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과 을의 연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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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과 을의 연애.3]
방문이 열리는 소리에 우현이 보고 있던 신문을 접고 일어서 눈이 감긴 성규에게 다가갔고 성규는 다가오는 우현의 모습에 아예 눈을 감은 채 손을 뻗어 우현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졸려. 잠에 취하면 애교가 많아지는 성규가 귀여운 우현이 자신의 가슴에 얼굴을 부비는 성규의 머리에 살짝 입을 맞췄다.
“춥다더니 다리는 안 추워요?”
우현의 말에 성규가 잠시 감긴 눈을 떴지만 이내 다시 감아버리고는 못 들은 척 우현의 허리를 더 세게 감싸 안았다. 하지만, 우현은 잠깐만이라며 성규를 품에서 떼어놓더니 성규의 손을 붙잡고 다시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앉히고는 어젯밤의 상황을 보여주듯 바닥에 아무렇게나 던져진 바지를 주워 성규의 다리 한쪽에 끼워주었다.
“춥다고 옷도 안 벗으려고 했으면서. 이렇게 있다가 괜히 감기 걸리지 말고 옷 입어요.”
다정한 우현의 모습을 가만히 내려다보던 성규가 손을 뻗어 우현의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손가락 사이로 지나가는 우현의 머리칼이 살짝 젖어있었지만 그래도 너무나 부드러운 느낌에 몇 번 더 쓰다듬던 성규가 아직 자신의 다리에 바지를 끼우고 있는 우현의 양쪽 얼굴을 잡아들고는 그대로 입을 맞췄다. 성규의 입맞춤에 우현의 입이 살짝 씰룩거리자 성규가 그런 우현을 더 끌어당기며 키스를 했고 우현도 그런 성규의 모습에 뜬 눈을 감으며 성규의 뒷목을 끌어당겼다. 한참동안 서로의 입안을 오가던 혀가 제자리로 돌아오며 맞물렸던 입술이 조금씩 떨어지자 우현의 감겼던 눈도 서서히 뜨였지만 성규의 감은 두 눈은 떠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아직도 졸려요?”
“.........우현아”
성규의 입에서 나온 자신의 이름에 우현이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그걸 알 리 없는 성규의 입에서는 또 다시 우현의 이름이 흘러나왔다. 우현아, 남우현, 남사장. 몇 번이나 자신을 부르는 성규의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던 우현이 조용히 성규를 끌어안아 강아지를 쓰다듬듯 성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졸리면 더 자요.”
“.......그래. 조금 더 잘래.”
품안에서 눈을 감는 성규의 모습을 바라보는 우현의 얼굴이 어쩐지 쓸쓸해 보였지만 뒤늦게 거울에 비친 우현의 표정을 확인한 성규는 그런 우현의 표정을 또 다시 모른 척 다시 눈을 감아버렸다.
우현이 있어서 인지 아님, 그냥 아무것도 생각하기 싫어서 인지 눈을 떴을 때는 이미 해가 질 무렵이었고 평소 같았으면 이미 늦어버린 시간에 또 다시 잠이나 자려 눈을 감았을 테지만 자신 때문에 회사를 나가지도 못하고 거실에서 비서와의 통화로 바쁜 우현의 모습을 본 성규가 조용히 화장실로 들어갔다.
샤워라도 하고나면 괜찮아질 거 같은 마음에 몸에 걸치고 있던 옷을 벗어낸 성규가 문득,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눈을 떼지 못했다. 허리 밑으로는 우현이 새겨 놓은 붉은 자국들로 가득했지만 그 위로 올라와 어깨 부근에는 온통 시퍼런 멍으로 가득했다. 얼룩덜룩 많이도 새겨진 멍 자국을 바라보던 성규가 마치 보는 것만으로 통증이 몰려오는 거 같아 인상을 찌푸리며 거울에 물을 끼얹었다.
***
“소문이 사실인가 봐요?”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운동화 끈을 고쳐 매던 성규가 잠시 주춤했지만 곧 아무렇지 않게 마저 끈을 고쳐 매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발목을 돌리기 시작했다. 앞에 놓인 거울에 비친 성규의 모습 뒤로 성규를 한껏 비웃고 있는 남자가 보였지만 성규는 전혀 상관 하지 않은 채 스트레칭을 하며 허리를 숙였고 그 순간, 성규의 티셔츠가 가슴까지 들렸고 놀란 성규가 서둘러 티셔츠를 내리고는 굽혔던 허리를 꼿꼿이 펴 자신을 비웃고 있는 남자에게로 몸을 돌렸다.
“남자한테 박히면 기분 좋아요?”
성규를 보며 조롱하는 말투와 표정으로 웃음을 참은 채 묻는 남자의 모습에 성규가 아무런 대꾸 없이 노려만 보자 남자가 그런 성규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는 자신보다 조금 작은 성규의 눈높이를 맞추려 다리를 구부렸다.
“그렇게 좋으면 나한테도 깔려 봐요.”
“손 치워”
“형 때문에 쫓겨난 연습생이 몇 명인데 이제 와서 웬 내숭일까?”
