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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회 장기자랑 무대는 꽤 성공적이었다. 다른 팀들과는 달리 넷이서 남자 아이돌 곡의 춤이 아닌
팝송에 맞춰 정말 딱 춤만 췄는데 호응이 장난 아니었다.
보는 내내 전정국이 멋있어서 다른 여자애들이 반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은
무대가 다 끝나고 애들이 우리 반이 있는 곳으로 왔을 때 느꼈다.
우리 반 여자애들이 '와, 진짜 멋있더라.' '전정국 저러는 거 처음 봤는데 솔직히 멋있다. 인정?'
등등의 온갖 멋있다는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나만 알고 싶은 전정국의 멋짐이었는데... 와서 물을 마시고는 전정국은 다시 사라졌다.
김태형에게 물어봐도 모른다는 듯 화장실 갔나? 라는 말만 남기고는 다시 무대로 시선을 돌렸다.
그저 예쁜애들이면 다 좋아가지고는, 전정국을 찾는 것을 포기하고 나도 무대에 시선을 돌렸는데
분위기가 가라 앉으면서 전정국이 보였다.
혼자 노래를 준비했던 것 같다. 김태형에게 너는 알고 있었냐는 눈빛으로 쳐다보자
김태형과 정호석이 더 난리가 났다. 어떻게 자기들한테 말을 안 해 줄 수가 있냐고.
전주를 듣자마자, 정말 숨이 멎는 줄 알았다. 내가 평소에 Crush를 정말 좋아한다며
학원 가는 길에 전정국한테 꼭 한 번 들어보라고 추천해 줬던 노래였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 sofa와 전정국의 조합은 정말 미치는 줄 알았다.
정말 넋이 나간 채로 무대에 집중을 하니 무대가 1분 만에 끝난 것 같았다.
노래도 노래지만 전정국이 노래를 이렇게 잘 부르는지 몰랐다. 이렇게 또 한 번 더 반한다.
전정국이 무대에서 내려오자 우리 반 아이들은 난리가 났다. 어떻게 그 실력을 여태까지 숨길 수 있냐면서.
전정국은 쑥스러운 듯 웃으며 자리에 앉았고 나와 시선이 마주쳤다.
'잘 들었어?'
'응, 완전 좋았어.'
나와 시선이 마주치자마자 입모양으로 잘 들었냐고 물어오는 전정국에 나는 엄지까지 들었다.
전정국은 만족한 듯 웃으며 다시 옆자리에 앉은 김태형과 대화를 나눴다.
장기자랑이 어떻게 끝났는지도 기억이 안 난다. 전정국 무대 이후로는 전정국 생각만 해서.
어느덧, 장기자랑이 끝나고 1등 반을 발표하는 시간이 왔다. 1등을 하면 오늘 밤에 자유시간과 반 애들에게 치킨을 쏜다는 얘기를 어렴풋이 들은 것 같았는데
제발 우리 반이기를 바라면서 발표를 기다렸다. 호응점수와 참가점수를 학교 선생님들이 계산하는 거였는데,
우리 반은 무대도 두 개나 하고 시끄러운 김태형과 정호석 덕분에 호응점수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아쉽게도, 2등으로 자유시간과 치킨은 얻지 못 했다. 그런 우리 반은 선생님들 몰래 자유시간을 누릴 계획을 세웠다.
1등을 한 반을 제외하고는 모든 반이 불을 끄고 누워야만 했다.
입실 점검이 끝나고 30분 후, 차례로 남자애들이 여자애들 방으로 오기로 했다.
입실 점검이 끝나고 30분 후, 남자애들이 고양이마냥 살금살금 우리 방으로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다행히 우리 반은 끝방이었고, 보조등 하나는 켜도 들키지 않을 것 같았다.
우리 반 애들이 다 모이자, 정호석은 기다렸다는 듯이 진실게임을 하자며 외쳤다.
몇몇 애들이 초딩도 아니고 진실게임이 뭐냐며 한 소리했지만, 별 다른 의견이 없으므로 진실게임이 거의 확정 분위기였다.
"야, 우리 나이가 몇 살인데 진실게임이냐?"
"왜? 난 좋은데. 빨리 하자!"
"그럼 나부터!"
김태형부터 시작해 서로에게 질문을 하고 서로를 호명하며 진행하는 중이었다.
