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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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영은 소녀를 살려주기로 했다.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전원우의 부탁이기도 했고. 순영은 얼굴을 한번 쓸어내리고는 이제 그만 아지트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훌쩍거리며 자신을 바라보는 소녀를 두고가기 영 찝찝한 느낌이 들었지만 살려주는 게 어디. 기분이 더럽다. 이 느낌을 표현하기에 한계가 있던 순영에겐 더럽다-. 이 표현이 현재로서는 최선이였다. 자신이 맡은 살인과 관여 된 모든 사람을 죽이는 것 또한 임무. 난생 처음 임무를 어긴다는 생각에 드는 책임감이라고 생각하며 집을 나서려는데 소녀가 급하게 옷자락을 잡는다.
"가, 가지 마세요."
작게 떨리는 작은 손이 조금은 우습다. 저 하얀 얼굴도 긴 검은 머리도, 눈물 고인 날 향한 저 초점없는 눈동자도 눈에 밟힌다. 이 꼬마에게 말해야 하는걸까. 나는 전원우를 죽인 킬러라고. 그래야 하는걸까.
"꼬마... 너 내가 누군지 알..."
갑자기 집 밖에서 들려오는 인기척에 순영이 하던 말을 멈추고 귀를 기울인다. 집 밖 10m 내 성인 남자 두 명이 이쪽을 향해 오고 있다. 순영은 빠르게 소녀의 입을 막고는 몸을 숨긴다. 그리곤 조심스럽게 총을 꺼냈다.
쾅-. 문이 부셔지는 소리와 함께 거구의 남자 두명이 집 안으로 들어온다.
쟤들이 여긴 왜?
순영의 눈이 가늘게 떠진다. 보스의 친인척이기도 한 쌍둥이 형제 A-1과 A-2. 분명 이번 임무는 자신에게 내려진 것이였다. 다른 이들이 올 필요가 없었다. 더구나 자신이 맡았던 임무라면. 자신에게 숨겨진 임무가 또 있던 걸까. 순영은 조용히 있으라는 뜻으로 자신의 손가락을 소녀의 입술에 살짝 가져다 둔다. 그러자 소녀는 살짝 고개를 끄덕인다. 소녀를 놔둔 채, 순영이 그들 앞으로 모습을 보인다. 갑자기 나타난 순영의 모습에 쌍둥이 형제도 다소 놀란 듯 보였다.
"호...호시! 네가 아직도 여기 왜 있어?"
"그럼 너흰. 왜 여기 있지?"
매서운 눈을 가늘게 뜨며 쳐다보는 순영에 쌍둥이 형제가 우물쭈물하며 입을 연다.
"우리도 임무가..."
"내가 이미 끝냈어."
쓰러져있는 전원우를 턱끝으로 가리키며 순영이 말했다.
"그게 보스가 어떤 여자애를..."
A-1의 대답에 A-2가 급하게 그의 입을 막는다.
여자애..? 순영은 슬쩍 숨어있는 소녀를 흘겨봤다.
힉! 그 때 숨어있는 소녀 쪽에서 큰 숨소리가 났다. A-2가 성큼성큼 그 쪽을 향해 다가간다. 순영의 머리가 빨리 돌아간다. 보스는 왜 굳이 저 소녀를 필요로 하는 걸까. 그걸 왜 나에게 말하지 않았을까. 저 소녀가 조직에 들어가면... 더럽혀지겠지.
꺅!
소녀의 짧은 외마디에 그쪽을 향해 고개를 휙 돌렸다.
"A-1! 빨리 와봐. 여기 숨어있었어. 이야, 꽤 이쁜데?"
"왜...왜 이러세요. 살려주세요..."
소녀는 겁을 먹은 듯 울먹이고 있다. 한 두번 본 상황도 아니면서 왜이리 저 소녀가 눈에 밟히는 걸까. A-2의 손길을 피하려고 이리저리 몸을 흔든 탓에 흰 원피스 안의 소녀의 흰 다리가 다 드러났다. 그 흰다리에 닿는 쌍둥이 형제의 손이 유독 더러워보였다. 순영은 살짝 눈을 감고는 그대로 뒤를 돈다. 가야겠다. 이제 그만. 젠장-. 기분이 더럽다.
