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일곱, 여자 하나
─ 11
67. 방탄의 지인들
멤버들은 딱히 연예계 지인들이 많지 않았다. 태형을 제외하고. 김스치면 인연을 제외한 나머지 멤버들은 그다지 친화력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윤기와 프라이머리, 찬열처럼 의외의 인맥도 있긴 한데, 대부분 태형의 지인은 방탄의 지인이었다. 태형 덕에 다 친해지는지라. 그래서인지 홍일점 00은 여자인 지인보다 남자인 지인이 훨씬 많았다. 초반에만 상큼한 걸그룹과 친해지고 싶다며 성화였지만 요즘은 해탈의 경지까지 갔다. 태형이 해맑게 새 친구를 사귀었다고 방방 뛰면 응, 잘했어~ 하고 칭찬해 줄 정도로. 사실 태형이 여자와 친해질 기미가 없어 보이자 자신이 발 벗고 나서 여자들과 친해지기 시작했다. 남자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이게 다 끝내 주는 사회성 때문이겠지. 뭐 어쨌거나, 친화력이 좋은 태형이 사람들을 끌어와 주면 00의 뛰어난 사회성으로 자연스레 융화시키는 쪽으로 멤버들은 사람들을 사귀곤 했다.
"한상혁 와써?"
"네. 누나 오랜만이에요!"
"그동안 뭐 하고 지내써, 우래기? 어빠랑 영화 보러 갈래?"
"아, 누나, 그 말투 자제 좀요."
"상혁이 말이라면 누난 다해 줄 수 있어!"
─이렇게, 빅스의 상혁이라면 껌뻑 죽기도 했고. 그럴 때마다 동갑인 지민과 태형은 부들거리는 주먹을 가만히 말아쥐고 침을 꿀꺽 삼켰다. 절대 질투가 나서 아니야……. 신기하게도 둘은 동갑임에도 상혁과 별로 친하지 않았다.
아무튼.
다시 요점만 짚어내자면, 방탄의 외교 담당은 주로 태형이었다. 그로 인해 멤버들 전체 다 어느 정도 친해지고, 멤버들 사이에서는 네 친구도 내 친구, 내 친구도 네 친구가 되는 상태였다.
"누나, 대현 선배님이 언제 얼굴 보냐는데요?"
"모른다고 전해."
"장난하지 말고 언제 만나자고 답장 왔어요."
"열애설 나면 안 된다고 해."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말래요."
"……내일 모레 보자 그래."
"네에."
이렇거나.
"야, 윤민기. 찬열 오빠가 시간 있음 밥 같이 먹자고 함."
"언제?"
"지금."
"메뉴가 뭔데."
"닭갈비."
"가자. 옷 입어."
또 이렇거나.
68. 대표적인 예로는 이 둘
"옛날에 000 눈물 진짜 많았었는데."
"……그 얘기를 하는 이유는?"
"박경은 예전에 뉴질랜드로 유학 가고 나는 일본으로 유학 갔었던 거 알지. 우리가 갈 때도 울었었고 올 때도 울었었어, 얘."
"맞아, 맞아. 추웠던 날, 코 빨개져 가지고."
그 얘기 왜 하는데. 00의 표정이 험악해졌다. 지호는 그 모습에 으하하하하 웃더니 00의 턱을 쓰담쓰담했다. 키우는 강아지가 된 기분. 썩 좋지 않은 기분에 00은 눈썹을 잔뜩 휜 상태로 휴대 전화를 만졌다. 남준은 지호와 경의 말을 경청하고 있었다. 야, 재밌어? 네, 겁나 재밌는데요. 00의 말에 꼬박꼬박 대답해도 얄미웠다.
"얘 밥 먹을 때도 편식 엄청 하지?"
"네. 편식 너무 심해서 태형이랑 손 잡고 햄버거 먹으러 가더라고요."
"채소 안 먹고, 해산물 안 먹고, 매운 것도 잘 못 먹고. 또 뭐 못 먹냐."
