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아치 권순영 X 개과천선 너봉
(부제: 너에 대해 알아간다는건)
드르륵, 문을 열고 들어오는 권순영에게 모든 아이들의 시선이 쏠렸다. 오늘따라 기분이 안좋아보이는듯해 괜히 턱을 괴고 영어단어를 끄적였다. 글쎄, 선생님이 보기엔 세봄이 니 성적이 애매해서 여기 가기엔 좀 아슬아슬한거 같아. 아침에 상담한 선생님의 말이 머릿속을 웅웅 울렸다. 얼마나 더 열심히 해야한다는거지. 툭, 어느때와 같이 힘없이 떨어지는 가방에 힐끔, 눈을 올려 위를 쳐다봤다. 털썩, 나와 눈을 마주치지 않은 권순영이 자기 자리에 앉았다. 쟤 지금 안나가고 앉은거야? 주변에서 놀라운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 ………. "
" 안녕. "
" 어. "
무언가 하는것도 없으면서 부산스레 움직이는 권순영의 손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 그런 내 행동에 느릿히 고개를 돌린 권순영과 눈이 마주침과 동시에 살짝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안녕. 내 인사에 살짝 놀란듯 얼굴이 굳은 권순영이 금방 제 페이스를 되찾고 고개를 끄덕였다. 어. 살짝 벌린 입술에도 아픈듯 살짝 인상을 쓰는 권순영의 얼굴에 입가로 시선을 옮겼다. 진짜 말 오질라게도 안듣네. 피딱지가 져버린 입술에 한숨을 내쉬었다. 밴드 왜 안붙였어?
"그냥. 붙이기 싫어서. "
" 너 그러다 흉진다. "
" 흉 한번 지지 뭐. 그거가지고 죽겠어? "
" 참나. 입술에 흉터있으면 어느 여자가 좋아하냐? "
툴툴대는 내말에 턱을 괴고 나를 쳐다본 권순영이 씩, 웃었다. 글쎄, 내 입술이 너무 치명적이여서 왠만한 여자들 다 좋아할껄. 무슨 자신감인지 능글맞게 웃고 있는 권순영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살짝 밀었다. 웃기고 있네. 왜, 넌 안좋아하냐? 슬쩍, 팔을 내린 권순영이 내 영어문제집을 잡고 흔들며 말했다. 입술에 흉터있으면 좀 그렇지. 안예쁘니까. 그런 내말에 손가락으로 장난을 치던 권순영이 넌지시 말했다. 그럼 니가 붙여주면 되겠네.
" 뭐? "
" 왜, 좀 붙여줘. 나 밴드 잘 못붙인단 말이야. "
" 야, 솔직히 19살이나 됐는데 누가 밴드를 못 붙, "
" 아야야, 입술이 너무 아프네. 이거이거 흉이 지겠는걸? 난 밴드를 못붙이는데, 누구 붙여줄사람없나? 뭐, 짝꿍이라던가, 김세봄이라던가. "
아예 대놓고 붙여주세요, 하고 광고를 하고 다니는 권순영의 모습에 한숨이 나왔다. 제발 좀 닥쳐! 내말에도 뭐가 그리 좋은지 싱글벙글, 얼굴에 웃음을 띈 권순영이 말했다. 너 놀리는거 개재밌다. 그 얼굴을 쳐다보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고개를 다시 영어문제집으로 돌리기 무섭게 나를 쿡쿡 찌르며 장난을 거는 권순영의 행동에 슬슬 짜증이 몰려왔다. 넌 공부안해? 공부 좀 해, 공부!
" 솔직히 내가 공부할꺼같냐? "
" 아니. "
" 그럼 왜 말해? 나 어짜피 안할껀데. "
" 왜 안하는데? "
그냥, 별로 하고싶지않아서? 삐쭉, 입을 내민 권순영이 제 손가락으로 내 머리를 베베 꼬았다. 나 그래도 1학년때까지는 진짜 존나 열심히 했는데. 근데? 내 말에 고개를 으쓱한 권순영이 말했다. 어떤애때문에, 걔랑 놀고싶어서 2학년되자마자 공부고 뭐고 때려쳤지. 걔랑 놀고싶어서 공부를 때려쳤다고? 응. 왜? 걔도 공부 존나 안하는애였거든. 나같은 범생이는 끼워주지도 않더라고. 실실 웃으며 나를 쳐다보는 그 얼굴을 바라보다가 내 머리칼을 살짝 쥐고 있는 손을 내렸다. 너 그럼 공부 아예 안할꺼야? 내 말에 잠깐 입을 다문 권순영이 모르겠다는 엉성한 대답을 내놓았다. 그게 뭐야.
