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전말은 이랬다. 그날 밤 9시 JIN 그룹이 주관했던 파티에서는 비밀리에 스파이임무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 스파이가 김탄소라는게 문제였지만. 김탄소가 수행할 임무는 JIN 그룹의 후계자인 김석진에게 접근하여 추적장치와 도청기를 달고 무사히 그 파티를 빠져나오는 것이었다. 근데 이 도라이 김탄소. 브리핑시간에 쳐잤던게 틀림없다. 그러지 않고서야 그 파티에서 아무거나 막 주워먹을 수가 없지. JIN 그룹이라 하면 대한민국에서 내노라하는 제약회사였지만. 이쪽에서는 예의 주시하고있는 문제대상이었다. 표면상으로는 선진화된 최첨단 기술을 사용하여 대한민국에서 유통되는 거의 대부분의 의약품들을 제조하는, 청렴, 박애, 사회성장의 긍정정 효과를 주는기업을 표방했지만, 저 뒤에서는 마약 밀거래를 하고있을 줄 그 누가 알았겠어. 그랬는데 이 미친 김탄소가 임무수행한답시고 수면제가 든 샴페인을 좋다고 마신거다. 그것도 풀잔 원샸으로. 아니 그게 그냥 수면제라서 얼마나 다행이었어? 마약이었으면, 독이었으면 어쩔 뻔 했냐고. 김탄소는 혼나도 싸다. 더혼나야 되는데 짠해서 이정도로 끝난거다. 김탄소가 왜 짠하냐고? 왜긴 왜야. 도라2팀이 김탄소라면 죽고 못살아서 그렇지. 김탄소가 없는 패기 영혼까지 끌어모아서 김석진앞에 샴페인 두잔 들고 갔을때. 또다른 스파이 김태형은 파티의 탈출구를 모색하고 있었고, 수행요원인 전정국과 민윤기는 김석진의 가드들을 경계하면서 김탄소와 타겟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본부 사무실에는 파티장소의 CCTV, 엘리베이터, 전력장치에 감시모니터까지 벌서 다 해킹하고 김탄소가 샴페인들고 끼부리고 있는걸 제 컴퓨터 모니터로 실시간 감상하던 서폿 박지민이 있었고, 팀장실에는 이 모든 사건의 원인이자 주축인 김남준 팀장이 다음 회식을 기획하고 있었더랬다. 이번에는 절대로 팀원들이 못빠져나가도록 만발의 준비를 한답시고. 물론 이 모든것들은 김탄소가 가볍게 미션을 클리어 할 것이라는 전제 하에서 이루어진 행동이었다. 아니 그 누가 김탄소 이 푼수가 수면제든 샴페인 원샷하고 정신놓고 쓰러질지 알았겠냐고.. 김탄소가 털썩 하고 쓰러지자 마자 난리가 났다. 그것도 그냥 쓰러진것도 아니야. 그 앞에는 마약밀매하는 존나 쎈 기업 후계자 김석진이 묘한 얼굴로 쓰러진 김탄소 감상하고 있지. 그 주위에는 김석진의 우락부락 가드들 포진해있지.... 하, 맨처음 이 상황을 발견한건 실시간으로 김탄소 모니터링하던 서포트 박지민이었다. 난리가 나서 팀장한테 콜하고 좀전까지만 해도 없었던 진지한 표정 깔고 다시 파티장을 살피기 시작했다. 수행요원들이랑 스파이 김태형한테 지시 내리면서. “코드 Chim. 임무실패. 반복한다. 임무실패했다. 플랜B 실행. 코드C 구출요망.” 제 딴에는 임무상황이라서 최대한 회사방침대로 간결하고 정확하게 코드네임 불러가면서 지시를 내리는데 자꾸 김탄소가 눈에 밟히는거다. 저렇게 위험한 상황에서 정신놓고 쓰러졌는데 박지민은 또 빡돌아서 눈에 뵈는게 없었다. 김탄소가 위험한데 지금 이깟 규정이 문제야 지금? “아 김탄소 위험하니까 구해오라고!” 박지민이 이성을 잃고 제앞에있는 마이크에대고 소리를 지를 무렵에 다급한 표정의 김남준이 사무실로 뛰어들어왔다. 그 시각, 파티장에서는 수행요원인 윤기와 정국이 잠깐 탄소를 놓쳤더랬다. 김석진의 가드들이 너무 많아서 눈에 띄지 않게 김석진과 김탄소를 감시하느라 잠깐 경계를 늦춘 그 사이에 김탄소가 쓰러진거다. 잠시 주변상황을 정리하고 다시 김탄소쪽을 봤을 때는 이미 김탄소가 바닥으로 쓰러져 시야에 보이지 않았다. 물론 쓰러진 김탄소를 안아 받친 김석진도 보이지 않았겠지. 그렇게 타겟을 놓친 수행요원들이 당황하고 있는 사이에 지민이의 무전이 들렸다. “임무실패. 플랜B 실시” 그 무전을 들었을 때도 이 좆같은 상황이 현실감있게 다가오지 않았다. 너무 당황스러웠거든. 잠깐 한눈 판 그사이에 임무실패? 그리고 뒤이어 들려오는 박지민의 김탄소 구해오라고!!! 라는 무전을 들었을 때는 이 수행요원들도 빡돌아서 표정이 구겨졌다. 그리곤 단정했던 자켓을 풀고 소매를 걷었다. 표정은 살벌했고 눈빛은 살기로 번뜩였다. 민윤기와 전정국이 이렇게 변한건 다 김탄소. 그래 김탄소 때문이었다. 감히 김탄소를 건드려? 난장판의 시작이었다. 김태형은 아까 말했듯이 파티를 유유히 빠져나갈 탈출구를 찾고 있었다. 특유의 능글능글 미소를 지으면서 예쁜 여성분들이나 꼬시며 적절한 탈출구를 모색하고 있었을까? 귀에 꼽아논 인이어에서 들려서는 안될 소리가 들렸다. 임무실패. 그 네글자를 듣는 순간 능글거리던 표정은 저 안드로메다로 날아가고 싹 굳은 표정으로 변한 김태형이 고개를 돌려 김탄소가 있을 곳을 보았다. 그리곤 달렸다. 김탄소에게로. 김태형이 김탄소가 있었던 곳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었다. 전정국과 민윤기가 김석진의 가드들과 일방적인 쌈박질을 하며 다 때려눕히고 있었고. 김석진은 제 비서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그 소란스러운 공간에서 빠져 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김탄소. 문제의 김탄소는 저 구석 발코니에서 블랙 미니드레스를 입고 누워있는거다. 김태형은 그 난장판 속에서도 쿵 하고 떨어지는 심장에 바로 김탄소에게로 다가갔다. 얘부터 챙겨야지 지금 뭐하는거야. 하면서. 김탄소가 그저 쓰러진 것이라는걸 알게된 김태형은 안도하며 그녀를 안아 들어올렸다. 김탄소의 짧은 드레스 위에 자기가 입고있던 자켓을 덮어주고는. 우여곡절 끝에 사무실로 복귀한 김탄소와 도라이들은 의무실로 그녀를 데려갔다. 아무래도 아직까지 안깨어나는게 무언가 이상하다고 느끼며.
