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습관적으로 약을 챙겨 먹는 것처럼 밤에는 습관적으로 일지를 쓰게 된다. 항상 감정이 없이 사실과 경험만을 늘어놓기 때문에 일기라는 말보다 일지라는 말이 더 알맞은 말이다.
일지의 내용 대부분이 일에 관한 이야기다. 하는 것이라곤 일 뿐인 일상이지만 일을 하는 장소가 장소인지라 매일 다른 일이 일어난다. 가령 그런 것이다. 매번 다른 폭동의 사상자 수나 교도관의 새로운 타겟 같은 것.
이 곳에 있는 매일이 무료해지기 시작할 무렵, 바깥세상에서는 한창 이슈가 생겼다. 그리고 그 이슈는 내가 있는 교도소로 굴러 들어왔다.
“2721. 수감.”
곧 흥미로운 일이 벌어질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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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사형집행인의 일지
아버지께서 본가로 날 부르셨다. 독립해 나간 지 꽤 되었음에도 오늘처럼 본가로 날 부르신 적은 손에 꼽는다. 나 또한 스스로 본가로 간 것도 손에 꼽지만.
아버지께서는 오늘 내가 있는 교도소로 들어온 이슈에 대해 말씀하셨다. 각별히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며 나에게 그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으셨다. 아무래도 그와 같은 소속에 계시다보니 그를 잘 아는 모양이신지 그와의 일화 몇 개를 말씀하셨다. 딱히 기억에 남는 것은 없었다. 별 영양가 없는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다가 내가 지루해할 때쯤, 아버지께서 본론을 이야기하셨다. 그의 건강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는 건강이 그다지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하얀 플라스틱 약병을 건네시며 그는 약을 주기적으로 챙겨먹어야 한다고 하셨다. 그리고 ‘그 분’께서 직접 하명하신 것이라는 이야기를 전해주셨다. 나는 굳이 무엇인지 따져 묻지 않았다. 그저 알겠다고 했고 본가를 빠져나왔다.
나는 의무관에서 그의 주치의로서 한 단계 승진되었다. 기분은 좋지도 나쁘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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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늦게 돌아와 면목 없습니다. 그 동안 해외에 머물렀습니다. 돌아올 환경이 주어졌고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재연재 시작합니다. 기억하실 분들이 계실 지는 모르겠지만, 제 스스로 시작한 일이니 끝을 봐야겠지요.
현실과 조금 동떨어진 배경과 숨겨진 이야기들은 연재하며 풀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제 손에 의해 항상 괴롭혀지는 빅스 멤버들, 항상 미안하고 고맙고 사랑해. 더 열렬히 응원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