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왔습니다
written by. 블랙쿠키
'저 오빠한테 시집왔어요!'
제 2화
어제 승철 오빠를 드디어 기적 같은 재회를 하고 승철 오빠와 승철 오빠 친구들 (지훈오빠,정한오빠,부승관) 이랑 밥 먹는거 옆에서 구경을 했다. 사실 그때 모두 말 편하게 하기로 했다, 부승관은 같이 입학한 새내기라고 하더라. 암튼 오랜만에 오빠가 우리 엄마도 보고 싶다고 해서 같이 집에도 와서 이런저런 얘기도 하고 엄마는 오빠가 반가웠는지 아주 거하게 상다리 무너질 정도로 차려 조금은 이른 시간에 저녁을 먹고 오빤 자취한다는 집으로 갔다. 물론 마중은 내가 나왔지만!
꿈에서만 이뤄졌던 승철 오빠와 만남을 하고 그렇게 대충 씻고 뻗었는데 눈을 감자 말자 알람 소리가 들려 눈을 떴는데 어느새 아침이더라, 뭘 했다고 그렇게 피곤한지 수능 공부할 때도 이정도는 아니었을 거라고 믿었아. 생각보다 긴장을 많이 했나 보다.
오늘 아침에도 다른 날의 아침과 다른 점이 없었다. 눈 뜨지 말자 화장실 들어가서 씻고 나와 머리 말리고 화장하고 밥 먹고 이 닦고, 다만 다음 단계에서 이상하다고 항상 욕하고 다녔던 익숙한 교복을 입지 않는다는 거? 벌써 교복은 장롱 안으로 들어가 눈에 보이지도 않더라. 괜히 교복과 이별한다는 슬픔에 가만히 있다 정신을 차리고 뭘 입을까 하다 봄이니까 하늘하늘한 원피스를 입었다. 가방을 들고 엄마한테 인사를 하고 집을 나왔다, 이젠 학교에 가면 승철 오빠를 본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인 거 같다.
학교 근처에 오니 주위에서 막 뛰길래 뭐지 하고 주위를 휙 휙 둘러봤다. 아 나만 모르는 건가? 뭔 일 있나? 그러다 저 멀리서 모자를 눌러쓰고 달려오는 희연이를 보고 기겁을 했다. '오늘 뭔 날이야?' 내 질문을 던질 세도 없이 오토바이가 급 출발하듯, 내 손목을 잡고 헉헉거리며 같이 뛰었다.
"허, 허어ㄱ 왜 뛰어!"
"컴퓨터 자리 좋은데 맡으려면 이 정도는 뛰어야지! 오늘 시간표 만드는 날!"
아, 그 생각을 못 했네. 이유 없이 뛰어 괜히 더 힘든 거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이유를 알고 나니까 가벼운 맘으로 내가 희연이를 이끌며 뛰었다. 좋은 교수님 수업 들으려면 뛰어야지!!
컴퓨터실로 들어와서 컴퓨터를 잡고 유명한 교수님 수업으로 월요일은 오전 강의 없게 금요일은 오전 강의만 있게 만들고 정각만을 기다렸다. 내 검지 손가락아 너에게 달려있어! 정각이 된 소리에 바로 꾹 눌렀다. 한참 로딩이 되더니 성공했다. 김여주 시간표라고 적혀져 있는 걸 보고 옆에 쳐다보니 희연이 역시 성공한 거 같다. 둘이서 헤헤 웃다가 시간표를 프린터 하고 나왔다.
"아 내일부터 오전 강의 꽉 찼어, 이거 한다고 아침에 눈 뜨자마자 옷 대충 보이는 옷 입고 모자만 쓰고 나왔는데 망했네 망했어."
"에이 강 교수님 꺼 들었네, 그럼 됐지 뭐"
시간표가 잘 짜여서 기분 좋은 마음으로 학교를 빠져나오다가 희연이가 '아 나 이거 엄마가 오빠 주라고 했는데 내일 봐!' 하고 손을 흔들고 다시 학교로 들어가는 걸 보고 어제 교환한 승철 오빠 번호를 보고 전화를 걸까 말까 고민했다. 수업 중이면 어쩌지, 아 아님 오늘 수업 안 들었으면 어쩌지. 한참 고민을 하는데 왁! 하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 뒤를 쳐다보니 부승관이 특유의 웃음을 보이며 날 보고 있더라
"승철이 형 아까 수업 마치고 다음 수업 들어갔는데 음 곧 있으면 마치겠네 한 십분 있다 전화해봐. 오늘 수업 끝 일 걸"
"오 감사 근데 너 시간표는 잘 짰냐"
"내가 누구야 부승관이잖냐, 내가 또 한때 에이핑크 티켓팅은 다 성공했다 말씀!"