"해장국 같은 거랑 너무 단것도 싫어하잖아. 마카롱 같은 거. 머쉬멜로우도."
"네가 아가냐, 아직도 편식 못 고치게? 오빠가 잘 먹어야 한댔지."
"잘 먹어야지 오빠처럼 크지."
"왜 나대."
00은 지호와 경이 자신에 대해 떠들고 있음에도 무심히 행동했다. 저 오빠들이야 나에 대해 말하기 좋아하니까, 라는 생각이었다. 왜 나대냐는 00의 말에도 경은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머리를 손으로 매만졌다. 남준은 그런 반응에 조금 놀라가도 어렸을 때부터 봤다는 걸 떠올리고 수긍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였던 지호와 경, 그리고 중학생이 되어 만난 00. 셋의 우정은 지금까지도 건재했다. 비록 지호와 경이 한 살 나이가 많긴 하지만, 연년생이라 그런지 벽은 없었다. 지호와 경이 크루 결성과 다른 크루에 들어가 언더 활동을 할 때도, 다른 나라로 유학을 갈 때도 지호와 경의 옆에는 00이 있었다. 간간이 음악에 참여도 하면서. 주로 일은 지호와 경이 내고는 했었다. 유학이라거나, 갑자기 연습생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거나. 그런데 00과는 스케일이 달랐다. 혼성그룹이라니. 그것도 홍일점으로. 나 혼성그룹으로 데뷔해, 하는 말에 머리가 얼마나 띵했었는지. 그때 처음으로 지호와 00의 마찰이 일었었다. 지호가 역정을 내며 안 된다고 우겼었으니까. 더군다나 그때 00의 부모님은 해외에 계셔서 더욱 그랬는지도. 그래도 이렇게 성공해서 얼굴 보면 됐지 뭐. 지호가 소파에 누워 있는 00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징그럽게 왜 그런 식으로 봐."
"……이 자식이. 키워 줬더니 저러네."
"웃겨. 이제 내가 지코지코니 하나 봐라."
"저거 봐, 저거. 말 함부로 하는 거."
"왜요. 우리 누나 괜찮은데. 오늘 누나 기분 별로 안 좋아서 그런 거거든요."
"어쭈? 감싸 주는 거 보게."
경이 눈을 크게 떴다. 헐? 이것들 봐. 이게 딸 뺏긴 느낌인가. 지호는 그저 그 상황에 재미를 느끼면서 웃고 있었다. 남준이 능글맞게 웃자 경이 인상을 팍 썼다.
"아, 우리 가 봐야 한다."
"……왜?"
"우리도 바빠, 인마. 아쉽냐."
"……아니거든? 스케줄 있어? 언제?"
"녹음. 우리도 컴백해야지. 다음에 또 올게."
"아프면 죽어."
"아, 왜 이렇게 빨리 가!"
00의 투정에 경이 00의 등을 쓸었다. 다음에 또 보면 되잖아. 그래도……. 00이 아쉬움에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준아, 잘해라. 내 말 알지."
"……네. 그럼요."
"그래. 간다. 다음에 보자. 야, 000! 오빠 간다!"
지호와 남준이 짧게 대화를 나누고 지호가 경과 대화하고 있는 00에게 손을 흔들었다. 경도 00에게 손을 흔들고 자리를 떴다. 순식간에 사라진 두 사람의 빈자리가 큰 느낌. 00이 시무룩해져 다시 소파에 드러누웠다.
"숙소 갈까요?"
"응, 가자……."
"아쉬워요?"
"아니……."
엄청 아쉬워 보이는구먼 뭘. 남준이 00을 끌어당겨 작업실 밖으로 걸음을 뗐다. 00은 여전히 입술을 내밀고 남준이 이끄는 대로 끌려 가는 중이었다.
아, 오랜만에 만난 거였는데. 00이 남준의 등에 얼굴을 파묻었다.