성규가 아무 대꾸도 없이 그저 아랫입술만 깨물자 남자가 그런 성규를 보고 웃으며 천천히 손에 힘을 주어 성규의 어깨를 세게 쥐었다. 점점 세지는 힘에 새어 나오려는 신음을 참으려는지 아랫입술을 더 세게 무는 성규의 모습에 오기가 생긴 남자가 성규를 똑바로 쳐다보고 웃으며 어깨를 쥔 손에 힘을 가했고 점점 세지는 힘에 더 이상 참지 못한 성규의 입에서 얕은 신음이 나온 순간 성규의 어깨를 잡고 있던 남자의 손이 내쳐지면서 힘이 풀려 쓰러지려는 성규의 어깨를 누군가 빠르게 잡았다. 그 컨셉 버리라니까. 귓가에서 울리는 나지막한 목소리에 눈물에 살짝 고인 눈물을 닦아낸 성규가 고개를 들자 앞에선 남자를 바라보고 있는 명수의 모습이 보였다.
“오랜만이다. 이성열”
“그러게. 오랜만이네”
“넌 변한 게 없다.”
“넌 많이 변했네.”
“고마워”
“칭찬 아닌데”
“나도 칭찬 아니었어.”
서로 웃으면서 대화를 나누는 명수와 성열의 모습만 보면 친한 사이 같았지만 서로에게 오가는 말 안에는 은근히 가시가 돋쳐있었다. 그런 둘을 바라보던 성규가 이 자리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자신의 어깨를 감싸 쥔 명수의 손을 떼어내려 했지만 명수는 오히려 그런 성규의 어깨를 한손으로 더 세게 감싸 안았다.
“너 괜찮겠냐?”
성규의 어깨에 손을 두른 명수를 빤히 쳐다보던 성열이 명수를 향해 묻자 명수가 뭐가, 라며 되물었고 그 물음에 성열이 성규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힘들게 데뷔했는데 사람을 가려서 만나야 되는 거 아닌 가?”
“그러네.”
성열의 말이 맞다며 맞장구치는 명수의 모습에 성규가 자신을 쳐다보는 성열의 눈빛을 피하려 고개를 숙였다. 머리맡에서 들리는 성열의 비웃음 소리에 힘없이 떨어트린 소에 주먹을 꽉 움켜진 성규가 도저히 못 참겠는지 고개를 팍 쳐든 순간, 명수가 그런 성규의 앞을 막아섰다.
“알면 이제 말 걸지 마라. 이성열”
“뭐?”
“너도 알다시피 내가 이제 사람 좀 가려서 만나야 되는 급이라서 말이야”
잔뜩 날이 선 명수의 말에 성규가 그랬던 거처럼 입술을 깨문 성열이 분한 마음에 숨소리가 거칠어졌지만 앞에 있는 사람이 성규가 아닌 명수라는 사실에 아무 말 없이 그대로 뒤를 돌아 연습실을 빠져나가려했다. 하지만, 성열이 연습실을 빠져나가기 전에 명수가 그런 성열을 불러세웠다.
“사장이랑 김성규랑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거 사실인 거 아냐? 아니, 그렇고 그런 사이라기보다는 사장이 일방적으로 김성규한테 매달리는 사이지.”
갑작스런 명수의 폭로에 성열은 뭐냐는 듯 의아한 얼굴로 명수를 향해 고개를 돌렸고 성규는 놀란 기색이 역력한 표정으로 자신의 앞에 선 명수의 옆으로 걸어가 명수를 바라봤다. 각자 다른 표정으로 자신을 보는 성규와 성열의 표정을 본 명수가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성규의 어깨를 잡아 자신의 앞에 세웠다.
“그 말은 즉, 사장 위에 김성규가 있다는 소리고. 또 다시 말해서 지금 우리 셋 중에 가장 센 놈은 갓 데뷔한 나도 아니고 한낱 연습생 나부랭이 주제인 이성열 너도 아닌, 김성규라는 소리다.”
“그게 무슨........”
“김성규 어깨. 사장이 보면 어떻게 될까?”
성열을 보며 성규의 목덜미의 셔츠를 잡아 내린 명수가 멍이 든 성규의 어깨를 눈짓으로 가리키며 성열을 바라봤다. 김성규 연습 파트너가 너라는 사실은 나 보다 사장이 더 잘 알지 않겠냐?. 명수의 말에 성열이 불안한 표정으로 성규를 바라보더니 연습실 문을 박차고 나갔다. 성열이 나가자마자 명수의 손을 쳐낸 성규가 내려간 옷을 끌어 올려 멍이 든 어깨를 감췄다.
“옷 늘어나 새끼야”
“고맙다는 소리는 안 하냐?”
“내가 왜? 너야 말로 내 옷 늘어난 거에 대해 사과 안 하냐?”
“하? 물에 빠진 놈 구해줬더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게 이런 상황이네.”
“미친놈. 까고 있네.”
정말 한심하다는 듯 자신을 쳐다보는 성규의 눈빛에 어쩐지 정말 한심해 진 것 같은 기분을 느낀 명수가 연습실을 나가려는 성규를 서둘러 따라 나가자 성규가 그런 명수를 보며 귀찮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남우현 안경 맞춰야겠다.”