아저씨!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순영이 우뚝 발걸음을 멈췄다.
"살려주세요... 아저씨 저 좀 살려주세요..."
소녀의 외침에 쌍둥이 형제도 의아하다는 듯이 순영을 쳐다봤다. 순영은 한숨을 내쉰다. 그리곤 권총을 장전한다.
하-. 미치겠네.
"야, 쌍둥이. 보스가 그 여자애 얼굴 아냐?"
순영의 물음에 쌍둥이 형제가 고개를 젓는다.
"너희만 알아?"
쌍둥이 형제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자 순영이 권총을 들고 나지막하게 말한다.
"그럼 됐어."
탕!
탕!
짧은 총성과 함께 쌍둥이 형제가 소녀의 옆으로 픽 픽 쓰러진다. 순영은 놀랐는지 덜덜 떠는 소녀에게 걸어가 일으켜 준다. 소녀의 새하얀 얼굴에 튀긴 피가 그닥 어울리지 않아서 살짝 얼굴을 찌푸리다 손으로 닦아본다. 거슬리는 쌍둥이 형제도 발로 툭툭 까본다.
아...아저씨, 지금 무슨...
소녀의 물음에 순영이 잠시 한숨을 내쉬곤 담배를 꺼내든다. 불을 붙이고 한모금 깊이 내쉰다. 그 연기가 매운지 소녀가 연신 콜록거린다.
넌 어쩜 이렇게 나랑 다를까. 순영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소녀를 내려다 본다.
"내가 누군지 이제 알겠어?"
".........."
날 경멸하겠지, 내가 무섭겠지.
"...
고... 고맙습니다.
소녀의 대답에 순영은 피식-거리며 바람빠진 웃음소릴 내본다. 킬러에게 고맙습니다라니. 소녀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짐작할 수가 없다. 소녀의 행동은 물론 자신의 행동까지. 고맙다는 소리를 언제 들어봤던가... 들어본적이나 있나? 순영은 반쯤 탄 담배를 바닥에 떨구곤 발로 밟으며 생각한다. 순수한건지, 멍청한 건지-.
이제 정말 가야겠다. 다신 보지 말자 꼬마.
생각보다 많이 지체한 시간에 서둘러 집을 나서려는데 또 소녀의 목소리가 순영을 잡는다.
저 좀 데려가주세요.
소녀가 비틀비틀 순영을 향해 걸어온다. 정확히는 순영이 있을 것 같은 방향이지만.
"저 좀 데려가주세요. 원우 아저씨가 그 쪽 따라가라 했단 말이에요."
"........."
"같이 가요... 네?"
"하... 내가 한 말 뭘로 들었냐. 나 킬러야. 난 너도 죽일 수 있어."
"안죽였잖아요."
".......?"
"안죽이고 살려줬잖아요 나. 아저씨 나 안죽일거잖아요."
그니까 나 아저씨 따라갈래요.
소녀가 미소짓는다. 그 미소 사이로 미끄러지는 눈물이 눈에 들어온다. 비틀비틀 걸어오던 소녀가 그대로 순영의 품에 쓰러진다.
눈은 밖으로 나가면 얼마든지 쌓여있는데 왜 지금 이곳에 내리고 있는 건지. 어느 순간, 본인도 모르는 사이 소녀는 순영에게 함박눈처럼 밀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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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적도 없는 사람을 따라가라고요? 나쁜 사람이면 어떡해.'
'음... 그럼 설아 이렇게 할까?'
'내가 없어 이 세상에. 아, 만약에 말야. 또 그런 표정짓는다. 어쨋든, 아저씨 친구가 그럴 때 설이를 구해준다면 그럼 무슨 일이 있어도 따라가 그 사람. 왜~ 착한사람이잖아. 나쁜 사람이면 널 왜 구해줘. 자, 약속하자.'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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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얘 누구야? 혹시 숨겨둔 딸?'
