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얘들아... 내 글이 인터넷에 많이 퍼진 것 같아서 그냥 당당하게 실명으로 말할게... ㅎ 맞아 나 3년 짝사랑했다고 한 걔 정윤오랑 사귀게 됐어. 윤오랑 애매하게 썸타는? 사이로 한달 정도 연락했어. 윤오가 어떻게 고백했냐면 아직 개강 전에 추운 2월이었어. 윤오랑 저녁 먹고 집은 바로 들어가기 싫어서 커피 들고 공원 찾아서 한참 걸었거든. 근데 그날따라 윤오가 이상하게 말이 별로 없는 거야. 원래 윤오는 내 옆에서 재잘재잘 참새 같이 떠들거든. 웃음도 많고 장난도 많아서. 기분이 안 좋아 보여서 자꾸 물어봤어. "윤오야, 오늘 기분 안 좋아? 왜 그럴까 우리 윤오가~" "그냥~" 윤오도 처음에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머쓱하게 웃어 넘겼어. 내가 세번 정도 기분 안 좋아? 일찍 들어갈래? 하고 물어보니까 계속 그런 거 아니라더라. 그래서 말하지 못할 문제라도 있나 싶어서 더이상 물어보진 않았어. 그랬더니 윤오가 한참을 조용히 있다가 체리콕 한 모금 들이키고 이야기 하는 거야. "솔직히 여주야 나는..." "응응. 말해 윤오야." "솔직히 정말 솔직히... 나는 너가 개강 하고 나면 많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되고 하면서... 다른 사람들이 또 너를 좋아하게 될까봐 많이 걱정돼." "... 응?" "우리가 서로 좋아한다고 말을 한 지 얼마 안 됐잖아. 그래서 나는 너한테 나의 여러 많은 면들을 보여주고 너한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거든. 정말 너가 확신이 섰을 때 만나자고 말하고 싶었어. 근데..."
근데 지금 내가 개강이 얼마 안 남으니까 불안해서... 내 욕심인데 너 남자친구 하고 싶어... 윤오가 마지막 말을 자신 없다는 듯 흘겨 말했어. 정말 이게 무슨 일이야... 윤오가 나한테 먼저 고백을 해준 거야. 갑자기 너무 벅차오르면서 눈물이 났어. 그렇잖아... 내가 짝사랑을 3년 동안 지독하게 했기도 하고. 원래 눈물이 없는 편인데 정말 막 무슨 벅차오르는 감정이 느껴진 거야. 아무 말도 못하고 눈물 뚝뚝 떨구고 있으니까 윤오가 발 끝만 보던 시선을 돌려서 날 보더라.
"어... 여주야. 울어? 어어... 왜 울지? 미안해. 미안해 내가 미안해. 울지 마. 어떡해." 윤오가 당황해서 아무것도 못하면서 횡설수설 미안하다고 갑자기 늘어놓더라... 엄청 귀여웠어. 그러더니 나를 대뜸 안아줬어. 아직 겨울이라 추웠고 옷도 두꺼운 거 입었는데도 윤오 손이 파들파들 떨리는 게 얼마나 긴장을 했고 얼마나 다정한 지 다 느껴지더라. 이런 거 표현 해본 적 없는데. 손도 먼저 잡아본 적도 없는데. 이번엔 내가 윤오를 꽉 끌어 안았어. 그러니까 윤오가 당황하더라구. "난 너가 너무 좋은데 내가 뭐라고 말할지 당연히 알면서. 윤오야 진짜진짜 좋아해. 나도 너 여자친구 하고 싶어." 하... 윤오가 엄청 긴장했었는지 숨 한번 크게 내쉬더니 꼭 안아주더라... 이렇게 연애 하게 됐어. 집 들어가는 길에 눈 완전 퉁퉁 부었는데도 계속 예쁘다고. 평소랑 다르게 좀 귀여운 것 같은데 사진 찍어도 되냐고 계속 장난치더라... "여주 자고 일어나면 이렇게 눈 부어?" "놀리지마." "놀리는 거 아니야. 진짜 귀여워서 그래.” “놀리지 말라구.” “나 사진 찍어도 돼? 간직하고 싶어."
“여주야 이것봐” 기분 좋은지 계속 웃으면서 놀렸어 그러다가 진짜 폰으로 사진 찰칵 찍은 거야 그리고 내 사진 얄밉게 보여준다고 눈앞에서 흔들어대고 조금 얄밉고 짜증나서 정윤오 미워! 하고 우다다다 뛰어가니까 같이 가 여주야! 하면서 또 엄청 쫓아오더라. 그리고 이날 집에 가서 윤오가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내 사진 올렸어... ㅎㅎ 원래 얼굴 안 나오게 뒷모습? 정도만 올렸다면 같이 찍은 사진 올리더라구... 뭔가 드디어 세상한테 우리 연애해! 라고 자랑하는 것 같아서 되게 기분 좋았어. 나는 원래 윤오가 질투 많은 편인지 전혀 몰랐어. 내가 윤오를 생각하자면 잘생겼고 공부도 잘하고 친구도 많아서 정말 그냥 완벽남 이라서 자존감도 엄청 높아서 시기 질투 같은 감정은 살면서 들어본 적 없을 줄 알았는데 은근 질투가 많은 편인 거야. 내가 개강하고 얼마 안돼서 이것저것 적응할 기간도 필요했고 내가 디자인 과다 보니까 첫주부터 과제가 많았거든. 윤오가 계속 보자고 했는데 내가 몇번 미뤘어. 그러다가 대학 같은 과 선배가 점심을 사준 거야. 1대 1은 아니었어! 내가 친해진 친구랑 아는 사이더라구 그 선배가. 이름이 태용이었나? 하여튼. 내가 오늘 점심은 그 선배가 사줬다. 친구랑 아는 사이였다. 과제에 대해서도 친절히 설명해주셨다. 이야기 하니까 윤오가 엄청 삐진 거야...왜 자기는 안 만나면서 다른 남자는 만나냐고. 윤오는 진짜 질투가 나서 걱정이 돼서 그런 건데 이상하게 자꾸만 내 눈엔 그게 너무 귀여운 거야. 얘가 정말 나를 이만큼 좋아하는구나 느껴지기도 하고. 너무 사랑스럽게 느껴졌어. 그래서 이날은 내가 학교 끝나자마자 과제 다 제쳐두고 윤오 집 앞으로 찾아갔어. 윤오는 검정색 모자를 푹 눌러쓴 채 나왔어. “윤오야. 윤오. 정윤오~ 대답 안 해줄 거야?”
