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아리는 07화
-쵸코-
이 동아리는 모순적이다.
...그리고 나조차도.
[우리 동아리는 07]
나른한 오전. 물론 오후가 더 나른하지만, 지금이 오후인 것마냥 모두 책상에 엎어져 있다.
단, 나만 빼고. 나도 그들과 같이 누우려고 책상에 올라갔을까 치마 입고 뭐 하는 거냐며 애들에게 여러 소리를 들었다.
맨날 나한테만 뭐라고 한다니까. 특히 전정국이랑 민윤기. 요즘에는 김남준도 합세해 내게 논리적으로 잔소리해서 할 말을 잃게 한다.
누워있는 애들을 노려보다가 점점 초점이 흐려질 때쯤, 갑자기 김태형이 으아악거리며 책상에서 벌떡 일어났다.
깜짝이야. 갑작스러운 괴성에 놀라 김태형을 쳐다보니 시선이 허공에서 맞닿았고 곧 김태형이 빠른 속도로 내게 다가왔다.
...근데 너무 붙은 거 아니야? 빠른 속도로 내게 다가온 김태형이 옆자리에 앉아 내 팔에 자신의 몸을 딱 붙이며 능글맞게 웃었다.
"탄소야. 심심하지."
"아니, 별로."
"심심하잖아. 얼굴에 다 쓰여 있어."
"아니라니까?"
너무 붙어오는 김태형에 질색하며 밀어냈을까 김태형이 내게 심심하냐고 물어왔다.
자기랑 놀자며 나를 붙잡고 늘어질까 봐 아니라고는 했지만 사실 매우 심심했다.
아니, 어떻게 등교를 하자마자 모두 책상 위로 엎어지는 것인지. 물론 제일 먼저 엎어진 건 민윤기였다.
도대체 민윤기는 밤마다 무엇을 하길래 학교에서 항상 잠만 잘까. 심지어 잘 먹지도 않는다.
말 나온 김에 하는 말인데 전에부터 민윤기에 대해 궁금한 게 있었다.
민윤기는 항상 밤만 되면 옷을 격식 있게 차려입고 집을 나섰다.
그것도 내가 잠자리에 들어 깊은 잠에 빠졌을 때만. 이것도 어쩌다가 깨서 알게 된 거다.
전에 고약한 악몽에 시달리다가 뜬 눈으로 숨을 몰아쉬며 누워있는데 내 방문이 살짝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한참 있다가 닫히는 거였다.
집에는 나와 민윤기뿐이니 민윤기겠거니 해서 고개를 느릿하게 돌렸는데 문 앞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상한 느낌을 받은 내가 방문을 열어 집안을 돌아다녀봤는데 민윤기는 커녕 민윤기 머리카락 한올조차 보이지 않았다.
민윤기가 아니라면 누가 내 방문을 연 걸까.
괜히 소림이 돋아서 다음날에 자는 척을 하며 방에 누워있었다. 누군지 꼭 밝히겠다는 집념으로.
이럴 때만 의지 넘치는 내가 웃겼다. 쨌든 누워있으니 어제와 마찬가지로 방문이 열렸다 닫혔다.
닫히는 순간 재빨리 일어나서 방문을 살짝 열어보니 민윤기가 계단을 내려가는 게 보였다.
뭐야, 민윤기였잖아. 김이 샌 나는 다시 침대에 누웠고 곧 잠에 빠졌다. 더 정확히 알아보지 않은 체.
지금 와서 생각해보는 건데 민윤기가 방문을 열었던 건 내가 자나 안 자나 확인해 보려고 그랬던 것 같다.
어딜 그렇게 가길래 내가 자는 것까지 확인하는 건지. 민윤기는. 왜. 왜. 내 방문을 열어 내가 자나 안 자나 확인했을까.
무슨 일을 하길래. 들키면 안되는 일인 것일까.
"에이, 심심하잖아. 나랑 놀자. 응?"
"아, 쫌! 너 이러는 거 적응 안 되거든? 저번처럼 해 봐."
"내가 뭘 어쨌다고. 태태 심심해. 놀아줘. 응응?"
민윤기의 이상한 점에 대해서 생각하느라고 옆에 달라붙어 있는 진드기를 잊고 있었다.
아직도 내 팔에 딱 붙어서 찡찡거리는 김태형을 떼려 애먹고 있는데 전정국이 무서운 표정으로 책상에서 일어나더니 빠르게 우리 쪽으로 다가와 김태형과 나를 떼어냈다.
"애가 싫다는데 왜 자꾸 달라붙어. 심심하면 너 혼자 놀던가."
"힝, 얘가 더 재밌단 말이야."