69. 동갑내기 친구들
00은 한동안 미친 듯이 93년생 동갑내기들만 찾아 냈다. 더이상 동생들에게 둘러싸이고 싶지 않다는 게 이유였다. 석진의 오빠는? 하는 말을 가볍게 무시한 00은, 몇날며칠 직접 발로 뛰어 쟁취한 친구들이 생겼다. 여자 아이돌도 있었다. 에이핑크 은지와 보미, 그리고 에프엑스 루나인 선영까지. 단지 스케줄이 안 겹쳐서 친분을 자랑할 데가 없어서 그렇지. 소셜 미디어에는 같이 찍은 사진도 올라와 있다.
스케줄이 겹치는 동갑내기 친구는 엑소의 경수나 빅스의 원식과 홍빈, 음악 프로그램 MC를 맡고 있는 보검 정도 되는 것 같은데. 위너의 승윤과 민호와도 ─승윤은 빠른 94라서 그냥 친구하기로 했다─ 친했다. 블락비 지훈과 친한 건 누구 아는 사실이고. 비에이피 대현도 있었다. 오, 좀 뿌듯하네. 00이 자신의 연락처들을 보면서 씩 웃었다.
"보거미 하이?"
"헐. 000 오늘 예쁘네. 항상 어두운 옷만 입더니."
"특별 MC라서 특별히 드레스 코드 있다며. 상큼함이 뭐야, 상큼함이."
"왜, 상큼하고 좋은데. 좀 이렇게 입고 다녀라. 예쁘네."
보검의 칭찬에 00이 고마움의 표시로 사탕을 내밀었다. 보검은 고른 치아를 보여 주며 웃고는 그 사탕을 건네받았다.
"근데 너 대기실에 안 있고 왜?"
"너 외로울까 봐 왔지. 이런 친구가 어디 있어."
"그래, 그래. MC 연습은 많이 했어?"
"하긴 했는데 왜 이렇게 오글거리냐, 이거……."
"작가 누나들이 이번에 작정하고 썼대."
어쩐지……. 너랑 무대 올라가서 깨 볶는 척을 해야 한다니 말도 안 돼. 00의 말에 보검이 자지러지듯 웃었다. 다른 스케줄로 기존 MC인 주현 대신 특별 MC를 맡은 00이 오늘은 보검과 함께 무대를 꾸며나가야 했다. 으으, 끔찍해. 보검 씨! 00 씨! 하고 불러야 한다는 것부터 싫다. 대본에 적혀져 있는 애교를 보면서, 00은 얼굴을 구겼다.
"아마 오늘로 평생 놀림감일지도 모르겠다."
"애들이 엄청 놀리겠다, 너."
"몇 개 빼고 넘기면 작가님들한테 혼나?"
"혼나지는 않지만 시간이 비면 애매하지. 매끄러운 진행이 안 될 수도 있고."
"……화이팅. 잘하자."
"어, 잘하자. 화이팅."
00의 비장한 말에 보검이 킥킥댔다. 00은 자신의 손목에 묶여 있던 얇은 검정색 리본을 보검에게 하나 쥐어 주었다. 보검은 다시 한 번 웃더니 그 리본을 자신의 손목에 묶었다.
70. 여자 멤버의 인기
"언니 안녕하세요! 무대 잘 봤어요, 진짜!"
"고마워. 너네 스탠바이하는 거야?"
"네. 언니 안 힘들어요? 나라면 힘들어서 쓰러졌을 것 같아……. 아프지 마요!"
"너도. 오늘 막방이지? 마지막 무대 잘해. 연락하는 건 계속 하고."
"네에!"
아, 상큼하다. 상큼하다못해 톡톡 튀는 느낌이야. 얼마 전에 알게 된 여자 아이돌의 인사를 받은 00이 감격했다. 칙칙한 남정네들 사이에서만 있다가 보는 여자들은 그야말로 최고였다. 앞태도 최고, 뒷태도 최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최고, 최고……! 여자는 최고의 선물이라고, 진심. 00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대기실 안에 들어섰다.