''닥쳐. 아니니까.'
'아니~ 오빠가 여자를 여기 데려왔다는게 우린 신기해서~'
서서히 드는 정신과 함께 꺄르륵 거리는 여자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눅눅한 지하실 냄새가 가득했다. 살짝 서늘하기도 하다. 여긴 어디지? 한참을 멍하니 두리번 거리는데 옆에서 높고 콧소리 가득한 여자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머어머어머, 일어났다. 일어났어.'
'얘 좀 봐~ 진짜 하얗다.'
'여리여리 하다 진짜. 너무 작은데? 호시 오빠 스타일이야?'
'그래서 우리한테 관심도 없던거야 오빠~'
꺄르륵 거리는 여자들의 목소리 사이로 이젠 낯설지만은 않은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시끄러. 다 나가."
꺄르륵 거리던 여자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자 나는 입을 열었다.
"여기... 어디에요?"
"내 집, 내 방. 내가 자란 곳. 내 조직."
아저씨의 말을 듣고나서야 나 정말 이 사람을 따라왔구나라는게 실감되었다.
"후... 방금 나간 여자들... 이제 조직 모든 형제들에게 내가 널 데려왔단 사실이 알려질거야. 내가 알아서 할테니까 그들이 말을 걸어도 아무 대답하지마. 상대하지마."
"왜..요?"
"너랑 안 어울리니까."
사실 아저씨의 말이 잘 이해되지는 않았다. 툭 던지는 듯한 아저씨의 무심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름."
"설... 설이라고 불러요 다들."
"성은"
"몰라요... 사고로 기억을 잃은 적이 있어서..."
"............"
"아, 아저씨 이름은요?"
"..........."
문뜩 그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말해주기 싫으면 말고요... 라며 말끝을 흐리자 짧게 호시-라는 대답이 들려온다.
호시... 호시... 몇 번 속으로 불러본다. 아마 진짜 이름은 아니겠지?
"지금 널 이곳에 데려온 걸 후회하고 있어. 아무리 봐도 넌 이곳과 어울리지 않아. 지금이라도 떠나. 우리가 내뱉는 공기조차 더러워서 넌 금방 시들어버릴거야."
아저씨는 뭐가 이렇게 불안한걸까. 난 아저씨만 믿고 이곳에 왔는데. 조심스레 목소리를 향해 손을 뻗었다. 내 손가락에 닿는 아저씨의 눈두덩이와 코, 입이 부드러웠다. 나와 아저씨의 숨소리가 조용한 방에 들렸다.
"아... 이렇게 생겼구나. 아저씨 대따 잘생겼네요?"
뜬금없는 나의 동문서답에 아저씨가 당황한 듯 내 손을 쳐낸다. 그런 아저씨의 행동에 나도 모르게 푸웃하곤 웃어보았다.
"좋은 사람이에요... 고마워요 아저씨."
"...... 난 결코 좋은 사람이 되지 못해. 네가 틀렸어."
그럼 난 살며시 고개를 저어본다.
난 아저씨가 어떻게 생겼는지, 어떤 사람인지 볼 수는 없지만... 마음을 볼 수 있거든요.
'설'
이 소녀의 이름은 설이다. 눈이 발목까지 쌓였던 숲속에서 눈같은 아이를 만났다. 이 꼬마는 내가 얼마나 잔인한 사람인지 알까. 순영은 자신을 처음보자마자 환하게 웃으며 다가오던 설이의 얼굴을 떠올려 본다. 꼭 이 이름이였어야만 하는 것처럼 너무도 잘 어울리는 이름에 순영이 어이없는 웃음을 지어 본다.
"넌 왜 하필 그 많은 사람 중에 나를 만난걸까. 그리고 난 널 왜 데려온 걸까..."