"시끄러워. 엄한 사람 괴롭히지 말고 자빠져 잠이나 자."
전정국의 말에 김태형이 뾰로퉁한 표정을 짓더니 다시 책상 위로 엎어져서 찡찡거렸다.
아, 딥빡. 도대체가 나는 김태형의 어느 모습이 진짜인지 전혀 감이 안 잡힌다.
어떨 땐 능글맞다가 어떨 땐 무표정이고 또 어떨 땐 애 같고.
한숨을 내쉬며 전정국에게 고맙다고 하자 전정국이 고개를 끄덕이며 슬쩍 웃었다.
전정국을 보니 순간적으로 그곳이 떠올랐다. 그곳은 요즘 어떠려나.
물어보고 싶었지만 차마 용기가 나지 않아서 말을 삼켰다.
어제 얇은 줄로 연결해서 만든 열쇠를 만지작거리다가 휴대폰을 켰다.
박지민이 바꿔준 번호 덕분에 이제 마담에게서 연락이 오지 않았다.
할 짓이 없어서 휴대폰을 켰다 껐다 장난을 치다가 세상 소식이 궁금해서 인터넷에 들어갔다.
옛날에는 여유가 없어서 휴대폰을 이렇게 만질 일도 없었는데.
살짝 웃다가 인터넷 메인 화면에 걸려 있는 바다 사진을 보고 떠오르는 옛날 생각에 표정을 굳혔다.
'우리 딸, 바다가 그렇게 좋아?'
'응! 탁 트이고 짭조름한 바다 냄새가 좋아!'
'이거 질투 나는데? 딸, 아빠가 좋아 바다가 좋아.'
'...음...'
'어머 여보. 질문이 틀렸잖아요. 엄마가 좋아 바다가 좋아? 이래야죠.'
'고르기 너무 어려운데요?'
'여보, 우리 집에 갑요.'
'그럽시다.'
'아아아, 농담이지! 당연히 엄마 아빠가 훨씬 좋아!'
엄마와 아빠의 웃음소리가 내 귓가에 울려 퍼졌다.
떠오르는 기억에 눈물이 차올랐고 이런 내 모습을 애들에게 들킬까 봐 황급히 책상에 엎드렸다.
'딸아, 만약 아빠랑 엄마가 죽으면 딸이 좋아하는 바다에 뿌려주렴.'
'...뭐야. 갑자기 그런 얘기를 왜 해. 아빠랑 엄마는 내가 늙을 때까지 오래 살 거야. 그치?'
'그럼 물론이지. 우리 둘이 이렇게 이쁜 딸을 혼자 놔두고 어떻게 먼저 가.'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삶에 치여 힘들다는 이유로,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내가 죽을 만큼 힘들다는 이유로 바다에 찾아가지 않았다. 와, 나 진짜 나쁜 딸이잖아?
엄마와 아빠에게 가보려고 마음을 굳게 먹었는데 문제가 생겼다. 돈이 부족하다는 것.
교통비가 만만찮게 들 텐데 내 수중에 비상금은 얼마 남지 않았다.
비상금이니 정말 만약을 대비해서 남겨놔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어쩌지. 민윤기한테 돈을 좀 빌릴까? 근데 뭐라고 하면서 빌리지.
김태형이 지쳤는지 찡찡거리는 소리가 멈췄고 조용한 동아리실 안에 애들의 숨소리와 내 목소리가 나지막하게 들렸다.
"...바다 가고싶다."
.
.
.
오늘은 어제와 달리 애들이 일사불란하다.
평소대로 조금은 지루한 하루가 될 것 같아 민윤기와 나란히 터덜터덜 걸으며 교실 문을 열었을까 애들이 모두 각자의 휴대폰을 붙들고 조용히 얘기하고 있었다.
"아니, 그니까 여기가 제일 좋다니까? 내가 알아왔어!"
"널 못 믿겠어. 항상 뭐가 부족하잖아."
"아오! 진짜 너무하네. 밤새도록 찾아왔는데!"
조용한 건 아닌 것 같다.
말이 통하지 않아 답답한 것인지 자신의 가슴을 퍽퍽 거리며 쳐대던 김태형이 단호하게 말해오는 전정국을 노려봤다.
그 모습을 문턱에서 가만히 지켜보다가 예의상 들고 온 빈 가방을 책상에 올려놓고 그쪽으로 다가갔다.
도대체 뭘 하고 있길래 다들 휴대폰만 들여다 보면서 얘기 하고 있는 거지?
어제와는 다른 풍경에 당황스러웠다. 것도 엄청. 이렇게 활기찬 애들은 오랜만이었다.