"야, 00아. 빨리 와 봐."
"대박이에요, 누나."
"왜요. 뭔데요?"
석진은 호들갑을 떨면서 00에게 휴대 전화를 내밀었다. 아, 오빠 잠깐만여. 이렇게 내밀면 초점이 안 잡히잖아요……. 아, 미안. 너무 흥분해 코앞까지 내민 휴대 전화를 석진은 사과하며 다시 정상적인 거리로 떨어뜨렸다. 어디 보자. 레즈비언이 사랑하는 여자 연예인들. 이번 해도 어김없이 조사했나 보네. 10위부터 나열되어 있는 순위를 00은 아무 생각 없이 주루룩 흝었다.
"음, 1위가 나네요."
흥미로운 사실이네. 1위가 나라니. 00은 별것 아니라는 듯 행동하려다가 다시 눈을 크게 떴다.
"……1위가 나예요?"
"어. 1위가 너야. 대박."
"……왜, 왜?"
1위가 나야. 도대체 왜지. 00은 눈을 도르륵 굴렸다. 감사할 일이긴 하다만, 이 정도로 사랑받을 줄은 몰라서였다. 나는 내가 듣보라고 생각했는데. 00이 석진의 손을 잡고 방방 뛰었다. 같은 여자한테 매력 있는 여자라니, 얼마나 좋은가! 끼아아앙! 00은 아기가 기분이 좋을 때 낼 법한 소리를 내고 방송국을 휘젓고 다녔다.
"가만히 있어라."
물론 윤기한테 욕을 먹고 끝이 났지만.
71. 집착남들
"누나, 누나는 방탄이에요. 알죠."
"응."
"다른 아이돌이랑 더 친해지면 안 된다고요. 알았어요?"
"응."
"……내 말 듣고 있는 거 맞아요?"
"응."
"아, 누나!"
왜. 천연덕스레 대꾸하는 00에 지민과 태형이 씩씩댔다. 왜 우리 말 무시해요! 옆에서 지민과 태형이 계속 삐약거렸지만 00은 개의치 않고 게임을 진행했다. 혼자 하는 게임은 외롭다는 정국의 말 때문에 시작한 게임이었다. 그 게임이 진짜 재미있다는 게 함정.
확실히 홍일점, 팀에서 하나밖에 없는 여자인지라 멤버들이 감싸고 도는 게 많았다. 00이 굳이 그런 것을 신경 쓰는 성격은 아니지만 가끔 의문이 들고는 했다. 왜 그렇게 불안해 하는 거야? 내가 그렇게 못 미더워? 등의 질문을 하고 싶을 때도 많았다. 그러나 00은 그 질문의 답을 제일 잘 알았다. 좋아할수록 불안해 하는 건 당연하잖아. 그건 애정의 표시야. 그래서 00은 자신을 붙잡고 짹짹대는 멤버들을 가만 둘 수 없었다.
"너네랑 눈 뜰 때부터 감을 때까지 함께 하는데 너네보다 더 친한 사람은 있을 수가 없거든?"
"……하긴 그렇네요."
"그래. 수긍했으면 가서 빵 먹어."
"네!"
"누나도 하나 가져다 줄까요?"
"아니. 괜찮음."
집착이라기보다는 애정의 표시다. 귀엽게 굴긴. 00은 마저 게임 보상으로 주는 골드를 받았다.
72. 가끔 다른 지인을 탐내기도 한다
"태태야."
"네."
"너 바비님 소개받았다며."
"……아닌, 아닌데요?"
"거짓말 죽어."
"……아, 누나 진짜. 안 돼요, 나도 소개받은 지 얼마 안 됐단 말야."
"제발……. 나 아이콘 완전 좋아하는 거 알잖아……."
"사실 누나가 윈 때부터 아이콘 좋아했다고 말은 해 뒀어요."
"……야, 태태야. 사랑해. 알지."
