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무슨 약이에요?”
이른 아침부터 찾아온 그는 출근하기 전 먹었어야 할 약을 지금 먹는 날 보며 물었다.
“신경안정제입니다.”
“어, 그건 금지 약품 아닌가?”
“처방전이 있으면 살 수 있는 걸로 압니다.”
“아, 그래요?”
그는 곰곰이 생각하다 이내 내게 다시 물었다.
“내가 먹는 약은 어떤 약인지 알아요?”
입을 꾹 다물었다.
“이봐, 이봐. 주치의가 환자한테 관심이 없으면 쓰나.”
“…….”
“안 물어볼 거예요?”
“물어봐야 합니까?”
“당연하죠. 주치의잖아요. 내가 그 약 먹고 잘못되면 그게 다 별빛 씨 책임이 될 텐데?”
“어떤 약입니까?”
푸하하- 재밌는 사람이네. 크게 웃는 그는 이내 웃음을 잠재우고 말했다.
“궁금하면 직접 알아보세요.”
그는 내게 손에 들려있던 약통을 건넸다. 며칠 사이 약통 안에 들은 약은 줄지 않았다. 약은 처음 그대로 있었다. 그 무게는 내가 처음 약통을 받았을 때의 무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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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사형집행인의 일지
d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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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꿨다. 엄마가 나왔다. 마지막 모습 그대로 꿈에 나왔다. 일어나자 가위에 눌리듯 몸이 굳어 있었다. 덕분에 지각을 할 뻔 했다. 약 먹는 것조차 잊고 나왔다. 다행히 상비로 챙겨둔 약들이 있어 출근한 뒤 약을 먹었다. 먹고 나자 두통이 생겼다. 하지만 또 약을 챙겨야 한다는 게 귀찮아 그저 놔두었다. 두통은 알아서 가라앉았다.
어느 순간부터 꿈을 꾸는 날이 많아졌다.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건가. 스트레스를 받을 이유는 그 뿐이었다. 주치의로서 챙겨야 하는 그.
그가 내게 다시 되돌려준 약통이 떠올랐다. 그의 조카, ‘그 분’이 직접 주셨다는 이 약. 덕분에 생각이 많아졌다. 진짜로 무엇인지 알아볼까, 싶다가도 제 삼촌인데 해칠 리야…….
있겠지. 그래, 그럴 수 있지. ‘그 분’이라면 그럴 수 있지. 제 손으로 직접 제 삼촌을 이 바닥에 넣으신 분인데. 모계사회라는 그 멍청한 질서를 깨뜨린 장본인이신데. 우리의 위대하신 ‘군주’님이신데.
독재, 그렇게 쉬운 단어는 아니나 이 단어 외의 설명할 길이 없다. 그러나 이 단어는 지금 시대에 있어서는 좋은 의미로 쓰이고 있다. 역사상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세계 제 3차 대전이 끝난 지금 시대에서 국방력은 곧 힘이니까. 그리고 그 힘은 강한 위계질서로부터 나온다. 정권이 국군 위주로 재편된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나는 그에 찬성하지도, 반대하지도 않는다. 그저 내 할 일을 할 뿐이다.
단지 그 일상에 굴러온 돌 하나가 있을 뿐. 달라질 것은 없다.
[암호닉]
쟈니 님,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