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연애 중인 엑소 디오와 탑시드 홈마 너징 썰 16
BGM : 다비치 - 녹는 중 (Feat. 버벌진트)
(가사, 제목 모두에 신경써주세요.)
하트님 / 망고님 / 몽환님 / 데헷님 / 붕어빵님 / 루루님 / 양말님 /소문님 / 캔디님 / 굥슈님 / 몽키매직님 / 윤아얌님 / 밍쉘통통님 / 매미님 / 규수님 / 세시반님 / 니니님 / 오리꽥꽥님 / 챠됴르님 / 여세훈님 / 동글이님 / 핫뚜님 / 유민님 / 한끝님 / 여름님 / 뿌뿌몽구님 / 홈마님 / 야광별님 / 푸우곰님 / 웅이님 / 비밀님 / 둘리님 / 버블티님 / 비타민님 / 져니님 / 변맥현님 / 몽몽구님 / 셜록님 / 맨투맨님 / 판다님 / 단풍님 / 초코하임님 / 휴지님 / 씽씽님 / 짱구짱아님 / 호유님 / 씽씽카님 / 됴꼼지님 / 퐁퐁님 / 홍차님 / 피자님 / 몀님 / 나녀닝님 / 됴됵됴님 / 코코팜님 / 구래서님 / 연님 / 웬디님 / 이유님 / 쀼쀼님 / 쫄보님 / 나그랑님 / 텐더님 / 꽃징어님 / 갈비찜님 / 옌니님 / 블랙펄님 / 팀탐님 / 배고파요님 / 반비님 / 긴가민가님 / 잡초님 / 비타오백님 / 보쌈님 / 망고님 / 모닝님 / 솜님 / 봄빛님 / 우롱차님 / 핑크님 / 딸기스무디님 / 됴됴됴님 / 천상의목소리님 / 치킨마요님 / 구글님 / 헤운님 / 가을님 / 길라잡이님 / 심장님 / 로로님 / 치아부자님 / 단호박님 / 대다나다님 / 좋아해님 / 초록창님 / 물방울님 / 여우비님 / 홍홍님 / 종구몽구님 / 봉봉님 / 절봉이님 / 쪼꼬님 / 베리님 / 둡뚜비님 / 됴르르님 / 아망떼님 / 눈두덩님 / 팅커님 / 우즤아코님 / 또님 / 첸첸님 / 냠냠님 / 컴백님 / 사우똥님 / 몽짱님 / 감자튀김님 / 란느님 / 솜사탕님 / 참외님 / 블루베리님 / 천재교육님 / 열무김치님 / 셜록님 / 미미님 / 슈슈님 / 땅땅님 / 준짱맨님 / 새싹님 / 복숭님 / 칙촉님 / 피글렛님 / 스윙칩님 / chandsj님 / 이든님 / 민트티님 / 소금님 / 아이크림님 / 아쿠아님 / 꼬리님 / 조커님 / 허허허님 / 병아리뿅뿅뿅님 /씽씽이님 / 로퍼님 / 백설기님 / 러팝님 / 모던님 / 호두님 / 테라피님 / 투님 / 크르렁님 / 빛님 / 순님 / 봄구님 / 현블님 / 망태기 안의 쓰니님 / 블스님 / 모닝빵님 / 헤헹님 / 우울열매님 / 랑홀님 / 빠오즈님 / 폭립님 / royals님 / 라망님 / 오렌지님 / 큥이님 / 필립스님 / 도민님 / 마른당근님 / 위아원님 / 삐약이님 / 보임님 / 븐뜩님 / 봄님 / 가ㄴㄷ님 / 솜이님 / 빠삐코님 / 꽃반지님 / 난파님 / 세린님 / 땅땅님 / 베토벤님 / 제이너님 / 죠스바님 / 시계님 / 종대생님 / 댯님 / 뚜잉님 / 됴됴님 / 과일빙수님 / 바닐라버블티님 / 세대님 / 구름구르미님 / 오백도라면님 / 코카님 / 스노우윙님 / 데후니님 / 유네님 /징징이님 / 칭칭님 /세상님 / bittersweet님 /시간님 / 고구마님 / 빨강님 / 슈님 / 뽀루님 / 미아님 / 초밥님 / 프라다님 / 악마님 / 폭주님 / 빗소리님 / 초록님 / 쁘띠님 / 달고나님 / 딤첸님 / 우럭아우럭님 / 부루마불님 / 구름님 / 됴하트님 / 망고돌님 / 김밥님 / 조디악님 / 됴르르경수님 / 오렌지맛님 / 치킨님 / 크르릉님 / 루님 / 똥님 / 블리님 / 이랴님 / 단추님 / 똥강아지님 / 쳘컹쳘컹님 / 지연쫑짱님 / 감자고구마님 / 오디님 / 엘르님 / 오뎨훈님 / 포포님 / 핑구님 / 뉴뉴님 / 힑힑힑님 / 젤리님 / 뚜잉님 / 댕이님 / 샛별님 / 체니홍님 / 커피빵님 / 경수님 / 쁘띠종인님 / 인비님 / 허니님 / 칸트님 / 포카칩님 / 웁슝님 / 조화님 / 초록비님 / 애니님 / 레이니데이님 / 봉봉봉님 / 아이님 / 자갈치문어맛님 / 프라다님 / 시하님 / 꼬북님 / 복숭아님 / 라니님 / 이해님 / 이레님 / 펭귄오리님 / 또양님 / 마인투나잇님 / My hubby CY님 / 공실이님 / 유린님 / 쉼표님 / 준나님 / 땅땅님 / 푸름님 / 베짱이님 / 숑숑이님 / 됴로룡님 / 또비요정님 / 김종대.님 / 여랴님 / 히동님 / 햇반님 / 앰브로시아님 / 히안님 / 버블여우님 / 베니님 / 캉캉님 / 한국지리님 / 됴굥숭님 / 경수왕자님 / 과일빙수님 / 투아웃님 / 셜록님 / 펑키펑키님 / 바바렐라님 / 뿌요뿌요님 / 렝쭈님 / 럼펌님 / 슈류슈님 / 모나리자님 / 뚀꼉쓔님 / 폭주님 / 냥냥님 / 새벽2시님 / 첸!첸!님 / 이리오세훈님 / 쟈쟈됴됴님 / 바나나킥님 / 비행선님 / 시엔님 / 레고님 / 발닦개님 / 군만두님 / 니모님 / 깜부님 / 0821님 / 경수야안녕님 / 오쥬디님 / 우유님 / 해나님 / 푸딩님 / 뀨우님 / 오구오구님 / 소희님 / 댜익님 / 테너님 / 샤프님 / 새슬님 / 시내님 / 베이님 / 똥강아지님 / 바람님 / 찡찡님 / 닭칼국수님 / 벜벜님 / 조아해님 / 포도포도님 암호닉 신청해주신 345분 감사해요♥ 숫자 세다가 실수로 백스페이스 눌러서 다 날라가는 바람에 진짜 멘붕... 다행히 임시저장 되어있어서 망정이지, 다 날아갔다면 저 오늘 글 안쓰고 그냥 엎어져 울 뻔요. 제 글에 암호닉을 신청하고 싶다며 직접 자신의 암호닉을 제게 알려주신 분들이 345분이나 있고, 조회수가 매 화 3000 건이 넘어서고. 제 글이 글잡담에 들어오면 바로 보이는 초록글 1페이지 첫번째 글에 매 번 오르는 등 제 글이 이렇게 사랑받는다는 게 믿기지 않고 놀라워요. 지금 다시 읽어보면 참 맞지도 않고 이게 무슨 말인가 싶은데도 제 글이 좋다며 5화 암호닉 때부터 빠지지 않고 매 번 예쁜 댓글 달아주신 분들, 그리고 뒤늦게 제 글을 접하셨지만 좋다고 해주신 분들 모두 감사드려요. 암호닉은 345분인데 왜 댓글은 200개지 싶어 약간 묘할 때가 있지만, 나머지 145분은 고3이라서 수능 준비 때문에 바쁘신 것이라고 맘 편하게 먹기로 했습니다. 그런 거져? 그렇져? ㅋㅋㅋㅋㅋㅋㅋ 원래 제 성격이 이래요. 그냥 뭐, 댓글 달기 귀찮잖아요? 그래서 저도 암호닉을 딱 3개만 신청해놨거든요 ㅋㅋㅋㅋㅋ 달기 귀찮으시다면 굳이 안달으셔도 별 상관 없어요. 그냥 고3 분들이라고 생각하죠 뭐. 그러시라고 구독료도 최대한 낮게 잡은 거니까요. '헐ㅋ' 이것만 달아주시는 분들이 있다고 해도 전 감사해요. (하지만 별개로 제 글에 정말 엄~청나게 긴 몇백 글자의 댓글을 남겨주시는 분들, 제가 정말 사랑합니다. 하트.) 제가 갑작스럽게 일을 빨리 일사천리로 풀어버린 건 그래야 경수랑 징어가 행쇼하쟈나... 빨리 행쇼시켜야되쟈나... 그러니까 이제 행쇼로 한 걸음 다가가는 징어랑 경수를 써봅시당! 나징 힘내자! (어깨가 결리지만 대충 꺾어버리고 브금을 고르러 간다.)암호닉 + 작가 사담
#42.