" 뭐, 누가 가르쳐주면 억지로라도 할수는 있겠지. "
" 에이, 그게 뭐야… "
" 그러니까 너가 가르쳐주면 되잖아. "
당연하다는듯이 나를 쳐다보며 눈을 꿈뻑이는 권순영의 당당한 태도에 어이가 없었다. 결론은 나랑 너랑 같이 공부하자고? 끄덕. 거절하기엔 담임선생님의 부탁이 걸리고, 막상 같이 하자니 앞길이 깜깜해 머리를 손으로 감쌌다. 뭐 어쩌라는거야! 내 표정을 살핀 권순영이 씩, 웃으며 말했다. 근데 우리 좀 친해진거 같지않아? 나만 느끼냐? 으흥흥, 이상한 웃음소리를 내며 내 머리칼을 만지작거리는 권순영을 쳐다봤다. 뭐, 첫날에 비해 많이 친해졌다고 느끼고 있긴 했었다. 권순영이랑 워낙 스펙타클하게 지내서 말이지.
야, 김세봄. 앞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권순영의 손에있는 머리칼을 손으로 빼내고 물었다. 목소리의 주인은 이지훈이었다. 왜? 나 이것 좀 알려줘. 아, 이거 나 어제 배웠던건데, 일단은 이거를 바꾸면… 내쪽으로 아예 돌려져있는 문제집을 위쪽으로 밀어 이지훈에게 조금 더 잘보일수 있게 만들었다. 끄덕, 학구열 하나는 정말 탐날정도였다. 내 말을 이해하긴한건지 고맙다며 내게 웃어보이는 이지훈을 가만히 쳐다보다가 말했다. 너 웃는거 귀엽다는소리 많이 듣지.
" 아니. "
" 왜? 너 웃는거 완전 귀여운데. "
" 너만 그런가보지. 원래 남자한테 귀엽다고 하는거 실례야. "
" 아… 그래? "
" 아닌데? 난 좋은데? 귀엽다는게 왜 싫은건지 이해가 안되네. 나라면 고마워서 절하겠다 야. "
특유의 능글거리는 목소리로 대화를 끊은 권순영이 이지훈을 쳐다보며 말했다. 뭐야, 얘 왜이래? 이게 무슨상황인가, 하며 눈을 꿈뻑였다. 그런 권순영을 한번 쳐다본 이지훈이 뭐가 웃긴건지 한번 고개숙여 웃고는 말했다. 넌 그냥 그 말이 좋은게 아니겠지. 뭐, 뭐? 여유롭던 표정은 어딜간건지, 똥마려운 개새끼마냥 뭔데, 를 연발하며 이지훈을 툭툭 건들인 권순영이 심기불편한 표정으로 팔짱을 꼈다. 뭐야, 재미없게.
" 재미있게 해줘? "
" 아 됐어. 닌 그냥 조용히하고 문제나 풀지? "
" 싫은데. 아, 갑자기 김세봄이랑 놀고싶다. "
" 뭐? 야 니 짝이랑 놀아. 내 짝이랑 놀생각하지말고. "
뭐가 그리 좋은지 아주 함박웃음을 짓고있는 이지훈과 입술을 눌러 일자로 만든 권순영의 표정이 상반되게 드러났다. 지금 이게 무슨상황…? 아무것도 이해를 못하는건 나뿐만은 아닌지, 이지훈 옆에 앉은 수정이가 내게 눈썹을 찡긋거리며 눈치를 줬다. 야, 시발 자다일어났는데 이게 무슨 개소리? 나는 왜나옴? 글쎄다. 수정이랑 연신 눈빛으로 대화를 주고받고 있었을까, 인상을 찌푸린 권순영이 말했다. 야, 나는 보다싶이 말이야.