내가 다가가서 둘의 휴대폰 화면을 보려고 기웃거리자 전정국과 김태형이 나를 한번 쳐다보더니 서로 으르렁거리던 걸 멈추고 휴대폰 화면을 껐다.
...뭐야 지금? 나 의식하고 휴대폰 화면 끈 거 맞지?
"그래서 네 정보로는 여기가 더 가깝다고?"
"그렇지."
"가까운 건 둘쨰치고 난 의미 있는 곳으로 가고 싶은데."
"거길 무슨 수로 찾아. 우린 모르잖아. 어떻게 떠볼 수도 없고."
"떠보는 방법도 있지만 정보하면 너 아니겠냐."
"그래도..."
"이것도 못해? 그럼 일 때려치워."
"누가 못한데?! 사생활이니까 그렇지!"
"전에는 사생활이라도 잘만 하더니."
민윤기는 언제 저기 가 있었데. 것보다 학교에 도착했는데도 자지 않는 민윤기는 처음이어서 신기했다.
전정국과 김태형을 의아하게 쳐다보고 다시 김석진과 김남준 그리고 민윤기 가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도대체 대화 주제가 뭐길래 저렇게 열심히 얘기 하는걸까. 물론 민윤기가 빈정거리면서 김나준의 화를 돋구고 그 사이에 있는 김석진이 말리는 것이지만.
전체적으로 따져보면 얘기하는 것이니 그렇다고 치자. 내가 다가가자 김석진이 당황한 표정으로 웃더니 김남준과 민윤기의 어깨를 쳤다.
...이건 또 뭐야. 김석진이 갑작스럽게 자신들을 치자 험한 말을 하던 애들이 나를 쳐다봤고 입을 꾹 다물었다.
"뭐야 지금? 너희 무슨 얘기 하고 있는데?"
"...안녕 탄소야. 언제 왔어?"
"조금 전에 민윤기랑. 근데 무슨 얘기 하냐고."
내 물음에 김석진의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렸다. 수상했다. 매우 수상해.
내가 의심스럽게 김석진을 쳐다보자 김남준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헛기침을 연신 해댔다.
"아, 갑자기 매점에서 뭘 사 먹고 싶어졌어. 김석진 같이 갈래?"
"ㅇ,어? 그거 좋지!"
"김탄소. 뭐 먹고 싶은 거 없어?"
"...없어."
"태태는 초코빵!"
"시끄러."
김남준이 김석진을 끌고 동아리실을 나갔고 민윤기는 경진된 자세로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건 전정국과 김태형도 마찬가지.
나와 눈이 마주치자 화들짝 놀라더니 서로 허공을 바라봤다.
"너 오늘 왜 그래?"
"뭐가."
"평소랑 다르게 왜 안 자냐고."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었어."
"...뭐?"
민윤기의 황당한 대답에 헛웃음을 지으며 되물었을가 민윤기가 진지하게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사람이 안 자고 살 수 있나 없나. 오늘부터 시도해보려고."
신종 개그 인 걸까. 이해할 수 없는 민윤기의 말에 표정 관리가 되질 않았다.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난 민윤기가 김태형과 전정국이 있는 쪽으로 걸어가더니 셋이 둥글게 모여서 숙덕거렸다.
아, 도대체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다. 내가 알면 안 되는 무언가가 있나?
소외된 기분에 서운했다. 잠시만 서운하다고? 어느새 서운한 감정을 느끼고 있는 나에 매우 놀랐다.
이제 이 애들이 그만큼 내게 큰 의미로 자리잡혔다는 뜻이 된 거니까.
그래, 하지만 이건 별개고 나는 지금 기분이 매우 나빴다. 한마디로 삐졌다 이거다.
곧 김석진과 김남준이 품에 먹을 것을 잔뜩 사 들고 왔고 김남준이 화난 얼굴로 앉아있는 내게 다가와 내 품에 초코빵과 딸기 우유를 건넸다.
"난 딸기 우유보다 초코 우유가 더 좋은데."
"초코 우유는 김태형 꺼 밖에 없어서 이거라ㄷ,"
"싫어! 난 초코 우유 먹을래."
"그래. 여기."
...이것도 안 통하네. 평소의 나와 전혀 다른 행동을 보이면 무슨 얘기를 하는지 알려줄 것 같아 억지스럽게 행동해봤는데 모두 이쪽으로는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
덕분에 나만 엄청 민망했다. 얼굴이 서서히 달아올랐고 내 억지에 김남준이 곤란하다는 듯이 머리를 긁적이더니 내게 초코 우유를 내밀고 애들이 모여 있는 쪽으로 가 앉았다.
곧 그쪽에서 무슨 얘기를 하는지 애들이 웃었고 그에 내 기분은 점점 바닥으로 떨어졌다.
