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과 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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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과 악이 공존하는 순간, 그 존재는 또 다른 루시퍼의 탄생이 될 수 있다.
[선과 악. 3]
취조실 의자에 앉아 자신의 손목에 채워진 수갑을 들여다보는 성규의 모습을 유리 너머로 보던 우현이 다가오는 호원에게 어떻게 된 건지 물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호원도 황당하다는 말 뿐이었다. 어제 아니,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어쩌면 김성규는 이번 사건에서 그저 마지막 피해자 한유라를 발견한 목격자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성규가 자진해서 자수를 하자 우현이 어쩐지 뒤통수를 맞은 거 같았다.
“다섯 사건 모두 인정이래?”
“그런 거 같아”
“왜 그랬대?”
“말을 안 해”
호원의 말에 성규를 보고 있던 우현이 호원을 지나쳐 방을 나갔고 그런 우현의 모습에 호원이 의자를 빼고 앉아 여유롭게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유리 건너의 성규를 바라보았다.
“또 보네요.”
익숙한 음성에 고개를 든 성규가 눈앞에 서 있는 우현을 발견하고는 놀란 듯 눈이 살짝 커졌지만 이내, 다시 고개를 숙이며 작은 목소리로 우현에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계속 되는 침묵과 우현의 시선에 성규가 불편한지 손을 꼼지락거렸고 그럴 때 마다 손목에 채워진 수갑이 부딪쳐서 나는 소리는 취조실 안의 분위기를 더 무겁게 만들었다.
“김성규씨는 어느 쪽?”
갑작스런 우현의 질문에 손가락을 꼼지락 거리던 성규가 손장난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우현을 바라봤다. 선? 악? 아님, 둘 다?. 우현의 질문에 성규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자 우현이 책상 위로 손을 올리고 성규에게 가까이 상체를 숙였다.
“혹시, 지금 나 새로운 루시퍼의 탄생을 알아차린 건가?”
“........왜 공존 할 거라고 생각하세요?”
“예수의 환생. 인터넷에선 당신을 이렇게 부르더라고요”
“..............”
“이 정도면 충분히 선과 악이 공존하는 거 아닙니까?”
아까와 다르게 우현의 잔뜩 굳어진 표정과 말투에 덩달아 성규의 표정도 딱딱하게 굳어졌다. 자신을 바라보는 우현의 눈빛에 성규가 우현이 지금 무얼 원하는지 알아챘지만 모르는 척 고개를 돌렸고 그 모습에 자신의 입술을 살짝 물었다 놓은 우현이 짧은 한숨과 함께 몸을 뒤로 젖히고는 앞에 있는 건 성규지만 꼭 성규에게 하는 게 아닌 거 같은 말을 뱉었다.
“더 궁금하네. 피해자들을 왜 죽였는지”
자신을 바라보는 성규를 향해 입 꼬리를 한 쪽만 올린 채 웃음을 지은 우현이 취조실 안을 울리는 호원의 목소리에 자신들의 모습밖에 비추지 않는 유리를 바라보더니 벌떡 일어나 성규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자신의 앞에 선 우현의 모습에 당황한 성규가 자신을 내려다보는 우현을 바라보자 우현이 그런 성규를 향해 고개를 숙이더니 성규에게만 들릴 수 있게 속삭였다.
“만나면 물어봐요, 왜 죽였는지”
***
“너 아까 김성규한테 뭐라고 한 거야?”
“그냥”
우현의 대답에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자신의 자리에 앉은 호원이 파일들 사이에서 무언가를 찾더니 우현의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하지만, 어디에 정신을 팔고 있는 건지 우현은 호원이 자신의 책상위에 엄청나게 흥미로운 걸 올려났다는 사실을 모른 채 아무것도 없는 벽만 뚫어지게 쳐다봤고 결국, 참지 못한 호원이 우현의 책상을 두드렸다.
“니가 어제 부탁한 거”
호원의 말에 잔뜩 피곤한 얼굴을 손으로 내려 쓴 우현이 헝클어진 머리를 정리할 생각도 않은 채 책상위에 올려 진 종이와 사진을 들어올렸다. 대박이지?. 눈을 비비고 사진을 가까이 들여다 본 우현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호원을 바라보자 호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믿기지 않지만 사실이야. 호원의 대답에도 믿을 수 없다는 듯 우현이 사진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거 나 말고 본 사람 있어?”
“설마”
“그럼 이거 아직 우리 밖에 모르는 거지?”
“두 말하면”
여전히 사진에서 눈을 떼지 못한 우현이 한 손으로 의자에 걸쳐진 겉옷을 대충 집어 들고는 호원을 향해 손가락질을 했다. 이거 내가 말 할 때까지 아무한테도 말 하지 마 알았지?. 호원이 알았다며 손가락을 동그랗게 말자 우현이 사진 좀 빌린다고 말하고는 빠르게 사무실을 빠져 나갔다.