“김탄소 안 깨어나요. 지금까지. ”
“탄소누나. 괜찮은거 맞죠. ”
“괜찮은거죠 호석이형. ”
“얘 왜이래. 현장에서 무슨일 있었어? ”
“뭘 마신것 같은데. 분석중이에요. 그 파티, JIN 그룹이 주관했다는 점에서 약일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어요. ”
“김탄소 현장경험 한번도 없었는데. 처음부터 너무 큰 판에 넣은거 아니에요?”
만약 김탄소 잘못되면..
현장에서 김탄소를 모니터링하던 지민은 그녀가 샴페인을 마시고 쓰러진것을 보았다. 김태형이 김탄소를 데려올 때. 박지민은 서폿답게 다른요원에게 김탄소가 마셨던 샴페인을 가져오라는 지시를 내렸었다. 그 샴페인은 분석실로 보내고 바로 의무실로 달려온 지민은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제 감정을 꼭꼭 억누르고 이성을 찾기위해 노력했다. 항상 김탄소와 관련된 일에는 이성보다 감성이 튀어나왔다. 이년 전 까지만 해도 상상도 할수 없었을 일이지만. 지금은 그랬다. 이성적으로 생각해야 했다. 그래야 김탄소를 구할수 있을테니까. 분석실에 보냈던 샘플의 결과가 나오고, 김탄소가 마신 샴페인에 수면제가 섞여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도 김탄소는 깨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김탄소가 마신게 일반적인 수면제 였을뿐이라는게 얼마나 다행인가 생각하면서 그 도라이들은 아직도 의무실에서 김탄소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 정적을 깬 것은 의무실 치프닥터 호석이었다.
“바이탈은 안정됬어. 약효과때문에 깨진 않고 있지만 몇시간만 더 있으면 깨어날꺼야. 그 약이 많이 독한게 아니라 다행이었어”
“그럼 탄소는 괜찮은 거에요 형?”
“뭐. 깨어나면 다른 검사 몇가지는 더 해볼테지만. 지금 수치로는 괜찮은것 같아. ”
“씨발. 그 개새끼들 더 조져놨어야 했는데. ”
“뭘 더 조져. 전정국. 아주 묵사발을 만들어 놨더만? 니가 사고치면 뒷처리는 다 내가 한다 이놈아. ”
지민이 잠든 탄소를 바라보며 말했다. 서포트를 현장에 투입 한 것부터가.....남준이 형은 이렇게 될줄 몰랐나봐. 나였으면 안보내는 건데. 김탄소 겁쟁이라 이런거 잘 못하는데. 하면서.
“그럼 그새끼들을 그냥 냅둬요 형? ”
아니, 그건 아니지. 그냥 확 묻어 버려야지.
티 안나게.
“이 놈들아. 이제 김탄소 괜찮아 졌으니까. 가서 할일들 해. 이제 내 일좀 하자. ”
“이것 봐. 여기 의무실이라고 권력남용 하는 것 봐. 형 혼자 얘 독차지 하려고 그러죠?”
“존나 티나냐?”
“하? 진짜. 깨어나는거 보고 갈껀데요? 안가요. 안가!”
“꺼져. 김탄소 덕후들아. ”
“하? 누구보고 덕후래? 그럼 형은? 참나 자기소개 잘 들었습니다. ”
“우리 태형이 디질래? 맞고 꺼질래 그냥 곱게 갈래? ”
지민아 호석이형 지금 나한테 웃는 얼굴로 욕하는거 봤지? 탄소가 이런 호석이형의 진짜 모습을 알아야 하는데..... 하며 태형이 뷔글거렸다.
“이 캐새키들아 우리 탄소 절대안정해야된다고. 베드레스트 모르니?? 절대적 침상안정이요 도라이들아. 너네 다 꺼져. ”
좀 전까지만 해도 어두운 표정으로 김탄소가 깨어나기만을 지켜보던 도라이들이 다시 예전의 진정한 도라이로 각성하는 순간이었다.
김탄소 괜찮다는 치프닥터 호석이의 그 한마디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