우리들 왔다 애들아! 시간이 조금 지나자 박지민과 호석이가 교실 문을 열고 들어왔고 나는 그 둘을 보자마자 밖으로 끌고 나왔다.
내 행동에 놀란 둘이 벙찐 표정을 짓고 서로를 쳐다보며 엉성하게 서 있었다.
나는 화난 얼굴로 벤치에 앉아서 그 둘을 번갈아가며 쳐다봤다.
"너희 왜 이렇게 늦게 왔어?"
"...ㅇ,어?! 그냥..."
"......"
"......"
얘네들도 뭔가 숨기는 것이 있는 걸까. 왠지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리는 박지만과 그냥 어색하게 웃기만 하는 호석이를 보니 그런 것 같았다.
내가 고개를 숙이고 시무룩한 체 앉아 있자 호석이가 내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왜 이렇게 기분이 안 좋아. 뭐 화나는 일 있어?"
"...응."
"뭔데. 말해 봐."
"애들이 나만 빼고 자기들끼리 얘기해."
"진짜? 그래서 화났어?"
귀엽네, 탄소.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니 호석이가 살짝 웃으며 내 옆에 앉았고 내 투덜거림을 들은 박지민도 환하게 웃더니 내 볼을 꼬집었다.
"아, 뭐하냐?"
"으유. 너 왜 이렇게 귀여워?"
"......"
"호석이랑 내가 애들 혼쭐 내줄게."
"...잘도 이기겠다."
정말이야! 이래 봬도 내가 동아리 실세야. 박지민이 고개를 치켜세우며 당당하게 말해왔다.
호석이가 갑자기 웬 지랄이야. 하고 나지막하게 말해왔고 그걸 들은 내가 웃음을 터트리자 박지민이 자신 때문에 웃은 줄 안 것인지 내가 웃었다며 기뻐했다.
귀여운 건 내가 아니라 박지민인 것 같다. 어휴, 정말.
"말 못 할 사정이 있어서 너한테 말하지 못한 걸 거야."
"그래도 나 이제 너희들 친구인데 좀 서운했어."
"그 말 듣기 좋네."
"응?"
"친구라는 말. 너가 말하니까 더 듣기 좋다. 그치?"
"응! 나 지금 완전 벅차올랐던 거 알지?"
호석이가 환하게 웃더니 박지민과 웃으며 얘기했고 내 머리를 또 한 번 쓰다듬더니 나를 벤치에서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내 손을 꼭 잡고 나를 동아리 실로 이끌었다.
"자, 내가 애들 혼내줄 테니까 동아리실로 들어가자."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호석이가 잡은 내 손을 빤히 쳐다봤다.
따뜻해. 정말 따뜻했다. 그 따뜻함에 내가 호석이의 손을 꽉 잡자 호석이가 내 손을 더 단단히 고쳐잡았다.
"야, 정호석. 너 그 손 안놓냐?"
"왜 부러워? 부러우면 너도 잡던가."
"잡으라면서 빨리 걷는 건 뭔데! 반칙이야! 반칙이라고!"
.
.
.
동아리실에 들어오자 애들이 나와 호석이를 쳐다봤고 맞잡고 있는 손을 보더니 인상을 찌푸렸다.
그에 맞서 나도 한껏 인상을 찌푸리며 애들을 노려봤다. 하나도 안무섭다! 그렇게 노려보면 어쩔건데!
내 표정을 내려다보던 호석이가 웃더니 곧 애들에게 한소리를 했다.
"너희 탄소한테 사과해."
"뭐? 뜬금없이 무슨 소리야. 그 손이나 놔."
"탄소가 너희 때문에 화났잖아. 왜 너희끼리만 얘기하는데."
...안무섭다는거 취소. 무서워지려고 한다. 나는 이런 분위기를 원한 게 아니었는데 갑자기 분위기가 살벌해졌다.
호석이의 한마디에 전정국이 인상을 찌푸리며 손이나 놓으라고 말해왔다.
애들의 표정은 점점 굳어졌고 처음에 웃으면서 말하던 호석이도 표정을 굳힌 체 애들을 쳐다봤다.
"정호석. 너 진짜 죽, 뭐야 이 분위기?"
"......"
살벌한 분위기에 마른침만 삼키고 있었을까 박지민이 요란스럽게 들어와 소리치다가 멈칫했다.
박지민이 나를 쳐다보며 무슨 상황이냐고 눈짓으로 물었고 그에 나도 모르겠다며 고개를 살짝 저었다.
"우리가 언제 우리끼리 얘기했다고 그래?"
"맞아. 우리가 언제 그랬다고."