“너야 말로 안경 맞추기 싫으면 실내에선 선글라스 좀 벗지.”
“아까 허리 보니까 어제도 남우현이랑 뜨거운 밤을 보냈나봐?”
“뉴스 좀 봐라. 어젯밤이 이번 주 중에 가장 추웠거든?”
“지 애인 어깨가 아작이 난 것도 모르는 거 보면 정말 남우현이 거칠기는 많이 거칠.......”
“그게 무슨 소리야?”
성규에게 오는 길이었는지 연습실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서 있던 우현이 명수의 앞에 서서 명수를 바라보며 물었지만 갑작스런 우현의 등장에 놀란 명수가 아무 대답을 못하자 우현이 그런 명수 대신 성규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어깨 다쳤어요?”
꿀 먹은 벙어리 마냥 입을 꾹 다문 채 시선을 피하는 성규의 모습에 우현이 명수를 쳐다봤지만 그새 어디로 간 건지 명수가 있던 자리에는 아무도 서 있지 않았고 결국, 복도 한 가운데 우현과 성규 둘 만이 남겨졌다. 집요하게 성규를 쳐다봤지만 자신을 한 번도 보지 않는 성규의 모습에 앞으로 다가간 우현이 성규의 어깨를 잡으려 하자 성규가 반사적으로 우현의 손을 쳐냈고 우현이 그런 성규를 가만히 바라보더니 성규의 손을 잡아끌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저 우현이 끄는 대로 순순히 끌려온 성규가 도착 한 곳은 자신이 방금 나온 연습실이었다. 연습실로 들어서자마자 문을 잠가버리는 우현의 모습을 가만히 보던 성규가 아까와 다르게 잔뜩 굳어진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우현의 눈을 차마 보지 못해 고개를 숙이자 우현이 그런 성규에게 딱딱한 어조로 말했다.
“벗어”
가만히 고개를 숙인 채 움직이지 않는 성규의 모습에 우현이 직접 성규의 옷을 들추려 하자 성규가 그런 우현의 손을 밀어냈지만 우현이 그런 성규와 눈을 맞춘 채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가만히 있어. 정말 자신이 알던 우현이 맞나 할 정도로 싸늘한 우현의 말에 성규가 우현의 팔목을 잡은 손에 힘을 풀자 우현이 그런 성규를 한 번 쳐다보더니 옷을 들어 그대로 성규의 몸에서 벗겨버렸다. 순식간에 들어난 상체에 한기가 든 성규가 살짝 몸을 떨며 움츠리자 우현의 손이 어깨에 닿았고 따뜻한 온기에 성규가 고개를 들자 우현이 잔뜩 찡그린 표정으로 자신의 어깨를 바라보고 있었다.
“우현아”
인상을 찌푸리며 어깨를 어루만지는 우현의 손을 맞잡은 성규가 나지막하게 이름을 부르자 우현이 천천히 시선을 올려 성규와 눈을 맞췄다. 자신을 바라보는 우현의 눈빛에 성규가 천천히 마주잡은 손을 떼어 내려하자 우현이 먼저 자신의 손을 잡은 성규의 손을 떨쳐내었고 갑작스럽게 손이 내쳐진 성규가 당황한 표정으로 우현을 보자 우현이 잔뜩 인상을 구긴 채 성규를 바라봤다.
“너는, 김성규 넌 대체!!!”
“난 괜찮아요. 정말, 괜찮......”
“입 다물어. 한 대 치고 싶은 거 참는 중이니까”
우현이 말에 성규가 시큰해지는 눈을 꾹 감았다. 우현이 화가 날거라는 건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고 또 이해하지만 그래도, 너무나 차가워진 태도에 눈물이 날 거 같아 감은 눈에 힘을 주었다 뜨자 눈이 마주친 우현이 갑자기 입을 맞추며 거세게 몰아붙였다.
떠밀려지는 힘에 몇 번이나 발이 꼬였지만 그럴 때 마다 단단히 잡아 준 우현 덕분에 다행히 넘어지지는 않았다. 우현의 힘에 떠밀린 성규의 등에 거울이 맞닿자 맨살에 닿은 거울이 차가운지 성규가 움찔거렸지만 우현은 그런 성규를 무시한 채 계속해서 거칠게 성규의, 입을 헤집었고 결국, 숨이 찬 성규가 우현의 어깨를 밀어내자 겨우 밀린 우현이 성규처럼 거친 숨을 내 뱉었다.
무서운 표정으로 자신을 보며 거친 숨을 내쉬는 우현의 모습에 코끝이 찡해진 성규가 고개를 숙이자 서서히 우현의 거친 숨소리가 잦아들었고 겨우 숨이 정리 되어 연습실에 고요함이 내려앉자 우현의 손이 성규의 어깨를 어루만졌다. 조심스러운 우현의 손길에 성규가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자 우현이 그런 성규를 바라보더니 조심스럽게 멍이 든 성규의 어깨에 입을 맞췄다
불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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