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을 재생해주세요♥ 날씨가 좋다. 구름도 적당하고 바람도 선선하니 좋다. 그래서 나는 작년과 같은 날, 작년과 같은 곳에, 작년과 달리 혼자 이 곳에 왔다. 대학로는 내게 아마 가장 많은 기억을 남겨 주었던 곳일테다. 연극을 하고 싶다며 내 인생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집을 뛰쳐 나와 정처 없이 돌아다니던 곳도 이 곳이고 그렇게 첫 연애 상대를 만난 곳도 이 곳이고 마지막 데이트를 했던 곳도 이 곳이다. 나는 그러한 곳에 따뜻한 날씨와 그 사람에 대한 기억 탓에 1년 만에 이 곳을 찾았다. 그 사람을 다시 볼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정말 혼자 갈거야,누나?" "왜.같이 가주려고?" "거기 가도 형 못만나 누나." "나 연극 보고 바로 올거야.엄마한테 나 잠시 영화 보고 온다했다고 말해줘.다녀올게." 난 연극을 그만 두었다. 연애도 그만 두었다. 연극이 싫어서도, 연애가 싫어서도 아니다. 그냥 많이 지쳤고 질렸을 뿐. "가장 빠른 공연이 뭐예요?" "지금 3시 40분 지나고 있구요,가장 빠른 공연은 4시 50분 공연입니다~" "아,그럼 그걸로 주세요." "좌석은 어떻게 도와 드릴까요?" "여기,한 좌석이요." "현재 원 플러스 원 구매 가능하신 행사가 오늘까지인데...한장만 드리면 될까요?" "네.저 혼자," "여기 있었네,한참 찾았잖아.두장 다 주세요." 내 뒤에서 하나의 손이 내 앞으로 들어 왔다. 익숙한 체취가 느껴져 왔고 나는 갑작스럽게 들어오는 손에 놀라 뒤 돌아 보았다. 어쩌면 당연하게도 늘 그 향을 풍기던 내 기억 속의 사람은 아니였다. "계산은 이걸로 해주세요." "좌석은 여자분이 선택하신 옆자리로 총 두자리 예매 되셨습니다." "가자." 남자는 자연스럽게 내 어깨에 팔을 얹고 창구 뒤로 길게 이어진 줄을 뚫고 거리로 나왔다. "여기 티켓이요." "지금 뭐하시는..." "티켓이 어디 보자...삼만육천원이니까 만팔천원 주시면 되겠네요." "네?" "만팔천원이라구요." "뭐하시는거예요.그쪽 혼자 보세요,저는 티켓 다시 끊을테니까." "아니,서로 좋자고 끊은건데 이러시면 안되죠." "저는 삼만육천원 내고 혼자 봐도 괜찮다구요." "그쪽이 그렇게 쓸만큼의 돈이 있던 없던 제가 그럴 돈이 없는데 어떡하죠." "그런 사람이 무턱대고 처음 보는 사람 앞에서 카드 꺼내 들고 결제하세요?알아서 처리하세요.줄 서 계시는 분 하나 붙잡고 표를 파시던 환불을 하시던." 나는 경우 없는 사람이란 생각에 화가 나서 내 앞에 서있던 남자를 밀쳐내고 다시 줄을 서려 창구로 향했다. "이제 자리 없을텐데!" "신경 끄세요!" "그거 인기 많은거 모르세요?아실만한 분이!" 나는 남자의 말을 무시하고 다시 줄의 끝에 도착했으나 그새 줄은 더 한없이 길어져 있었다. 이러다 연극을 못보고 집에 돌아 가겠구나. 줄을 서고 티켓을 구입한다고 하여도 이대로라면 연극 시작 전 벚꽃 잎 하나 보지 못하고 돌아 가야할 것 같아 나는 자존심을 굽히고 여전히 밖에 서있는 남자를 향해 다시 발길을 돌렸다. "...카드를 들고 다녀서 당장 현금이 없어서 만팔천원 지금 못드려요." "그럼 그 돈으로 저녁 먹어요." "저녁이요?" "저녁 같이 먹고 그쪽 카드로 긁으면 되잖아요?