"탄소가 그렇게 느꼈으니까 그런거겠지."
"손이나 놓고 말하지. 좀 거슬리는데."
"싫다면 어쩔건데."
전정국의 말에 호석이가 살짝 비웃더니 나를 품에 안았고 그 모습을 본 전정국이 자리에서 일어나 호석이의 멱살을 움켜잡았다.
"이 새끼가!"
"너 탄소 좋아해? 왜 혼자 열 내고 그래."
아니,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냐고! 호석이의 품에 안겨 조용히 마음속으로 울면서 소리쳤다.
분위기는 점점 과열됐고 이러다가 한 대 치 것 같은 전정국에 내가 서둘러 호석이의 품에서 벗어나 전정국의 팔을 붙잡았다.
"호석이가 갑자기 사과하라고 해서 너희들이 기분 나쁜 거 알겠는데 호석이한테 내가 시킨 거야."
"뭐?"
"나도 이제 너희들 친구인데 너희들끼리 얘기했잖아. 그게 서운했어."
"......"
"그래서 내가 호석이한테 너희 혼내달라고 한 거야. 이제 무슨 일이 있으면 나한테도 알려줘. 같이 해결하자."
내 마음을 솔직하게 말했으니까 이제 괜찮겠지 싶어서 분위기를 살폈는데 아까보다도 더 살벌한 분위기에 말문이 막혔다.
전정국이 호석이의 멱살을 놓고 나를 내려다봤다.
그렇게 서로 말없이 눈을 마주 보고 있었을까 등 뒤에서 식은땀이 나기 시작할 때쯤 김석진이 무표정으로 내게 다가왔다.
"너가 정호석한테 시켰단 말이지?"
"...응."
"따라 나와."
"어?"
"따라 나오라고. 너희도."
김석진이 동아리실을 나갔고 그 뒤로 애들이 모두 따라 나갔다.
당황스러워서 호석이를 올려다보자 호석이가 굳었던 표정을 풀고 살짝 웃으면서 나를 데리고 애들의 뒤를 따라갔다.
.
.
.
아무리 생각해도 이 상황이 너무 이상했지만 물어볼 수가 없었다.
애들의 뒤를 따라가자 정장을 입은 남자가 차 앞에 서 있었다.
그 남자가 김석진에게 예의를 표하며 고개를 숙였고 우리에게 인사를 한 뒤 차문을 열었다.
어리둥절해 하며 그 남자를 의아하게 쳐다보고만 있었을가 애들이 차 안으로 들어갔고 김석진이 내게 차에 타라고 말해왔다.
안타면 분위기가 더 끔찍해질까 봐 고개를 끄덕이며 올라탔고 내가 올라타자마자 차가 출발했다.
분위기가 무서워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지만 사실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 수가 없어서 답답했다.
무엇보다도 더 답답한건 차 안의 분위기.
차 안에서의 숨 막히는 정적에 창문을 열고 싶었지만, 그마저도 눈치가 보여 하지 못했다.
정신을 똑바로 하고 지금 상황을 정리 해보았지만 생각하기를 포기했다. 이상하면 어쩔거야 물어보지도 못하는데.
따뜻한 차 안에서 깊은 생각을 했더니 졸음이 밀려오기 시작했고 자면 안 된다는 걸 아는데도 내 눈은 멋대로 감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잠에 빠지고 말았다.
"아직도 자네."
"많이 피곤했나?"
조용히 들려오는 애들의 목소리와 선선하게 불어오는 바람에 몽롱했던 내 정신이 점점 맑아졌다.
바람 사이에 섞여 있는 짭조름한 냄새가 익숙했다.
설마 하고 무거운 눈을 떠보니 눈앞에 애들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게 보였다.
"어? 깼어."
"잘 잤어?"
"......"
호들갑을 떨며 말하는 태형이에 호석이가 살포시 웃으며 내게 물어왔다.
고개를 끄덕이고 옆을 보자 정말 익숙한 곳이 눈앞에 보였다.
내 부모님이 뿌려져 있는 바다.
넋을 놓고 바다를 쳐다보자 김남준이 차문을 열고 나에게 내리라며 고개짓을 했고 꿈인가 싶어 볼을 꼬집으며 차안에서 내렸다.
"친구가 된 기념으로 주는 선물. 어때 마음에 들어?"
"...어떻게..."
"늘 말하지만 내가 정보 하나는 끝내주잖아. 그리고 머리도."
눈물이 맺힌 체 김남준을 쳐다보자 김남준이 웃더니 손가락으로 자신의 머리를 툭 치고 내게 말했다.
천천히 고개를 돌려 바다를 쳐다보다가 나무 계단을 이용해서 밑으로 내려갔다.