" 우리 세봄이, 우쭈쭈. "
" ………. "
" ………헐. "
" …푸흡. "
휙, 내 얼굴을 감싸쥔 권순영의 입에서 나온 애교섞인 말투에 어안이 벙벙해졌다. 놀란건 나뿐만이 아닌 권순영과 이지훈을 제외한 모든 아이들도 마찬가지인듯 했다. 뭐야, 쟤네? 사귀나? 나랑 김세봄은 이런 사이라서, 어떡하지? 생각보다 크고 따뜻한 손에 쥐인 볼따구에 눈만 데굴데굴 굴리고 있었을까, 뭐가 그리 웃긴지 아예 웃음이 터져 끅끅대던 이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러던가. 졌다는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이지훈이 앞으로 몸을 돌리며 말했다. 기대되네.
" 야, 이, 이것 좀… "
" 싫은데. "
" 아, 장난 그만치고 빨리, "
" 우리 세봄이. "
" ………. "
" 예뻐죽겠네? "
장난스레 낄낄대며 얼굴을 들이미는 권순영의 행동에 입을 앙 다물고 팍, 어깨를 밀쳤다. 아, 야 아프잖아! 금새 표정을 바꾼 권순영을 쳐다보다가 빽, 소리를 질렀다. 넌 맞아도 싸! 내 말에 어이가 없다는듯 어깨를 들썩거린 권순영이 책상을 탕, 치며 말했다. 내가 뭘 했는데? 몰라, 넌 그냥 잘못했어! 두근두근, 놀란탓일까 유난히 세차게 뛰는 심장을 애써 진정시키며 얼굴에 손부채질을 했다. 어디서 저런것만 배워와가지고… 베시시 웃는 권순영의 얼굴을 흘겨보고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왜이래 심장아!
*
"…잘 붙었냐? "
" 아니, 좀! 너 다친데도 몰라?! "
" 아 뭐 어쩌라는거야 시발! 그럼 니가 붙여주라고! "
비뚤비뚤, 어떤데는 접히고, 어떤데는 아예 상처밖으로 벗어난 밴드에 한숨을 쉬었다. 하나 둘 늘어가는 밴드 껍데기에 속이 부글거렸다. 우리 소듕한 승관이껀데! 수업이 끝나자마자 나를 보건실로 끌고온 권순영덕에 한숨이 터졌다. 내가 미쳐. 줘봐. 결국 이대로 가다간 밴드만 거덜나고 다 버리겠구나 싶어 권순영의 손에 들려있는 밴드를 빼앗아 가져갔다. 진작 좀 붙여주지. 툴툴거리며 쓰린듯한 입가를 매만진 권순영이 말했다. 빨리 붙여줘. 아파.
" 그러니까 누가 쌈박질이나 하고 다니래? "
" 누가 하고 싶어서 했냐? 웃기네 얘. "
" 그래도 말이야. 사람이 좀 참을줄 알아야지. "
" 야, 나 진짜 개많이 참았거든? 아, 야! 세게누르면 어떡해! "
" 조용히해, 조용히! "
연고를 먼저 짜 바르는 순간에도 쉴새없이 움직이는 입에 면봉으로 상처부위를 꾹 눌렀다. 아프잖아! 뒤질래? 여자한테 뒤질래가 뭐냐? 뒤질래? 니는! 유치하게 말꼬리를 무는 권순영을 흘겨보자 금새 입을 다문다. 아, 해봐. 하필 애매하게 입술 가 부분이 터져버린탓이었다. 얌전히 입을 벌린 권순영에 밴드를 붙이려 다가갔을까, 합. 하고 입을 다문 권순영 덕에 옮기던 손을 멈칫했다. 이게 진짜. 붙여달라며! 빽, 소리를 지르자 낄낄 댄 권순영이 말했다. 니가 너무 진지하길래 장난 좀 쳐봤지. 조크 몰라? 깐족거리는 목소리에 후 하고 한숨을 쉬었다. 아, 거기말고 여기.