"모르거든요!"
73. 그래도
"누나!"
호석이 탁탁 뛰어오며 00을 불렀다. 아스팔트 바닥을 보고 있었던 00은 호석의 목소리에 살짝 미소를 띄웠다. 호석은 00의 손을 머뭇거림 없이 한 번에 잡고는 잔소리를 시작했다. 아니, 여자가 말예요! 이 새벽에! 어떻게 돌아다닐 생각을 해요? 그것도 혼자! 내가 같이 걸어 주니까 얼마나 좋아! ……그래. 시끄럽지만 않았음 더 좋았을 텐데.
개인 스케줄을 마치고 숙소가 아닌 작업실로 향한 게 화근이었다. 시집을 놓고 가 챙기려 작업실을 갔더니 항상 있던 윤기는 없고 썰렁한 공기만이 00을 반겨 주더라. 00은 조금 당황한 것도 잠시, 새벽 세 시 반인 지금 시간에 어떻게 숙소에 가야 할 것인지 고민했다. 매니저는 이미 퇴근해 없었다. 매니저도 없으니 차는 없는 것이 당연했다. 아아. 망했군. 결국 혼자 가야 하는 건가. 00은 깜깜한 골목을 내다보다가 한숨을 쉬고, 방탄 단체 채팅방에다가 글을 남겼다.
작업실에서 숙소로 지금 가는 중. 숙소에 있는 멤버들에게 답장은 금방금방 왔다. 지금요? 누구랑? 뭐 하러 거기 갔는데? 설마 혼자 오는 건 아니죠? 00은 일부러 답을 하지 않았다. 새로 이사한 작업실은 숙소와 꽤 멀기 때문이었다. 안무 연습실에 있는 사람 없나. 혼자 입술을 삐죽 내밀면서 고민하던 00에게 호석이 개인 문자를 보냈다. 저 안무 연습실이니까 데리러 갈게요! 00은 그제서야 환하게 웃을 수 있었다.
"그냥 애들한테 데리러 오라고 하면 어디가 덧나요?"
"남자들 걸어다녀도 위험한 게 요즘 세상이라."
"여자 혼자 걸어다니면 더 위험한 게 요즘 세상이에요."
"……그래도 네가 왔잖아."
"그건 그렇네요."
호석이 신이 나 맞잡은 손을 위아래로 크게 흔들었다. 00은 그런 호석의 머리를 헝크렸다. 아, 누나. 저 지금 땀 엄청 났는데. 내 손 썩었겠네. 그 정도는 아니거든요! 00은 기분이 좋은 듯 피식피식 웃었다.
"누나 챙겨 주는 건 멤버들밖에 없다, 그쵸. 고마워서 방탄 어떻게 탈퇴해."
"지금 몇 년을 같이 살았는데 방탄을 탈퇴해."
"하긴 그래요. 우리 진짜 데뷔 전도 그렇고 데뷔 후도 그렇고 매일매일 얼굴 보잖아요. 이쯤이면 누나는 우리밖에 몰라야 해요."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그럼 너도 우리밖에 몰라야 해."
그래도 진짜 방탄밖에 없네. 진짜로.
유난히 새벽 달이 밝았다.
+)
11.
윤기: 난 왜 쌍꺼풀이 안 생기냐.
00: 라인은 있잖아.
윤기: 쌍꺼풀이 안 생기잖아, 라인이 있어도.
00: 하긴. 어머니랑 아버지도 있으시고 오빠도 있으신데 너만 없다.
윤기: 그것 때문에 고민했었잖아. 나는 친가족이 아닌가 하고.
00: 병신이네.
윤기: 아, 왜 안 생기지 진짜.
00: 난 쌍꺼풀 없는 게 더 좋음. 그러니까 곡 작업 마무리하고 집 가자.
윤기: 그래.
12.
00: 오빠.
석진: 어.
00: 졸려요. 배고파요. 더워요. 머리 아파요.
