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어쩌란걸까. 나는 11시가 넘도록 침상에 눕지도 못한채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계속해서 병실의 문밖을 기웃거리며 작은 목소리에도 귀 기울였다. 지금 남간호사가 정말 오지 않는다면,나는 이대로 남간호사와 마지막 인사도 하지 못한 채 헤어지게 될지도 모른다. "세인아!" "언니?" "내일 퇴원한다며!" "네,그렇게 됬네요." "나 지금 퇴근해서 내일 인사 못할 것 같아서 왔어." "언니 그렇게 입으니까 진짜 그냥 언니 같아요!" "유니폼 입을 때는 언니처럼 안보였어?" "그건 아니구요!" "장난이야~진짜 세인이 퇴원하면 우리 이제 어떻게 지내,보고싶어서." "진짜 퇴근하는거예요?" "우리도 집엔 가야지!암튼 퇴원 잘하고 퇴원해서도 공부 열심히하고 근처 오게 되면 한번 들려서 얼굴 보여주고 가야해!" "네!" "갈게,세인아 꼭 건강해야해!" "안녕히가세요." 여간호사 언니들이 제각각 하늘색 후드티 모자를 뒤집어 써 입고 원피스도 입고 구두도 신고 사복을 입은 채 나에게 인사를 하러 오니 정말 그냥 친한 언니처럼 느껴졌다. 이제 볼 수 없을 걸 생각하니 아쉬운 마음이 한가득 들었고 시끌하던 언니들이 퇴근한다며 병실을 떠나고 나니 마음 한켠이 왠지 찡 해왔다. 나는 올 생각 없어 보이는 남간호사를 기다리다 지쳐 결국 잠에 들었다. "이제 출근하는거야?" "네,퇴근하세요?왜 그 쪽에서 오세요?" "세인이 내일 아침 일찍 가퇴원한다길래 인사하고 왔어.고생해,석진아~" "가퇴원이요?조심해서 들어가세요." 오늘은 신기하게도 이른 시간 눈이 뜨였다. 평소보다 늦게 잤음에도 퇴원이라는 생각 때문인지 언니들이 깨우기도 전에 일어난 건 처음이다. "성세인 환자,어제까지 식사하고 불편하신 점은 없으셨죠?" 주섬주섬 자잘한 짐들을 정리하고 있던 중 의사쌤이 여간호사 한명과 그리고 남간호사.이렇게 세명이서 회진을 돌기 시작했다. 남간호사는 언제 출근을 한걸까. "좀 속이 얹힌 듯한 기분이 들어요." "장기간 식사를 안하다가 해서 그럴 수 있어요.그 이외에 불편함은 없는거죠?" "네." "그럼 오늘 퇴원할게요~고생하셨고 다음주 금요일에 검진 받으시러 오시면 됩니다." "네,감사합니다." "세인아,잘가!진짜 아쉽다.김석진,너도 인사 좀 해!" "...다신 병원에서 볼 일 없도록 건강하세요." "맞아!병원에서 다신 볼 일 생기면 안 돼 세인아.갈게,쉬어!" 남간호사는 의사쌤을 따라 계속해서 회진을 돌기 위해 병실 문을 닫고 나갔다. 왠지 모를 섭섭함이 밀려 왔고 나는 아직 이른 시간인 탓에 다시 잠깐의 잠을 청했다. "세인아,엄마 왔다." "어,벌써 왔어?아,졸려..." "열흘 동안 너는 무슨 잠만 자니.얼른 씻고 퇴원 할 준비 해야지." "응,어." 나는 세수를 하고 열흘 간 맞던 링거를 빼내고 환자복을 갈아 입고 나니 정말 묘한 감정이 들었다. 그 새 깊이 적응한 것만 같았고 이렇게 퇴원을 하고 나면 다시 고3,수험생의 신분으로 돌아가 매일 하루하루 일상에 치이며 살아 가야한다. 입원 전,이러한 여유라는 것을 모를 때는 그저 당연한 생활이라며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도 꾹꾹 참고 살았는데. 이런 여유를 맛 보고 나니 일상으로 돌아 가고 싶다는 생각이 싸그리 날아 갔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매일 같이 보던 남간호사를 볼 수 없다는 생각도 가득 들어 지금이라도 다시 배가 아프다며 뒹굴어 볼까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맞다,석진 오빠!" 짐을 챙겨 함께 지내던 환자분들께 인사를 드리고 병실을 빠져 나오며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니 그제서야 남간호사가 떠올랐다. 나는 그렇게 간호사실로 향했고 쌤들은 인사하러 왔냐며 내게 이런 저런 말들을 해주어 남간호사에 대해 묻지도 못하고 고개만을 연신 끄덕이고 서있었다. 그러면서도 눈을 열심히 돌리며 남간호사를 찾았지만 어느 곳에도 보이지 않았다. "쌤들,혹시 석진쌤은..." "맞다,석진이!" "네?" "석진이가 이거 초콜렛 너한테 전해 주라고 하더라.너가 전에 초콜렛 줬던거 잘 먹었다고.세인이 너가 얘기 안했으면 까맣게 잊어 버릴 뻔 했네~" "전해줘요...?" "응,석진이 아침에 회진 돌고 퇴근 했어." "왜 그렇게 빨리요?