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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잤어요?" "네...?" "끝났다구요,연극." "왜 안깨웠어요!" "그렇게 곤히 자는데 어떻게 깨워요.일단 일어나요,나가야지." 남자는 나의 가방과 옷가지를 한손에 챙겨들고 한쪽으로는 아직 비몽사몽한 나를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바깥 공기를 쐐니 정신이 돌아 오는 듯했다. "옷 주세요." "나오니까 쌀쌀하죠?" "해가 져서 그런가 좀 그렇네요.가방도 주세요." "이건 못드려요." "제 가방 달라구요." "안된다구요." "왜요?" "밥 다 먹고 결제하시는거 보고 드릴게요." "제가 돈이라도 떼어 먹을까봐요?" "그쪽이 안그러리라고 뭘 보고 믿어요." "하,알았어요.그럼 가방 주고 이거 가지고 계세요.그럼 됬죠?" 나는 남자에게 나의 전화를 건냈고 남자는 전화를 받아 들고 나의 가방을 돌려 주었다. "뭐 먹을거예요?딱 만팔천원 맞출수 있는걸로 말해요." "빠네 좋아해요?" "빠네요...?" "네.괜찮죠?가요." 남자는 음식점으로 먼저 앞장서 걸어 갔다. 나는 어째서인지 남자의 발걸음이 향하는 곳이 그 곳이길 내심 바랐고 나의 바람대로 그 남자는 우리가 자주 가던 그 곳으로 향했다. "저쪽 자리 괜찮죠?" "네,상관 없어요." 우리는 자리에 앉아 주문을 했다. 음식이 나오고 나는 잠시 동안 손을 댈 수 없었다. 내가 이 음식을 다른 남자와 지금 이렇게 마주 보고 먹어도 괜찮을까. "안먹고 뭐해요.원래 먹기 전에 사진 찍어요?사진 찍어 줄까요?잠깐만 있어봐요-" 남자는 주머니에서 나의 전화를 찾아 꺼내더니 화면을 켰다. 카메라를 켜고 음식 사진을 찍어 주곤 말없이 빤히 나를 쳐다 봤다. "사진 찍었으니까 이제 먹어요." "네." 남자는 내가 포크를 들고 음식을 먹을 때까지 전화를 내려 놓지 않고 내가 먹기를 기다리더니 내가 한참 뜸을 들이다 한입 입에 넣으니 찰칵 소리가 들려 왔다.
"그쪽을 왜 그렇게 좋아했는지 알겠네요.이렇게 이쁜 사람이였으니 죽고 못살았지." 남자가 자신이 찍은 사진을 보며 중얼 거리듯 말을 해왔다. 이 남자는 도대체 누구인걸까. "여기 오니까 더 생각 나죠." "누구 말하는거예요." "여기 엄청 좋아했잖아요.이 음식도 가장 좋아했고." "..." "늘 이 자리에 앉아서 그쪽 사진 이렇게 꼭 챙겨 찍어주고." "...오늘 우연이 아니였던거죠." "그쪽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봤던 날이 지민씨 보내준 날이였는데- 기억 나시려나." "그때 당신이 있었어요...?" "그쪽은 기억 못하는게 당연한거죠,그날 실신까지 하셨는데." "도대체 지민이를 어떻게 아는건데요.제가 얼굴 모르는 친구 한명도 없었어요.지민이 친구,제 친구 전부 같았는데 그쪽 얼굴은 한번도 본적 없다구요." "지민씨 떠나기 전 날,저한테 얘기하시더라구요." "네...?" "혹여나 저한테 그쪽에 대한 기억이 전해진다면 잘 부탁한다고." "......." "지민씨가 심장 기증하는 거 많이 반대하셨다면서요." 어려서부터 지민이는 뇌에 이상이 있었고 수차례 수술도 받아 왔다. 매번 잘 이겨내고 잘 버텨 주었다. 하지만 한계에 다다르며 결국 지민이는 수술도 불가피해졌고 시한부 판정을 받았었다. 지민이는 청춘을 빛내고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고 누누히 말해 왔다. 그렇게 택한건 심장 기증이였고 나는 그것에 대해 반대하였다. 얼마나 더 살 수 있을지 모르는 상태에 장기 기증을 위해 죽음을 앞당기려는 지민이가 이해 되지 않았다. 그래서 난 지민이에게 계속하여 그런 말을 한다면 더 이상 얼굴을 보지 않겠다고 말을 하고 집에 돌아 온 날, 그날이 나의 인생에서 가장 후회 되는 날이 되었다. 