아니 그래서 잘 짰다는 거야 못 짰다는 거야 한번 째려봐 주니 그제야 시무룩 해지면서 티켓팅은 잘 했는데 이건 망해버렸네… 라며 손 인사를 하고 터덜터덜 학교를 빠져나가더라. 부승관 어깨가 저렇게 좁았던가? 한 번에 성공한 내가 괜히 미안해지네
학교 근처 카페에 앉아 딸리라떼를 시키고 앉아 핸드폰을 하고 있음 십오분이 지난 거 같아 부승관 말처럼 승철 오빠한테 전화를 했다. 음 어울리지 않게 발라드가 컬러링이군, 그냥 기본 컬러링일 줄 알았는데. 아냐 승철 오빠니까 어떤 거든 다 잘 어울지! 신호음이 가더니 여보세요? 하고 승철 오빠 목소리에 괜히 기분이 좋아져서 한껏 부푼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오빠! 어디야?"
"아 꼬맹이야? 이제 수업 끝나고 집 가려고 오늘 시간표 잘 짰어?"
"난 원래 그런 거 잘해! 나 학교 근처 커피숍에 있는데 오면 안돼?"
"알았어 오빠가 곧 갈게 좀만 기다려"
"응응!"
전화를 끊고 창밖만 쳐다봤다. 승철 오빠랑 커피숍이라니 대박이야. 청색 바지에 얇은 흰색 옷에 청자켓을 입고 가방 메고 고개를 휙휙 돌리며 나를 찾는데 눈이 딱 마주치는 순간 활짝 웃으며 내 쪽으로 오는 승철 오빠다. 와 진짜 비속어 나 올 것 같아. 청청 박제 시켜줘… 그래 내가 저 웃음에 뻑 갔다 말이야. 옷도 어쩜 내 남자스럽게 입을까
"밥은 먹었어?"
"아니 아직! 나 영화 보고 싶어 같이 보러 가자!"
"이렇게 계속 데이트 신청하면 오빠 설레 꼬맹아"
사실 아까 영화 후기 찾아보고 있었는데 오빠랑 같이 보고 싶어서 오빠가 자리에 앉자마자 물어봤다. 초롱초롱하게 쳐다보고 있으니 내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알겠다고 얘기한다. 내 앞에 딸기라떼를 가져가 한입 먹는 동시에 내 눈이 두 배로 커졌다. 헐 간접키스 오빠…
"뭔 영화 보고 싶어?"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오빠에 그냥 난 뻥져 있을 뿐이다. 아니 이게 아무렇지 않을 일 이야? 물론 어릴 때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었지만 그건 어릴 때니까 지금은 성숙한 어른인데 아무렇지 않게 간접키스를 해 놓고 멍하니 있는 나를 이상하다는 듯 쳐다보며 손바닥을 내게 보이며 눈앞에 휙휙 흔든다.
"간접…키스잖아."
"켁,"
다시 한 모금 더 마시는 오빠에 진지하게 간접키스라고 얘기하니 사레가 걸렸는지 콜록콜록 기침을 한다. 걱정스럽게 쳐다보면 괜찮다는 제스처로 손을 흔들더니 귀가 빨개지면서 내 앞에 다시 딸기 라떼를 올려놓고 말을 급하게 돌린다.
치 이건 무슨 반응이람. 말을 돌리는 오빠 말에 맞장구를 쳐 주며 얘기를 나누다 점심이나 먹으러 가자 하며 나를 이끌고 가길래 가방을 챙겨 커피숍을 나와 밥 먹을 곳을 찾아 헤맸다. 뭐 먹고 싶냐는 오빠 말에 오빠가 좋으면 나도 좋다는 말에 내 머리에 손을 턱하고 올리더니 어깨에 손을 올려 나를 가깝게 끌어당겨 걸었다. 그 덕에 심장이 터져라 쿵쾅 거려 죽을 거 같은 거는 나뿐이고.
"그럼 요 앞에 수제 돈가스집 생겼는데 콜?"
"콜!"
내가 사겠다고 해도 안돼. 더치페이를 하자고 해도 안돼! 계산대 앞에서 한참을 싸우다가 사람들이 우리를 쳐다보는 거 같아 흥! 하고 가게를 나왔다. 신발 코를 바닥에 콕콕 찍고 있음 안녕히가세요~ 하는 여자분 목소리가 들리고 오빠가 나왔다. 입이 대발로 나와있는 나를 보며 어깨동무를 하는 게 아닌가.
"이거 놔."
"오빠가 꼬맹이 밥 사주는 게 그렇게 안돼?"