저한테 말도 안했는데..." "나도 세인이 얼굴 직접 보고 전해 주지 왜 그러냐니까 자는 애 깨워서 뭐하냐면서 인사하면 너 막 울거라고 웃으면서 가더라~" 이게 무슨 말도 안되는 상황인건지. 나는 와장창 멘붕이 왔다. 그렇게 퇴원하고 보자더니,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 "세인아,인사 다했으면 얼른 가자!" "어,엄마...안녕히계세요." 나는 어떻게 뭘 할 수 없는 상황에 결국 그냥 집으로 돌아 왔고 피곤한 탓에 오자마자 잠에 들었다. 저녁쯤 잠에서 일어나 짐을 모두 풀고 자는 동안 배터리가 나간 전화를 위해 충전기를 찾았다. 충전기는 그 어느 곳에서도 보이지 않았고 짐을 함께 챙겨 온 엄마에게도 충전기가 어딨냐며 물었지만 역시나 모른다는 대답 뿐이였다. "너 챙기긴 한거야?" "어...챙긴 기억이 없어." "그럼 그렇지.두고 왔구만." "포괄병동 전화 번호 갖고 있어?" "어,여기.전화 해서 맡아달라고 해." 나는 급히 엄마 전화로 포괄병동으로 전화를 걸었고 금방 전화를 받았다. "저,오늘 아침에 퇴원한 503호 성세인인데요," -네. "제가 병실에 충전기를 두고 온 것 같아서요." -병실에 아무 것도 없을텐데. "네?" -너무하네,그렇게 내내 듣던 목소리 기억도 못하고. "......" -초콜렛은 먹었어? "오빠?" -초콜렛 먹고 연락하세요,환자님.저는 바빠서 이만 끊겠습니다. "네?오빠?오빠!" 전화를 받은 사람은 남간호사였고 초콜렛을 먹으란 소리만하고 칼 같이 전화를 끊어 버렸다. 나는 시키는 대로 결국 방으로 돌아 와 초콜릿이 담긴 상자를 열었고 생각보다 비싸 보이는 포장에 놀랬다. 포장을 뜯어 뚜껑을 열자 전에 보았던듯한 포스트잇이 보였다. '퇴원 축하해요. 초콜릿은 하루에 세 조각만 먹고. 충전기는 잘 갖고 있습니다. 찾고 싶으면 연락하는게 좋을걸요." 그리고 그 밑엔 전화 번호가 함께 남겨져 있었다. '성세인입니다❤️' 일하고 있을걸 생각해 나는 문자를 남겼고 오빠는 생각 보다 빠르게 답장이 왔다. '벌써 보고싶습니다,성세인씨.' '11시 퇴근합니다.전화할게요.' 두통의 문자를 받고 나는 미칠듯이 심장이 뛰어 왔다. 아,이런게 좋아한다는거구나. 좋아한다는 생각을 하면 아직도 정국이가 떠오르는 건 왜인걸까. -여보세요. "오빠!퇴근했어요?" -칼 같이 전화하셨네요. "너무 보고싶어서!" -왜이리 들뜨셨습니까,성세인 환자.그렇게 좋아요? "언제까지 환자,환자 할거예요?세인아 해봐요,그때처럼." -세인ㅇ... "뭐라구요?" -세인아. "네,오빠-!" -어색하네,많이 "성세인!안자고 뭐해!전화 끊고 얼른 자야 학교를 갈거 아냐!" "아!잘거야!오빠,그래서 저 충전기 언제 줄거예요." -우선 자고 내일 학교 끝나면 연락해. "학교 끝나고 볼 수 있는거죠?퇴근 그 전에 하는거죠?" -어,그러니까 더 혼나기 전에 얼른 자. "오빠도 잘자요!!!" -세인아,잘자. 잘자라는 말이 이렇게 달달한거구나. 친구들이 남자친구와 통화를 할 때 왜 그렇게 몸을 꼬아 대나했더니 그럴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열흘만에 학교를 가는 월요일 아침이 되었다. "성세인,밥 먹고 가야지!" "나 지금 안가면 안돼!" "9시까지 30분이나 더 남았구만 뭐하는 거야!그럼 빵 들고 나가!" "알았어,다녀오겠습니다!" 나는 혹여나 전과 같은 시간에 등교를 하면 정국이를 마주치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평소보다 20분 가량을 빨리 출발했다. 엘레베이터 버튼을 누르고 고개를 숙여 대충 구겨 신고 나온 운동화를 제대로 챙겨 신던 중 엘레베이터의 문이 열렸고 나는 운동화를 붙잡고 구부린 채 흉한 자세로 엘레베이터에 오르던 중 부딪히고 말았다, 정국이의 다리에.
"뭐하냐,모질아." 경⭐️여주 퇴원⭐️축 드디어 여주가 퇴원을 했습니다 이렇게 몇화 남지 않게 되었네욥 그 만큼 중간 중간 추가하고 싶은 이야기가 늘어가지만 글이 지저분해지느니 가만 두는게 맞는 것 같아 포기하기로 했습니닿하핳핳하하하 움짤....아이폰...부들...... 다음화는 일요일이 될것 같습니다! 여러분 감기 조심하세요ㅠㅠㅠㅠㅠㅠㅠ!!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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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비또비 단결 복동 단미 흥탄♥ 잇진 호비 줄라이 핑크돼진 1214 항상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