 없이 집 밖으로 나와 이어폰을 꼽고는 뒷 산 아래로 콧 노래를 흥얼 거리며 오르막을 오르던 길 이였다. 아무것도 없는 조용한 산에는 내 귀로 흘러 들어오는 노래
소리와, 내가 밟는 나뭇잎의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전부였다.
하지만 그 날은 괴변이라도 일어났던 것 일까. 항상 내가 앉아 있던 큰 바위에는 다른 사람이 앉아 있었다.
어깨에 닿을락 말락 하는 짧은 검은 머리와, 마른 손목, 어깨에서 흘러 내려 쇄골이 다 드러나는 흰 옷, 그리고 맨 발. 그는 아무 말 없이 바스락 거리는 소리에 내 쪽으로 시
선을 옮기며 날 뚫어져라 쳐다 보았다.
그 순간, 바람이 일렁였다. 나뭇가지가 일렁이는 바람을 따라 휘청 거렸고, 나뭇잎 역시 바스락 거리는 소음을 내었다. 내 귀에 꼽았던 이어폰을 빼내자 그가 바위에서 일어
나 내 쪽으로 성큼 성큼 다가왔다. 나보다 한 뼘 정도 컸던 그는 내 어깨에 제 얼굴을 말 없이 묻었다.
“……고마워.”
날 위해 너는, 다시 또 와 주었구나.
그는 그렇게 한참동안이나 내 어깨에 얼굴을 묻고는 목 놓아 울어 댔다. 내 어깨은 물이라도 쏟은 듯 축축해 졌지만 신경은 쓰이지 않았다. 그저, 내 앞에서 울고있는 그가
가냘프고 안쓰러워 그의 마른 어깨를 도닥여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