석진: ……오빠가 해결할 수 있는 게 뭔데.
00: 없음.
석진: ……뭐 해 줬음 좋겠는데.
00: 없음.
석진: 야.
13.
정국: 누나, 나랑 홍대 가요.
00: 왜, 갑자기?
정국: 생각 정리하러 갈 건데, 누나가 곁에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요.
00: 예쁜 생각이지만, 막둥아. 생각 정리는 남한테 조언을 듣는 게 아니라 네가 꾸준히 생각해야 하는 거야.
정국: ……하지만 그럼 생각이 정리가 안 되잖아요?
00: 원래 그래. 그러니까 그냥 혼자 쉬고 와. 세상 구경한다는 느낌으로.
정국: 네. 알겠어요. 다녀올 테니까 누나 자고 있지 마요!
00: 오냐.
14.
태형: 책 읽어 주세요!
00: ……유치원생이냐, 네가?
태형: 네. 그러니까 읽어 줘요.
00: 읽어 주진 못하겠고 책 하나 뽑아와.
태형: 근데 누나 책은 너무 어려워요.
00: 그렇다고 누가 만화책 뽑아오래.
태형: 히.
00: ……누나 옆에 앉아서 얌전히 읽어.
태형: 네에.
15.
지민: 실망을 하지 않는 방법은 뭘까요.
00: 왜, 뭔데. 무슨 일 있어?
지민: 그냥요. 실망하지 않아서 상처받지 않는 방법은 뭘까 하구요.
00: 그거야 간단하잖아. 기대를 안 하면 돼.
지민: 그런가요…….
00: 가사 또 까였구나?
지민: …….
00: 책 많이 읽어. 김태형보단 말 잘해야지.
지민: 이미 더 잘해요, 저. 누굴 비교해요.
00: 넌 김태형보다 말을 잘하는 게 아니라 덜 못하는 거야.
지민: ……헐.
16.
남준: 내 이어폰 어디 갔지?
00: 여기.
남준: 내 핸드폰!
00: 저기 있잖아, 저기.
남준: 내 지갑 어디 있는지 알아요?
00: 네 재킷 주머니에.
남준: 누나, 내 거 어디 있…….
00: 그만해라.
남준: 네.
17. 호석: 누나 립스틱 바꿨죠. 예쁘다.
00: 그래?
호석: 복숭아 같아.
00: 너 복숭아 별로 안 좋아하잖아. 죽을래?
호석: ……통조림은 좋아해요. 아, 예쁘단 소리였어요!
00: 그럼 말구.
18.
석진: 막둥이 좀 불러 봐.
00: 오빠가 부르면 되잖아요.
석진: 오빠는 늙어서 부를 힘도 없어.
00: 매니저 오빠한테 그 말 꺼내 봐요. 뺨 맞을걸.
석진: 그래서 전정국 누가 부를 건데?
00: 난 아니에요.
정국: ……그냥 제가 나왔습니다. 됐죠.
19.
00: 박지민, 혼자 사랑한 적 없어? 짝사랑 같은 거. 가사 이해를 좀 해 봐.
지민: ……짝사랑 한 번도 안 해 봤어요.
00: ……사실 나도.
윤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남준: 누나 가사 어떻게 썼어요?
00: 몰라. 그냥 써진 건데? 나도 짝사랑 같은 거 한 번도 안 해 봐서 모르겠음. 사실 가사 이해 안 돼.
지민: 저두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
호석: 누나, 김태형이 누나 피규어 망가뜨렸어요.
00: ……? 태형아.
태형: ……히. 누나 죄송해요.
호석: 김태형 진짜 나빴다. 어떻게 그래?
태형: ㅎ……. 누낭.
00: 빨리 얘한테 사과해, 개태야.
태형: 미아내, 조로야…….
00: 하…….
태형: (눈치)
호석: 야, 똑같은 걸로 사 와, 그냥.
태형: 내일까지 똑같은 걸로 사다 놓을게요!
00: 그럼 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