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다각
w.도돔
일러스트레이팅, 너와의 여섯번째 이야기
남준
김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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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제 민윤기...작가 (아직 말놓기 무섭, 아니 좀 그렇다. 절대 무서운 거 아니다.) 랑의 그림작업은 정리가 많이 되었고,
지민이가 부탁했던 병아리 그림은 다행히도 미리 그려놨던 게 있었다! 동화책이라 채색도 간단해서 2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이제 며칠은 들어오는 작업도 없어서 널널한텐데, 뭘 하면 좋을까하고 고민하고 있던 중이었다.
"아, 간만에 카페나 갈까."
시계를 흘긋 보자 사람이 제일 많을 시간이기에 그냥 포기했다.
한 숨 자고 내일 오픈 시간 즈음에 가서 스트레스 해소 컬러링북이나 해야겠다는 목표가 생겼다.
일이 없어서 그런가 평소보다 한 시간 정도 눈이 일찍 떠졌다.
후다닥 준비하고 색연필과 컬러링북이 담긴 가방을 챙겨 나왔다.
"오늘은, 말할 수 있을까?"
들어가기 전에 확인한 카페 오픈시간은 오전 아홉시! 지금은 아홉시 십분!
딸랑하고 울리는 방울 소리를 들으며 문을 열고 들어가자 다행히도 내가 첫 손님이었다.
"안녕하세-."
"안녕하세요 사장님! 저 사장님 목소리 처음 들어봐요!"
인사를 하며 뒤돌아보다가 나와 눈이 마주친 사장님은 그대로 굳어버리고 말았다.
사장님이 되게 당황스러워하는 건 둘째치고, 처음 들어본 사장님의 목소리는 내 생각만큼 좋았다.
뭐지? 근데 왜 말씀을 안 하시는 걸까?
항상 앉던 자리에 가방을 놓고 사장님이 오픈 준비를 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대충 정리가 끝난 것 같길래 주문을 하러 갔다.
"저, 오늘은 카페모카랑.. 지금 쿠키 나온 거 없죠?"
"아.."
입을 몇 번 뻐끔거리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웃으면서 그럼 그냥 커피만 주세요, 하고 말했고 계산을 끝낸 사장님은 뒤돌아서 커피를 내리기 시작했다.
나는 할 것도 없고 사람도 없고 해서 그냥 그 자리에 계속 서 있었다.
에스프레소를 내리면서도 내 시선이 부담스러운지 계속 돌아보는 사장님이 재미있었다.
"사장님은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제 또래 같으신데."
"네..?"
"카페 운영하신 것도 몇 년 되신 것 같은데, 어려보여서요."
"아, 저, 스물, 셋"
"동생이네요? 저는 스물넷."
본인이 동생이라는 말에 동공이 아주 진진자라 춤을 추고 있다.
처음엔 한 마디 한 마디 뱉을 때 마다 눈 둘 곳을 못 찾더니, 나의 끈질긴 (나 진짜 끈질겼다. 계속계속 말걸었다.) 대화에
점점 익숙해지는 것 같아 보였다.
김남준
누나, 누나라니.. 세상에 누가 봐도 내가 세 살은 더 많게 생겼는데...
난 아무리 많아도 나랑 동갑일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나보다 누나다. 어떡하지.
아, 셀프뺨. 어떡하긴 뭘 어떡해 나랑은 상관 없,을, 하...
잠깐 얘기를 나눴는데 처음이 어렵지 말을 좀 떼기 시작하니까 생각보다 수월했다.
분위기도 처음보다는 많이 부드러워져서 의자에 앉아 마주보고 얘기했는데, 갑자기 이 누,누나..? 이 분..? 무튼
시선이 어느 한 곳에 고정되어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뒤돌아봤다.
"해볼래요?"
세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생각보다 더 귀여운 사람인 것 같다.
신기하다고 연신 '우와'만 내뱉길래 작은 컵을 손에 넘겨주었다.
"에스프레소 내리는 컵이에요. 작죠?"
"나 이런 거 처음 해봐요.. 아 진짜 다 신기하다.."
그렇게 이것저것 구경시켜주고 직접 에스프레소도 내리게 해주고 하니까
입가에서 웃음이 떠나지를 않는다. 그걸 보고 있는 나도 덩달아 방실방실 웃게 되고.
"웃는 게 이렇게 예쁜데, 왜 평소엔 안 웃었어요?"
"네?"
"나 사장님이랑 말해본 것도, 웃는 거 본 것도 처음이에요. 훨씬 낫네!"
"가, 감사합니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괜히 쿵쾅거리는 심장소리가 거슬려 명치께를 두어 번 쳤다.
그리고 평소에 자주 마시던 밀크티라떼를 만들어주니(얘기하면서 카페모카를 다 마셨다. 대단해.) 눈이 동그래져선 좋아했다.
이내 밝게 웃고 너무 고맙다고 하더니 내 손목을 잡고 테이블로 향했다.
가방에서 웬 납작한 철통과 책 같은 걸 꺼낸다. 그것들에 신경 쓸 새도 없이 온 몸의 감각이 잡혔던 손목으로 집중되었다.
"바빠지기 전까지 이거 해요."
"이게 뭔데요?"
"어-, 컬러링북이라고. 색칠하는 거예요!"
"저 이런거 못 하는데.."
괜찮다고 나를 앉히더니 색연필을 꺼냈다. 아, 저 철통이 색연필 통이었구나.
페이지를 이리저리 넘기며 한껏 고민하더니, 펼친 페이지에는 물고기와 꽃이 어우러져 있었다.
꽃 한 송이를 가리키며 원하는 색으로 칠해보라고 하길래 무슨 색을 골라야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음, 사장님은 보랏빛 도는 은은한 분홍색이 잘 어울려요!"
고민 끝. 행동 시작.
바로 눈을 굴려 연보라색과 부드러운 분홍색 색연필을 집어들었다.
내 행동을 빤히 보더니 풋, 하고 작게 웃길래 살짝 민망했다.
앞으로 내가 좋아하는 색은 보랏빛 도는 은은한 분홍색이다. 집 가서 그 색깔 옷을 좀 사야겠어.
그렇게 한참을 색칠하는 데 집중하고 있었는데 방울 소리와 함께 손님들이 들어왔다.
아쉬운 마음에 색연필들을 쳐다보자 살짝 웃으면서 짐을 정리했다.
"다음에 또 올게요, 일찍."
"네.."
"또 일찍 오면, 다음에도 커피 내리는 거 가르쳐주시는 거예요?"
"그럼요."
부랴부랴 내 앞으로 오더니 오른손을 쑥 내민다. 이게 뭐냐는 듯이 쳐다보자 웃으면서 새끼손가락을 펴보인다.
아, 약속하자고. 진짜 웃음이 난다.
같이 오른손을 내밀어 손가락 약속, 도장, 싸인, 복사, 코팅까지 마치고 나서야 가방을 들어올린다.
"잘 가요, 다음에 또 오시고."
"김탄소."
"네?"
"제 이름이에요, 김탄소."
"아, 전.. 김남준이라고 합니다."
"그럼 남준씨, 다음에 또 봐요."
"안녕히가세요."
문은 닫히고 뒷모습이 점점 작아져 점으로 보일 때 까지 서있었다.
김탄소, 김탄소.
몇 년 만에 알게된 이름에 괜히 기분이 울렁거렸다.
뒤를 돌며 작게 웃었다.
빨리 쿠키 구워놔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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