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X1997
(부제:철컹철컹 짝사랑)
*작가의 상상력 30% + 실화 70% 를 알차게 담았습니다*
"아, 귀여워"
또 그런다.
무심하게 다가와서 내 볼을 두 손으로 감싸고선 다시 무심하게 휙 지나가는 거,
아니, 왜 자꾸 사람 설레게 만드냐고!!!!!!!
내가 뭐만하면 '아, 귀여워.' 하면서 다가와서 쓰다듬고...
다른 사람들이 있으면 그냥 볼만 만지고 가고... 심장이 나마나질 않겠어...
"오빠, 조심히 다녀와요."
이번에는 오빠가 배달 가는 차례인지 배달 가방을 가지고 나가는 모습을 보곤
문 앞까지 따라나가 배웅을 해주었다.
다른 오빠들한테는 안 해주는 배웅을을 오빠한테만 특별히 해주는 거에요.
라는 말을 차마 하지는 못 하고 손만 흔들었다.
"응, 알았어"
나가면서 나에게 또 한 번 하트를 날리는 오빠.
그런 오빠에게 똑같이 손가락 하트를 보내는 나.
그러자 해맑게 웃는 오빠
이래서 내가 오빠를 좋아한다니까 ㅎㅎㅎㅎㅎㅎ
*
[오빠 보고싶어요ㅠㅠㅠ]
[보고싶어? 만날까?]
알바 끝나고 집에 막 도착한 무렵, 오빠랑 카톡하는데 오빠 답장에 잠시 멈칫했다.
만나자고?
지금 11신데?
그럼 옷은 어떻게 입지? 갈아 입어야하나?
그럼 화장은?
아직 만나기로 정한 것도 아닌데 이런저런 걱정하면서 답장을 했다.
[좋아요! 근데 버스 다 끊겼을텐데...]
[택시타면 되지]
[@@@에서 내릴거죠? 그 쪽으로 가고 있을게요!]
[ 응 알았어 옷 따뜻하게 입고 나와]
진짜로 만날 생각은 없었는데 어쩌다보니 만나게 됐다...
아니지, 지금 이럴 때가 아니야.
거울을 보며 지워진 화장을 다시 덧칠했다.
조금이라도 예쁘게 보여야지ㅠㅠㅠㅠㅠ
[나 오빠랑 만나기로 했다]
[뭐? 지금? 안 돼. ○○○ 정신차려. 안 돼]
[아아ㅏ 왜?]
[지금 시간 늦었잖아! 안 돼! 너 나가면 나한테 혼난다]
오빠랑 만난다는 생각에 신나서 수지한테 연락했더니 돌아오는 대답이라곤...
너가 그렇게 말려봤자 나는 지금 나갈거지롱 ㅎㅎㅎㅎㅎ
아직 쌀쌀한 탓에 두꺼운 후리스를 입고 집을 나왔다.
근데, 막상 나오니까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자기 친구들 데리고 와서 때리거나 이상한 짓 하는 거 아니야?
어떡하지.. 지금이라도 돌아가서 만나지말자고 할까...
꼬리는 꼬리를 물고 점점 무서운 생각이 퍼져나갈때 쯤 오빠한테 전화가 왔다,
-어디야?
"아, 저 지금 거기 근처인데... 오빠는 내렸어요?
-아, 너 보인다
오빠의 말에 뒤를 돌아 오빠를 찾았다.
아니, 어쩜 옷도 저렇게 멋지게 입고 오지 ㅎㅎㅎㅎㅎㅎ
내가 했던 아까의 걱정은 다른 걱정인 마냥 헤벌쭉해서 오빠에게 다가갔다.
"안 추워요? 멋지게 입었네..."
오빠 앞에 서서 히죽히죽 웃으며 말했다.
"그냥 입은거지 뭐, 배는 안 고파?"
"응응 안 고파요, 오빠는 배고파요?"
"아니, 난 괜찮지. 그럼 뭐하지?"
아무 계획없이 만났던터라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술 먹을까요?"
"응? 너 술 마실 줄 알아? 그럼 술집 가서 먹을까?"
"으응? 나 아직 미성년자에요!!"
"에이, 너 지금 미성년자로 안 보여"
"아, 그래도 가서 민증 검사하면 어떡해요..."
술집가서 먹는 건 무섭단 말이에요ㅠㅠㅠㅠㅠ
"그럼 맨날 어떻게 먹었어?"
"맨날이라뇨! 저 그렇게 술 많이 안 먹어요!"
"그럼 평소에 어떻게 먹는데?"