(징어의 이야기.)
깨어나보니 온 몸이 뻐근하고 아팠다. 대충 목을 뚝뚝 꺾고 몸을 일으켰다.
유난히 결리는 팔과 다리. 주먹을 쥐고 약간 세게 퍽퍽 쳤다. 그래도 나아지는 지는 모르겠지만, 순간적인 아픔이 근육통을 묻어주는 것 같았다.
습관이란 게 왜 무서운 지 몰랐는데, 그 동안 자지 못하고 늘 뒤척여도 신기하게 일곱 시면 눈이 떠졌다.
그리고 오늘도 그렇다. 오늘도 깨어보니 일곱 시였다.
몸을 추스리고 그제서야 주변을 살폈다.
시야에 수정이의 물건들과, 익숙한 민트색의 수정이 방 벽지가 보이자 상당히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어제 직접 방에 들어가서 잔 기억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수정이가 여기다 눕혀놨으리라 생각했다.
방 밖으로 나가 보니, 수정이가 소파에서 다리는 바닥에 내리고 상체만 옆으로 꺾어서 누워 자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저러면 허리 아플 텐데… 싶어 다리를 올려주고 바닥에 떨어진 이불을 다시 꼼꼼히 발끝까지 덮어주었다.
머리도 감고 씻고 나와서 수건으로 머리의 물기를 쭉쭉 눌러 짰다. 거실에 가 보니 그 새 또 뚝 떨어져있는 수정이의 오른쪽 다리를 소파 위로 올려주었다.
그러고 보니, 지나치게 깨끗한 주변에 부모님이 혹시 깨셔서 치우셨나 싶어 방에 살며시 방에 들어가 보았다.
그런데 내 방 안에는 부모님이 계시지 않았다.
짐까지 모두 없어진 상황에서 멍하니 놀라 서있던 나는 그제서야 방 안의 피아노에 붙어있는 포스트잇을 발견했다.
'딸, 어제 밤에 신세 지게 되어서 미안해~. 호텔 예약 했으니까 당분간은 거기서 지낼 거야. XX호텔 H동 2307호니까 급한 일 있음 연락하구.
그리고 수정이한테 밥 맛있게 먹었다고, 나중에 부모님들이랑 같이 식사자리라도 한 번 만들자고 말해줘. 고마워~♥ -사랑하는 엄마, 아빠가.'
어제 하루만 신세 지시겠다더니, 정말 그 말을 지키신 부모님에 괜히 알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당연히 딸의 집에서 지내실 수 있는 건데, 이렇게 하루 지내신 것으로도 미안해하시는 모습을 보고 괜히 그 동안 만나지 못했던 긴 세월의 흔적이 느껴졌다.
아스라이 오묘한 감정이 피어올랐다. 눈을 깜빡이고 생각을 털어낸 다음 걸음을 돌려 부엌으로 갔다.
요즘따라, 이렇게 잡생각을 털어내야 할 때가 많다.
-
어제 수정이가 부모님께 해 드린 것으로 보이는 찌개와 밥을 대충 데우고 냉장고에서 몇 가지 밑반찬들을 꺼내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수정이를 깨울까 말까, 하다가 그냥 흔들어 깨웠다.
눈을 뜬 수정이는 일어나자 마자 바로 핸드폰을 이리저리 찾더니 얼굴을 찌푸리고 타다닥 키패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잠시 뒤에 홀드 버튼을 누르고 소파에 핸드폰을 던진 수정이가 이불을 몸에 똘똘 말고 일어나서 식탁으로 향했다.
조용히 찌개를 그릇에 덜어서 숟가락으로 떠먹던 수정이는 자꾸만 이불이 흘러내리는지 짜증을 내며 왼손으로 이불 두 쪽을 꼭 모아쥐었다.