" 어디? "
" 여기. "
원래 애교가 많은건지 뭔지, 일부러 제 볼을 손가락으로 찌르는 권순영의 모습에 헛웃음이 터졌다. 왜, 너무 치명적이야? 내 웃음에 다시 능글거리는 목소리를 낸 권순영이 눈을 찡긋거렸다. 닥쳐, 닥쳐. 꾸욱, 일단 입부터 막아야겠다 싶어 빠르게 밴드를 붙였다. 쳇, 더 놀릴수 있었는데. 아쉽다는듯 입을 벌려 밴드를 제 손으로 꾹꾹 누른 권순영이 입맛을 다셨다. 아, 밥도 못먹겠네. 밴드 거슬려서. 뭐 얼마나 거슬린다고 그래? 아님 떼고 먹으면 되잖아. 내 말에 아 그렇네. 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권순영의 모습에 어제 민규가 말했던 말의 내용이 생각났다. 한번 떠 볼까.
" 야 권순영. "
" 왜? "
" 너 김민규 알아? 민규. "
" 김민규?"
" 응. "
" 아………. "
깊은 탄식을 내뱉은 권순영이 얼버무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 전에 좀… 걔는 왜? 그냥, 걔가 너 보고싶대서. 한번 만나재. 좋은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싫은것도 아닌듯한 이상한 표정을 지은 권순영이 내게 물었다. 너 근데 김민규는 어떻게 알아? 나? 나랑 민규 중학교때부터 알았는데? 내 말에 입을 벌린 권순영이 무언가 다급한듯 말을 덧붙였다. 그것말고, 다른거 말한건 없었어? 다른거? 뭐? 아니, 그냥 내 얘기중에서. 없는데? 내 말에 뭐가 그리 다행인건지 한숨을 쉰 권순영이 잔뜩 힘을 줬던 몸을 침대위로 뉘였다. 아, 기빠져.
" 무슨 할아버지도 아니고… "
" 참나, 할아버지는 무슨. 너 내 힘이 얼마나 센지 몰라서 물어? "
" 아 예! 그러시겠죠! "
" 이게 진짜, 야 너 이리 와ㅂ, "
드르륵, 문이 열리는 소리에 놀라 몸을 일으킨 권순영을 다시 침대위로 밀치고 촥, 커튼을 쳤다. 또각거리는 구두소리를 들으니 보건 선생님인듯 했다. 아이씨, 큰일났네. 시간을 보니 쉬는시간이 끝나기전까지 5분밖에 남지 않았다. 수업에 빠지면 지장을 주는 시기라 이걸 어찌해야하나, 하며 고개를 돌려 권순영을 쳐다봤다. 뭐가 그리 놀란건지 침대에 밀쳐져 놀란눈으로 나를 쳐다보는 권순영의 얼굴에 고개를 갸웃했다. 뭐, 왜? 입을 벙긋대자 정신을 차린듯 눈을 몇번 꿈뻑거린 권순영이 몸을 일으켜 앉았다. 놀랬네. 그게 뭐야? 아니, 니가 갑자기 밀쳐서 놀랬다고.
입만 벙긋거리길 몇차례, 딩동댕 울려퍼지는 종소리에 울상을 지었다. 망했네. 그 다음시간이 체육이라서 다행인건지 뭔지. 일단 나갈 타이밍을 살피기 위해 슬금, 쳐진 커텐으로 다가가 살짝 걷어 주위를 살폈다. 망했어! 볼일이라도 보고 오신건지 나갈 생각을 하지 않으시는 선생님의 모습에 커텐을 닫고 털썩, 권순영의 옆에 앉았다. 어떡해야할까, 곰곰히 생각하는 나를 한번 쳐다본 권순영이 눈썹을 꿈틀거렸다. 뭘 그리 걱정해? 잠깐 쉬다가면 되잖아. 쉬다가. 쉬다가? 헐!
" 야, 너 지금 뭐해? "
" 쉿. "
" 아니, 지금 뭐하는. "
" 가만히 있어봐. 누나가 좋은거 알려줄께. "
젠장, 이걸 다시쓸 기회가 생기다니. 한창 놀러다녔을때 쓰던 기술이 떠오른건 권순영의 말 덕분이었다. 고오맙다, 아주? 마구 머리를 헝클이는 나를 쳐다본 권순영이 뭐 이런 미친년이 다있어, 하는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다급히 나를 말리는 권순영의 손을 잡아 끌어내리곤 말했다. 너 스트레스받아서 그러냐? 그만, 쉿. 내 말에 이해가 안된다는듯 손을 들고 어깨를 으쓱한 권순영이 나를 주시했다. 거 참, 이런걸 보여주게 되다니. 어디서 쥐어뜯긴것마냥 이리저리 흐트러진 머리를 대충 정리 한후, 주머니에서 틴트를 꺼냈다. 야, 그건 왜? 갑자기 꽃단장이라도 하게? 뭐래, 기다려봐.