딱 만팔천원어치 먹을테니까." "알았어요.알았으니까 좀 있다 연극 끝나고 얘기해요.전 가볼 곳이 있어서요." "어디 가는데요?" "남 일에 왜 그렇게 관심이 많아요.제 갈 길 갑시다 서로." "장난이예요.좀 있다 봐요." 드디어 어딘가 불량하게 느껴지는 남자와 헤어지고 나는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확인하고 마로니에 공원으로 향했다. 마로니에 공원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작은 잡화점은 여전히 그때와 같이 손수건을 팔고 있었고 그때와는 다른 디자인의 손수건들이 놓여 있었다. 그 중에서 가장 꽃이 많고 노란 손수건을 찾아 구입을 하고 나왔다. 여전히 나는 그때와 가장 닮은 손수건을 찾아 해매었고 이렇게 손에 들었다. 나는 그걸 손에 쥐고 가파른 언덕을 오르면 보이는 우리가 마지막으로 거닐던 벚꽃 길로 향했다. 그 곳은 우리에게 그 어느 벚꽃 길 보다 아름다웠고 그 어느 벚꽃 길 보다 한적했다. 그리고 이 곳은 여전히 아름답고 한적하다. 서로 이런 예쁜 곳을 우리 밖에 몰라서 너무 좋다며 매년 우리를 위해 피는 것 같다며 웃었던 그 기억이 떠올랐고 벚꽃 처럼 피어오르는 그 때의 기억에 자꾸만 감정이 다시 복받치는게 느껴져 나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며 추스렀다.
"사진 찍을래요?" "아,깜짝이야.여긴 어떻게 알고 왔어요." "그러게요,여기서 다시 또 만날 줄은 몰랐네." "저 따라 온거예요,설마?" "나 지금 내려 가던 중인데 이건 오히려 그쪽이 날 쫓아 올라 왔다는게 더 일리 있지 않아요?" "제가 왜 그쪽을요?" "저야말로." "아,알았어요.그럼 내려 가시던 길 그대로 내려 가세요." "사진 안찍어줘도 괜찮아요?" "네,전 혼자서도 잘 찍어요." "그럼 저 찍어 주세요." "하-줘봐요." 남자는 앞에 보이는 벚꽃 나무를 향해 걸어 가더니 앞에 멈추어 서곤 자세를 잡았다. 카메라가 떨어지는 벚꽃 잎에 초점을 가만 두지 못했고 나는 그 남자의 얼굴에 초점을 맞추려 마구 화면을 눌렀다. "찍었어요?" "잠시만요,초점이..." "사진 하나도 제대로 못찍는 거 아니죠." "아,맞췄어요!찍을게요."
"찍었어요?" "......" 촬영 버튼을 누르고 사진이 찍히려 초점이 다시 잡히는 그 순간에 화면에 담긴 남자의 모습에 나는 놀랐던 것 같다. 표정과 눈빛이 너무나 닮아 있어서. "왜요,다시 찍어야 해요?" "...네.누가 벚꽃 앞에서 그런 표정으로 사진을 찍어요.좀 웃어봐요." "제가 웃으면 너무 실 없어 보여서 잘 안웃는 편이예요.올해 벚꽃 봤다-하고 기억만 할 수 있을 정도면 됬어요.저 이제 내려 갈테니까 혼자 실컷 사진 찍으시다 시간 맞춰 내려 오세요." "...저도 한장만 찍어 주세요." "그럴 줄 알았어.저 찍은거 보니까 찍고 싶죠?폰 주고 가서 서봐요." 남자는 혼자 온갖 폼은 다 잡으며 찍어 주더니 나름 만족스러운 사진을 찍어 주었다. 똥폼은 아니였나보네. "저 이제 진짜 내려 갑니다." "어차피 시간도 얼추 된것 같은데 같이 내려 가요." "그럼 그러던가요." 우리는 공연장에 시작 시간 보다 조금 빨리 들어 가 자리를 찾아 앉았다. "우와,시작하나봐요." "아직이예요." "뭐예요,안경 쓰는거예요?" "네." "눈 안좋아요?