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하의 미학 02
연하는 원래 다 이래요?
"누나, 밥 사줘요-"
"…나 바빠-"
"누나 오늘 공강인거 다알아"
나도 개교기념일이예요. 우리 운명이다 그치? 능글맞게 이어오는 말에 어이가 없었다. 어쭈. 무서운 자식이네. 이거. 나 공강인건 어떻게 안거지. 아침에 먹을 것이 없어 늘 그렇듯 말도 안나오는 몰골을 하고는 편의점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이제는 익숙해진 날 붙잡는 목소리에도 전혀 동요하지 않고 걸어가다가 누나 오늘 공강인거 다알아- 하는 목소리에 걸음을 멈췄다. 너, 어떻게 알았어?
"나 원래 누나한테 관심많잖아"
반말하는 권순영을 흘겼지만, 어쩐지 밉지만은 않아 말했다. 기다려. 씻고 나올게. 내 말에 진짜?진짜죠? 하며 방방 뛰기까지 하는 권순영을 뒤로하고 다시 집으로 들어갔다. 아침부터 성가신 약속이 생겼지만, 발걸음은 왜인지 가벼웠다.
"뭐 먹어?"
"누,누나 먹고 싶은거 먹어요"
너무 오래 시간을 끌면 순영이가 너무 오래 기다릴것만 같아, 급히 씻고는 물기가 뚝뚝 떨어지는 머리로 문 앞을 나섰다. 문을 벌컥- 열자 그 옆에 기대있던 순영이가 화들짝 놀란다. 계단을 내려가면서도 내 물음에 정신을 어디에 둔 것인지, 아까의 당돌했던 권순영은 어디가고 그저 어버버 거리는 권순영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순영아"'
"…어? ㄴ,네?"
"너 지금 귀 빨개"
어. 아, 좀 더워서. 하하- 어색한 순영이의 대꾸가 빨개진 그 얼굴만큼이나 웃기다. 목부터 서서히 빨개지더니 내 말에 이제는 온 얼굴이 빨갛게 익어버리고 말았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길래 저러는 건지- 놀려주고 싶은 마음에 아직 날씨 쌀쌀한데? 하고 말하자 순영이가 더더욱 당황한 눈빛을 감추지 못한다.
"누나, 분식 좋아해요 분식?"
"분식도 괜찮고-"
"아니면 뭐 먹고 싶은거 있어요?"
늘 요 고딩에게 휘둘리기만 했는데, 당황해서는 말을 돌리는 순영이를 보자니 괜히 통쾌했다. 이런 모습을 보니 어리긴 한가보네- 하기도 했고. 딱히 먹고 싶은건 … 네가 골라! 하고 선심쓰듯 말하는데 순영이의 입꼬리가 씨익- 하고 올라간다.
"그럼 나 먹고싶은거 먹을게요"
어어- 손은 왜. 갑자기 손목도 아닌 손을 잡아채 단단히 잡고는 잡고는 휙- 하니 제 쪽으로 끌어당긴다. 그렇게 크다고는 생각못했는데, 순식간에 그 큰 손이 내 손을 전부 집어삼킨다. 엉성하게 끼워진 깍지 사이사이로 들어오는 바람이 내 손을 간질였다. 왜 마음까지 간질 거리는 것인지는. 알 턱이 없었지만.
너 소개팅 안할래? 얼마 전 은하가 대뜸 내게 건네오던 말이다. 처음에는 무슨 소개팅인가 싶어 거절했지만, 정말 좋은 오빠이니까 편하게 한번만 만나보라는 간곡한 부탁에 뭐 소개팅 한번 한다고 사귀는 것도 아니고 그냥 한 번 만나보는건데 어때? 싶었기도 했고, 눈이 머리꼭대기에 달려있는 이은하가 극찬하는 남자라면 괜찮은 사람이지 않을까하는 기대도 반쯤 섞여 결국 약속을 덜컥잡았다. 하지만, 그런 날 나는 늦잠을 자고 말았다.
"어딜 그렇게 급하게 가요?"