부드러운 모래가 신발 안으로 들어 왔고 후들거리는 다리에 겨우 힘을 줘서 바다 앞에 쭈그려 앉았다.
엄마 아빠. 나 왔어. 그리고 늦게 와서 미안해.
차가운 바닷물이 내 다리를 적셨고 그게 왠지 괜찮다는 위로의 말 같아서 결국 나는 참았던 눈물을 터트리고 말았다.
한참을 울고 있었는데 민윤기가 내 옆으로 다가왔다.
"그만 좀 울어."
"......"
"어떻게 하루도 빠지지 않고 질질 짜냐."
"......"
미운 소리를 해대는 민윤기를 너무 울어서 충혈된 눈으로 올려다보자 민윤기가 나를 한 손으로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다른 한 손에 들고 있던 하얀 꽃을 바다에 내려놓았다.
놀란 눈으로 쳐다보자 민윤기가 말없이 살짝 웃더니 나를 내려다봤다.
"여기에 오고 싶으면 언제든지 말해. 바보같이 속으로 혼자 앓지 말고."
"......"
"너 이제 남 아니잖아. 너가 말한 대로 우리 친구잖아."
"응, 고마워 정말."
다시 눈물을 터트리자 민윤기가 내 머리를 쓰다듬고 부모님과 하고 싶은 얘기 나누라며 먼저 모래사장을 나갔다.
민윤기가 가고 모래에 앉아 하얀 꽃이 안 보일 때까지 바다를 쳐다보다 어두워진 하늘에 이제 가야겠다 싶어서 엉덩이를 털고 일어났다.
엄마 아빠 다음에 또 올게. 안녕.
엄마와 아빠에게 인사를 하고 살짝 쌀쌀해진 날씨에 몸을 부르르 떨자 내 어깨 위로 가디건이 덮여졌다.
"바다라서 좀 쌀쌀해. 이거 입어."
"...고마워."
전정국이 내 앞으로 다가와 가디건을 다시 제대로 입혀주며 말했다.
그리고 말없이 내 눈을 한참 동안 바라보더니 한숨을 내쉬고 내 손을 잡아 이끌었다.
"얘기는 다 했고?"
"응. 하고 싶었던 말 다했어."
"다행이네. 얼른 가자. 애들이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더라."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전정국의 손에 의지해 걷고 있었을까 전정국이 나지막하게 나를 불렀다.
"왜?"
"아까 많이 놀랐지. 내가 정호석 멱살 잡을 때."
전정국의 말에 아까 일이 스쳐 지나갔고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엄청 놀랐다고 속사포로 얘기했다.
그때만 생각하면 정말 아찔했다. 전정국 표정이 아주 한 대 칠 것 같았거든. 이쁜 호석이가 맞아서 얼굴에 상처라도 나면...
끔찍한 생각에 고개를 옆으로 저었다.
"응. 엄청 놀랐어. 다시는 그런 장난 치지 마."
"장난 같아?"
"...어?"
"그거 장난 아닌데."
전정국이 갑자기 걸음을 멈춰 뒤를 돌아 나를 봤고 교실에서처럼 서로 시선을 주고 받았다.
파도 소리가 우리 둘 사이에 가득 매어졌다. 꼭 우리 둘만 이 공간에 존재하는 것처럼.
너무 진지해지는 분위기에 내가 어색하게 웃었다.
"뭐래 진짜. 빨리 가자. 애들 기다리겠어."
"멱살 잡은 거 진심이었어. 정호석이 니 손 잡고 있는 거 보고 화났거든."
"......"
이상한 분위기에 내가 붙잡은 손을 놓고 먼저 계단을 올라가려고 했을까 이어지는 전정국의 뒷말에 곧 걸음을 멈췄다.
"아니. 질투 났다고 해야 하나."
"......"
내가 계단 위에 가만히 서 있자 내 앞으로 다가온 전정국이 다시 내 손을 잡고 계단을 올랐다.
손을 놓으려고 해도 전정국이 단단히 잡아와서 놓을 수가 없었다.
"농담이야."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손을 맞잡고 계단을 다 오르자 전정국이 먼저 웃으면서 농담이라고 말한 뒤 내 손을 놓았다.
아씨, 뭐야 진짜. 뭐, 농담도 못해? 어, 넌 진짜 같으니까 하지마. 농담이라는 전정국의 말에 살짝 전정국을 때리며 그제서야 표정을 풀고 웃었다.
그런 나와 전정국을 먼저 본 김태형이 울상을 지으며 내게 달려왔다.
"탄소야!! 괜찮아?! 너가 울면 내 마음이 마이 아포!"