사진을 보며 걷던 우현이 갑자기 자신의 팔을 잡는 힘에 화들짝 놀라며 뒤를 돌았고 그런 우현의 모습에 덩달아 놀란 성열이 우현의 팔을 잡은 손을 놓고 자신의 심장을 부여잡았다. 놀래라. 우현의 말에 성열이 너보다 내가 더 놀랬다며 소리를 질렀고 그런 성열에게 우현이 마음에도 없는 사과를 건넸다. 탐탁지 않은 표정으로 자신을 노려보는 성열의 모습에 우현이 미련 없이 뒤를 돌자 성열이 그런 우현의 이름을 불렀다. 남우현. 자신을 부르는 성열을 무시하며 우현이 빠르게 걸었지만 성열이 그런 우현을 금세 쫓아와 다시 우현의 팔을 잡아챘다.
“아, 왜- 도대체 왜.......”
“이거 떨어트렸어”
성열의 손에 들린 사진에 우현이 아무것도 들려있지 않은 자신의 오른손을 바라봤다. 받아. 지금 와서 숨겨봤자 소용도 없지만 그래도 안 하다는 것만 못하다는 생각을 했는지 우현이 서둘러 사진을 주머니에 넣었다. 성열이 사진에 대해 물어오면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할지 우현이 잠시 고민을 했지만 성열은 그런 우현의 고민을 날려버리듯 우현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반장님한테는 아파서 병원 갔다고 할게. 믿을지는 모르겠지만”
“어? 어. 그래 고마워.”
고마우면 밥이나 사. 성열의 말에 우현이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을 했고 성열은 그런 우현의 대답에 만족했는지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우현에게서 미련 없이 뒤를 돌았다. 돌아서서 가는 성열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우현이 다시 뒤를 돌아 걸었고 그와 동시에 미련 없이 걸었던 성열의 걸음이 멈추며 우현을 향해 고개가 돌아갔다.
“네. 아니요. 지금 가고 있어요. 30분이면 도착하니까 놔두세요. 네, 네.”
벌써 성규의 소식에 성당에 경찰은 물론 기자들까지 모였다는 소리를 들은 우현이 자신이 도착하기 전까지는 성규의 물건을 건드리지 말라는 전화를 끊으며 엑셀을 더 세게 밟았다. 제발, 있어라. 제발, 제발. 마음이 급해진 우현이 빨간불로 바뀐 신호등을 빠르게 지나쳤고 그 때문에 열려진 창문 안으로 사람들의 욕이 들어왔지만 신경 쓰지 않은 채 오직 핸들을 꽉 쥐었다 피며 땀이 찬 손을 바지에 비볐다.
“형사님 전화 받고 이쪽은 출입을 통제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짧게 경례를 하고 나가는 경찰에게 눈인사를 한 우현이 깔끔하게 정리 된 책꽂이를 바라보다 책상 서랍을 열어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다. 책꽂이만큼이나 깔끔하게 정리 된 책상서랍을 뒤지던 우현이 안 되겠는지 서랍 모두를 꺼내 서랍 안에 있는 물건을 바닥으로 엎었다.
나와라. 제발. 나와, 나와라 좀. 엉망이 된 바닥을 뒤지던 우현이 찾는 게 없는지 손에 든 수첩을 바닥으로 내던지고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한숨을 내쉬었다. 깊게 한숨을 내쉬던 우현이 그대로 고개를 뒤로 젖혔고 잠시 후 뭘 본건지 우현이 뭐에 홀린 사람마냥 빠르게 일어나 책꽂이 앞에 서서 망설임 없이 책꽂이 안을 가득 채운 책을 꺼내 바닥으로 던졌다.
“분명, 여기 어디에 있.......”
찾았다. 책을 모두 바닥으로 던지던 우현이 책을 꺼내려 뻗은 손을 잠깐 멈추더니 천천히 앞에 있는 책이 아닌 조금 멀리 떨어진 책을 꺼내 들었다. 책과 비슷한 디자인의 앨범을 손에 든 우현이 앨범 몇 장을 넘기더니 굳어있던 얼굴에 미소를 띠우며 웃음을 지었다.
손에 든 앨범을 바닥에 내려놓은 우현이 주머니를 뒤져 사진을 꺼내 들더니 바닥에 놓인 앨범을 향해 가져다댔다. 앨범을 한 번 그리고 자신의 손에 들린 사진을 한 번. 몇 번을 번갈아 본 우현이 사진이 든 손을 바닥으로 떨어트렸다.
“김성규 진짜-”
자리에서 일어 선 우현이 허탈하다는 듯 웃음을 짓자 손에 들렸던 사진이 떨어졌다. 앨범 위로 떨어진 사진을 바라보던 우현이 사진을 바라보며 쭈그려 앉아 사진을 들어 올렸고 그러자 사진 아래에 깔려 있던 앨범 속 또 다른 사진이 나타났다. 앨범 속, 찢어진 사진 안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성규와 그런 성규의 옆에 서 있는 여자를 바라 본 우현이 다시 한 번 자신의 손에 들린 사진을 바라봤다. 웃고 있는 성규 그리고 앨범 속 사진에 있는 여자. 우현의 손에 들린 사진 역시, 앨범에 껴 있는 사진과 같은 사진이었다. 다만, 우현의 손에 들린 사진 뒤에는 앨범에 껴있는 사진과 다르게 글씨가 적혀있었다.
'증거.1 피해자 한유라 유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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