안 귀찮아요,안경 썼다 벗었다하는거?그냥 렌즈 끼면 편하잖아요." "그럼 보기 싫은 것까지 다 봐야하잖아요.이렇게 보고 싶은 거 볼 때만 끼는게 전 좋은거라고...그러더라구요.이제 시작하니까 그만 조용히해요." "아직도 기억하고 지내는구나..." "네?" "아니요,남이 해준 말을 아직도 기억하고 사는게 신기해서." 연극은 시작 되었다. 도입부는 언제나 그렇듯 재미있었다. 연극의 재미는 도입부에서 시작 되기에 작가가 더 공들여 쓰기 때문일지 모른다. 연극의 스토리는 여전히 똑같았다. 이 연극을 오늘까지 수도 없이 보아 왔고 심지어 한 배역의 대사를 줄줄이 외워대던 시절도 있다. 그럼에도 연극은 매번 색다른 재미를 준다. 아마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일테다. 매번 출연을 하는 배우부터 대사 한마디 한마디와 행동까지 다르니까. 그렇기에 지루하지 않게 몇번이고 죽어라 볼 수 있는거겠지. "저 사람 진짜 웃기네요ㅋㅋㅋ." "좀 혼자 보세요.말걸지 말고." "...알았어요." 연애도 연극과 같다. 도입부가 혹여나 지루할까 서로에게 더욱 공을 들인다. 스토리도 매번 뻔하고 똑같다. 밥 먹고 손 잡고 영화 보고 술 마시고. 그럼에도 매번 설레이고 떨린다. 함께하는 사람도 상황도 나도 매번 다르기에. 그렇기에 연애도 연극과 같이 질릴 수 없는 존재이다. 근데 나는 어째서 한번의 연애 뿐이 경험을 하지 않고도 이렇게 질려 버렸을까. "하-더워." "많이 더우면 겉옷이라도 좀 벗어 봐요." "그래야겠어요." "겉옷 저 주세요.제가 들고 있을게요.안고 있어도 덥잖아요." "더위를 많이 타서...그럼 부탁 좀 할게요." 좁은 좌석 탓도 있고 내가 오늘 날씨에 안맞게 니트에 남방까지 껴입고 겉옷까지 입고 온게 문제였다. 겉옷을 벗어 남자에게 맡기고 잠시 한시름 덜었다 생각하고 연극에 집중하려 했지만 나는 왜인지 오늘따라 집중도 되지 않았고 남자는 옆에서 내내 웃으며 보고 있는 연극임에도 웃음 한번 나질 않았다. 나는 집중을 하지 못하고 딴 생각을 하던 중 잠시 졸았는지 머리를 떨구며 잠에서 순간 깨어 났다. 나는 남자의 어깨에 기대어 있었고 정신이 바짝 들었다. "전 괜찮으니까 피곤하시면 좀 더 주무세요." "아니예요.돈 아깝게." "이미 중간 한참 다 건너뛰기하셨는데 그냥 자는게 나을 것 같은데요." "괜찮아요." 나는 볼을 꼬집어 가며 잠을 쫓다 결국 다시 졸았던 것 같다. 남자의 부름에 일어나보니 연극은 막을 내렸다. "그만 일어나봐요.연극 끝났어요ㅋㅋㅋ." "으아..."
"잘 잤어요?" 갑자기 연극 보기 좋은 날씨다.........ㅠ 하고 생각하다가 그냥 의식의 흐름대로 주저리주저리 써보게 되었어요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나름...복선도 있고...그런..글인데.... 제가 쓰고 저만 이해하는 글이 될까 걱정ㅇ....ㅎ 좀 조용하고 평화롭고 그런 분위기랄까 그런 느낌이랄까 뭔가 그냥 한적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습니다 네 제가 쓰고 저 혼자 만족하고 있는듯 하네요! 그러조 모...⭐️ 조각글로 상,하 이렇게 두편입니다 하편은 내일 업로드 됩니다@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