“왜” 내가 이름을 여러번 불러야 그제서야 대답을 해주더라. 입술도 대빨 내밀고서. 윤오의 이런 모습이 너무 신선하고 귀여웠어. "어떡해. 윤오야 너무 귀여워... 너한테 미안해야 되는 게 맞는 건데... 너가 질투해주니까 이상하게 난 기분이 좋아. 너가 날 그만큼 좋아해주는 것 같아서." "아닌데." "응?" "너 미워." 나 미워? 응? 진짜? 정말로? 잘 보이지 않는 눈 보려고 애써서 고개를 모자 속으로 집어넣으니까 정윤오 또 막 열심히 웃음 참느라 입꼬리 경련 일어나려고 하는 거야. "오늘 윤오 보고 싶어서 내가 바로 뛰어왔어. 윤오가 정말 너무너무 보고 싶은 거야." "... ..." "근데 나 미워...? 나 안 좋아해...?" "아니야 그런 거." "아까 내가 좋아해주는 것 같다니까 아니라며..." "사랑하는 거지 나는." 이떄부터 윤오 표정이 완전 무장해제 됐어. 입꼬리 잔뜩 올라가서 막 엄청 웃고 있더라. 윤오는 정말 너무 사랑스러워. "근데 모자는 왜 쓰고 나왔어? 윤오 설마... 머리 안 감았어?!" "그런 거 아니야 나 머리 감았어. 얼굴 보면 바로 풀어질 거 같아서..." 윤오가 수줍다는 듯 얼굴을 내빼면서 말했어. 모자 쓰느라 머리카락을 넘겨서 귀가 다 드러났는데 엄청 빨개져있었어. 생각해보면 윤오랑 사귄 지 한달 정도 지났거든. 근데 사실 우리 둘 다 첫 연애여서 집 들어갈 때 안아주는 게 최고의 스킨십이었단 말이야. 더이상의 진도는 없었는데 이날따라 너무 뽀뽀가 하고 싶은 거야. 참을 수가 없었어 괜히 막. 윤오를 막…! 어떻게 해버리고 싶은 그런…^,^ 나도 모르게 윤오의 볼을 양손으로 잡고 입술로 돌진했어. 그래… 나 사실 인생의 첫 뽀뽀였어. 무드 잡는 건 잘 몰랐다구. 뽀뽀를 말 그대로 갈겼는데 이날 윤오가 캡 모자를 쓰고 나와서 하필이면 돌진하다가 이마가 챙에 걸린 거야. 그래서 나도 모르게 아! 하고 떨어져 나갔어. 양손으로 이마를붙잡고 있으니까 정윤오가 막 엄청 빵 터져서 막 웃는 거야. “여주야 방금 뭐한 거야? 나 진짜 궁금해서 그래. 응? 방금 뭐 했어? 한번만 더 해줘.” “조용히 해……. 나 집 갈래…” 엄청 창피해져서 고개를 푹 숙이고 양손으로 얼굴 가렸어. 그 윤오의 특이한 웃음 소리 있거든. 평소에는 그냥 은은한 미소만 짓는데 엄청 빵 터지면 복식호흡으로 되게 크게 웃어. 근데 이번에 진짜 빵터졌는지 복식호흡으로 웃으면서 죽을라 그러는 거야. 괜히 그 모습 보니까 나도 웃겨서 어느새 같이 웃고 있고. 막 웃다가 윤오가 모자를 벗었어.
“여주야 나 이번엔 모자 벗었는데. 한번만 다시 해주라.” “이미 기회는 날아갔어. 그러게 누가 모자 쓰고 나오래?” “뭐야. 가위바위보도 삼세판인데 한번만 도전하는 게 어딨어. 여주야 여기 대한민국이야. 삼세번의 원칙 몰라?” “몰라 몰라 몰라. 난 그런 거 모르니까…” 양손으로 귀 틀어막고 고개를 도리도리 젓고 있었는데 이때 갑자기 정윤오가 훅 들어와서 뽀뽀를 해버렸어. 너무 놀라서 눈 엄청 크게 뜨고 정윤오 쳐다보고 있으니까 또 빵 터지려는 듯 입꼬리가 심상치 않은 거야. 그러더니 내 어깨 위에 양손을 얹더니 다시 뽀뽀 했어. 집에 데려다 주고 헤어질때마다 뽀뽀 한번씩 하는 게 버릇이 됐어… ㅎ ㅎㅎ… 이게 우리 연애이야기야… 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