"난 오빠한테 밥 얻어 먹는 거 싫어! 오빠가 알바해서 번 돈인데 왜 나한테 써"
"다른 애들이면 안 사주지, 꼬맹이니까 오빠가 사주는 거야."
"…진짜?"
"그래 내가 다른 여자애들 밥을 왜 사줘 내가 힘들게 번 돈인데, 우리 꼬맹이한테나 사줘야지."
"그럼 영화는 내가 살 거야 알겠지?"
"그래 알겠어 그럼 화 풀렸지?"
사실 다른 애들한테는 안 사준다는 말에 풀린 거 백퍼 맞다. 사실 남자가 자연스럽게 계산하는 그게 너무 싫더라 친구들 얘기도 그렇고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그렇고 항상 데이트 비용은 남자가 내는 게 이해가 안 됐다. 아니 그렇다고 오빠랑 내가 지금 데이트라는거는 아닌데, 아닐걸? 암튼 먼저 앞장서서 걸어가니 뒤따라오면서 조용히 내 옆에 서서 손을 잡는다.
헐 왜 손을 잡아? 갑자기 너무 당황해서 멈춰 서니 왜? 하며 안 그래도 큰 눈을 더 크게 뜨고 쳐다본다 너무 자연스러워 최승철. 누구는 남자 한 번도 안 만났는데 누구는 아주 자연스럽게 손을 잡고 있네! 와 세상 사람들 제가 이해 안 되는 거 아니죠!?
"왜 손잡아? 아주 자연스러워, 여자 많이 만났지!"
"…아니 우리 어릴 때 손 많이 잡아, 잡았는데…"
"그건 어릴 때고! 내가 여자로 안 보여?"
"……"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니야 지금 이 상황에서 그런 말을 하면 오빠랑 싸우고 집에 가서 영화를 못 볼 거 같아, 그리고 이런 걸로 화내면 엄청 이상한 애가 될 거야. 상상한 대화를 기억에서 지우려고 멍하니 앞만 쳐다봤다, 힐끔 마주 잡은 손을 쳐다보니 아주 궁금해서 미치겠더라, 왜 손을 잡았냐부터 시작해 여자를 많이 만난건 아니냐. 물론 어릴 때 손을 자연스럽게 잡았긴 잡았는데
근처에 있는 영화관으로 들어와서 이번에는 내가 사겠다는 의지로 오빠를 힐끔 쳐다보고 영화를 예매하러 갔다. 밥 먹으면서 무슨 영화를 볼지 이미 정해서 바로 그 영화 이름을 말했다. 알바생의 시선이 우리 둘의 손에 닿는 걸 보고 허겁지겁 오빠랑 나는 손을 땠다. 방긋 웃으면서 알바생이 하는 말은 '커플석으로 해 드릴게요' 라며 아무런 상의도 없이 커플석 중에 좌석 중에 고르라고 컴퓨터를 보여줬다.
"아, 아니 저희 커플 아닌…"
"이 자리가 좋겠네, 여기로 주세요."
승철 오빠가 이미 자리를 선택했더라, 무슨 행동이야 이거? 라는 표정으로 쳐다보니 특유의 웃음을 보여주며 오빠는 팝콘 사러 갈게 라며 자리를 벗어난다. 아니 팝콘도 내가 살 거야!! 급하게 결제를 하고 후다닥 뛰어 가니 이미 콤비 세트로 계산을 하고 난 후 더라. 주먹을 꼭 쥐고 원망하는 눈빛을 보냈더니 어색하게 웃으며 팝콘이랑 콜라를 들고 영화 시간은 언제야? 라며 시선을 피한다.
"팝콘도 내가 사야지 말이 되지!"
"영화 샀잖아 그럼 팝콘은 남자가 사야지"
"밥도 샀으면서…"
못 말린다는 표정을 짓고 눈을 한번 찡그린다. 괜찮다는 말이겠지 뭐, 괜찮긴 무슨. 흥 하고 오빠 손에 들어있는 콜라를 내가 들었다. 영화관으로 올라가서 표를 보여주고 자리에 앉았는데 생각해 보니 큰 콜라인데 빨대가 한 개잖아? 뒤늦게 그걸 알아체고 오빠한테 '왜 빨대가 한 개야?' 라고 물어보니 헐 하는 표정이다.
이미 영화는 시작하려고 하는데 다시 나갈 수는 없는 상황이라 그냥 어떻게는 되겠지 하고 편하게 의자에 기대서 팝콘을 집어먹었다. 영화를 보다가 아무 생각 없이 콜라를 먹었다. 근데 진짜 둘 다 아무 생각 없이 콜라를 먹어서 영화가 끝나고 텅 빈 콜라를 들고 나왔는데 그제야 생각이 나더라. 오늘 일기에 적어야겠다. 승철 오빠랑 간접키스 두 번 한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