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주소 복사
모바일 (밤모드 이용시)
댓글
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기타 방탄소년단 정해인 더보이즈 변우석 세븐틴
설탕요정 전체글ll조회 4180l
등장인물 이름 변경 적용
관심 그만 받기를 설정한 글입니다
이아무개씨 말씀해보세요. 당신이 저지른 짓이 맞습니까? 라는 검사의 말에 아무개는 고개를 들었다. 자신의 왼손도 함께 들었다. 엄지와 검지가 없는, 고작 세 손가락이 전부인 손이었다. 

 

 

"피해자는 제 덩치의 2배가 되는 사람입니다. 몸이 성해도 어려울텐데, 제가 피해자를 죽일 수 있겠습니까?" 

 

 

억울하다기보다는 오히려 덤덤한 표정의 아무개가 다시 왼손을 내렸다. 검사는 마이크를 툭툭 친 뒤 다시 말을 이었다. 공범이 있다는 소리입니까. 

 

이미 범인이 자신이라고 확정된 듯한 분위기에 아무개는 체념한 것이었다. 아무개는 여전히 덤덤한 표정으로 '아니요'라고 답했다. 그럼 본인의 범행을 인정하십니까? 아무개는 덤덤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거짓된 죄를 얻게 되었다. 

 

 

 

어머니, 저는 가끔 지독한 외로움을 느낍니다. 군중 속에 파묻힌채 축축한 소리를 내지릅니다. 목과 가슴이 막히는 울음 섞인 비명을 지릅니다. 그러나 소리가 없습니다. 아, 사실 그들이 귀가 없습니다. 아니, 내가 입이 없습니다. 

 

아! 진실은 무엇일까요.  

 

 

 

아무개, 아니 여주는 무덤덤을 넘어 멍해졌다. 현실감이 사라지고 공간이 흐려지며 마침내 완벽한 무에 다다른 상태. 마주 우주 중간에 떠다니는 기분. 그렇게 해야만 멀쩡할 수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멀쩡하기 위해 미쳐야만 했다. 

 

살인 현장과 가까운 곳에 살지도, 지나다니지도 않았던 여주가 살인범이 되었다. 진실을 알지 못하는 자들은 여주에게 입으로 돌을 던졌다. 하나하나 명중하여 여주는 피투성이가 되었다. 그러나 그들을 피투성이의 여주를 보지 못하고 돌팔매질을 이어갔다. 

 

여주는 죽고 싶었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출혈로는 죽을 수 없었다. 고통만 전해졌다. 그래서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고 마음 먹었다. 교도소에 가면, 기회가 생기면 바로. 당연하게도 미련은 없었다. 정의나 진실 따위 중요하지 않았다. 그만 고통스럽고 싶었다. 

 

그러나 갑자기 나타난 Z씨로인해 그것도 실패했다. Z씨는 진짜 살인범과 관련된 자였다. 누명을 쓰게 해서 미안하다는 말, 곧 꺼내주겠다는 말, 취업 등은 걱정말라는 말. 그 밖의 말말말. 결국 여주의 죽음을 막겠다는 소리였다. 

 

여주가 계획을 세우기도 전에, 기회가 가까워지기도 한참 전에. 여주는 출소를 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상황이었다. 대중들은 돌팔매질을 다시 시작했다. 여주의 아물지 못한 상처가 못나게 비틀어졌다. 

 

그래서 여주는 새로운 계획을 세웠다. 위로금이라고 받은 거액의 돈을 청부살인업자에게 보낸다. 그리고 나를 죽인다. 스스로 죽는 건 Z의 사람들 때문에 어려웠지만 청부업자라면 다를 것이다. 그들은 유능하고 능숙한 살인자들이니깐. 결국엔 내가 나를 죽일 수 있게 될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여주는 아주 오랫동안 짓지 못했던 미소를 지었다. 평온한 안식이 머지 않았다. 

 

 

 

 

 

죽음을 위하여, 

 

 

 

 

 

서울에 예상치 못한 비가 내렸다. 기상이변이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기상청을 욕할 때 유일히 여주만이 기상청에게 감사를 했다. 갑작스런 비에 사람들은 주변을 보기 힘들테니깐. 죽음을 맞이하기에 더 없이 좋은 날이었다. 발견과 병원 수송은 느릴 것이며 상처에 닿은 빗물은 과다출혈을 유도할 것이다. 