나는 늘 그렇듯 남기지 않고 깨끗하게 그릇을 비웠다. 개수대 밑에 받쳐 놓은 플라스틱 통에 물을 받고 그릇을 푹 담궜다.
수정이도 곧 밥을 다 먹고 그릇과 수저를 건넸다. 그리고 나서 '나 씻는다!' 하고 내 등 뒤로 던지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나는 설거지를 하고 식탁을 깨끗하게 닦아낸 다음 행주까지 빨아 널어놓았다.
거실에는 수정이가 왼손에 핸드폰을 들고 아빠다리를 하고 앉아 티비를 보고 있었다.
옆에 푹 눌러 앉으니 티비 속에는 아침 연예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계속해서 흘러나오는 결혼 소식, 이혼 소식, 출산 소식, 임신 소식들이 주루룩 지나가고 무심한 표정으로 티비 화면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새벽에 택시에서 내리는 경수의 모습이 화면 가득히 나왔다.
그 기사는 정말 별 내용이 없었다.
사생들을 뚫고 위험하게 새벽에 나온 엑소 멤버 디오의 발길은 어디로 닿았을까, 알고 보니까 회사로 가는 길이었다는 내용이었다.
도중에 뒤따라오던 팬들 사이에선 어떤 사고가 있었으며, 뒤이어서 엑소 매니저들과 몇몇 멤버들이 뒤따라 왔으며, 대체 그렇게 다급하게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뭐 이런. 정말 쓸 데 없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수정이는 옆에서, '내보낼 게 더럽게 없나. 돈 쳐먹고 닥치고 있는 게 많으니까 내보낼 게 없어서 가수가 소속 회사 건물에 간 것도 저렇게 내보내고 있네.' 라는 말을 뱉었다.
거친 말도 많고 우리야 잘 모르는 일이었지만, 수정이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라서 나도 쓰게 웃었다.
그런데 경수는 정말 왜 새벽에 저렇게 급하게 회사에 갔을까.
다치지는 않은 걸까, 무슨 일 생긴 건 아니겠지…
… 쾅쾅쾅!
갑자기 울린 노크 소리에 생각의 끈을 놓쳐버렸다.
수정이에게 "택배 시켰어?" 하고 묻자, "아니. 너가 시킨 거 아니야?" 하고 묻는 수정이.
일단 나가보라는 수정이에 나는 일단 "누구세요?" 하고 외친 다음에 걸려 있던 가디건을 입고 현관으로 걸어갔다.
사실 노크라기엔 너무 애절한 것 같기는 한데… 택배는 또 아니고.
한 번 더 "누구세요?" 하고 물은 뒤에 문을 살짝 열었다. 그리고 나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문 밖에는 잔뜩 지쳐보이는 경수와, 숨을 몰아쉬는 찬열이가 있었다.
#43.
"……"
"……"
문 앞에서는 한 마디 말도 오가지 않았다.
갑자기 왜 여기를 온 거지, 그것도 찬열이랑 같이. 무슨 일 있나, 정말. 혹시 내가 아픈 거 알았나.
별 생각이 다 들어서 차마 입을 뗄 수가 없었다.
내가 우물쭈물대며 아무 말도 못하고 가만히 서 있자 무슨 일인가 싶어 다가온 수정이가 상황을 빠르게 파악하고 그 애들을 집으로 들여왔다.
"일단 누가 보면 안되니까 들어와. 들어와서 얘기해."
-
소파에서 두 팔으로 무릎을 끌어안은 채로 조용히 얼굴만 들었다.
아까부터 끊이지 않고 내 눈으로 꽂히는 경수의 시선을 보아, 분명히 내가 다친 것을 알고 온 것이 틀림 없었다.
이걸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상처를 덜 받으려나, 하며 한숨을 푹 내쉬는 순간, 수정이가 침묵을 깨고 찬열이에게 말을 걸었다.
"왜?"
"오세훈이 다 말했어. 도경수한테. 그래서 저 새끼가 돌아버려가지고 새벽에 숙소를 박차고 나온거야.
그래서 나랑 매니저 형이랑 존나 뒤쫓아가고. 근데 얘가 갑자기 회사에 가더니 아무나 거기 있는 직원한테 대고 뭐라고 막 대화를 하는 거야."
"어."
"두 시간인가, 얘기하더니 나오길래 나랑 매니저 형이랑 막 경찰이 범죄자 잡듯이 잡아서 숙소로 강제 이행을 시키려고 했거든.
