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빛 씨, 무슨 생각해요?”
“아무 생각 안 합니다.”
“아닌데? 무슨 생각 했는데?”
“대위님.”
“에이, 너무 정 없게 그게 뭐예요! 재환 씨~ 하고 불러주세요. 예쁘게.”
“네, 대위님.”
“어어, 자꾸 그렇게 부를 거예요? 너무 정 없다~”
“혈압 체크 중에 자꾸 말씀하시면 안 됩니다. 다시 재겠습니다.”
“아, 그래요? 그럼 나 별빛 씨 옆에 있으려면 계속 떠들면 되나?”
“…….”
“너무 매정하게 쳐다본다. 알겠어요, 조용히 할게요.”
이제야 조금 조용해진 그는 힐끔힐끔 내 눈치를 보았다.
“혈압 체크 했습니다. 정상이시네요.”
그는 여전히 내 눈치를 봤다. 꽤 굵직한 얼굴선들이 눈에 들어왔다. 도드라진 눈썹 뼈, 그 아래로 이어지는 높은 코, 두꺼운 입술이 선해 보일 이유는 없었으나 그의 눈망울이 그들을 중화시켰다. 확실히 호감을 살 만한 얼굴이긴 했다.
“별빛 씨는 참 예쁜 눈을 가졌어요.”
일어선 그는 나보다 한참 키가 컸다. 나와 그 사이의 거리는 내가 그의 가슴에 코를 박을 정도로 가까웠다.
“그래서 그렇게 쳐다보면 되게 부끄러워요.”
“…….”
“알겠어요?”
내 뒷머리를 헤집는 손길은 거두어졌다. 담당 교도관이 급하게 그에게 가까이 와 그의 손길을 저지했다. 그 손목에는 이미 차가운 수갑이 걸려 있음에도 그에게 더 많은 제약을 요구했다. 그는 웃으며 제 자리로 돌아갔다.
어느 사형집행인의 일지
a일차
이상한 일이었다. 아침부터 교도소가 소란이었다. 내가 주치의로서 맡은 그 때문이었다. 군과 경찰, 검찰이 통합된 이후에 붙잡힌 놈들은 새로운 먹잇감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 때 당시에는 말이 많았으나 생각보다 많은 놈들이 소란을 일으키는 것을 보면 그래도 잘 굴러가고 있나보다. 사회에 나가봤자 해악이 될 놈들의 싹을 뽑는 일을 제안한 것도, 그 일의 총 책임자도 그라는 것을 놈들도 알고 있는지 그를 눈독들이고 있었다.
그 사실을 그도 알고 있었다. 그가 직접 지시해 이 바닥으로 넣은 놈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 그러나 걱정 따위는 없어보였다. 그는 밝게 나에게 인사했고 시종일관 말이 많았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가벼운 직위를 가진 사람은 아니었으나 가벼운 사람이었다.
그에게 아버지께 받은 약통을 보여주었다. 그는 입술을 물었다. 말이 없어졌다. 그는 약통을 집어 들어 챙겼다. 하루에 한 알씩이라고 했다. 가지고 있는 고통이 심해지면 또 오라는 말을 건넸다. 그는 미소를 지었다. 그의 눈은 웃고 있지 않았다.
입 안이 쓰다. 두통이 좌뇌를 쪼고 있었다. 오늘은 약을 한 알 더 먹고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