"야 김태형. 안 떨어져?!"
"싫어! 못 떨어져!"
"아 이 진드기 새끼."
전정국이 내게 딱 달라붙어 있는 김태형을 뗴어냈고 곧 서로 투닥거리며 싸우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는데 박지민이 내게 다가오더니 자신의 품에서 편안하게 울라며 나를 안았고 그걸 귀신같이 본 전정국이 김태형에게 쏟았던 화를 박지민에게 돌렸다.
그에 민윤기는 또 시작 됐다고 욕을 퍼부으며 차 안으로 들어갔고 김남준도 고개를 흔들며 민윤기를 따라 차 안으로 들어갔다.
호석이도 마찬가지로 싸우는 셋을 한심하게 쳐다보더니 답 없는 새끼들이라며 독설을 남기고 차에 탔다.
가만히 보면 호석이는 민윤기 급으로 무서운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뱉는 것 같다.
물론 그런 모습 또한 내게 천사로 보였다.
세 명이서 신명나게 싸우는 걸 보고 있다가 들어가려고 할 때 옆에 김석진이 서 있는 것을 보고 들어가려는 것을 멈췄다.
그런 나를 보고 김석진이 부드럽게 웃었다.
"아까 많이 놀랐지? 우리들이 싸웠을때."
...전정국이랑 똑같은 말을 하네. 누가 친구 아니랄까 봐.
근데 정말 장난으로 한 말이었을까.
전정국이 내게 했던 말을 되새기며 살짝 표정을 굳혔다가 머쓱하게 웃어 보였다.
"엄청 놀랐지."
"너 놀라게 해주려고 했어. 어제 바다에 가고 싶다고 했잖아."
"...들었어?"
"물론 들었지. 친구가 말하는데. 그것도 너가 말하는데 가볍게 넘길 수는 없잖아."
"고마워. 정말."
내 말에 김석진이 아니라며 고개를 흔들다가 나를 바라봤다.
아까와 마찬가지로 갑작스럽게 진지해지는 분위기에 마른 침을 삼키며 김석진을 올려다 봤다.
"이제 어때."
"어? 뭐가?"
"아직도 죽고 싶어. 아님, 살고 싶어."
"......"
이런 얘기가 나올지 몰랐다. 그래서 말문이 턱하고 막혔다.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넋을 놓으며 서 있자 김석진이 바다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후자였으면 좋겠다. 너도. 애들도."
"......"
"아! 배고파. 빨리 저것들 끌고 밥이나 먹으러 가자."
"...응."
김석진의 뒷말은 바닷바람에 묻혀 잘 들리지 않았다.
되묻고 싶었지만 김석진이 애들에게 뛰어서 가버리는 바람에 타이밍을 놓쳤다.
차 안에서도 김석진의 질문이 내 머릿 속에서 맴돌았다. 그리고 한참을 고민했다.
나는 아직도 죽고 싶을까. 아니면 이제 살고 싶을까.
그러다 이내 결정을 내렸다.
내가 내린 결정에 후회를 하지 않길 바라며.
아니,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에필로그]
학교가 끝나고 탄소와 윤기를 뺀 나머지 아이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동아리실에 다시 모였다.
모두 무거운 침묵을 유지하며 숨을 죽이고 있었을까 곧 윤기가 동아리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문 열리는 소리에 침묵이 깨졌고 자신에게 시선이 집중돼도 아무렇지 않은지 윤기는 무표정을 유지하며 남은 자리에 앉았다.
"탄소 집에 데려다주고 온 거지?"
"어. 계속 어디 가냐고 물어오는 거 겨우 둘러 됐다."
윤기가 자리에 앉자마자 석진이 탄소에 대해 물어왔고 윤기가 한숨을 쉬며 아까의 일을 회상했다.
뭔가를 눈치챘는지 계속 붙잡고 늘어지는 바람에 매우 곤란했었다. 맛있는 걸 사온다는 약속을 하고 갸우 풀려났는데.
들킨 건 아니겠지. 탄소가 무엇을 눈치챘는지 윤기는 전혀 모르는 듯했다.
애들의 표정을 살핀 남준이 박수를 두어 번 치며 애들의 시선을 자신 쪽으로 향하게 했다.
"일단 우리가 왜 탄소 빼고 모인지 다들 알지."
남준의 말에 애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민이 살짝 웃으며 남준에게 말했다.
"아까 탄소가 바다 가고 싶다고 했잖아."
아까 전, 무기력하게 책상에 누워있을 때 탄소가 중얼거린 말을 모두가 들었다.
사실 탄소가 우는 것도. 정국은 아까 울음을 몰래 삼키던 탄소의 모습이 떠올라 인상을 찌푸렸다.