그런데 얘가, 여기를 와야겠다고 해서 매니저 형이 나보고 같이 가보라고 걍 보내버림. 생각해보면 지금 사생 눈에 불 키고 달려들거라고 그냥 몰래 빠져버리라고 하더라."
찬열이가 주룩주룩 말을 쏟아냈다. 어딘가부터 토막이 잘린 듯한 이야기지만, 수정이는 다 알아듣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나도 알아들을 수 있었다. 세훈이가 뭘 얘기했을 지는 뻔했다. 내 눈 얘기겠지.
마음이 한없이 바닥으로 추락했다.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멀리, 잡을 수도 없을 만큼 깊게 파고들어갔다.
"빨리."
찬열이의 재촉에 경수는 한참 말이 없다가 대답했다. 어.
그와 동시에 나는 마음 한 구석이 아려오는 것을 느꼈다. 뭔가 내 마음을 잘라내는 것 같은 느낌.
오해하면 어쩌지, 혹시나 자기 탓이라고 오해하면 어쩌지.
경수는 말을 계속 이었다.
"왜 안알려줬어?"
예상했듯 내게 돌아온 질문. 나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 지 잠시 고민했다.
"…니가 아플까봐?"
의문형이었다. 내 대답은. 나도 확실하지 않았고, 그렇게 뚜렷하게 한 문장으로 표현할 만큼 완벽하지 못했던 내 생각이라서.
경수는 내 대답을 듣더니 한숨을 푹 내쉬었다.
나는 뭔가 눈치가 보여서, 한 마디를 더 덧붙였다. 미안해.
경수는 내 말이 웃긴 건지, 어이가 없는 것인지 픽 웃어버렸다.
나는 당황스러움에 눈을 크게 떴다. 내가 뭐 실수했나 봐.
"니가 뭐가 미안해. 사실 지금 처음부터 끝까지 다 늘어놓고 싶기는 한데 이런 얘기 더 해서 뭐하나 싶다.
사실 내 입장에선 니 잘못도 아니고, 니 입장에선 내 잘못도 아니잖아."
"……."
"그래서. 누군가의 잘잘못을 따지고 처음부터 파헤치는 것보다는 그냥 지금이라도 오해를 풀었으면 좋겠는데. 너는?"
그러게. 나는 수긍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맞는 말이었다.
내 잘못도 아니고, 경수 잘못도 아니고. 더 말해봤자 서로 마음에 칼을 찔러 넣었다 뺐다를 반복하는 꼴밖엔 더 나지 않는다.
애초부터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알고 있었지만 너무 멀리 돌아왔으니까. 조금 허전하더라도 지름길로 빠르게 빠져버리는 게 나을 거다.
경수는 조심스럽게 팔을 뻗어 내 손을 꼭 잡았다. 나도 손가락을 구부려 경수의 하얀 손을 감쌌다.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알 수 있었다.
우리에겐 서로가 필요했고, 그 모든 상처를 서로의 존재만으로도 충분히 치유할 수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의 상처를 파헤치는 우리의 행동을 중단하고 이제 상처들을 치유할 계획이다. 이렇게 손을 꼭 잡는 것처럼.
고마웠다. 내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아주는 것 같아서. 예전에도, 지금도.
너도 많이 힘들었을텐데. 날 먼저 생각해줘서 고마워.
#44.
BGM : 에이핑크 - Secret Garden
(위의 비지엠을 정지하고 새로 재생해주세요!)
-
"야. 배고파."
찬열이의 중얼거림으로 분위기가 깨어졌다.
나도 분위기에 젖어 손을 잡고 눈을 감고 있다가, 문득 눈을 떠보니 수정이가 눈물을 그렁그렁 매단 채로 찬열이를 때리고 있었다.
이놈의 새끼야! 눈치가 없어! 이 시발롬 넌 밥 없어! 이런 거친 언어들과 함께.
사실 나보다 더 마음 아파했던 게 수정이라서, 나는 수정이가 눈물까지 보이면서 내 일에 함께 기뻐해주고 있는 게 너무나 고마웠다.
경수는 그저 웃으면서, 내 손을 꼭 쥐고 있었다.
쥐고 있는 손이 우리 마음을 다시 이어주는 연결고리 같았다. 기분 좋은 족쇄라는 게 이런 데다가 쓰는 말인가.
