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빛 씨는 뭐에 관심 있어요?”
“없습니다.”
“없어요? 진짜?”
그는 의아한 듯 다시 물었다.
“어릴 때도? 그럼 대학 때는요? 막 전공, 이런 거 있잖아요. 그런 것도 관심 없었어요?”
휘몰아치는 그의 질문에 조금 고민하다 대답했다.
“정신과 쪽으로 관심이 많습니다.”
“아, 진짜?”
“상담 필요하시면 얘기하셔도 됩니다. 준전문가 수준이니까요.”
그가 웃었다.
“정신과를 찾는 사람들은 뭘 원하는지 알아요?”
“…….”
“들어주는 걸 원해요. 그리고 공감해주길 바라죠.”
그의 말은 나의 정곡을 찌르는 듯 했다. 분명 생략된 말이 있었다.
‘별빛 씨한테는 어려운 일일 거예요. 그죠?’
그는 눈으로 내게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다시 원래의 순한 눈을 하고는 웃었다.
“아, 오늘 점심 들었어요, 뭐 나오는지?”
그는 아주 가볍게 대화 주제를 바꿨다. 이 공기를 가볍게 환기시켰다. 그는 헤실헤실 웃으며 날 대했다. 그 사이, 그는 이미 나에 대해 파악하고 있었다. 왜인지 그에게 진 기분이 들었다.
어느 사형집행인의 일지
e일차
일이 터진 것은 내가 야근이랍시고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소란스러워선 안 될 밖이 소란스러웠다. 내 주위로 갑작스레 바리게이트가 쳐졌고 누구도 들어오지 못하게 철문이 닫혔다. 창문 틈새로 쳐다 본 밖은 아수라장이었다. 불기둥이 올랐던 걸 마지막으로 보았다.
실제로 폭동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으나 이미 며칠 전부터 예상하고 있던 지라 놀랍지는 않았다. 폭동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국군을 지휘하는 그가 들어왔으니 말이다. 그에게 칼을 갈고 있는 놈들은 많았다. 아마 이번 폭동은 그 놈들의 지휘 하에 시작되었을 것이다.
궁금한 것은 그들이 진짜로 그를 해쳤을 지에 관한 것이었다. 그들은 그의 앞에 진격했을까. 그는 정말 그들에게 잡아먹혔을까.
그는 항상 순한 눈을 했다. 어린 시절, 머릴 다친 이후로 느낌이란 걸 어려워하는 나도 그를 보면 마음이 편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공기를 순하게 만들어준다고 해야 할까. 그에겐 그런 힘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그 치열한 곳에서 대위라는 직위까지 얻었던 사람이다. 그의 편안함이 그의 진짜 모습은 아닐 거라 짐작했지만 오늘 그것을 정확히 느꼈다. 분명한 것은 나는 그의 한계를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가 만만치 않은 사람이란 걸 느낀 오늘이었다. 그리고 그를 향한 분노가 터져 나와 폭동으로 이어진 것도 오늘이었다. 아마 그들이 나와 같다면 그의 앞에 머릴 조아리게 될 것이다. 그 특유의 분위기는 분명히 편안하나 동시에 두려움을 만들어낸다. 경외敬畏라는 말을 쓸 수 있는 자가 있다면 아무래도 그이지 않을까. 그는 분명한 위압감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명백했다. 나 또한 느꼈으니까.
또한 그들 모두가 감각적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모두가 본능적이었다. 그들은 그 본능으로 이 바닥을 살아간다. 다년간 그들 곁에서 그들을 진찰하며 체감한 것이었다. 그런 그들이, 과연 그를 해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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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원했었습니다. 늦게 와서 죄송합니다.
[암호닉]
쟈니 님,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