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 어디가? 슈퍼가?"
"누나? 왠일이냐"
나갈려는 채비를 하니 내 방앞에서 고개만 빼꼼 내밀고 하는 동생녀석이다.
"초콜릿 사러가지? 내것두사와"
"같이가"
"나 바빠. 배추랑 다녀와"
저자식이. 하는 수 없이 놀고있는 배추의 목에 목줄을 매고 지갑을 챙겨서 집을 나섰다. 밤에 혼자는 좀 무서우니까
"배추야, 집에가면 석민이 머리통을 확 물어버려 알았지?"
매년 입학식 전날에 초콜릿을 사러가는 나의 행동 패턴을 파악한 이석민은 나에게 심부름을 시켰고
난 진짜로 이녀석이 내 동생이 맞을까 싶을 정도로 얄밉다
저런애랑 같은 학교를 어떻게 다니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슈퍼에 도착했고 내가 먹을 크런키와 이석민이 먹을 허쉬를 사고
집으로 돌아왔다.
"야! 가져가"
"갖다줘"
"저게진짜.."
"고맙다 수고했어 우리 너봉이 "
"너 진짜 죽고싶냐, 이것들은 또 다 뭐야? 방에서 뭐하는 거야?"
"내일 학교가서 애들 처음 만나는데, 이 몸의 멋진 모습을 보여줘야지"
방이 엉망이다 엉망. 혼자 패션쇼라도 했나, 진짜 우리집에서 어떻게 이런 별종이 나왔지...
아빠는 큰 합기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시고 엄마는 사회복지사이시다.
두분 다 기본적으로 애교있으시긴 하지만 품위있으신데, 이렇게 이상한 애의 유전자가 도대체 누구 유전자인지 심히 의심스러워진다.
"야, 너 입학해서 나 누나라고 말하고 다니기만 해봐. 죽어"
"너나. 나중에 니 친구 만나보라고 나한테 구걸하지나마라. 배쮸야~~ 인누와"
나한테 저딴 말을 해놓고 배추를 데려가는 놈이다. 놈의 침대에 허쉬를 던져주고 방을 나가려는데,
"오늘 밤에 천둥번개 칠 수도 있데, 무서우면 내 방와"
그새 내가 던진 초콜릿을 까서 먹고있던 이석민이 말했다.
"이제는 잘 잘 수있어든"
"퍽이나"
함부로 장담하는 녀석에 괜히 오기부려가며 잠을 청하러 갔다.
"하... 미치겠네"
그렇다. 나는 천둥을 많이 무서워한다. 어렸을 때 이석민이 재밌다고 보여준 영화는 굉장히 무서운 영화였고 그 영화를 본 뒤로
나는 귀신도, 천둥도, 어둠도, 좀 많이 무서워한다. 그래도 옆에 사람만 있다면 별로 무서워 하지 않는다.
그에 따른 엄마의 처방은 석민이와 같이 자라는 것이었고, 저렇게 징그럽게 자라기 전까진 같이 잤었다.
그리고 지금 석민이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었다. 내일은 1학년들은 입학식이겠지만 2학년들은 정상 수업을 할 것이다.
선생님들과의 첫인상에서 꾸벅꾸벅 조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그리 좋지 못한 태도이니까.
"누나, 니 지금 무섭지??"
언제 또 귀신같이 왔는지 석민이가 방문 앞에 서있었다.
아까 한 말을 지키고 싶어서 지금까지 참은 건데, 그래도 더 이상 자존심 세우다간 내가 더 잃을 게 많을 것같다.
"언제까지 혼자 못 잘꺼야??"
깐족대는 저 입을 꼬매고싶다.
"싫으면 가"
내 대답에 실실웃은 석민이는 내옆에 누워서 팔배게를 해줬다. 옛날엔 내가 해줬었는데 많이 컸네. 우리석민이
누나도 생각해주고. 괜히 석민이가 기특해지는 순간이었다.
"누나, 친구중에 이쁜 누나없어???"
"......"
".....아!"
"빨리자라"
기특은 개뿔. 헛소리를 해대는 이석민의 옆구리를 찔러주고 잠을 청했다.
-
"다녀오겠습니다."
"다녀오겠습니다!!!엄마!!아빠!! 좀 이따 봐여!!"
이 시끄러운 놈과 앞으로 같이 등교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귀가 아려온다. 나는 사실 이석민 때문이라도 여고에 가고싶었다.
그러나 우리 중학교에 홍보하러 온 언니가 기가막히게 홍보한 탓에 내 1지망 고등학교는 인원 초과가 되었고 난 보기좋게 떨어졌다.
그렇게 2지망인 공학에 오게되었고 엄마는 남매가 같은 학교 다니면 등록금이 할인 된다고 이석민을 우리학교로 가게했다.
"너, 니 반이 몇반인지는 알아?"
"몰라. 민규가 알껄?? 나 걔랑 같은반 됬어. 저기오네"
"걔도 우리학교야?? 미치겠네"
김민규. 이석민 중학교때부터 절친이다. 처음에 한번 보고 허우대 멀쩡한 놈이 왜 이석민이랑 친한가 했지만 얘도 이석민 만만치 않게
이상한 애라는걸 알아버렸고, 지금 난 이 등교길을 저주하고싶다.
"누나 안녕하세여~~^^"
"그..그래 앞으로 둘이 다니겠네..?"
"당연하져!! 근데 누나 학교에 이쁜누나 많아여??"
"......"
누가 친구 아니랄까봐 똑같은 질문을 하는 녀석이다.
"너는 입학식 안와??"
"난 수업이야"
"헐. 수고해"
"(끄덕끄덕)"
학교 교문앞에서 이석민과 김민규는 강당으로, 그리고 난 내 반으로 향했다.
계단으로 3층까지 오른 뒤 내 반을 찾았다
"여깄다 3반."
뒷문을 열고 들어가 창문쪽 분단의 2번째 줄에 앉았다. 귀에 이어폰을 끼고 노래를 들으며 어제 사뒀던 크런키를 꺼내 먹으면서
창밖으로 등교하는 애들을 보고있을 때였다.
누군가가 내 어깨를 톡톡 쳤다.
"안녕"
"어...? 어 안녕"
권순영이었다.
# 작가: 안녕하세요~~ 글잡은 처음인데요 앞으로 시간날 때마다 틈틈이 오겠습니다!! 프롤로그는 제가 항상 꿈꾸던 남동생 느낌의 석민이로 써봤구요 남주는 아직 저도 정하지 못해서 말머리를 저렇게 할 수밖에 없었어요ㅠㅠㅠ 여튼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구요 앞으로 자주 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