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졸리다아”
내 무릎을 차지하고 누워서 눈을 감을랑 말랑 베시시 웃어보이는 김형태.
너 은근 머리통 무겁구나, 뭐..하지만 버텨줄만하다 겸댕이 김형태니까..
“자”
“싫어여!쭌 형이 나 덮칠 것 같아여”
옷깃을 여미며 살짝살짝 나를 흘기는 귀여운 김형태
사실 좀 덮칠 것 같긴하다. 하지만 이상한 놈으로 찍히고 싶진 않기에 겨우겨우 그런 마음을 눌러버리고 있는데..
귀여운 얼굴로 꾸벅꾸벅조는 이 발칙한 토끼덕분에 내 노력은 금방 날아갈 것 같이 위태위태하다.
당장이라도 김형태의 붉은 입술에 입맞추고 싶은데.
“형태야, 자?”
“네, 자용”
“피이, 자는 사람이 어떻게 말을 하냐”
“저는 그럴 수 있답니다, 전 특별하니까용”
“됐어, 자기나 해”
그래야 그 앙증맞은 입술에 살짝 입맞춤을 해도 들키지않지
김형태와 있으면 설레고, 가슴이 벅차오른다.
예림이와 처음 연애할 때의 기분이 왜 김형태와 있을 때 느껴지는지, 잘은 모르겠지만
어쨌든 김형태를 나를 설레게, 기분좋게 해주는 사람인 것 만은 확실하다
그것만으로도 김형태를 내 옆에 둘 수 있는 이유가 되니까.
“형태야..”
“...”
“자?”
“...”
새근새근한 숨소리만 들려오는 걸 보니 잠에 빠져들었나보다.
형태의 붉은 머리카락을 살며시 쓸어주고 있자니 샴푸향기가 풍겨온다.
그 향기에 심취하고 있을때 쯤 연습실의 문이 열렸다.
“형...뭐하는..”
도현이구나, 조용히하라는 의미로 검지 손가락을 입술위에 올려놓았다.
뭐, 그래봤자 도현이의 육중한 걸음걸이는 조용해지지않겠지만.
형태가 깨지않게 최대한 살살 바닥에 머리를 내려놓고 도현을 데리고 연습실을 나왔다.
“헐!!이 형 꼬리가 백만개구만?”
“내가 꼬리가 어디있다고 그러냐.”
“와!!어떻게 꼬셨어요 저 토끼!”
“꼬시기는...나 여자친구 있는 몸이거든?”
“그런데 왜 무릎베개를 해주고 있어요!!허, 되게 웃겨!”
까닥하다가는 예림이에게 쪼르르 달려가 다 일러바칠 것 같아서
졸리다는데 베개가 없어서 잠시 무릎베개 해준거였다는 말만 둘러댔다.
물론 형태는 베개없이도 이 곳 저 곳 잘 드러누웠지만..
“바람 아니죠?눈빛이 심상치가 않어!”
“야, 이 형이 바람이나 피울 사람으로 보이냐?”
“네!완전 전형적이게 바람둥이구먼!애인있는데도 다른데에다 찝쩍거리고..”
투덜거리면서 연습실로 쿵쿵 소리를 내며 들어가는 도현이.
형태 깬다니깐!!안 그래도 불면증이라 잘 못자는 앤데..
끊임없이 형태에 대한 걱정만 해대며 도현이의 뒤를 따라 연습실에 들어가보니
이미 깨어서는 두 눈을 부벼대고 있는 형태.
“어, 형 어디갔다왔어여?”
“잠시 밖에. 깼어?”
“넹...근데 저 쪽에..남자 분은 누구?”
“아..이 쪽은..”
“범준이 형이랑 증말증말 친한 사입니다!안녕하세요!”
“아..안녕하세요.”
얘가 왜 이래...도현의 옆구리를 쿡 찔러주고는 형태를 향해 미소를 띄며
도현의 이름과 나이정도를 설명해주었다. 그러자 나보다 동생이구나! 라며 들뜬 형태.
도현은 형태가 영 마음에 들지않는지 인상을 찌푸리고는 계속 형태를 노려보기만 하고..
두고 볼 수가 없어서 도현의 귀에 귓속말을 했다.
“인상 풀어, 임마. 형태 무서워하잖아”
“무서워하긴 개뿔요, 오히려 신나하잖아요!”
“둘이서 나 빼고서 비밀얘기하기에여?”
“어?아니야!도현아 이만 나가라 우리 연습하게”
“헐..방해해서 죄!송!합니다!!”
삐졌는지 쿵쿵대면서 연습실을 나가는 도현이, 연습실 무너질라..
도현이가 나가자 내 손을 요리조리 흔들어대는 형태. 뭘 원하는지 나를 빤히 바라보고만 있다.
풀린 눈을 보니 다시 자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자려구?”
“넹..오랜만에 자는 잠이라서여..”
“아, 그냥 베개가져다 줄까?”
“싫어여, 범준 형 무릎베개가 제일 잠이 잘와여”
“아..응”
내 무릎베개가 좋다며 칭얼대는 모습이 왜 이렇게 예쁜지.
내가 연습실 바닥에 앉자 내 무릎에 누워서는 잠을 청하는 형태.
근데 시간이 좀 지나자 잠이 안 오는지 두 눈만 꿈벅거린다.
“형, 여자친구..있어여?”
“어..?”
아무래도 나와 도현이가 하는 말을 들었나보다.
어떻게 대답해야되지...헐, 나 뭘 고민하는거야. 예림이라는 예쁜 여자친구가 있는데..
그런데 형태에게 나 여자친구 있어, 마음씨가 예쁜 여자야. 그렇게 말하기가 어렵다.
“없어여?”
“아...있..어..”
“아...그래여?”
내 대답을 듣자 뭔가를 생각하는 듯이 한 곳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형태.
그냥 없다고 대답할 걸 그랬나? 아...진짜..내가 왜 이런 걸 고민해야돼!!
“형.”
“어?왜..?”
“난 형이, 좋은데요.”
좋아한다고?김형태가, 나한테, 좋아한다고 말한 거 맞나?
헐...헐...막 웃음꽃이 피려고 하는데 설마 그 좋아해가 아니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이 나를 억누른다.
“나도 너 좋아해.”
“아니, 그런 좋아해 말구요.”
“그..럼?”
“이성으로 좋아한다고요, 형을”
내 무릎에 누워있다가 천천히 일어서는 형태.
그리고는 어색한듯이 내 눈을 바라본다. 자꾸 시선이 피해지는 건 어쩔 수 없는걸까.
하, 심장이 너무 뛰어댄다. 왜 이러지?
“근데, 형은 아닐꺼잖아요.”
“....”
“그러니까. 나 그만 할꺼에요. 그리고 밴드는 미안해요. 형보면 더 좋아질 것 같아서.
형을 더 마주볼 자신이 없어요. 근데, 나 후회안해요 내 마음 전한 거, 오히려 후련해요.”
나도 너 좋아한다고, 그렇게 말해줄 수 없었다.
내가 형태의 고백을 들었을 때, 제일 먼저 별다른 감정없는거냐며 묻던 예림이의 얼굴과.
바람피는 거 아니냐며 물어보던 도현이의 얼굴이 스쳐지나갔다.
“저 가볼게요.”
“형태야..”
“미안해요..”
내게 뒷모습을 보이며 걸어가는 형태를 붙잡지 못했다.
버스커버스커의 베이스는 또 공석이 되버렸고 그 후 일주일동안 형태를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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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ㅋ아 올리고 싶어서 못 참겠네용...
여러분의 댓글을 기다립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