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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럴줄 알았어."
"..."
"누가 그렇게 뛰어오래."
이건 뭐 어쩌라는 건지. 10초 준다면서 빨리 오라던 놈이 제가 뛰다가 엎어졌더니 엎어졌다고 화를 내네요.
멧돌 손잡이가 어디 있더라?
"기다려. 약국 갔다 올게."
"오늘 일요일!"
이미 가버렸네요. 뭐, 약국 문 닫힌 거 보면 알아서 오겠죠?
혼자 벤치에 앉아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데 북극곰만한 개가 공원 안으로 들어오네요. 지금 이쪽으로 오는 것 같은데, 피해야 하는 거죠?
근데 저 움직이면 안 돼요. 태형이가 규칙 어기는 거 되게 싫어하거든요.
"으, 으악!"
어쩔 수 없어요! 작은 개는 좋지만 저렇게 큰 개는 싫단 말이에요!
눈에 보이는 길로 그냥 막 들어갔더니 아니, 무슨 운이 이리도 없는지 막다른 길이네요. 어쩌겠어요. 벽을 넘어야죠. 별로 높지도 않네요.
오늘 치마 안 입은 걸 정말 감사히 여기며 벽에 손을 올렸어요. 개가 짖어요. 다리가 후들거려요.
저 지금 떨고 있나요?
"내가 여기 있으라고 했었나."
"태형아!"
개가 있다는 것 조차 잊고 태형이한테 달려갔더니 태형이가 알아서 개를 퇴치해주더라구요. 이런 믿음직한 남자친구가 있어서 행복해요.
"넌 왜 덩치값을 못 하냐."
는 무슨, 저게 지금 여자친구한테 할 소리인가요?
"그리고 내가 말했잖아."
"..."
"뭐라고 했지?"
".. 기다리라고."
"내가 원하는 대답은 그게 아닌데, 바둑아."
"개는 주인이 기다리라는 곳에서 기다린다."
이거 정말 때릴 수도 없고. 그래도 어쩌겠어요.
"이 다리로 잘도 뛰어다녔네."
저는 태형이의 개인걸요.
"업혀."
"근데 태형아 약은 어디서 구해온 거야?"
머리가 축축해요. 약간 땀냄새도 나는 것 같아요.
"몰라도 돼."
아무래도 집까지 갔다 온 것 같아요.
귀여운 자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