틴트를 살짝 손에 묻혀 볼에 마구 두드렸다. 그런 나를 쳐다보는 권순영의 얼굴이 묘해졌다. 미친. 어때, 괜찮아? 내 말에 이해가 안된다는듯 인상을 찌푸리는 권순영의 모습에 한숨을 쉬곤 말했다. 너 잠깐 나와봐. 그런 내 말에 순순히 일어난 권순영이 옆에 놓인 보조의자에 앉았다. 곱게 접힌 이불을 펴 몸에 덮고 빠르게 누웠다. 그런 내 행동에 이제서야 알겠다는듯 입을 벌린 권순영이 말했다. 대박. 그래, 이게 바로 아픈척 누워있기의 정석이지. 왠지 옛날 흑역사를 들춘 느낌에 부끄러워졌다.
" 야……. "
" 내가 아픈척할테니까, 니가 나 간호하는척해줘. 알겠지? "
" 어, 어어. "
일단, 얼굴에서 아프다는걸 티를 내야해. 앉아서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권순영을 쳐다보다가 눈을 감았다. 느릿느릿, 눈을 떠 감기를 몇번이나 반복했을까, 옆에서 내 손목을 꼭 잡은 권순영이 당황한듯 말했다. 야, 너, 너 굳이 그렇게 해야해? 벙긋벙긋, 이와중에도 입모양으로 얘기하는 권순영의 행동에 웃음이 나올뻔한걸 간신히 참고 고개를 끄덕였다. 눈을 몇번 꿈뻑거리자 나를 쳐다본 권순영이 화들짝 놀라며 내 손을 내팽겨쳤다. 뭐야, 쟤? 괜히 기분이 나빠져 인상을 쓰며 가만히 누웠다. 조금만 더 있어야겠다.
몇분이나 지났을까, 몸도 충분히 데웠겠다, 슬슬 나갈때가 된것같아서 몸을 일으켰다. 일어서는 나를 가만히 앉아 쳐다보는 권순영의 얼굴에 입을 벙긋거렸다. 지금, 나가자. 내 말에 알겠다는듯 몸을 일으킨 권순영을 보고 콜록콜록, 기침을 하며 커텐을 걷었다. 어머, 거기 누구니? 놀란듯 한층 올라간 선생님의 목소리에 손을 들어 입가를 가리고 대답했다. 아…저에요.
" 어머, 세봄이? 너 많이 아프니? "
" 아니요, 많이 아픈거같지는 않은데… 머리가 자꾸 지끈거려서 그냥 약먹고 누워있었어요. "
" 어머, 공부 너무 무리하지마! 이그…그래, 지금은 좀 괜찮고? 애가 꼴이 말이아니네. "
" 네, 괜찮아요. "
걱정스레 나를 쳐다보는 보건선생님의 얼굴에 괜히 죄책감이 들었다. 어머? 저기 남학생은 누구야? 그것도 잠시, 권순영을 발견한 선생님이 내게 물었다. 아…제 짝꿍이에요. 아파서 간호해주고 있었어요. 어머, 세봄이 너? 응큼하게 웃으신 성생님이 장난스레 내 팔뚝을 툭, 쳤다. 알겠어. 일단 선생님이 담임선생님한테 말해드릴테니까 이만가봐. 손을 내저으신 선생님이 조용히 내게 물었다. 그래서, 남자친구라고? 아니요! 빽, 소리를 지르는 나를 쳐다본 선생님이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니면 아닌거지, 성질은? 어우 진짜. 드르륵, 보건실 문을 닫으며 나오자 먼저 나가있던 권순영이 물었다. 왜?