누가 보면 내가 술만 먹고 사는 앤 줄 알겠네!!!
오빠 말에 괜히 발끈해서 발만 동동 굴리며 대답했다.
"그냥 친구네서 먹거나, 밖에서...?"
"이 날씨에 밖에서 먹는 건 안 되니까..."
그렇게 오빠의 설득은 시작 됐다.
"그냥 가서 아무렇지않게 주문 시키면 모른다니까?"
"아... 그래도 해야한다고 하면 어떡해..."
"그러면 민증 없다고하면 되지 아니면 나와서 다른 곳을 가던가"
오빠의 설득에도 내 머릿속은
술 집가서 걸리면 학교에서 불려가고 가족들한테도 얘기가 들어갈거고
경찰서도... 아...
"갔다가 검사하면 그냥 나오자"
"으엉 아, 진짜 무서워여..."
무섭다면서 발만 동동 구르니 오빠가 엄청 해맑게 웃는다.
"아, 진짜 귀여워"
그 이후로 왜이렇게 귀엽냐며 내 얼굴을 만졌다가 머리를 쓰다듬었다가 어쩔 줄 몰라하는 오빠
누군 지금 심각해서 가로등 기둥만 붙잡고 고민하고 있는데, 웃어?
"왜 웃어요... 난 심각한데"
내가 투덜투덜되는 말든 계속 귀엽다며 웃고 있는 오빠.
"괜찮아, 갔다가 나오기만 하면 되지"
그래, 진짜 갔다가 검사하면 나오는거야...
그렇게 오빠랑 같이 택시에 올라타서 오빠 집 근처 주소를 불렀다.
택시에 타자마자 손을 잡는 오빠.
아..아아ㅏㅇ아니 그렇게 갑자기 손을 잡으면....
속으로는 완전 난리가 났지만 겉으로는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오빠랑 눈을 맞췄다.
난 당황하지 않았다, 난 당황하지 않아...야하는데 떨려어어어떡해ㅙㅐㅙㅐ햏
오빠는 내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자연스레 얘기를 한다.
자연스러운 척 연기하다보니 택시가 도착하고 내렸다.
"아... 오빠 어떡해요... 무서워요"
"에이, 괜찮아 그냥 가서 검사하면 나가면 되지"
오빠의 말에 무겁게 발걸음을 땠다.
괜히 술 먹자고 했나... 아무 생각없이 말한 건데 진짜 이렇게 될 줄이야ㅠㅠㅠㅠ
"가서 자연스럽게 주문 해, 알았지?
"...으응, 알겠어요..."
술집 문 앞에서 길게 심호흡을 하고 문을 열였다.
내 모습이 웃겼는지 웃음소릴 내며 따라 들어오는 오빠.
"어서오세요"
"안녕하세요"
자연스럽게... 자연스럽게... 난 성인이다...
저렇게 주문을 걸고는 먼저 보이는 테이블에 앉았다.
내 앞에 따라 앉는 오빠.
아주머니가 물과 기본 안주를 들고 오시면서 나와 눈을 맞췄다.
아...
눈이 마주치자 메뉴판으로 눈을 돌렸다.
어떡해... 너무 부자연스러웠나?
"으음... 민증 검사 해야될 거 같은데?"
저 말에 고개를 드니 나를 쳐다보고 있는 아주머니
"저요?"
"쟤 24살이에요"
당황하지 않은 척 저요? 하니 옆에서 오빠가 거들어준다.
제바루ㅜㅜㅜㅜㅜㅜ 민증은 안 돼여ㅜㅠㅠㅠㅠㅠ
"아니, 여자 말고 남자말이야"
나를 쳐다보던 눈을 오빠에게로 돌리시는 아주머니
...응? 뭐요? 내가 아니라 누구?
"아, 네. 여기"
신나게 지갑에서 민증을 꺼내서 아주머니께 보여주는 오빠
뭔가 다행이긴 한데... 뭐지, 이 찝찝함은...?
아주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후 오빠는 고개를 숙이고는 웃었다.
내가 그렇게 늙어보이나ㅠㅠㅠㅠㅠㅠㅠㅠ
오빠가 추천해준 깐풍기였나? 탕수육이었나?
지금은 기억이 안난다 ㅎㅎㅎㅎ
주문한 음식이 나오고 주문한 과일 소주도 나왔다.
드디어 오빠와 먹는 첫 술!
술 먹은 날도 몇개월 전이라 바로 취하지만 않으면 다행인데...
걱정 반, 설렘 반으로 오빠와 술을 먹기 시작했다.