 

오늘은 청부 살인이 예정된 날이자 더 없이 완벽한 죽음의 날이었다. 

 

여주는 인적이 드문 골목에 도착한 뒤 우산을 집어던졌다. 그리고 양 팔을 벌리고 죽음을 기다렸다. 오라, 달콤한 죽음이여. 

 

그러나 죽음이 오지 않았다. 여주의 머리가 비에 젖어 늘어지고, 빗물에 옷감의 색이 짙어져도. 예고된 총알은 날아오지 않았다. 단번에 죽을 수 있다기에 전재산을 주었건만-물론 돈에 대한 미련이나 아까움 따위는 없었다.- 일 처리가 엉망이었다. 여주는 더욱 크게 팔을 벌렸다. 예상치 못한 비에 일 처리가 늦어지는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죽음 대신 Z가 찾아왔다. Z는 아무것도 묻지 않고 자신의 겉옷을 여주에게 입혔다. 그리고 아랫사람을 시켜 여주에게 우산을 씌웠다. 지겨운! 지겨운! ...지겨운 상황이었다. 

 

 

"제가 다 처리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시죠." 

 

 

여주는 순순히 차에 올라탔다. 여기서 반항해봤자 달라질 게 없었다. 영양가없는 시간 낭비였다. 그럴 바에는 다음 계획을 세우는 게 나았다. 

 

집에 돌아온 여주는 호화로운 침대에 몸을 던졌다. 젖은 옷에서 나온 빗물이 침대를 더럽혔다. 휴대폰으로 은행 어플을 켜자 예상처럼 돈이 돌아와있었다. 그러니깐 청부업자에게 줬던 돈 말이다. Z씨가 대단한 걸까, 진범이 대단한 사람인 걸까. 이 정도 능력이면 차라리 자신이 진범임을 밝히고 그걸 해결하는 게 낫지 않나? 

 

여주는 휴대폰을 저 멀리 던졌다. 파삭-하는 소리와 함께 휴대폰 액정이 깨져버렸다. 여주는 고요한 집안을 느끼며 눈을 빛냈다. 실패할 걸 알지만, 많은 시도는 성공을 부르는 법이니깐. 재빠르게 유리창을 깨고 유리조각을 집었다. 그리고는 손목에 갖다대자 누군가 여주의 손을 붙잡았다. Z였다. 여주는 조금의 반항도 없이 순순히 유리조각을 떨궜다. 그러자 Z는 아랫사람을 시켜 깨진 조각들을 치우게 했다. 

 

 

"다른 방으로 안내하겠습니다." 

 

 

역시나 순순히 따라나섰다. Z를 따라 걷는 길에 여주는 다음 계획을 떠올렸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오직 그 생각 뿐이었다.


 
독자1
다음글 기대돼요!!
2년 전
설탕요정
헉! 댓글 감사해요😭 다시 써야겠네요. 정말 감사드립니다!
2년 전
독자2
재밌는 글 써주셔서 제가 더 감사하죠~♡
2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돼요!
 