" 아니, 뭐…별거아냐. "
" 뭐…그럼 말고. 너 아까 대단하더라. 완전 똑같던데? "
" 뭐가 똑같아? "
" 그냥, 너 예전, "
" 응? "
" 아니, 아픈사람이랑 똑같다고. 아주 수준급이야. "
머쓱하게 머리를 터는 권순영의 모습을 쳐다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뭐야, 싱겁긴. 내 말에 베시시 웃은 권순영이 물었다. 야, 너 근데 체육관으로 갈꺼냐? 그…러게? 이걸 어쩌지. 지금 체육관으로 가기에는 끝나기 20분밖에 안남았고, 놀자니 권순영이 신경쓰이고. 그런 내 얼굴을 슥, 본 권순영이 가자. 라고 하며 내 팔을 잡아당겼다. 어, 야! 성큼성큼 걸어가는 권순영의 보폭에 맞추느라 엉겁결에 마구 뛰자 그런 나를 쳐다본 권순영이 제 걸음의 속도를 낮췄다. 야, 너… 헥헥대는 나를 쳐다본 권순영이 낄낄대며 말했다. 그거 좀 뛰었다고 힘들긴. 그 밉지 않은 얼굴을 흘겨보자 권순영이 손가락으로 볼을 톡톡, 건들이며 말했다.
" 볼도 빨개져선. "
" 야, 이건 아까 틴트때문에, "
" 귀엽네. "
" ………. "
무심하게 말을 하며 걸어가는 권순영의 모습에 얼이 빠졌다. 뭐, 안와? 가만히 서있는 나에 휙, 뒤를 돈 권순영이 말했다. 안오면 놓고간다? 빨리 와. 그 말에 정신이 들어 황급히 걸음을 옮겼다. 쟨 저런말을 어떻게 표정하나 안바뀌고 한다냐. 아까전부터 계속해서 익살스런 말을 하는 권순영의 행동에 마음이 이상해졌다. 쟤 진짜 왜저런대냐.
*
" …잘할수 있지? "
" 아…네, 그건 그런데 갑자기 왜, "
" 응? 아니 이제 슬슬 순영이도 정신차려야하니까 짝꿍인 니가 겸사겸사 도우라는거지. "
네, 알겠습니다. 교무실문을 닫고 나와 교실로 들어가자 아주 양아치 포스를 제대로 풍기며 앉아있는 권순영이 보였다. 앉아있기라도 해서 다행이네. 휴, 한숨을 쉬며 자리에 앉는 나를 본 권순영이 바지 주머니에 찔러넣었던 손을 빼 책상을 톡톡 두드리며 물었다. 넌 왜 맨날 한숨이야? 또 무슨일인데. 선생님이 너랑 같이 이제 공부하란다. …헐. 나랑? 못믿겠다는 표정으로 저를 가리키는 권순영의 얼굴에 고개를 끄덕였다. 잘됐네. 실실 웃으며 내게 얼굴을 들이민 권순영이 물었다. 그럼 선생님이라고 불러야하나?
" 선생님은 무슨… "
" 왜, 김세봄 선생님. "
" 아 오글거린다고! "
" 뭐래, 개잘어울리네. "
낄낄대며 연신 내 이름에 선생님을 갖다붙인 권순영이 말했다. 근데, 넌 어째 별로 안신나보인다? 그럼 신나겠어? 왜? 나 싫어? 삐죽, 입을 내민 권순영의 행동에 헛웃음이 터졌다. 니가 싫은것보단 귀찮아서. 솔직히 내꺼 하기도 벅찬데 남까지 도와주긴 힘드니까 그렇지. 그런 내말에 톡톡톡, 손가락으로 책상을 친 권순영이 턱을 괴고 말했다. 너 귀찮으면 안해도 돼. 나 원래 공부 안하니까.
그 얼굴을 바라보다가 어깨를 들썩였다. 됐어, 이제와서 뭘. 너 내가 해오라는거 안해오면 죽는다. 그런 내 대답에 의외라는듯한 얼굴로 쳐다보던 권순영이 씩, 웃으며 말했다. 예예. 어련하시겠어요. 야 권순영! 그것도 잠시, 뒷문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권순영과 내 얼굴이 동시에 뒤쪽으로 돌아갔다. 저것들은 무지개가 꿈인가. 아주 빨간색, 초록색, 분홍색으로 염색을 한채 권순영을 부르고있는 남자애들이 눈에 들어왔다. 야 이 개새끼야, 이젠 아는척도 안해? 어? 행님 섭섭하게. 낄낄대며 권순영에게 다가온 빨간머리가 툭툭, 장난스레 권순영을 쳤다.