급히 머리를 말리고, 화장을 하고서 사두고 몇 번 입지 못한 원피스를 허겁지겁 입었다. 그러고서 급히 집을 나서는데 어디선가 익숙한 목소리가 내 귀에 박혔다. 순영이다. 그것도 무려 자전거를 탄 순영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순영아, 미안한데 시간있으면 나 그것 좀 태워줄 수 있어?"
아니, 답은 정해져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되. 무조건 오케이라고. 그래야만 해. 내 부탁이 당황스러웠는지 벙쩌있는 순영이의 대답이 채 돌아오기도 전에, 나는 순영이 뒷자리에 올라타 버렸다.
"꽉 잡아요"
"응? 나 완전 꽉 잡고 있는데?"
더 꽉 잡으면 완전 ㅂ …백허그 처럼 되버리잖아! 차마 꽉 껴안지는 못하고 높은 구두를 신은 탓에 어정쩡한 자세로 뒷좌석에 앉아 셔츠 옷깃만 슬쩍 잡고 있는 나에게 순영이가 건넨 말이었다. 부러 아무렇지 않은 척 하기 위해 뻔뻔하게도 나 완전 꽉 잡고 있는데! 하고 소리 쳤다만, 영 불안한 자세가 아닐 수 없었다. 순영이가 그런 나를 눈치챘는지, 자전거 속도를 점점 줄이고는 한 손을 핸들에서 뗀다.
"제대로, 꽉 안아야죠"
그 말을 하더니, 손을 뒤로 뻗고는 내 손을 가져가 제 허리에 올린다. 그 순간 나는 정말, 순영이가 홍당무 마냥 빨개진 내 얼굴을 보지 못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얼굴에 열이 화악- 하고 올랐다.
"근데 어디가요?"
"으응?"
"어디가는데 그렇게 예쁘게 하고 가냐고"
예쁘다니. 쉴 틈을 주지 않고 계속 사람 맘 응? 막 … 입을 헙- 하고 다물었다. 예의상 뱉었을 것이 뻔한 말이었지만, 단단한 순영이 허리에 둘러있는 내 팔 탓인지 그 말이 왠지 의미있게 다가왔다. 쿵쾅거리는 심장소리를 들킬까봐 조마조마 할 정도로 심장이 빠르게 요동쳤다. 연애를 너무 못해봐서 그런가. 나보다 3살이나 어린애 말에 설레다니. 아냐! 난 설렌게 아니야. 애써 부정하려했다.
"어 … 아! 그러니까 소개팅!"
곧 밖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이 울려대는 심장을 숨기기 위해 더 오버해서 말했다. 꼭 소개팅 가는 걸 자랑이라도 하듯 말이다. 그리고 금새 얼마나 바보같았을까 하고 자책했다. 그런데 내 말에 순영이가. 아니 순영이의 자전거가 끼익- 하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급정거 했다.
"소개팅 간다고요? 그렇게 꾸미고서?"
"어?어 소개팅"
소개팅은 당연히 꾸미고 가는거 아니야? 응? 내가 이상한거야? 당장이라도 따지고 싶었지만, 이내 하아- 하는 한숨을 푸욱 내쉬면서 다시 페달을 밟기 시작하는 순영이에 그저 그 말들을 속으로만 삼켰다. 괜시리 눈치가 보였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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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하 순영이의 누나들 ♥
별림 J 분수 설날 봉구 밍구워누 까치 이다 허쉬
안녕하세요. 죽지도 않고 돌아온 낑깡입니다. 여러분 자진납세 하는 것이지만
낑깡 = 칡 입니다. 톱배우 민규 연재하던 그 작가입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개인사정으로 연재하던 것을 잠시 그만두고 필명 바꿔서 왔어요
다시 시작하는 것이지만, 또 나름 기분이 좋네요. 말없이 연재 그만둬서 미안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죄인)(죽을죄)
무엇보다 우래기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위 했쨔나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너무 기쁘자나요 (뒷북)
움짤을 잔뜩 올리고 싶지만, 순영이 글이니까 아카미 낭낭한 순영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앞으로 우리 십칠이들 좋은 일만 가득했으면 ♥
오늘도 다같이 연하 순영이에 홀립시다 워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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