게임을 시작한 지 꽤 시간이 흘렀고, 다들 피곤한지 하품을 하며 눈을 비비기에 바빴다
애들이 덥다고 창문을 열어놓은 탓인지 추위가 밀려왔다. 옆에 앉은 김태형에게 후드집업이라도
뺏고 싶었지만 나만큼 추위를 잘 탄다는 걸 알기에 양심상 그건 못 하고 내 팔만 문지르며 추위를 달랬다.
"추워?
"조금, 안 추울 줄 알았는데 춥네."
"그러니까 두꺼운 옷 좀 챙기지 그랬어, 이거 입어."
전정국이 자신이 입고 있던 후드집업을 벗어 나에게 줬다.
"너도 춥잖아, 나 김태형 거 뺏어서 입으면 돼."
"김태형이 너한테 퍽이나 주겠다."
강제로 내 어깨에 걸쳐지는 후드집업에 어쩔 수 없이 입게 되었다.
전정국, 이러면 나 진짜 착각하잖아. 네가 나 좋아하는 줄 알고.
때마침 누가 전정국을 호명했다. 그때 빙고 게임할 때 전정국 이름을 불렀던 여자애였다.
눈빛을 보니 전정국에게 마음이 있는 게 확실했다. 다른 말로 하면, 내 경쟁자이기도 했다.
"전정국, 너 좋아하는 사람 있어?"
"...아마 있을걸."
있으면 있는 거지, 아마 있는 건 또 뭐야.
괜히 심술이 나 애꿋은 전정국 후드집업 소매 끝만 만지작거렸다.
그 여자애는 그게 자기라고 생각한 건지 뭔지 웃음을 지으며 옆에 앉은 자기 친구와 속닥거렸다.
그냥 전정국이 내가 넘볼 수도 없는 여자를 좋아했으면 좋겠다. 아예 화도 안 나게.
갑자기 기분이 나빠져 얼른 자고 싶었다. 피곤하기도 했고, 더 이상 하다가는 괜히 심술만 부릴 것 같았다.
"전정국, 빨리 질문해. 누구한테 할래?"
"나 없는데, 애들 피곤한 것 같은데 이제 그만하고 해산하자. 벌써 새벽이야."
전정국의 말에 피곤하다며 다들 자기 방으로 돌아갈 준비를 했고, 정호석은 아쉬운지 아직 새벽 두 시밖에 안 됐는데
왜 벌써 자!라며 김태형에게 아쉬움을 토로했다. 정호석은 군대 가서도 체력이 남아돌거다 분명.
대충 정리를 하고 각자 방으로 헤어졌고, 잠들려는 나를 테라스로 이끌어낸 수정이가 얼른 말하라며 재촉했다.
"뭘 말해?"
"네가 아까 저녁 먹고 말해 준다는 거.
너 말해 주기 싫어서 기억 안 나는 척하는 거지?"
"그런 거 아니거든. 근데 정말 쓸데없는 거야."
"넌 전정국 좋아하는 게 쓸데없는 거냐?"
수정이의 말에 어떻게 알았냐며 놀란 표정으로 쳐다보자 언니가 눈치 백단이라며 속일 걸 속이라고 하는 수정이었다.
"언제부터 알았어?"
"시험 시작히기 조금 전부터?
전정국을 쳐다보는 눈빛이 심상치 않더니만 전정국이랑만 있으면 아주 좋은 티가 다 나더라."
"헐, 나 그렇게 많이 티 났어?"
"어, 완전. 근데 전정국도 너한테 조금은 마음 있는 것 같던데?"
"뭐래, 절대 아니야. 전정국이 눈치를 채거나 그렇진 않겠지?"
"혹시 모르지, 챘을 수도. 근데 남자애들 둔해서 그런 거 잘 몰라.
네가 전정국한테 티를 엄청 내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면 다행이고... 우리도 이제 진짜 자자. 나 너무 졸려.
수정이와 나는 그렇게 전정국에 대해서 얘기를 하다가 새벽 세 시가 넘어서야 겨우 잠들었다.
그래도 수정이에게 말하고 나니, 아니 들키고 나니, 마음이 한결 편해진 것 같았다.
오늘도 전정국 생각하면서 자야지. 전정국도 잘 자고 있으려나.
정국아, 잘 자.
다행히 몸상태가 괜찮아져 이번 주 안으로는 올 수 있었어요!
대신에 할 일이 밀려 요즘 열두 시 넘어서 집에 들어오는 중이라 피곤한데
애들 뮤비 보면서 힘내는 중이에요 ^0^
독자님들도 힘내시고, 오늘도 재미있게 읽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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