역시 오랜만에 먹는 술이라 몇 잔을 먹자마자 바로 취기가 올라서 오빠가 흔들려보였다.
절대 취했다는 걸 보여서는 안 돼 ㅠㅠㅠㅠ
최대한 티를 안 내려고 노력은 했는데 뭔가 다 알았을 거 같은 느낌...
그래, 술김에 물어보는거야!!!
"오빠는 왜 나랑 안 사겨요? 아, 절대 지금 사귀고 싶다거나 그런 건 아닌데 그냥 이유가... 이유만 궁금해서..."
내 말에 뚫어져라 쳐다보기만 하는 오빠
"아직 너가 어리기도 하고, 오빠는 나이가 있는 만큼 이제 가벼운 만남을 하는 나이는 아니잖아"
오빠의 말에 묵묵히 고개만 끄덕였다.
"그냥 너가 호기심에 좋아하는 건지 아닌지도 보고 있는거고 너가 어떤 애인지도 지금 알아가는 단계지"
"그렇구나... 아, 나도 그렇게 가벼운 연애는 안 좋아해요. 내 친구 중에서도 사겼다 헤어졌다를 엄청 가볍게 하는데
저는 그런 게 엄청 싫더라구요..."
오빠의 말에 나는 진지한 마음으로 좋아하는 거다, 라는 걸 어필하고 싶었는지 갑자기 말이 많아졌다.
*
"이제 그만 먹고 일어나자"
"으응, 그래여"
취해서 그런지 말도 웅얼웅얼, 목소리도 애교스런 목소리로 변했다.
ㅇ으우어어엉 앙대느네듀ㅠㅠㅠㅠㅠ
술 취하면 말투와 목소리가 확 바뀌는 걸 이때 깨닭았다 ㅎㅎㅎㅎㅎㅎ
오빠가 계산을 하고 나오는 동안 난 밖에서 바람을 맞으며 술이 깨길 기도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바로 깨지는 않겠지만...
"○○이 많이 취했네. 택시 태워줄게"
"아냐, 내가 오빠 데려다줄게요!"
오빠의 손을 잡아 끌며 걸어갔다.
"아니야 데려다줄게"
"싫어여 내가 데려다줄래"
술에 취해서 그런지 고집을 피워댔다.
술에 취했어도 오빠랑 조금 더 있고 싶은 마음이 있었나보다.
"그럼 가는 길에 오빠 집 어딨는지 알려줄게"
오빠와 손을 흔들흔들하며 걸으니 기분이 좋았다.
여기서 사귀는 사이라는 걸로 바뀌면 엄청 좋을텐데...
"여기가 오빠 집이야"
밤이라 그런지 조용한 길에 조용조용 얘기하다보니 오빠 집에 도착했다.
"우와, 오빠 좋은 집에 사네요"
생긴지 얼마 안 된 집이라 그런지 외관이 깔끔했다.
"좋기는... 자, 이제 오빠가 데려다줄게"
그렇게 왔던 길을 다시 돌아 걸었다.
오빠를 올려다보니 오빠도 나를 쳐다보고 있었는지 눈이 마주쳤다.
"..."
"..."
서로 아무말도 하지 않고 그 자리에 멈춰서서 쳐다만 볼 뿐이었다.
먼저 움직인 건 오빠였다.
머리를 쓰다듬더니 나를 꼭 안아 주었다.
그러고선 내 얼굴을 잡고 점차 가까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아직 사귀지않는데 괜찮을까?
뽀뽀를 한다고 해도 사귀는 사이가 되지는 않잖아
여기서 받아주면 너무 쉬운 여자가 되는 거 같은데...
그 잠깐 사이에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생각을 마치자마자 오빠의 얼굴을 피해 손을 놓고선 입을 열었다.
"흥, 안 사귈거잖아"
처음으로 반말을 했던 때가 이때가 아닌 가 싶다.
그 때 이후 오빠에 대해 새롭게 느낀 점이라면
스킨쉽이 많다는 것? 가게가 아닌 밖에서 보면
자연스럽게 연인처럼 스킨쉽이 많다.
예를 들자면 허리를 잡는다거나 얼굴을 가까이해서 다가온다거나 등등?
언제는 내가 용기를 내서 물어본 적이 있다.
"오빠는 스킨쉽 좋아해요?"
"좋아하는 사람이 옆에 있는데 어떻게 참아"
이 말을 들은 후로는 아무렇지 않게 나도 스킨쉽을 받아줬던 거 같다.
엫ㅎ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