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는 이제 안예뻐. "
나를 처음 봤을때, 그때는 내게 제일 예쁘다고 해주었잖아요.
" 팔도 다 뜯겨서 너덜너덜하고, 꼬질꼬질해. "
내가 그렇게 되고 싶어서 된 게 아닌걸요.
주인님의 강아지가 나를 물어 뜯어서 그런거고, 주인님이 씻겨주지 않아서 그런거잖아요.
" 아빠가 새 인형 사준다고 했으니까, 이건 버려야지. "
주인님은 나를 이곳에 두고 나에게서 등을 지고 걸어가네요.
나는 완전히 버려진거네요.
뭐, 언젠가는 이렇게 될거라고 예상하기는 했는걸요.
주변이 먹색으로 물들기 시작했고, 꼭 눈물처럼 한두방울씩 비가 내리기 시작하네요.
슬퍼해야 하는건가요.
하지만 난 고작 인형일 뿐이어서 감정같은건 느낄 수 없는걸요.
다른 사람들은 모두 나 같은건 신경도 쓰지 않고 우산을 쓰고 각자의 집으로 들어가는데, 당신은 왜 우산도 없이 한참이나 나를 바라보고 있나요.
그렇게 우산도 없이 비를 맞으니까 머리도 젖고, 옷도 젖고, 눈망울도 젖잖아요.
" 너도, 버려졌어? "
내가 불에 타 사라지지 않는 한 버려지는 건 당연한 일인걸요.
하지만 당신은 나와는 다른 존재인데, 어째서 버려진걸까요.
당신 눈망울이 젖은건, 비때문일까요 아니면 버려졌기 때문일까요.
차라리 내가 인형이어서 다행이에요, 감정을 느낄 수 없으니까.
버려졌다는 감정이 뭔지 몰라도 되니까.
" ...나랑 같이 가자. "
내가 불에 타 사라지지 않는 한 언젠가 버려진다는 건 당연한 일이니까요.
앞으로도 감정을 느끼지 않았으면 해요.
영원히.
..
" 그래서 말이야, 내가 그 진상아저씨한테 인상쓰면서 막 그쪽한테는 커피 안팔아요! 이랬다? "
오늘도 일을 끝내고 온 주인님은 내 앞에서 오늘 하루 있었던 일을 늘어놓고 있어요.
" 그랬더니 막 신고를 한다면서 엄청 진상부리면서 나가는거 있지? "
예쁜 입이 쉴새없이 입을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하고, 무서운 표정을 지으려는 듯 코끝을 찡그려 오네요.
하지만 그런 표정 조차 예쁜 주인님이에요.
" 그래서 엄청 힘들었다구, 오늘도. "
그래서 나는 마음이 아파요.
이렇게 예쁜 주인님이 힘들다고 하소연을 해오는데
말 한마디를 해 줄수도, 고개를 끄덕이며 웃어줄 수도 없어서요.
" 내 말 들어줘서 고마워, 오늘도. "
주인님이 고맙다고 하는데도 나는 마음이 아파요.
주인님은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고맙다고 하지만, 내가 그렇지 않아요.
내가 주인님을 안아주고 싶어요.
내가 주인님을 보고 환하게 웃으며 수고했어요, 하고 말하고 싶어요.
있잖아요,
나는 이제 정말로 무서워요.
주인님이 날 버릴까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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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인형 작가입니다.
이 글은 노래를 듣고 감명받아 그냥 제가 써보고 싶어서, 어떤 반응도 기대하지 않고 쓴 글이기 때문에 포인트도 걸지 않고 그랬거든요.
봐주시는 분이 있다는것만으로도 고마운데 암호닉 신청이 들어왔어요...(울컥)
정말정말 감사한데 암호닉은 받지 않을게요, 짧은 글이기도 하고 제 필력이 부끄럽기도 하고요...
그냥 봐주시고 잘 봤다는 예쁜 댓글 하나만으로도 너무 기쁩니다!
읽어주셔서 정말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