" 뭐래, 새끼야. 가. "
" 어쭈? 가? 야, 너 변했다? 언젠 우리 우정 영원하자더니. "
" 지랄, 내가 언제 그랬는데 미친놈아! "
" 내 마음속에서? "
아 담배냄새. 몇일동안 권순영에게서 맡지 못했던 담배냄새가 빨간머리에게서 풀풀 풍겨왔다. 그 냄새에 인상을 찌푸리고 슬금, 엉덩이를 들어 의자를 이지훈쪽으로 끌고갔다. 권순영은 제 친구를 만나느라 정신이 없어보이는듯했다. 그런 내 행동에 이지훈이 문제집에 쳐박았던 고개를 들고 나를 쳐다봤다. 뭐야? 휙휙, 손가락으로 뒤를 가리키자 아, 하고 탄식을 내뱉은 이지훈이 알겠다는듯 고개를 끄덕였다. 담배냄새 지리네. 그 말에 남모르게 고개를 끄덕이자 그런 나를 본건지 이지훈이 금새 웃는다. 뭐야.
" 요즘 공부도 안하더라? "
" 참나, 할꺼거든? "
" 웃기시네. 너 요즘 수업도 빠지고. 어? "
" 아 그땐 피치 못할 사정이… "
우물쭈물 거리는 나를 본 이지훈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너한테 뭐라한거 아니니까 기죽지말지? 나 나쁜놈 된것 같잖아. 그말에 따라 웃어주자 절레절레 고개를 젓는 이지훈이다. 야, 야! 야 이새끼 봐, 존나 웃겨. 얼마지나지 않아 들리는 큰소리에 놀라 황급히 뒤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야야…넘어진 애를 자세히 살펴보자 어제 권순영에게 욕을 했던 남자아이였다. 사물함 뒤쪽으로 내팽겨진채 등을 붙잡고 끙끙대는 남자애의 배를 걷어찬 빨간머리가 말했다. 개새끼가. 좆밥주제에 어디서 부모를 걸고 넘어져? 그에 휙, 고개를 쳐든 남자아이가 권순영쪽을 노려봤다. 너 가만히 짜져살아라. 빽도 좆도 없으면 개기지말고, 앙?
" 씨발, 찌질한 새끼… 그새 꼰질렀냐? 너네는 왜 나한테만 지랄이야!! "
" 뭐 이새끼야? "
" 야, 그만해. "
" 뭐? 야 너 제정신, "
" 이딴새끼는 상종할가치도 없어. 알잖아? 쓰레기같은 새끼들은 관심주면 더 날뛴다니까. 병신들이. "
가면갈수록 심해지는 폭행에 이건 안되겠다 싶어 몸을 일으키기 무섭게 달려나간 권순영이 빨간머리를 말렸다. 씩씩대는 빨간머리에게 어깨동무를 하고 끌고 나가던 권순영이 슬쩍, 고개를 돌려 나에게 눈을 찡긋거렸다. 뭐, 뭐야 쟤? 나 잘했지. 입모양으로 벙긋대는 권순영이 씩 웃어보였다. 설마 어제 싸우지 말라고해서 그런건가, 하는 생각이 들기 무섭게 문밖으로 나가버린 권순영에 대답을 하려 벌렸던 입을 다물었다. 쟤가 왠일이냐? 주변에서 쏟아져나오는 권순영의 이름이 낯설었다. 아까전, 나에게 칭찬을 바라는듯한 권순영의 얼굴이 생각나 멍청하게 굳어있던 얼굴에서 슬슬, 입꼬리가 올라갔다. 오면 칭찬이나 해줘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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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영이 과거 궁금해하는분 넘나 많은것...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오늘 스포좀 빵빵히(?)넣어봤어요 ㅎ.. 는 무슨 전 청개구리니까여
읽어주셔서 감사하구 선거는 다들 하셨겠죠? 허허 앞으로는 좀.. 달달할려나? 메이비 다음편부터 원활한 스토리진행을 위해 누군가가 등장할것이오 착한역은 아니에여
기대해주세요 그럼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