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고 싶은 꿈속으로 떠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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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윽, 머리가 아프다. 빨리 사라졌으면 하는 고통이였다. 어, 근데 여기가 어디지... 알 수 없는 하얗기만 한 방 안에 누워있었다.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 갇혀 저 혼자 침대에 누워있었다는 생각에 불안해졌다. 아니, 불안한 것이 아니라 무서움이 가득했다. 문 하나와 창문이 없는 정말 하얀 페인트만 발라진 방 안에 갇힌 이 상황이 너무 무서웠다.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눈물이 터졌다. 문 앞으로 달려가 문고리를 빠질 듯 잡아 당겼고, 열리지 않는 문과 하얀 방에 하나의 오점인 듯 빨간 옷을 입고 있는 내가 두려웠다. 어떤 일이 일어날 지 모르는 곳에 가만히 바닥에 앉아 눈물을 흘렸다. 누군가 나를 벗어나게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최승철이 너무나도 보고 싶었다.
" 승철아, 보고 싶어... 어딨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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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이름이는 가질 수 없는 존재였다. 가끔은 바빠 네게 전화를 할 수도 없었고, 문자도 할 수 없는 날도 있었다. 그런 너는 내게 지쳐 떠나가겠다 얘기했겠지. 널 가질 수 없다면, 널 내 품 안에 가둬야 되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집을 바꿨다. 너와 나중에 낳을 우리 아이가 살 수 있는 그런 집, 그런 방으로. 방을 온통 흰색으로 물들였고, 침대도 흰색이었다. 누가 보면 미친 거 같다고 이야기를 할 법 했다.
이름아, 왜 그렇게 울어. 네가 우니까 가슴이 아프잖아. 왜 그렇게 오열을 하는 건데. 씨발... 넌 내 건데, 왜 벗어나려고 하는 건데. 이름아, 그거 알아? 너 조금만 더 울면 탈수 증세로 쓰러질 것 같아. 근데 내가 병원을 데리고 갈까? 나만 보고 싶은 너인데.
" 이름아, 벗어날 생각하지 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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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더 깨질 듯이 아파왔다. 조금이라도 더 울면 아무도 오지 않는 이곳에서 쓰러질 것 같았다. 그래도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눈물이 흐를 때 나는 네 생각 뿐이었다. 전원우가 아닌, 최승철을 생각했다. 최승철이 너무나도 보고 싶었다. 항상 제 옆에서 지켜준다고 얘기했던 그를 너무나도 보고 싶었다.
굳게 닫혀있을 것만 같았던 문이 열리자 까만 벽지로 된 방이 보였다. 그 사이로 보이는 네 모습에 어이가 없고, 무서운 마음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일어날 기운도 없었고, 소리를 지를 힘도 없었다. 한마디로 죽을 것 같았다. 저를 이렇게 만든 범인이 전 애인이라는 것에 힘들었고, 전원우 옆에 싸늘히 누워있는 최승철 모습에 너무나도 힘들었다. 왜, 왜 거기 누워있는 거야... 최승철 일어나. 왜, 왜 거기 있는데.
" 저거 승철이 아니지? 아니라고 얘기해. 아니잖아, 아니지? "
" 네가 좋아하는, 그 최승철 맞는데. "
" 왜, 왜 저기 저렇게 누워있어. 살아있잖아. 왜 저렇게 누워있는 거야. 왜! "
" 소리지르지 마. 머리 아프잖아. "
이 와중에도 저를 걱정하는 네 모습에 치가 떨렸다. 사람을 죽여놓고 이런 식으로 나온다는 게 말이 돼? 너무 뻔뻔한 거 아니야, 너? 차리리 나를 죽여. 너무 힘들어. 감금에, 납치에, 살인까지. 너 도대체 얼마나 망가지려고 그러는 거야. 널 어디서부터 어떻게 받아야 되는 건지 모르겠어.
" 배 안 고파? 밥 줄까? 뭐, 고기라도 줄까? "
" 미친 놈... 미친 놈아... "
" 욕을 들으니까 기분이 좀 나쁘긴 하네. "
" 넌 정말 미친 놈이야. 그건 알아? "
" 아, 미친 놈 거리지 마. 예쁜 입에서 그런 소리가 나오니까 좀 그렇다. "
" 씨발 새끼야, 나 내보내줘. 경찰에 신고할 거야. "
" 경찰? 한 번 해 봐. 할 수 있을까? "
넌 정말, 미친 놈이야. 제 앞으로 다가와 제 턱을 손가락으로 들어올려 저와 눈을 맞추는 네 모습을 보며 입술을 깨물며 널 째려보았다.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방 안을 구경하는 네 팔을 이로 물어버리고 방 밖으로 나갔다. 신음을 내뱉는 네 목소리에 뒤를 돌아볼까 생각하다, 제 눈앞에 보이는 승철이의 시체에 입을 막고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사람이었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동물이었는지, 사람이었는지 모를 정도였다. 너무 놀라 눈물도 나오지 않았고, 제가 깨물었던 곳을 매만지며 제게 다가오는 네 모습에 널 바라보며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 아, 씨발 이런 식으로 나오면 곤란한데. "
" 원우야... 난, 난 정말 이해할 수가 없어. "
" 원우라고 부르니까 훨씬 좋네. 계속 그렇게 불러. "
" 전원우, 우리 왜 이렇게 된 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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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머리채를 잡고 들어 올리는 네 손목을 잡고 일어서 널 올려다 보았고, 넌 굳은 표정으로 내 뺨을 내려쳤어. 나는 입술 안에 퍼지는 비릿하고 따뜻한 액체에 눈을 감고 고개를 숙이기만 했어. 원우야, 우리는 왜 여기까지 오게 되었을까. 내가 잘못한 걸까. 나 너랑 만나면서 너무 힘들었어.
아니, 넌 내 거여야만 해. 왜, 왜 벗어나려고 발버둥치는 거야. 왜, 네 앞에 있는 최승철도 죽였어. 넌 이제 나만 볼 수 있어. 나만 봐, 왜 저딴 새끼한테 눈을 돌려. 좆같게, 성이름 내가 좋아하는 거 알지. 이제 평생 나랑 같이 살자.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우리끼리 잘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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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우야, 우리는 왜 여기까지 왔을까. 결혼도 하고, 네가 원했던 딸도 낳고. 다 했는데, 이제는 내가 마음에 안 드는 구나. 네 옆에 쟤는 누구야? 되게 예쁘네, 여자친구야? 난 네 아내인데. 네가 했던 그 짓들, 이제는 내가 시작하고 싶어. 그 년, 내가 죽일 거야. 원우야, 사랑해.
벗어날 수 없는 미로의 끝은 찾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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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전원우의 나쁜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지만 전달이 잘 된 거 같지는 않군요 ㅠㅠ...
글이랑 브금도 어울리는 것 같지는 않구요...
더 많이 노력하겠습니다. 댓글 달고 포인트 회수해 가져가세요!
승철아 죽여서 미안해 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