혹시 지금 한국이 아니신가요!?
여행 l 외국어 l 해외거주 l 해외드라마
분류
  1 / 3   키보드
필명날짜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五2 11.07 12:07
기타[실패의꼴] 최종 면접에서 탈락하셨습니다 한도윤10.26 16:18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六 1:33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五2 11.07 12:07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四 11.04 14:50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三 11.03 00:21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二 11.01 11:00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一 10.31 11:18
기타 [김재욱] 아저씨! 나 좀 봐요! -03 유쏘 10.25 14:17
기타 [김재욱] 아저씨! 나 좀 봐요! -021 유쏘 10.16 16:52
[주지훈] 아저씨 나 좋아해요? 172 콩딱 08.01 06:37
이동욱 [이동욱] 남은 인생 5년 022 콩딱 07.30 03:38
이동욱 [이동욱] 남은 인생 5년 018 콩딱 07.26 01:57
[샤이니] 내 최애가 결혼 상대? 20 이바라기 07.20 16:03
샤이니 [샤이니] 내 최애가 결혼 상대? 192 이바라기 05.20 13:38
[주지훈] 아저씨 나 좋아해요? 번외편8 콩딱 04.30 18:59
몬스타엑스 [몬스타엑스/기현] 내 남자친구는 아이돌 #712 꽁딱 03.21 03:16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6 콩딱 03.10 05:15
[주지훈] 아저씨 나 좋아해요? 1511 콩딱 03.06 03:33
몬스타엑스 [몬스타엑스/기현] 내 남자친구는 아이돌 #611 꽁딱 03.02 05:08
엑소 꿈의 직장 입사 적응기 1 03.01 16:51
[주지훈] 아저씨 나 좋아해요? 1413 콩딱 02.28 04:59
이준혁 [이준혁] 이상형 이준혁과 연애하기 112 찐찐이 02.27 22:09
몬스타엑스 [몬스타엑스/기현] 내 남자친구는 아이돌 #517 꽁딱 02.26 04:28
김남길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18 걍다좋아 02.25 16:44
김남길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19 걍다좋아 02.21 16:19
[몬스타엑스/기현] 내 남자친구는 아이돌 #413 꽁딱 02.01 05:26
[몬스타엑스/기현] 내 남자친구는 아이돌 #39 꽁딱 02.01 01:12
김남길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41 걍다좋아 01.30 15:24
추천 픽션 ✍️
thumbnail image
by 유쏘
아저씨! 나 좀 봐요!정말 나더러 뭐 어쩌라는건지 나보고 진짜 자길 책임지라는 건지 문을 밀고 나를 따라들어와 뭐가 그리 급했던건지 다시 한 번 키스를 하려고 한다. 이 아인"뭐가 그리 급해. 내가 도망가기라도 해?""그건.. 아닌데..
by 한도윤
제목이 실패의 꼴인 이유가 다 있다.우선 꼴이라는 말을 설명하자면 사전적 의미로 모양이나 형태를 낮잡아 부르는 말이다. 실패의 모양이나 실패의 형태라고 표현하는 것보다 꼴, 꼬라지, 꼬락서니로 표현하는 게 나는 좋다. 왜냐하면 나는 실패를..
thumbnail image
  검은 새 - 남혜승 및 박상희본 글은 일제강점기 시대의 조선을 배경으로 나아갑니다.경성블루스 一 돌아가신 아버지가 꿈에 나왔다. 피가 잔뜩 배어 너덜너덜해진 수의를 입고. 꽤 오랜 시간 곪은 듯한 얼굴 상처는 짐승이 뜯어 먹은 듯..
thumbnail image
by 한도윤
“너의 그 빌어먹을 컬러링 때문이야.”우리는 조용히 타이 음식을 비운뒤 옆 카페로 자리를 이동했다. 묘한 분위기에 긴장감이 흘렀다. 어쩌면 나는 그녀에게 나의 비밀을 털어놓을지도 모른다는 마음으로. 그녀 또한 나의 비밀을 들을지도 모른다는..
by 한도윤
나는 매일매일 이직을 꿈꿨다. 꿈꾸는 이유는 단순했다. 현재 내 상황에 만족하지 못하고 환경의 변화를 꾀하는 게 필요했기 때문이었다.나는 2년 전 중견 건축사사무소에서 프리랜서의 꿈을 안고 퇴사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이 터지면서 세계..
thumbnail image
by 한도윤
“너 아직도 이 노래 들어?”나는 슬이에게 물었다. 하지만 슬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그녀를 위해 말없이 노래를 들었다.내리쬐는 햇빛에 구름마저 부서져 버릴 것 같은 여름날, 카페베네 과일 빙수를 앞에 두고 싸웠던 지난날이 온..
전체 인기글 l 안내
11/25 13:18 ~ 11/25 13:20 기준
1 ~ 10위
11 ~ 20위
1 ~ 10위
11 ~ 20위
팬픽 인기글 l 안내
1/1 8:58 ~ 1/1 9:00 기준
1 ~ 10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