하여튼, 우리를 절대 떨어져 있을 수 없는 존재처럼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 좋았다.
나는 경수에게 간단한 눈인사를 하고 손을 살짝 놓았다. 그리고 부엌으로 가서 밥솥을 열었다.
밥이 남아있을 리 없는데도 그걸 깨닫지도 못하고 열었다가, 텅 빈 밥솥을 보고 살짝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경수는 어느 새 내 옆으로 와서 내 표정과 밥솥을 번갈아 보더니 나 대신 밥솥을 닫았다.
"그냥 시켜 먹을까?"
그게 또 거기까지 들렸는지, 찬열이가 치킨!! 하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뒤잇는 수정이의 욕설 콤보.
나는 그냥 웃으면서 수정이의 방에서 핸드폰을 꺼내왔다. 치킨을 몇 마리 시킬 지 잠시 고민하다, 두 마리만 시켰다.
밥을 방금 먹어서 별로 배가 고프지는 않았으니까. 그리고 쟤네는 가수니까 몸매 관리도 해야 되고.
하루 아침에 완전히 행복해진 내가 믿기지 않았다. 경수랑 찬열이랑 수정이랑 넷이 모여앉아 고등학생 때 처럼 치킨이나 뜯고 있을 날이 또 올 줄은 몰랐다.
그게 싫다는 건 물론 아니다. 너무 행복했고, 기뻤다. 경수도 그런지, 나를 뒤에서 꼭 끌어안았다.
오랜만에 느끼는 기분이 너무 기분 좋았다. 나만 아는 비밀스러운 문을 경수가 활짝 열고 들어와서 나를 환하게 밝혀준 기분이었다.
이제서야 알 수 있었다. 예전의 내 꿈이 무슨 뜻이었는지.
그 때, 어린 내가 들판에 누워 있고 해가 져 버린 꿈. 그래서 길을 잃을 뻔한 내가 마침 켜진 가로등 불빛으로 길을 찾아 집으로 돌아간 꿈.
해가 왜 져요? 하고 물은 질문에 아빠가 깨끗하게 씻고 새로운 아침을 줄 준비를 하는 것이라고 한 꿈.
가로등은 세훈이였고, 해는 경수였다.
멋 모르고 누워 있다가 깜빡 자고 일어나니 내 곁에서 없어져 버린 해. 그래서 길을 잃고 헤매던 나를 반짝 켜지는 가로등처럼 나에게 길을 알려준 세훈이.
내가 잘 자고 있는 지 확인하고 자는 내게 이불을 덮어준 엄마같은 수정이.
그리고 나를 창문같이 차가운 현실에서 떼어내고 가로등이 켜지게 도와주고, 내게 해가 어떤 존재인지 깨우쳐 준 아빠같은 찬열이.
그리고, 내게 이렇게 새로운 아침처럼 상쾌하고 행복한 순간을 선물하기 위해 준비를 하던 경수까지.
모두에게 너무 고마웠고, 사랑하는 마음을 전해주고 싶다.
모두가 있었기에, 내가 길을 잃지 않을 수 있었고, 감기에 들지 않을 수 있었고, 새로운 아침을 맞을 수 있었다.
소중한 나의 사람들에게 마음 속으로 다시 한 번 고마움을 전달하며 나는 경수의 품 안에서 스르륵 눈꺼풀을 내려 닫았다.
이 순간을 온전히 느끼고 싶었다. 어떤 고민도 없는 지금을.
* * * * * * *
베브입니다.
오랜만에 왔는데 이딴 글... 에라 됴징행쇼 @'ㅅ'@
제가 이렇게 바로 사르륵 녹는 마음을 그리려고 했던 건데 제 필력이 부족해서 급전개가 되어버렸네요.
#44.의 꿈 이야기는 11화의 #27.에서 나왔던 이야깁니다!
제가 복선 아닌 복선을 깔아두었던 곳인데 (...) 다들 모르시더라고요.
맞춤법 지적 / 문법 오류 지적 / 오타 지적은 감사히 받습니다.
늘 부족한 글 읽어주시고, 댓글 달아주시는 분들께 늘 감사드려요.
'[EXO/도경수] 비밀연애 중인 엑소 디오와 탑시드 홈마 너징 썰'은 내일 (17화) 로 완결됩니다.
완결되는 순간까지 모두 됴징행쇼 클찬행쇼를 외치며 함께해주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