자신이 지금 얼마나 엄청난 곳에 온 걸 아는지 모르는지 자는 설이의 얼굴은 보는 사람까지 편안해지게 할 정도로 평온하다. 순영은 한참이나 설의 얼굴을 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한다. 지금이라도 죽일까. 이 꼬마는 전원우랑 무슨 관계일까. 원래의 순영이라면 당장 소녀를 깨워 윽박지르며 비밀을 캐내려고 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물으면 안될거 같아서, 편히 잠든 설이의 모습을 다섯살 난 꼬마가 갓태어난 아기를 보듯이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다. 감히 만질 수도차 없을 정도로 깨끗해 보여서.
"그래서 누군데?"
언제 들어왔는지 옆에 다가와 묻는 승철에 순영은 쳐다보지도 않고 그저 조용히 대답한다.
"설이. 전원우의 바람꽃."
"뭔 소리야. 미쳤냐. 지금 밖에 난리났어. 네가 무슨 여자를 데리고 왔다면서...뭐? 전원우?"
"응. 전원우가 떠났던 이유래."
"그게 사실이면 대박인데? 전원우의 여자인가."
그럴까...
"근데 네가 왜 데려와?"
"몰라. 그냥 기분이 이상했어. 얠 보니까 죽일 수가 없었어."
"반했어?"
호시가 눈을 치켜뜨고는 승철을 노려봤다.
"아니 그렇잖아. 오로지 조직밖에 모르는 네가 여자를 데리고 오다니. 나도 얼굴 좀 보자."
순영 너머의 설이를 보려고 고개를 기웃거리던 승철은 결국 순영에게 한 대 맞고나서야 얼굴을 비비며 뒤로 물러난다.
"드러웠어."
"아야야... 뭐?"
"기분이 드러웠다고. 손만 뻗으면 이 숨통을 끊을 수 있는데, 그게 안되잖아. 내 생각처럼 안되고 내가 아닌거 같았어. 얘 눈이 안보여서 그런지 날 무서워하지도 않아. 뭐라고 해야하지. 밖에 저 눈처럼 엄청 하얘. 근데 그 눈은 내가 한 번 밟으면 흙탕물이 되기도 하고 피로 얼룩지기도 하잖아. 그걸 생각하니 또 기분이 드럽고."
순영의 대답에 승철이 푸하핫 거리며 배를 잡고 웃는다. 순영은 말없이 그런 승철을 노려본다.
"아, 배야. 웃긴다 진짜. 네가 그런 생각도 다 들고. 얘가 대단하긴 대단하다. 야, 호시. 그건 기분이 더러운게 아니야. 우리 더러울 때 그냥 아무나 죽이잖아. 넌 근데 죽이고 싶진 않았다며. 마음만 혼란스럽고."
"그럼 뭔데."
얘만 보면 기분이 이상해.
승철이 슬쩍 미소짓고는 쇠문을 열고 나가버린다.
네가 깨달아야지. 그런 느낌을 뭐라고 하는지.
승철이 나가고 순영은 턱을 괴고 설이를 한참이나 훝어본다. 검은 눈썹, 긴 손눈썹, 작은 코. 붉은 입술.... 새하얀 얼굴.
아무도 몰래 손가락으로 볼을 꾹 눌러본다. 말랑거린다. 창밖에서 별빛이 살며시 들어온다. 항상 어두운 밤같던 순영의 방도 오늘은 조금 별이 드는 것 같았다.
설....
너는 누굴까.
꼬마야,
넌 날 따라온 걸 후회하게 될거야.
누군가의 이름을 입에 담는다는 건 어색하기만 하다. 순영은 몇 번이고 중얼거리며 설이의 이름을 불러본다.
암호닉
너무 오랜만이에요. 미안해요....ㅠㅠ 완전....
세븐틴 컴백했잖아요.ㅠㅠ 뒷북 쿵쾅쿵쾅
세븐틴 사랑해 ㅠㅠ
ㅅ
세젤예덕이 이스트팩 봄봄
윤천사 자몽 데스티니
스포시 쯜리퍼 일공공사
제주도민부승관 잔별 닭키우는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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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3 원블리 말랑이 밍구
달빛 꽃소녀 아이스망고
가마 여기봐 천상소
달빛 순뿌염 원우야밥먹자 라볶이
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