내가 그렇게 괴로워하지 말라고 했는데. 하여튼 말은 더럽게 안 들어요. 한숨을 내쉰 정국이 이어지는 남준의 말에 시선을 돌렸다.
"아마 그냥 바다가 아닐거야."
"그러면?"
"부모님이 뿌려진 바다겠지."
남준이 진지하게 말해 왔고 예상치 못한 내용에 놀라 모두 말문이 막혔는지 선뜻 먼저 말을 꺼내지 않았다.
단, 아까부터 뭐가 그렇게 신경 쓰이는지 표정을 굳히며 다른 생각을 하고 있던 윤기만 빼고 말이다.
"그걸 너가 어떻게 알아."
"걔가 그런 표정을 짓는 이유가 뭐가 있겠어."
"......"
"하나, 썩어빠진 그곳."
"에헤이. 엄연히 그곳에 다니는 사람이 두 명이나 있는데 썩어빠졌다고 하지 말지?"
자신이 다니고 있는 곳이 그렇게 평가 된 게 기분이 나빴는지 발끈한 태형이 남준의 말을 끊고 그를 밉지 않게 째려봤다.
맞잖아. 하지만 그것도 잠시. 정국이 표정을 굳히며 남준의 말에 동감하자 태형이 곧 수긍했다.
그렇긴 하지... 태형은 그곳에서 독한 향수를 풍기며 달라붙어 오는 여자들을 떠올리며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새끼. 정색까지 할 필요는 없잖아. 꿍얼꿍얼. 툴툴거리는 태형을 무시한 남준이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둘, 한진우 무리."
"아, 그 새끼 얘기 꺼내지도 마. 진짜 화나니까."
화를 잘 내지 않는 호석이 한진우 때문에 힘들어하던 탄소가 생각났는지 인상을 찌푸리며 욕을 읊조렸다.
그건 다른 애들도 마찬가지. 특히 지민이는 직접 당하기까지 했으니 더 화가 치밀어 올랐다.
아니, 얘들아. 화나는 건 알겠는데 왜 계속 말을 끊어. 남준이 자신의 말이 계속 끊기는게 마음에 안 들었는지 표정을 굳혔다.
알겠으니까 계속 해 봐. 윤기의 날카로운 눈빛에 남준이 한숨을 내쉬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
"마지막으로 부모님."
"......"
"한지우는 내가 주의시켜서 요즘 잠잠하고 그 곳도 지민이가 잘 대처해서 연락 안 올테고 남은 건 부모님이잖아."
그래서 유츄해봤지. 남준의 말이 끝나자 모두 남준의 잘돌아가는 머리에 감탄을 했다.
내가 항상 생각하는 거지만 김남준이랑 친구여서 다행이다. 석진은 마음 속으로 조용히 생각했다.
"근데 문제가 있어. 우리가 말하면 탄소가 순순히 말해주고 따라 올까?"
"......"
정곡을 찌르는 지민이의 말에 모두 각자의 생각을 멈췄다.
지민의 말이 일리가 있다. 지금껏 봐왔던 그녀는 자존심도 셌고 고집 또한 셌다.
분명 순순히 말해주지 않을 게 뻔 했고 따라 오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모두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머리를 싸매고 있는데 태형이 웃으며 모두에게 말했다.
"그게 뭐가 문제야? 몰래 하면 되지. 몰래."
이렇게 해서 태형의 지도로 몰래카메라인듯 아닌 듯한 계획이 완성되었다.
모두 탄소가 기뻐하길 바라면서.
+ 남준이가 초코우유를 건네고 난 뒤, 애들이 웃은 이유.
"야 방금 탄소 투정부리는 거 들었어?"
"당연히 들었지. 은근 귀엽다니까. 그치 정국아."
"큼, ㅈ,조금 귀엽네."
"(머리를 긁적이는 척하면서 남몰래 미소)"
"나 초코 우유 건네줄 때 진짜 웃음 나올 뻔 한거 애써 참았다고. 얼굴도 빨개졌다?"
그랬다고 한다. 껄껄.
[작가 주저리]
늦어서 정말 죄송합니다....
너무 바빠서ㅠㅠㅠㅠㅠㅠ
그래도 분량 많이 썼어요! 많은 것 같은데...
허허 아니라면 죄송합니다.
브금 고를 시간이 없어서 오늘은 브금이 없답니다!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댓글은 제게 힘이 됩니다:)
[암호닉 분들♥]
BBD님, 꾸기부님, 윤기나서민윤기님, 김지팡님.
라바님, 용용님, 두준두준님, 오월님,
풀네임정호석오빠님, 눈꽃님, 띠리띠리님, 예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