그날이 지민이와 마지막으로 함께한 날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기에. "저한테 그런 부탁을 하신걸 봐서는 지민씨도 *셀룰러 메모리란 것에 어느 정도 생각을 하고 계셨나 봐요.심장을 이식 받고 회복한 뒤,어느 정도 정상적인 생활을 찾아갈 쯤 계속해서 반복된 꿈을 꿨었어요.그 꿈에 나온건 그쪽이였고." "제가요..." "그쪽을 찾고 싶어졌었어요.제 꿈에 대한 해석도 하고 싶었고.그래서 지민씨 어머니를 찾아 갔어요.지민씨와 그쪽의 관계에 대한 얘기도 전해 듣고 지민씨가 찍은 사진들 그리고 그간 기록해둔 일기 모두 흔쾌히 내주셨어요." "지민이 일기요?" "그쪽을 만난 그날부터 마지막 날 까지 기록이 되어 있었습니다." "...지민이가 마지막 날에 뭐라고 적어 뒀나요." "마지막으로 보고싶다고." 나는 지민이를 보내주던 날의 감정이 다시 상기 되었다. 너무 미안했고 아직까지도 지민이에게 돌이킬수 없는 잘못을 한것 같아 하루하루 자책감에 시달렸다. 지민이가 너무 보고 싶었고 또 보고 싶었다. 보고 싶었다는 말을 하는 남자에게서 지민이가 불현듯 스쳐 지나갔고 나는 그대로 눈물을 흘렸다. "어디가시는거예요!" 나는 더 이상 그 남자의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것 마저 비참하게 느껴졌다. 마치 지민이가 보고 있는 것만 같았고 지민이가 나의 이름을 부르는 것만 같아서. 나는 식당에서 울면서 뛰쳐 나왔고 어느새 거리는 어둠이 내려 앉아 있었다. 이젠 더 이상 대학로에서 정처 없이 떠도는 날 반겨줄 사람은그 누구도 없다. 발걸음은 자연스레 벚꽃 길로 향하였고 나는 한쪽의 벤치에 앉아 감정을 추스렀다. 마지막까지 잘해준 거 하나 없는 나를 뭐하러 보고싶어 했을까,지민이는. "하-,하-.한참 찾았잖아요." "...왜 따라 왔어요,또."
"보고싶었어." "뭐하시는거예요...?" "제가 지민씨가 가장 전하고 싶어했던 이 한마디 전하려고 얼마나 고생했는줄 아세요." "......." "1년 동안 대학로에서 그쪽 음식 먹는 사진 한장 들고 찾아 해맸어요.이제 제가 지민씨에게 해드릴 수 있는 일을 끝낸 것 같아서 후련하네요." 그 순간 봄 바람이 살랑 불어 왔고 벚꽃 잎이 함께 나풀 거렸다. 남자의 머리칼도 바람에 흔들리며 가로등 불빛에 반짝 거려 내 눈을 간지럽혔고 지민이의 향기를 닮은 남자의 향이 이젠 온전히 그 남자의 향으로 느껴지며 코 끝을 간지럽혔다.
"전 이제 가볼게요.오늘이 마지막으로 만난 날이 되겠네요." 나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고 벚꽃 길을 따라 내려 걸어 가는 남자의 뒷모습을 보고 나는 머릿 속에 하나의 생각이 번뜩 떠올랐다. 붙잡고 싶다. 그 생각 하나로 뒷모습맘을 보이고 있는 남자를 향해 무조건 나는 달려 갔고 내뱉고 말았다. "사랑했고 좋아하고 싶어요." 사람에겐 취향이라는 것이 존재하기에 사람은 자신의 취향에 맞는 장르의 연극만을 고수하곤 한다. 로맨스를 좋아한다면 다음에도 로맨스를 택한다. 사람도 그렇다. 나는 박지민을 너무나 사랑했다. 그리고 그러한 박지민을 닮은 사람에게 바보같이 사랑이란 감정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오늘 새로운 연극을 보고 싶다. 나는 이 사람을 좋아하고 싶다. 오늘의 연극은 그쪽과 함께하고 싶어요. -끝 *셀룰러 메모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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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이식 수혜자들에게 기증자의 성격과 습성까지 전이되는 현상을 일컫는 용어. 장기(臟器)에는 '세포 기억 기능'이 있어 기억이 전이될 수 있다고 주장. '세포 기억 기능'은 그 사람의 기억이나 습관, 관심 분야, 식성(食性) 등이 두뇌뿐만 아니라 인체의 세포 속에도 저장된다는 가설에 바탕을 두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